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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60
추천수 :
16
글자수 :
83,580

작성
19.04.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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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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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4쪽

도망을 쳤다.

DUMMY

환한 빛과 함께 던전으로 들어온 레이지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주변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만한 곳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달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한참이 지나고 인적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레온을 대충 바닥에 집어 던지고 숨을 골랐다.

“꽥.”

“누나한테 걸리면 또 쳐 맞겠네.”

레이지 뒷일을 걱정하다가 레온을 보았다. 그는 그 난리 통을 겪고도 왜인지 묘하게 신나 보였다.

“사부님 엄청 빠르시네요!”

레이지는 그게 아마도 레온이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레이지도 머리에 별 생각 있이 사는 부류는 아니었다.

“이제 뭐하실 거예요? 플로어 보스라도 잡으러 가나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하는 레온에게 레이지도 땅에 오른 손바닥을 땅에 대더니 씩하고 마주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니.”

“그러면요?”

“테스트.”

“?”

레이지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레온을 무시하고 오라를 얇고 넓게 펼친다는 느낌으로 퍼트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정보들을 정리하며 목적한 것을 빠르게 찾아 낸 레이지는 아직도 얼 타고 있는 레온을 어깨에 들쳐 메고 달렸다. 그리고 금방 목적지에 도착한 레이지는 레온을 내려주고는 자신의 낡은 배낭에서 짧은 단검을 한 자루 꺼냈다.

그리고 평소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메마르고 건조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난 네가 왜 기사가 되고 싶은지는 관심이 전혀 없어.”

“네?”

“내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그러니까 말이야.”

레온은 레이지가 건네주는 단검을 받았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단검이었다.

“증명해봐.”

“?”

끼이이이이이이

그 때 갑자기 들린 찢어지는 울음소리에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앞을 돌린 레온이 발견한 것은 상처입은 다리를 질질 끌고 있는 홀로 낙오된 던전의 대표적인 하위 괴물 고블린이었다. 당황한 레온은 서둘러 뒤를 돌아 레이지를 찾았으나 레이지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사부님?”

그리고 적을 눈앞에 둔 채로 시선을 돌려버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크게 돌아왔다.


“끄아아악.”

고블린이 휘두른 몽둥이에 어깨를 맞은 레온은 단검을 그대로 놓쳐버렸다.

“사, 사부님?”

자신에게 다시 몽둥이를 휘두르려는 고블린에게서 가까스로 구르다시피 하며 빠져나온 울먹이면서 레이지를 다시 찾아봤지만 아무데서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레온은 선택해야만 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저 고블린과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칠 것인지 말이다.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유일한 무기였던 단검조차 놓쳐버린 레온은 자신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침을 질질 흘리는 고블린을 쳐다봤다.

실제로 본 고블린은 너무 무서웠다.

자신이 막연히 상상해왔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공포로 인해 손발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새하얘져서 제대로 생각 할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레온은 눈앞의 공포에 압도되어서 도망도 치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어서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했다.

“으아아아아.”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이지의 시선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 레온은 결국 고블린에게 맞서서 싸우지 못했고 레온을 쫒던 고블린은 레이지에게 펑하는 소리와 함께 단 한 방에 터져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 모습을 본 레온은 어제 먹은 저녁 메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웨웨엑.”

레이지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 등에 손을 대고 자신의 오라를 부어 넣으며 고블린에게 맞은 상처를 치유했다.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기운에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멈춘 레온은 레이지를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상식적으로 아무런 말도 없이 아홉 살 어린아이를 단검 한 자루 쥐어주고 고블린에게 던져 넣는 것이 말이 되는 행동이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앞머리로 가려진 틈 사이로 보이는 차가운 시선에 입을 열 수 없었다.

“내가 제자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고 장난으로 너를 고블린한테 던져놓은 건 아니야. 사람의 밑바닥을 보아야 그 사람을 판단하기 편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야.”

레온의 눈이 약간 기대의 빛을 가졌다. 형편없이 도망만 다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만약에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이지는 그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았다.

“솔직하게 말해주지. 너는 기사가 될 수 없어. 너희 아버지 말대로 그냥 여관이나 이어 받아.”

그 말에 발끈한 레온이 열기도 전에 레이지가 말을 이었다.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그 이유를 말해줄게.”

레온은 이를 악물었다.

“첫 번째, 넌 재능이 없어. 방금 너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줄 때, 네 근골을 살펴봤어. 그리고 아까 고블린과 싸울 때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순발력, 운동 능력을 살펴봤지. 전부 형편없었어. 평균 이하의 재능이야.”

“두 번째, 넌 배경도 없어. 물론 작위제가 폐지되고 명목상으로 귀족이 사라진 이 제국에서 수많은 평민 출신의 우수한 기사들이 생겨난 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너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야 그들은 하나같이 천재거든.”

“가장 큰 이유인 세 번째, 넌 너무 겁이 많아. 마음이 너무 약해. 방금 내가 죽인 고블린은 반병신이었어.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말라 비틀어졌고 무장도 형편없었지. 겁에 질린 너에게는 강해 보였겠지만 그 고블린은 강한 상대가 아니었어. 네가 침착하게 적을 파악하고 뻔히 보이는 약점을 파고들었으면 쉽게 이길 상대였어. 그런데 넌 무서워서 꼼짝도 하지 못했지. 난 능력이 좋아. 그래서 재능이 낮더라도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고 든든한 배경도 만들어줄 수 있지. 하지만 겁쟁이를 용감하게 만들지는 못해. 물론 고블린은 극복하게 해줄 수 있겠지. 너를 고블린보다 강하게 만들어주면 되니까. 하지만 결국 넌 너보다 강해보이는 존재 앞에서 겁먹고 방금처럼 저항조차도 하지 못하겠지.”

레이지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푹 숙인 레온을 바라봤다. 그리고 레온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몬스터를 쫒아내는 결계를 쳤다. 레이지가 보기에도 자신이 친 결계는 마법에 그렇게 정통하지 않은 그의 작품이라서 성능이 높지는 않아 보였지만 끽해야 고블린이나 놀이나 나오는 던전 하위 층에서 사용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결계를 쳐 두었으니까 어디 가지 말고 여기에 있어.‘어차피 나가려고 해봤자 소용없을 테니 헛수고 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거야.”

그리고 레이지는 떠났다. 레온을 남겨 둔 채로


레온과 헤어진 레이지는 거칠 것 없이 빠른 속도로 던전을 내려갔다. 하위 층이어서 그런지 주변의 몬스터들의 수준이 대단치 않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었지만 레이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건 좋지 않은데.”

던전이 비정상적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던전의 한 계층이라고 보기에 생각보다 커도 너무 컸다. 던전의 계층을 가르는 경계에 존재하는 게이트와 그것을 지키는 플로어 마스터 정도만 확인하려고 빨리 돌아가려던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결계를 쳐두기는 했지만 오래 내버려 두기에는 찝찝했고 오늘 내로 집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은 레이지가 갑자기 멈춰 섰다.

“흠.”

잠시 멈춰 서서 방법을 모색하던 레이지는 이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떠올리고는 손을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하고 치고는 빠르게 행동에 들어갔다. 먼저 감각을 최대한 올린 채로 오라를 최대한 얇게 펴서 최대한 넓게 퍼트렸다. 그리고 그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 중에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정보들을 선택해서 받아들였다. 이마로 떨어지는 이마를 훔친 레이지는 자신의 목적에 알맞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도착한 장소에는 레이지에게는 귀찮게도 이미 한 무리의 헌터들이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는데, 추레한 차림을 한 수상하게 던전에서 혼자인 채로 다가오는 레이지를 발견하고는 경계하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레이지를 주시했다. 그러다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다가오자 이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검은 머리의 잘생긴 한 청년이 나섰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시작한 이야기에 그만 레이지는

“저는 ‘칠흑의 날개단’ 단장 벨입니다.. 무슨 볼 일···.”

“푸핫.”

그만 웃어 버렸다.

“···.”

“앗 미안, 미안요.”

“흠흠, 저희 ‘칠흑의 날개단’에 무슨 볼 일···.”

“푸하하하핫, 칠흑의 날개단 풉하하하하.”

곳곳에 빛을 내는 야명등이 있어서 사물을 식별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바깥 보다는 어두운 편인 던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칠흑의 날개단’ 단장 벨의 얼굴이 시뻘게져서 외쳤다.

“무슨 목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군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아 미안해요. 다 큰 양반이 창피한지도 모르고 칠흑의 날개니 뭐니 하길래 너무 웃겨서 그만

하하하.”

레이지의 정중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벨의 얼굴은 폭발할 듯이 벌게져서 마치 잘 익은 사과와도 같이 변해버렸다. 그러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벨의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일행들이 나섰다.

“우리 벨이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해서 지은 이름인데 너무 무례한 사람이군요!”

“맞아요. 이상한 건 사실이지만 개인 취향인 걸 그렇게 대놓고 놀리다니!”

“맞아! 벨의 네이밍 센스가 구린 건 사실이지만 너무 무례하네 이 오징어 같이 생긴 게!”

이어진 동료(어쩐지 벨을 제외한 멤버들은 전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들의 응원에 벨은 더 힘이 빠졌다.

“아니··· 그 이상하긴 했다는 거야?”

“아니에요 벨! 너무 멋진 이름이에요.”

레이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웃기는 촌극이 재밌어서 더 보고 싶기는 했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으므로 상황을 빠르게 종료하기 위해서 사과를 했다.

“늬예늬예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네요. 할 얘기 다 했으면 거기 제일 시끄러운 아줌마 좀 비켜봐요. 거기에 볼 일이 좀 있어서요.”

삿대질을 당한 여자가 흥분해서 떽떽 거리기 시작했지만 레이지는 그녀를 개 무시하고 그녀가 있던 자리를 뺏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오라를 퍼트리되 이번에는 여러 방향으로 퍼트리지 않고 아래로만 한정해서 퍼트렸다. 그 때문에 퍼진 이질감에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수치사하기 직적이었던 벨과 시끄럽게 떠들던 그 일행들도 모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무기를 꺼내 레이지에게 향했다.

“당신 지금 뭘 한거지?”

그에 레이지가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잉? 아직도 안 갔어요? 훠이훠이 험한 꼴 보기 싫으면 그냥 갈 길 가시죠.”

“이 사람이 끝까지!”

“나는 경고했어요~.”

그리고 레이지는 마침내 준비를 끝낸 레이지가 어떤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긴장한 채 지켜보던 벨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레이지는 왼쪽 무릎을 꿇은 채로 왼손바닥을 땅에 댄 채로 오른손은 주먹을 쥐었다.

그 장면은 어린 시절 본 무척 인상 깊은 기억이었다.

그리고 레이지는 쥐어진 주먹을 어깨까지 높이 올렸다.

그것은 시장에서 어떤 차력사가 보여준 묘기 중에 하나였다.

‘갑자기 왜 이게 생각나지?’

벨은 그 답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강력한 충격파로 인해 낙엽처럼 날아가면서도 눈을 감지 않은 벨은 자신의 눈앞의 광경에 전율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

······

콰앙

한참이 지나고 점점 멀어져 가는 소음을 멍하니 듣고 있던 벨에게 정신을 차린 일행들이 모여들었다.

“콜록콜록 벨 괜챃아? 저 미친놈! 도대체 뭘 한 거야.”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벨이 일어났다. 그리고 모래 먼지가 가라앉고 보이기 시작한 방금 전 남자가 만들어낸 거대한 ‘흔적’을 내려다 봤다.

“격파”

“응?”

벨은 깨달았다. 자신이 레이지가 취한 자세에 기시감을 느낀 이유, 그리고 어렸을 적 본 차력사가 보여준 묘기를 떠올린 이유를

“저 남자 격파했어. 던전의 바닥을.”

“???”


한편 같은 시각 크레이크 가문 저택 가주 집무실


똑똑

“가주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한 기사가 기분이 좋지 않은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서류를 보고 있는 가주의 눈치를 살피면서 들어왔다. 그리고 집사에게 눈짓으로 사인을 보내자 집사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집무실을 나가 어딘가로 향했다.

“던전 게이트 쪽에 문제가 생겨서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기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과 그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흉신악살 같이 일그러지는 가주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신을 찾았다.

“다시 얘기 해봐.”

“그, 그 레이지 도련님으로 보이는 남자가 던전 게이트 앞에서 난동을 부리고 던전으로 들어가셨다는....”


보고를 듣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가주, 에밀리는 비싸기 짝이 없는 책상을 때려 부순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의자를 밖으로 차 버리는 등 눈에 보이는 집기를 다 때려 부수며 날뛰기 시작했고 이 난동은 다행히도 서둘러 스탄을 불러온 집사 덕분에 저택이 통째로 무너지기 전에 끝났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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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4 19.04.29 88 0 10쪽
16 2-3 19.04.25 81 0 11쪽
15 2-2 19.04.23 82 0 10쪽
14 2-1 19.04.19 79 1 11쪽
13 1-12 19.04.18 84 2 11쪽
12 1-11 19.04.18 84 0 14쪽
11 1-10 19.04.16 89 0 11쪽
10 1-9 19.04.15 89 0 10쪽
9 1-8 19.04.13 103 0 8쪽
8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0 1 9쪽
7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6 1 12쪽
» 도망을 쳤다. 19.04.05 152 2 14쪽
4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4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2 2 11쪽
2 어딘가로부터 19.04.01 221 2 9쪽
1 프롤로그 - 어느 가출 소년 19.04.01 266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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