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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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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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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5.09.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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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8쪽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4)

DUMMY

다음날 아침.

셰릴과 네이엔느가 마련해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 일찍 시라는 혼자 복도로 나오고 있었다. 레이와 시즈는 아직 깨지 일어나지 않았다. 이틀 동안 밤낮으로 말을 달리고 난 뒤였으니 내버려 둔다면 둘 다 늦게까지 곯아 떨어져 있을 것이다.


혼자 방 밖으로 나와 시라 역시 뻐근한 목을 좌우로 움직였다. 겨울로 들어서기도 했지만 규모에 비해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썰렁한 공기로 가득 차 있는 복도를 걸어가며 그는 한 쪽 팔을 뒤로 돌렸다.






탑의 형태를 띄고 있는 여관 꼭대기에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붙어 있다. 밖으로 나와 수 십 개의 계단을 걸어 끝까지 올라와 전망대 한 쪽에 서자 바람이 머리 위로 불어 닥치며 머리칼을 흩날렸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시라는 여관 주변 전체를 내다 보았다. 대략 칠층 정도 높이였지만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했는지 그것보다 훨씬 멀리 그리고 자세히 주변을 볼 수가 있었다.

바위에 기댄 것처럼 형성되어 있는 여관 한 쪽 벽을 제외하고 삼면이 틔여 보인다. 어제 남자들과 만났던 장소도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보고 자신들을 찾아 냈을 것이다. 전망대 한 쪽에 몸을 기대며 정신이 좀 나게 하기 위해 시라는 크게 숨호흡했다.


이 여관에서부터 시작되어 마을은 여관의 뒤로 펼쳐져 있었다. 국경 밖에 있는 마을치고는 상당히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거대한 호수와 나루터를 끼고 있었으니 마을은 오랫동안 번창했을 것이다.


호수와 어우러져 있는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시라는 어제 아스드로 보낸 전언을 생각했다.

편지는 지금쯤이면 엘리어트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거기에 백색 머리칼의 여자에 대해서는 쓰지 않았다. 뚜렷한 실체가 없으니 지금으로선 말을 꺼낼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헤리나에 대해서는, 기다려 보자고 했고 말한대로 당분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셰릴과 함께 한 지도 꽤 된 것 같은데 여자에게 그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면 앞으로 며칠 사이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엘리어트들이 젤른에 갔다 돌아올 때까지 최소한 열흘은 걸린다. 그럼 넉넉히 잡아 자신들로도 그 정도가 기한이다. 여기 있을 시간은 그 정도가 최대다.


‘편히 생각하는 수밖에.’


사실 젤른에 따라 가지 못한다고 해도 랭더발이 어디서 어떤 일을 터뜨릴지 모르니 하루라도 빨리 아스드로 돌아가는 게 맞지만 그 점은 일단 제쳐 둘 수 밖에 없었다. 아스드 쪽은 거기 있는 아스드와 글레린의 기사들을 믿어 두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호수 위로 햇살이 비치며 날이 조금씩 밝아왔다.







빙빙 둘러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 그는 일층으로 내려갔다. 어제와 달리 일층 방 안쪽에서 인기척이 반 정도뿐이다. 일부 용병들은 맡은 소임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위에서 그들이 어디 어디를 지키고 있는 지도 이미 확인할 수 있었는데 누군가 이 여관으로 접근한다면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게 사각을 만들지 않고 남자들은 보초를 서는 위치를 정해놓고 있었다.

어제 자신에게 덤벼든 남자들을 보면 그리 약한 편도 아니고 경비도 제대로 설 줄 알았으니 셰릴들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그리 어설픈 용병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용병들이 쓰는 방을 지나쳤다.


몇 걸음 더 가자마자 자리에 서서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셰릴이나 네이엔느들은 어제 노인을 봤던 한 층 위를 숙소로 쓰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엔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아니면 혹시 밖으로 나갔는지, 그가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는데 반쯤 열린 출입문 저쪽에서 얘기 소리가 들려왔다.


걸어가 그는 출입문을 옆으로 밀었다. 여관 출입문 앞으로 열 걸음쯤 떨어진 마당 한 가운데 네이엔느가 서 있었다.


등을 돌리고 있어 뒷모습만 보였는데 그녀는 남자들 서너 명과 얘기 중이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남자들은 용병은 아닌 것 같고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손님인 듯 보였다. 이런 곳에 찾아올 손님이 있다는 게 의외였지만.


무슨 얘기 중인지 남자들의 분위기가 사뭇 무거운 걸 보고 문을 붙잡은 채 서서 잠시 시라는 그녀 쪽을 응시했다.

희멀겋게 생긴 남자들 셋으로 표정이 진지했고, 싸움을 걸러온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간혹 목소리가 그가 있는 곳까지 들릴 정도로 커졌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가까이 가보려고 시라가 걸음을 떼는데 마침 얘기가 끝났는지 남자들이 네이엔느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있었다. 목소리는 컸지만 그걸 보니 무례하게 군 건 아닌 듯 했다.


남자들이 몸을 돌려 여관 앞마당을 빠져 나가는 동안 그들을 배웅하듯 자리에 서 있다가 잠시 후 네이엔느가 돌아섰다. 무심코 내쉰 한숨과 함께 돌아서던 그녀가 그제야 시라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목례를 하는 그녀에게 마찬가지로 그가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아직 다들 자고 있을텐데..”

교대로 여관 주변을 호위하는 용병들 절반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아직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식사 준비는 곧 될 거에요.”

혹시 배가 고프진 않나 싶었는지 그녀가 덧붙였다.

식당은 여관 뒤쪽에 별채처럼 따로 붙어 있었는데 셰릴과 디에나, 그리고 아릴이 거기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신경쓰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시라는 남자들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턱짓을 했다.

“누굽니까?”

시라가 남자들을 본 걸 알고 네이엔느는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이 여관 주인이에요.”

시라가 눈썹 한 쪽을 으쓱했다.

“주인이 있는 곳이었습니까?”

당연히 비어있는 곳 인 줄 알았다.

“있으면 어디 가고 여길 빌려줘요?”

“국경 안으로 이미 이주한 사람들이에요. 여관은 이제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쉼머의 국경선이 바뀐 이후로 오래 전부터 조금씩 마을 사람들은 국경 안으로 이주해갔다. 아까 찾아온 남자들은 오랫동안 이 여관을 운영해오던 자들이었는데 국경선이 바뀌고 난 뒤에 점점 손님이 줄어든데다 그들 자신들도 굳이 밖에서 위험하게 장사를 계속하고 싶어 하지 않아 최근에 국경 안으로 들어간 일가였다.

그들이 국경선 안으로 이주를 결정할 때쯤 시기 적절하게 셰릴들이 이 마을로 찾아왔다.


“그런데 찾아와서 뭐라고 한 겁니까?”

비어있는 여관을 빌려준 거면 굳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게, 공짜로 빌려준 건 아닌 모양이라서요.”

난감한 기색으로 네이엔느가 대꾸했다.


사실 어차피 비우고 떠날 여관이었고 여관 주인들이 며칠 짐을 옮기는 동안 여관을 지켜주는 대신 사용을 허락받았다고 생각해 서로간에 운이 좋았다고 여겼는데 이제 찾아와 그들은 대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무심코 한숨 짓는 네이엔느를 보고 시라는 눈썹을 긁적였다.

“보아하니 단순히 값을 치르란 건 아닌 것 같던데요."

아까 남자들을 떠올렸을 때 그들은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나름 심각해보였다.

“그게 좀..”

길게 흘러내린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며 난처한 기색으로 네이엔느가 말을 흐렸다.

“뭐랍니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걸 알았을 텐데 의외로 집요하게 시라가 되묻고 있었다.


“호수 반대쪽에 마을 하나가 더 있어요.”

굳이 숨겨야 되는 얘기는 아니라 망설이다가 네이엔느는 말했다.

“거기에 친척들이 사나 봐요.”

“그런데요?”

“거기도 여기처럼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국경 안으로 이주해 들어갔고, 육로로 이어져 있는 곳이 아닌데 들어가는 배편도 이제 나흘에 한 대 뿐이거든요.”

그 배가 오늘 아침 떠났는데 배편을 놓치고 남자들은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서요?”

“거기로 갈 배 한 척을 빌려달래요.”

시라의 눈썹 한 쪽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쓰지도 않는 여관을 빌려준 대가론 과하네요.”

“네..”

동감인 듯 대꾸하는 네이엔느를 보며 시라는 다시 물었다.

“어쩔 겁니까?”

걱정은 되겠지만 동의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

“모르겠어요. 일단 생각해본다고 했는데..”


“장사를 다녀서 맺고 끊는 건 확실히 할 줄 알았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단박에 거절하긴 어려워요. 신세지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녀는 덧붙였다.

“말미를 달라고 했으니 값을 치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려고요.”

그러면서 다시 한숨을 내쉬는 걸 보고 시라가 미소지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지독하게 구는 장사치들을 그는 수도 없이 보았다. 상단에 있으면서 그녀는 인정에도 끌릴 줄 아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러니 기하족을 도와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배는, 가지고 있긴 합니까?”

엷게 미소지은 채 가볍게 그가 다시 물었다.

“여기 올 때 타고 온 배를 나루터에 두었어요.”

“아까 그 자들 배를 갈취하려 하진 않겠죠?”

살짝 안색이 굳어져 시라를 보다가 이내 농담이라는 걸 알고 네이엔느가 피식했다.

“돌아갈 때까지 거기서 움직이게 할 일은 없게 해야죠.”

그녀는 출입문 안쪽을 가리켰다.

“들어가세요. 아침 준비가 다됐을 거에요.”

“아.. 전 잠깐만 있다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걸음을 떼는 그녀를 향해 손을 반쯤 내보이며 시라는 말했다.

"먼저 들어가세요."

의아한 듯 쳐다보자 그는 덧붙였다.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바로 따라 갈게요.”

더 권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네이엔느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문 안으로 네이엔느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 보다가 시라는 걸어가 여관 오른쪽으로 둥글게 이어진 벽을 따라 뒤로 갔다.

꺾여진 돌벽을 따라 뒤로 돌아가니 벽에 기댄 채 오크통이 잔뜩 쌓여 있었다.


“몰래 엿듣는 건 실례 아닌가?”

오크통을 향해 그가 말했다.

잠시 후 오크통 뒤에서 머리 하나가 쓱 올라왔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걸어나온 청년이 귀까지 붉어져서는 머리를 숙였다. 시라는 그를 유심히 보았다. 어제 백색 머리 여자를 옆에서 쩔쩔 매며 달래던 청년이었다.


“랄페르 양에게 듣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직접 물어야 하지 않겠어?”

그를 향해 말하자 청년이 더욱 머리를 숙였다.

“다신 안 그럴께요.”

그 모습을 보다가 시라는 오크통 뒤쪽으로 다시 시선을 주었다. 웨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지켜봤다.


“안 그러겠다니 알겠어. 그럼 들어가자.”

별 말없이 시선을 돌리며 시라는 웨이를 향해 말했다.

“아침 준비 다 됐다고 하던데.”

“아.. 전 좀 있다가요. 잠깐만 있다가.”

친절히 알려주는 소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웨이가 대꾸했다.

"그래?"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 시라는 응시했다.

"알았어."

그러나 별 말 없이 그는 그대로 왔던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휴...”

시라가 사라지자 오크통 뚜껑을 손으로 짚으며 웨이는 몸을 지탱했다.

“갔어.”

그러면서 그가 말했다.


아까 시라가 보던 오크통 뒤쪽이 조금 들썩이는 것 같더니 곧 헤리나가 고개를 쓱 내밀었다.

“갔어?”

두리번거리며 그녀가 확인했다.

“응.”

남자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걸 보고 헤리나가 그제야 몸을 웅크리고 있던 오크통 뒤에서 앞으로 나왔다.


“괜히 친한 척이야. 남이사 밥을 먹든 죽을 쑤든.”

“그러길래 왜 엿들어?”

투덜거리는 그녀를 향해 웨이가 작게 말했다.

“랄페르 양을 엿들어서 뭐가 좋다고.”

“내가 먼저 엿들은 거 아냐. 내가 먼저 나와 있었다고.”

사람들 눈에 띄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괜히 신경이 쓰여서 이른 시간에 그녀는 누가 잘 오지 않는 여관 뒷쪽 마당을 산책하듯 돌아다니곤 했다. 오늘 아침에는 그러고 있는데 네이엔느에게 손님이 찾아온 것 뿐이다.


“셰릴도 웃겨. 아무한테도 들키지 말래 놓고 외부인을 끌어들이면 어쩌자는 거야?”

어제 찾아온 남자 중 한 명이 시라가 나타나는 통에 얼결에 숨어 놓고는 생각해보니 부아가 치미는 지 그녀는 말을 쏟아 부었다.

"그럴 거면 난 왜 숨어 있어야 하는 거고?"


“그 사람들은 우리 도와주려고 온 거라던데..”

화를 내는 헤리나를 향해 작게 웨이가 다시 말했다.

그들 세 사람에 대해서는 웨이의 경우 아릴에게 대충 얘기를 들었다. 아릴이 하는 얘기는 전혀 듣고 싶지 않아 하는 헤리나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겨우 세 명으로 도움은 무슨.. 여기도 용병이 넘쳐 나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인지 철통같이 여관을 지키면서 또 사람을 끌어들인 게 정말이지 헤리나는 신물이 났다.


“갇혀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만 이게 뭐냐고.”

웨이와 함께 마을을 떠나온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다. 그 동안 사람들 눈에 띄이는 걸 피하기 위해 내내 어딘가에 갇혀 있었다. 여기 와서도 이 여관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작은 마을이었다고 해도 산으로 들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돌아다녔던 그녀였다. 이렇게 갇혀 있으니 나날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그럼 어쩌지..”

그녀라면 정말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웨이는 염려 가득한 얼굴이 되고 있었다.

“어쩌긴. 잠깐 나갔다 와야지.”

“뭐? 안돼 그건.”

“그냥 바람이나 쐬려는 거야.”

화뜰짝 놀라 손사레 치는 그를 향해 새침하게 헤리나는 다시 말했다.

“정말 미치기 전에.”

“그래도..”

그녀가 한다면 정말 하는 걸 알고 있는 웨이는, 마을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왔을 때 쓴 방법 덕에 아직 헤리나 앞에서 주눅 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상을 했다.

그 모습을 헤리나가 힐끔 쳐다봤다.

“안 들키면 되잖아.”

무뚝뚝하게 그녀는 말했다.

“아무한테도.”

“어떻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생각해야지.”

“내가?”

"그래. 네가."

목소리가 의미심장했다.

“이번에도 지난 번처럼 하면...”

사납게 노려보는 눈빛에 웨이가 움찔거렸다.

“이번엔 나 진짜 안참아.”


풀이 죽어서 시무룩하게 웨이가 대답했다.

"알았어."

그 생각에도 헤리나가 지금껏 오래 참기는 했다. 여기서 말렸다간 어느 순간 폭발할지 모르고 그 때는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몰래 나갔다 오지..’

헤리나가 한다고 하면 하는 거였다. 방법을 생각하는 건 늘 자기 차지였던 건 마을에서나 여기서나 변함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제 머리를 싸매고 여관에서 몰래 나갔다 올 방법을 생각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시라와 레이, 시즈 세 사람은 대부분을 여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역시 헤리나라는 여자에게서 별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시즈가 아릴과 함께 그녀 주변을 서성이며 분위기를 살피는 것 같았지만 특별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사이에 여관 주인이라는 남자들이 네이엔느를 한 번 더 찾아온 거 외에는 무료한 일상이 지나가고 있었다.


“닷새도 더 지났는데..”

지루하게 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가 창가에 턱을 올린 채 레이는 길게 푸념했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

“좋지 뭐.”

“너나 좋지. 꼬맹이 아가씨랑 노닥거리느라.”

“내가 언제?”

“요새 매일 붙어 다니더구만 뭐.”

심드렁히 덧붙이며 창가에서 떨어져 레이는 침대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거기다 대고 몇 마디 더 해줄까 하다가 단념하고 시즈는 조금 전 레이가 차지하고 있던 창 앞으로 가 창틀 위에 걸터 앉았다.

밖을 내다보니 겨울의 황량한 풍경과 함께 회색 하늘이 보였다.

“젤른은 어떻게 됐을까?”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 하늘을 응시하며 시즈가 중얼거렸다.


“결판 났겠지.”

아무 의욕도 없다는 듯 침대에 양 팔을 벌리고 누워 있다가 레이가 대꾸했다.

“길게 끌었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매를 보내보면 안 돼?”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아무래도 궁금해서 시즈가 되물었다.


“싸움이 끝나면 연락해 달라고 가슈한테 말해뒀어.”

떠나기 전에 벌써 가슈에게 당부해 뒀던 걸 떠올리며 레이는 천장 한 쪽을 무심히 응시했다.

“연락 안 오면 큰 일 난 거라고 봐야지.”

“설마 우리가 지진 않을 거잖아.”

“누가 알겠냐. 어떻게 될지.”

젤른이 소영주국이었기에 그쪽으로 많은 병사들이 올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싸움이든 승패를 확신할 수 있는 싸움은 없었다.


“역시 나라도 그 쪽을 따라갈 걸 그랬나?”

그렇게 말하니 걱정되기도 하고 와서보니 자신이야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시즈는 혼자말을 했다.

“여기 와서 제일 좋다고 휘젓고 다닌 녀석이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나 안 그랬다니까.”

“너 하나 거기 따라간다고 뭐가 바뀌냐.”

발끈하는 시즈를 향해 헛소리 말라는 듯 레이는 응수했다.

“대장이 맡긴 일이나 잘 해.”

시즈는 움찔했다.

“그러고 싶은데 아무 것도 안하니까 그렇지.”

못마땅했지만 맞는 소리라 작게 투덜대며 시즈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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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하트의 반(VAN) - 2-28 덫(2) +2 15.06.14 774 16 15쪽
259 하트의 반(VAN) - 2-28 덫(1) +6 15.06.08 801 26 13쪽
258 하트의 반(VAN) - 2-27 전야 +10 15.06.05 759 25 21쪽
257 하트의 반(VAN) - 2-26 변증(7) +4 15.06.02 779 23 15쪽
256 하트의 반(VAN) - 2-26 변증(6) +6 15.05.14 819 31 31쪽
255 하트의 반(VAN) - 2-26 변증(5) +8 15.05.10 800 29 22쪽
254 하트의 반(VAN) - 2-26 변증(4) +6 15.05.10 644 30 18쪽
253 하트의 반(VAN) - 2-26 변증(3) +6 15.05.06 982 29 22쪽
252 하트의 반(VAN) - 2-26 변증(2) +6 15.05.03 680 29 20쪽
251 하트의 반(VAN) - 2-26 변증(1) +6 15.04.30 869 27 15쪽
250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3) +8 15.04.28 840 27 14쪽
249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2) +2 15.04.26 704 28 18쪽
248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1) +4 15.04.24 807 24 12쪽
247 하트의 반(VAN) - 2-24 바하 +8 15.04.23 813 32 23쪽
24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5) +4 15.04.21 679 34 8쪽
24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4) +10 15.04.20 814 34 16쪽
24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3) +8 15.04.19 741 29 17쪽
24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2) +6 15.04.18 815 28 14쪽
24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1) +9 15.04.16 882 33 29쪽
241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0) +10 15.04.14 931 34 25쪽
240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9) +7 15.01.29 1,248 40 14쪽
239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8) +2 15.01.28 892 30 18쪽
238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7) +6 15.01.25 1,062 33 17쪽
237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6) +4 15.01.20 850 35 20쪽
23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5) +4 15.01.16 1,035 38 13쪽
23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4) +4 15.01.16 983 31 13쪽
23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3) +2 15.01.14 1,237 40 23쪽
23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2) +4 15.01.09 1,131 35 12쪽
23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 +5 15.01.08 1,031 33 12쪽
23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1) +4 15.01.07 1,206 47 7쪽
23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0) +4 15.01.05 1,081 33 7쪽
22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9) +6 15.01.05 1,459 93 14쪽
22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8) +4 15.01.02 1,099 38 14쪽
22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7) +7 15.01.01 1,089 32 22쪽
22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6) +7 14.12.30 1,058 38 23쪽
22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5) +10 14.12.28 1,014 40 10쪽
22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4) 14.12.27 1,079 37 14쪽
22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3) 14.12.25 1,082 38 16쪽
22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2) +6 14.12.23 1,102 37 12쪽
22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1) +6 14.12.22 1,266 40 15쪽
22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0) +4 14.12.19 1,181 32 15쪽
21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9) +2 14.12.18 1,082 35 10쪽
21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8) +8 14.12.18 1,396 41 25쪽
21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7) +2 14.12.16 1,313 33 14쪽
21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6) 14.12.15 1,049 35 23쪽
21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5) +2 14.12.14 1,149 31 12쪽
21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4) 14.12.13 1,153 34 14쪽
21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3) +2 14.12.10 1,348 40 17쪽
21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 +6 14.12.09 1,213 43 11쪽
21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 +6 14.12.07 1,221 40 17쪽
210 하트의 반(VAN) - 2-21 필센(9) +4 14.12.06 1,052 38 19쪽
209 하트의 반(VAN) - 2-21 필센(8) +6 14.12.04 967 37 9쪽
208 하트의 반(VAN) - 2-21 필센(7) +2 14.12.04 1,148 37 15쪽
207 하트의 반(VAN) - 2-21 필센(6) +4 14.12.02 1,108 36 7쪽
206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6 14.12.01 1,478 39 19쪽
205 하트의 반(VAN) - 2-21 필센(4) +2 14.11.28 1,059 37 11쪽
204 하트의 반(VAN) - 2-21 필센(3) 14.11.27 952 39 8쪽
203 하트의 반(VAN) - 2-21 필센(2) 14.11.26 1,044 42 22쪽
202 하트의 반(VAN) - 2-21 필센(1) +2 14.11.25 2,019 44 10쪽
20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3) 14.11.23 1,222 44 19쪽
20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2) +2 14.11.21 1,600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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