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rvanas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흑우b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0
최근연재일 :
2019.05.02 21:4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68
추천수 :
16
글자수 :
83,580

작성
19.04.09 13:00
조회
113
추천
1
글자
11쪽

남겨진 레온은

DUMMY

레이지가 떠난 후 레온은 그저 멍하니 자리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좀 전부터 저 멀리서부터 울려 퍼지는 굉음과 진동들을 느끼며 좀 전의 일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저 레이지가 원망스러웠다. 한 번도 싸우는 법을 배워본 적도 없고 이제 아홉 살에 불과한 자신을 괴물에게 던져놓고 맞서 싸우지 못했다고 겁쟁이라고 말하는 게 제정신이 아닌 놈이라고 욕했다.


자신을 만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그가 겨우 이 짧은 시간에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고 너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단정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 어두운 던전이 자신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인 걸까? 생각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의 말이, 그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점점 더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기사.”


레온은 기사가 되고 싶었다. 부모에게 조차 버림 받고 괴물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자신을 지켜준 지금의 아버지처럼 멋지고 강한 기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성공해서 자기 때문에 부상을 입은 채로 여관 일을 하는 아버지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다.


레온은 커다란 덩치에 자신이 아는 사람 중 누구보다 힘이 세고 멋진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괴물 앞에서 자식을 내팽개치고 도망치다가 죽은 자신의 친부를 떠올렸다.

만약에 자신이 그런 사람들의 자식이 아니었다면 고블린에게 맞서 싸울 수 있었을까?

만약에 자신이 아버지의 친자식이라서 아버지처럼 덩치도 크고 마음도 강했다면 공포와 맞서 싸울 수 있었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정은 가정에 불구하며 결국에는 냉정한 사실만이 남는다. 레이지가 해준 말이 옳았다. 자신은 기사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재능도 없고, 용기도 없다. 레온의 마음속에 포기라는 단어가 가득 채워졌다.


“아빠 보고 싶다.”


그 순간이었다. 무릎을 껴안고 앉고 거기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레온은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소리가 멈췄어?”


그리고 주변을 밝게 비춰주던 횃불과 등들이 일제히 꺼져버렸다. 곧 다시 불이 들어오며 빛을 되찾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작된 침묵에 레온은 불안에 떨었다.


저벅저벅


다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까와 같은 굉음이 아닌 무언가의 발걸음 소리였다. 소리로 판단하기에 한 둘이 아닌 것 같았다. 레온은 처음에 사람을 떠올렸다.


‘헌터들인가?’


그리고 곧 머리에 새로운 단어가 떠올랐다. 레온에게 공포로 남은 존재 고블린도 두 발로 저런 소리를 내며 걸으리라. 벽에 붙어서 몸을 숨기려고 하였지만 마땅히 숨을 만한 장소도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레온은 레이지가 했던 말을 생각하며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분명히 몬스터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줬다고 했어. 사람일거야.’


이 믿음에 힘을 보태는 것이 있었다. 레이지가 무얼 했는지 모르겠지만 좀 전부터 자신의 주변을 감싸는 따듯한 어떤 기운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겨우 마음을 진정한 레온은 자신에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실제로는 짧았으나 레온에게 마치 억겁과도 같이 길게 느껴진 시간을 견뎠다. 그리고 마침내 레온은 발소리를 낸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발소리의 주인 벨과 그 일행들, 칠흑의 날개단은 이 위험한 던전에 무장도 없이 혼자 있는 어린 소년, 레온을 발견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웬 꼬마? 무슨”


“꼬마야 괜찮니?”


긴장이 풀린 레온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란 벨과 그 일행들이 그에게 다가갔다.


“너 혼자 온 거니? 보호자는 없어?”


“어머 얘 피가 묻어 있잖아? 어디 다친 거야?”


레온을 걱정하며 물어보는 그들은 좋은 사람으로 보였기에 레온은 완전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에 꽤 곤란해졌다.


“꺄아아악 이거 봐 고블린 시체가 있어.”


“완전히 터져서 죽었어. 마법인가? 무슨 방법으로 죽였는지 상상도 가지 않아.”


“꼬마야 저거 네가 혹시 한 거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완전 평범한 꼬마로만 보이는데.”


“그러면 혹시 누가 했는지 봤니? 그리고 여기 어떻게 들어와 있는 거야?”


바로 레이지가 죽여 버린(말 그대로 폭사 시켜버린) 고블린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레온은 오늘 하루동안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갑자기 오라를 사용하는 기사로 보이는 남자에게 던전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는 핑계로 무작정 따라왔던 일,


남자에게 제자로 삼아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자신을 시험해 보겠다며 고블린에게 던져진 일, 고블린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재능은 없고, 겁만 많다는 얘기를 들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다시 생각하자 그만 울컥해서 눈물이 찔끔 나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벨과 일행들은 레온이 무언가 심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딱히 오해도 아니었다.) 그리고 안쓰럽게 쳐다보고는 말했다.


“나는 헌터 벨이야. 지금 웬 미친놈이 나타나서는 던전을 부수지를 않나. 갑자기 멀쩡한 횃불이 꺼지지를 않나. 느낌이 좋지 않아. 그래서 지금 우린” 여기를 빠져 나가는 중인데 같이 갈래?”


레온은 좋다고 대답을 하려다가 문득 레이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차피 나가려고 해봤자 소용없을 테니 헛수고 하지 말고.’“저기.”


레온은 그에 대해서 벨에게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벌어졌다. 벨이 일어나지 않는 레온을 안아들자 갑자기 레온을 감싸주던 따듯한 기운이 일제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황한 레온이 말을 멈추자 벨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뭔가 착각했나 봐요.”


그리고는 자신의 꼴을 알아챈 레온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말했다.


“그리고 저 내려주세요. 혼자 걸을 수 있어요.”


벨이 레온을 두 팔을 등과 허벅지에 대고 안아드는 전문 용어로 ‘공주님 안기’로 그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벨과 그를 지켜보던 일행들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벨은 레온의 바람대로 레온을 땅에 내려주었고 이제 슬슬 이동을 시작하려고 했다.


-쿠르르르릉


갑자기 커다란 굉음과 함께 던전이 흔들렸다.


“꺄아아악.”


“무슨 던전에 지진이라도 난 거야?”


흔들림은 길지 않았고 곧 멈췄다.


“이제 멈췄나 보네. 서두르자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그 말을 한 찰나였다.


-쿠르르르르르릉


크레이크 시에 위치해서 ‘크레이크 던전’이라는 개성없는 이름을 가진 이 던전은 모든 던전들이 그러하듯이 신기한 건축물이었다. 마치 지하로 향해 솟아 있는 탑과도 같이 생긴 이 건조물은 최상층부터 최하층 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있었고 튼튼했‘었’다.


그러나 오늘 하루 동안 받은 충격과 데미지가 너무 많았다. 레이지는 빠르게 던전을 내려가기 위해서 이 던전의 바닥을 수십 장은 박살내면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는 최하층에서 흑룡과 싸우며 15미터에 달하는 흑룡을 바닥에 쳐 박고 벽에 내던지며 다시 한 번 충격을 주었다.


그 충격들은 하중을 견뎌내는 기능을 하는 기둥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혔다. 만약에 이곳이 던전이 아니라 일반적인 건물이었다면 진즉에 무너졌으리라. 다행이도 이 장소는 일반적인 물리현상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마도 인류가 아직 닿지 못한 강력한 마법이나 모종의 힘으로 유지되는 ‘던전’이었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에도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고 지금 이 장소는 아슬아슬하게 그 경계에 서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폭삭 주저앉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좋지 않은 징조들이 여기 저기서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조금씩이지만 무너지고 있는 곳들도 있었다. 칠흑의 날개단처럼 다른 헌터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이곳을 빠져나가고 있었고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하지만 판단이 옳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저 바다 건너 동방의 말 중에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노력과 자기 실력보다 운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저 말이야말로 이 불행한 사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그냥 레온과 벨이 말 그대로 재수가 없었다.


-쿠르르르릉


레온의 발밑의 바닥이 꺼져버린 것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 상황에 반응한 사람은 일행 중에 가장 실력이 좋았던 벨뿐이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벨의 실력은 이 중에서 제일 나았을 뿐 그렇게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다. 결국 레온을 잡아채지 못한 벨은 구멍으로 뛰어 들었다.


“꺄아아아아악.”


“안돼!”


“베에에에에엘.”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둘의 의식이 꺼졌다.


“끄으으응.”


떨어지면서 계속 이어진 충격들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레온이 불쾌한 축축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레온은 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레온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던지던 벨을 떠올렸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그를 깨울 필요가 있었으므로 기절한 것으로 보이는 벨에게 다가간 레온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구멍에서부터 한참을 떨어진 것에 비해 너무 멀쩡한 자신의 모습과 대조되게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의식을 잃은 벨을 보았다. 그를 보고 좀 전에 벌어졌을 상황을 깨닫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벨, 괜찮아요? 벨!”


벨의 상태는 의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레온이 보기에도 자못 심각해보였다. 유일한 보호 장비였던 가죽 갑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고 그나마 가죽 갑옷이 보호하지 않았던 곳들에는 돌 조각들이 박혀 있었으며 ,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해 보이는 곳은 헬멧을 쓰지 않은 머리였는데, 벨의 머리에서 선혈이 계속해서 새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뇌수가 나오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레온은 너무 당황해서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키키키키키킥.”


무언가 웃는 듯한 그 소름끼치는 소리에 레온의 전신에 닭살이 돋았다. 그리고 등 뒤가 식은땀으로 인해 축축해졌고 마찬가지로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으로 인해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레온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끔찍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야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저 소름끼치는 소릭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키키킥.”


고개를 돌려 마주한 곳에는 레온보다 머리 하나는 커 보이는 녹색 피부를 가진 어떤 괴물이 서 있었다. 그리고 레온은 차오르는 공포 그저 쳐다만 볼 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키킥.”


왜냐하면 자신의 눈앞에서 비웃음 섞인 시선을 자신을 내려보는 저 괴물은.


“고블린.”


레온에게 공포가 형상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두근 두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나니, 어딘가로부터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2-5 19.05.02 68 0 12쪽
17 2-4 19.04.29 89 0 10쪽
16 2-3 19.04.25 82 0 11쪽
15 2-2 19.04.23 82 0 10쪽
14 2-1 19.04.19 79 1 11쪽
13 1-12 19.04.18 85 2 11쪽
12 1-11 19.04.18 84 0 14쪽
11 1-10 19.04.16 89 0 11쪽
10 1-9 19.04.15 90 0 10쪽
9 1-8 19.04.13 104 0 8쪽
8 그리고 레이지는 19.04.10 111 1 9쪽
» 남겨진 레온은 19.04.09 113 1 11쪽
6 마룡 등장! 19.04.08 137 1 12쪽
5 도망을 쳤다. 19.04.05 152 2 14쪽
4 던전으로 (190420 수정) 19.04.04 194 2 13쪽
3 돌아왔으나 19.04.02 222 2 11쪽
2 어딘가로부터 19.04.01 221 2 9쪽
1 프롤로그 - 어느 가출 소년 19.04.01 266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