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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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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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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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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하트의 반(VAN) - 2-26 변증(6)

DUMMY

겨울로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 밤은 유독 더 길게 느껴진다. 머리 위로 떠 있는 달이 어느 때보다 크고 밝아 야영지 전체가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회의가 끝날 때를 기다리며 가슈는 막사 밖에 서 있었다. 방금 전에 시라가 돌아온 뒤 안에서 잠깐 얘기 하다가 바람이나 좀 쐴 겸 그는 혼자 밖으로 나왔다.

막사 바로 옆에 튀어 나와 있는 야트막한 바위에 비스듬하게 기대선 채 그는 밤공기를 들이 마셨다. 바람이 없어서 싸늘한 공기가 춥다기 보다 상쾌했다.


막사 안에서는 시즈와 길더가 시라를 향해 얘기하는 소리가 둔탁하게 밖으로 새어 나온다. 웅얼거리면서도 높아지는 시즈의 음성에 저 녀석은 여간해선 지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서너 개 쯤 떨어진 막사에서 이엘과 피아가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여자들이 쓰는 막사는 여기서 가깝지 않았지만 낮과 달리 주변에 인적이 없어서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는 게 한 번에 눈에 들어왔다.


“어딜 가십니까?”

누가 보고 있는 건 알지 못했는지 나오면서 서로 뭐라고 속닥이는 두 사람을 향해 가슈가 말을 던졌다. 그제야 두 사람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센스테인의 영주님께 잠시 다녀오려고요.”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그를 향해 곧 이엘이 대답했다.

“아버님의 오랜 친우셔서, 여기 오셨다길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작센스테인은 아스드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는데 거기 영주가 아스드의 트슈레프 영주와 젊은 시절 전장을 함께 했던 전우였다.


“이 밤에요? 아니 그것보다 지금 회의에 참석하셨을 텐데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회의가 한창이니 막사에는 기사들만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지금 와달라는 전갈이 왔다.


“그래요?”

별 일이라고 생각하며 가슈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까지 와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했지만, 뭐 영주들 속이야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런데 두 분만 가십니까?”

다른 기사들을 대동하지 않고 지금 두 사람 뿐이다.

“야영지 안이고 여긴 기사님들만 계시니 괜찮을 것 같아서요.”

기사들도 피곤할텐데 굳이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일부러 아스드 기사들을 찾지 않았다.

“그래도 이 밤에 두 분만 가시는 건...”

작센스테인의 막사가 어디쯤인지 찾기 위해 고개를 길게 빼고 가슈는 야영지 여기저기를 쳐다봤다. 어디 있는지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같이 가시죠.”

어차피 바람이나 쐬러 나왔으니 잠시 두 사람을 데려다 주고 오자고 생각하며 그가 몸을 틀었다.







작센스테인의 영주가 머무는 막사는 아스드 막사를 기준으로 하면 야영지의 거의 끝에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잠깐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곧 뒤를 따라오기 시작한 두 사람과 달빛이 환히 비추는 야영지 사이를 걸어가며 가슈는 말을 했다.

“테이드에 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텐데.”

그제야 자신에게 하는 말인 걸 알고 지금까지 한 마디도 안하고 있던 피아가 고개를 들었다.

“거기서는 언제 죽을지 그 걱정만 하면서 지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아스드에 온 다음부터는 가만있을 때가 별로 없어서.. 쓸데없는 생각이 안 나서 좋은 걸요.”

숙부 내외에게 살해 위협을 받던 그녀였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쓸데없는 소리를 꺼냈다는 생각에 가슈는 뺨을 긁적였다.

“뭐.. 그것도 그렇겠네요.”

대충 말을 흐리며 그가 입을 다물자 사방이 다시 조용해 졌다. 아스드의 막사에서 일직선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세 사람이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길 옆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작센슈테인의 막사에 도착해 막사 앞을 지키고 있는 기사에게 이엘이 찾아온 용건을 말하고 있는 동안 방해가 되지 않도록 피아는 몇 발 떨어진 옆 막사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찾아온다는 말을 듣지 못한 건지 기사와 의외로 얘기가 길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기다리다가 피아는 막사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이엘의 뒤에 같이 있던 가슈까지 나서서 기사들에게 뭐라고 얘기 하는 게 보였다.


기사 한 명이 막사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기사가 두 사람에게 뭐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야 이엘이 그녀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피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전 여기 있을게요.”

밤이라 너무 크게 사방을 울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피아는 그녀에게 대꾸했다.


가슈를 만날 줄 모르고 이엘 혼자 보낼 수가 없어서 따라왔지만 그녀가 용건을 마칠 때까지 처음부터 밖에서 기다리려고 했다.

“이리 와요.”

그러나 혼자 둘 생각이 없었는지 이엘이 다시 말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자 이엘이 이쪽으로 몇 발작 걸어왔다. 오히려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피아는 서둘러 그쪽으로 걸음을 뗐다.


막사 하나를 지나쳐 이엘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마침 막사 밖으로 누군가 나왔다. 불쑥 밖으로 나오는 통에 움찔하며 부딪치지 않고 비키려다가 발이 걸려 그녀가 옆으로 비틀거렸다.

넘어지려는 그녀의 팔을 안에서 나오던 남자가 잡았다.

“죄송합니다.”

겨우 넘어지지 않고 서서는 서둘러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다 그녀는 자신을 잡아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남자를 순간 알아보고는 피아가 흠짓했다. 러셀 역시 그녀를 알아봤는지 살짝 멈칫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조심하십시오 아가씨.”

함께 막사 밖으로 나오던 이벨이 옆에서 가볍게 말했다. 러셀이 손을 놓았다. 눈을 내리 뜨며 피아가 옆으로 비켜섰다.

그녀를 지나쳐 이벨과 러셀이 곧 막사 저쪽으로 멀어졌다.


갑작스러운 마주침에 심장이 뛰어서 차마 눈을 들지 못하고 있다가 남자들이 멀어지자 그제야 피아는 고개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그녀는 남자들이 걸어간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피아.”

“렐츠린 아가씨.”

이엘과 가슈가 그녀 옆으로 걸어왔다.


“괜찮습니까?”

방금 전 상황을 보았는지 그녀를 향해 진지한 기색으로 가슈가 물었다. 피아가 끄덕였다.

“그냥 살짝 부딪친 거에요.”

가슈는 남자들이 걸어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쉐네드 기사들입니다.”

저쪽에 있다 그도 피아와 부딪친 그들이 누군지 알아봤다.


“보쇼의 성에서 마주쳤다고 했죠?”

질문에 살짝 가슴이 철렁해졌지만 애써 티내지 않고 피아가 끄덕였다.

“네.”

“러셀 로이어트.”

쉐네드야 이쪽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주요 영주국 중 하나였으니 헨터만에게 이미 칼릭스 제이더 공자와 같이 있는 네 사람에 대해 전해 들었다.


“왼쪽에 있는 자가 그 자일 겁니다. 쉐네드의 경비 대장.”

이제 저쪽으로 멀어지는 남자들을 보며 가슈는 말을 이었다.

“다른 한 명은 이벨 바이른. 쉐네드 출신이 아니라 저 자는 제이더 공자가 쉐네드로 돌아왔을 때 외부에서 데려온 자라더군요.”

“그래요?”

같이 이쪽으로 온 이엘 역시 피아가 성에서 마주쳤다는 그들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가슈가 하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남자들이 사라진 쪽을 쳐다봤다.


“설마 여기서 무슨 짓을 벌이진 않겠지만 만약 그자들이 맞다면 아가씨들은 가급적 마주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 피아의 경우 쉐네드 입장에서는 그들이 한 짓의 증인이 될 수도 있으니 더 그랬다. 이제 이벨과 러셀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며 가슈는 어깨 너머로 작센스테인의 막사를 가리켰다.

“그만 들어 가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이엘이 발을 뗐다. 피아 역시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발 걸어가다가 천천히 자리에 서서 잠깐 그녀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저쪽도 가만 있진 않는군.”

작센스테인의 바로 옆에 있는 레프틴의 막사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이제 쉐네드 막사 쪽으로 가면서 이벨이 말했다. 그들 역시 엘리어트와 함께 있는 자들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하고 있다.


“그러네요.”

같이 쉐네드 막사쪽으로 걸어가며 별다른 반응 없이 러셀이 응수했다.

“같이 있던 여자가 아마 트슈레프 공녀겠지?”

이벨은 가슈와 함께 있던 여자를 떠올렸다.

“여기까지 따라온 걸 보니 꽤 당찬 공녀로군.”

“그런가 보죠.”

“그런데 너랑 부딪친 여자는 누구야?”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아는 사이 아냐?”

이벨은 말했다.

“부딪칠 때 꽤 놀라는 것 같던데.”

“갑자기 튀어 나와서 그랬나 보죠.”

여자가 놀란 건 그렇다쳐도 살짝이지만 러셀도 멈칫하는 것 같았는데, 질문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그를 이벨은 옆눈으로 힐끔 쳐다보았다.

“그런가?”

그러나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모호하게 응수하며 그는 어깨를 폈다.

“제이더 님은 돌아오셨을까 모르겠네.”

“회의가 그렇게 빨리 끝나진 않을 걸요.”

무심히 대꾸하며 러셀은 우트와 반델포드가 기다리고 있는 막사 쪽으로 걸어갔다.







이엘이 작센스테인의 레테 영주와 얘기를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 사람을 다시 데려다주고 가슈가 막사로 돌아왔을 때는 제법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리고 막사로 들어오니 엘리어트가 돌아와 있었다.


“언제 왔어?”

안으로 들어오다 막사 한 가운데 서 있는 엘리어트를 발견하고는 아비크의 옆으로 가며 조용히 가슈가 물었다.

“방금.”

가슈가 돌아오기 조금 전에 엘리어트도 돌아왔다. 아비크의 옆에 서서 이제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얘기하는 엘리어트의 목소리에 가슈 역시 주의를 기울였다.





칼릭스 제이더와 신 카비안이 막사 밖으로 나간 뒤 그 뒤로 더 이상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영주국은 없었다.

파비앙이 랭더발 영주와 손을 잡겠다는 말을 꺼낸 뒤, 에들러 혈맹국에 속한 영주국들 대부분은 심각해 보이긴 했어도 크게 시간을 끌지 않고 그들 쪽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미 랭더발 편이 확실했던 두올린을 비롯한 몇 몇 영주국은 조금의 이변 없이 전부 그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렇게 초반에 생각보다 빠르게 영주국들이 손을 들어 이대로면 흐름이 완전히 랭더발 쪽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한 이후 회의장은 갑자기 정체에 빠졌다.


그것은 그 때까지 별 말 않고 있던 각 영주국의 최고행정관들이 하나 둘씩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영주들이 있는 자리였으니 먼저 나서기보다 행정관들은 신중하게 말을 할 기회가 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기사 생활을 했던 그들은 웬만한 영주보다 전쟁 경험이 많고 돌발 상황에 익숙했다. 그러니 랭더발이 말을 꺼냈을 때에도 일부 영주들보다 훨씬 동요가 적고 침착했다. 물론 랭더발의 제안은 누구라도 자신의 영주국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 얘기였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 그랬던 것은 처음에 나선 엘리어트 때문이기도 했다. 랭더발을 향해 엘리어트가 곧장 하는 얘기를 그들도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그의 얘기를 기억하며 회의장에서 최고 행정관들은 묵직하게 입을 떼기 시작했고 그 중간에 엘리어트도 거기에 섞여 몇 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엘리어트는 그들과 함께 회의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후부터는 단절된 것처럼, 더 이상 랭더발 편에 서겠다고 나서는 영주국들은 없었다.


“결국 반반이었습니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 이후로 한 두 곳이 더 손을 들긴 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 크게 동조하는 영주국들 없이 끝이 났던 걸 떠올리며 헨터만은 말했다.

“랭더발 편에 서겠다고 나선 곳도, 아직 결정을 유보한 것도.”

다른 일 때문에 처음에는 막사 안에 없다가 그는 엘리어트가 테튼 영주 앞을 막아섰을 때쯤 막사로 들어갔고 그 때부터 쭉 거기 있었다.

“반이면 그나마 다행이네요.”

길더가 말했다.

“다행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아직 결정을 못한 거지 다 우리랑 같다는 게 아니니.”

“근데요."

시즈가 끼어들었다.

"다 떠나서 이런 얘기가 나온 마당에 이제 수도에서도 가만 있지 않을 거 아니에요?”

엘리어트가 처음 들어와서 한 말처럼, 만약 랭더발이 이 북쪽 지방을 분리시키려고 한다면 수도에서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수도에서 왕실 기사단과 그들의 병사들이 랭더발로 진격해 올 것이다.

“그거야 지금 이 상황을 알 때 얘기죠.”

헨터만은 가볍게 말을 이었다.

“영주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아니 야영지 밖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이제 곧 많은 영주국에서 수도로 칙사가 갈 겁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생각하기 전에 당연한 얘기지만 영주국들은 제일 먼저 수도로 연락을 취하려 할 것이다.


“그들이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지 내기할까요?”


그러나 이만한 얘기를 꺼냈을 땐 랭더발도 그 만한 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각지에서 보내진 칙사들은 수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마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가서 전하는 건요?”

길더가 다시 말했다.

“우리가 자리를 비우면 아스드는 어쩌고요?”

“그럼 저 혼자라도 다녀 올까요?”

가볍게 길더가 다시 물었다.

“그럴 필요 없어.”

엘리어트가 말했다.

“수도에 도착한다고 해도 어차피 말을 전하기는 불가능할테니.”


길더나 아니면 다른 영주국에서 혹시나 수도에 도착한다고 해도 거기에는 랭더발과 끈이 닿아 있는 아시오트 글렌 후작이 있다.


아시오트 글렌 후작. 그가 랭더발의 계획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만약 이 모든 걸 알고 있다면 그의 야망도 랭더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다는 건..


“수도가 어떻게 나올지보다, 지금은 랭더발에 찬성하지 않은 영주들이 자기네 땅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 그 걱정부터 먼저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수도까지 걱정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며 레이가 말했다.

“자기네 편이 안 되면 보아하니 랭더발은 다 적이라고 할 것 같은데.”

“그렇게까진 염려 안 해도 될 겁니다 아마.”

헨터만이 다시 말했다.


랭더발이 단독으로 움직인다면 레이 말대로 될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지만 랭더발 옆에 지금 파비앙이 있다. 프레빈 영주가 옆에서 지키고 있는 이상 랭더발이 예전처럼 혼자 미쳐 날뛰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두 영주국이 정말 협력관계라면 파비앙 영주가 그렇게 하도록 가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레이 말대로 일단 여기서 아스드처럼 랭더발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 영주국은, 그대로 돌아가면 앞으로 아마 수도보다 먼저 검은 기사단의 표적이 될 것도 분명하긴 했다.

“그렇게 말할 거면 다른 영주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 당장 우리 걱정부터 해야할 걸.”

가슈가 말했다.

“지금 랭더발이 제일 눈엣가시로 여길 게 우리일테니.”

“우린 아니고 정확히는 엘리어트죠.”

농담처럼 헨터만이 말했다.

“사단을 낸 건 엘리어트 덕분이니까.”

농담처럼 말했지만 흘려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진짜 아스드로 처들어 올까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시즈는 염려스려운 얼굴이 되었다.

“설마..”

혼자말로 중얼거리다 그는 옆에 있는 시라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그는 별 말도 없이 가만있었다.

“케이우드 님.”

그가 시라를 불렀다.

“왜 한 마디도 안 해요?”

“아..”

생각에서 벗어나며 시라가 입을 뗐다.

“난 계속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뭐가요?”

“파비앙 영주 말이야.”

입을 열자 엘리어트와 헨터만을 비롯해 다들 자신을 향하는 시선에 그는 말했다.

“랭더발이 오기 전에 미리 안건을 얘기했잖아.”

“그래서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시라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들렸다.

“결국 첫 번째 안건은 두 번째 안건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었을 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리 얘기를 꺼내서 뜻을 같이 할 영주국이 어느 정도나 있는지 파악하게 해줄 필요는 없잖아.”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랭더발에 대항할 수 있는 영주국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는 방법이 된다.

“이쪽에서 대비할 시간을 준 게 된 셈인데, 그럴 이유가 없어.”

시라는 덧붙였다.

“파비앙이 정말 자발적으로 랭더발과 손을 잡고 있는 거라면 말이야.”

“듣고보니 그렇네요.”

거기에 대해서는 의외로 생각해 본 적 없었는지 파비앙 영주를 떠올리며 헨터만이 끄덕거렸다.

“하지만 파비앙 같은 대영주국의 영주가 랭더발에게 강제로 협력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영주의 의도가 좀 헷갈려서요.”

대답하며 시라는 엘리어트를 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이쪽을 보고 있는 그를 향해 시라가 물었다.












회의가 끝난 뒤 아스드와 비슷하게 각 영주국의 막사에서는 회의 결과에 대한 논의가 잠시 오갔다. 그리고 당장 랭더발과 맞설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어느 한 쪽으로 입장이 결정된 영주국들은 이제 다음 단계로 나갈 대비를 하기 위해 더 이상 시간을 끌 거 없이 자신의 영주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랭더발이나 파비앙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의가 끝나자 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랭더발은 이미 야영지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파비앙 역시 여기서의 볼 일은 끝났는지 막사로 돌아오자 마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들이 밖에서 돌아갈 채비에 분주한 동안 파비앙의 프레빈 영주는 혼자 막사 안에 있었다.

새벽이 되어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고 있었지만 등불 한 개가 막사 한쪽을 밝히고 있는 막사 안은 어두웠다.

여기서 일이 다가 아니었기에 막사 한 쪽에서 프레빈 영주는 파비앙으로 돌아가면 처리해야할 일에 관한 문서 몇 개를 읽고 있었다. 그러느라 소리없이 누군가 막사 안에 나타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문서에서 시선을 떼며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그제야 그는 한 쪽에 서 있는 엘리어트를 발견했다.

“자네로군.”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고 멈칫하는 듯 했지만 의외로 크게 놀란 것 같지 않은 기색으로 잠시 후 영주가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영주님.”

나직한 음성에 엘리어트는 그림자 속에서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놀라게 해드리려는 건 아닙니다만 꼭 물어야 할 게 있어서.”

길게 시간 끌지 않고 엘리어트는 곧장 물었다.

“혹시 협박 받고 계십니까? 랭더발에게.”


물끄러미 그를 응시하고 있다가 영주는 곧 조용히 대꾸했다.

“아닐세.”

그러나 대답의 저변에 잠깐이지만 희미한 망설임이 있었다.


“자네 이름은 전부터 나도 들었지.”

그 말이 진실이 아닐지 모른단 생각을 하는 동안 프레빈 영주는 조용히 말을 잇고 있었다.

“한 번 만나보고 싶었네. 어떤 자인지 궁금했거든.”

“영주님."

엘리어트는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섰다.

"혹시 말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하신 거라면..”

말을 돌리는 것 같은 기색에 다시 말하자 영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는 말했다.

“난 그저 순리에 따르고자 함일세.”

이제 기색이 태연한 프레빈 영주를 보며 엘리어트는 다시 물었다.

“랭더발과 함께 하는 게 순리란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아직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모르지 않나.”

파비앙 영주의 목소리는 일관되게 침착했다.

“나를 비롯해 이곳에 온 영주들 대부분은 자네 스승 때 사람이지. 너무 오래 고인 물이 이제 썩어가기 전에, 세대가 바뀔 때가 된 거라네.”

뜻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답을 기다리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기사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언제 안으로 들어올 지 몰랐다.

“내 얘긴 여기까지 일세.”

그것 때문인지 더 말하지 않고 담담히 파버스 프레빈은 말을 끝냈다.

“랭더발과 손을 잡은 이상 나 역시 더 이상 해줄 말이 없군.”

“영주님.”

“그만 돌아가주게.”

그는 말했다.

“누가 들어오기 전에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들고 있던 문서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파비앙 영주를 엘리어트는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엘리어트가 막사에서 사라지자 프레빈 영주는 그제야 보고 있던 문서에서 고개를 들었다. 책을 간이 침상 한 쪽에 내려 놓고 그가 소리없이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그리고 조금 전 자신을 찾아온 남자들을 영주는 떠올렸다. 엘리어트가 막사로 들어오기 전 사실 이미 두 명의 남자들이 그를 만나러 왔다.


그 중 한 명은 쉐네드의 칼릭스 제이더였고 다른 한 명은 아드리엥의 공자 신 카비안이었다. 자신을 찾아와 그들이 한 질문은 각각 달랐지만 분명한 건 그들 모두 랭더발에 그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자들이란 사실이었다.


랭더발과 맞서려는 자들이 지금 여기 셋은 있다. 그들 셋이 앞으로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이제 운명에 맞길 뿐이었다.

랭더발과 그들 사이의 움직임을 보며 이 라곤의 변화의 방향을 파비앙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날 지 그 역시 모르는 앞날이다.


“네쉬하트..”

갑자기 프레빈 영주의 목소리가 막사 안을 흘렀다.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길 바라네.”

세 사람 중에서, 특히 오래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이름을 떠올리며 나직히 프레빈 영주가 중얼거렸다.








“뭐랍니까?”

엘리어트가 돌아오자 헨터만이 물었다. 시라와 나머지 사람도 대답을 기다렸다. 엘리어트가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보고 시라는 석연치 않은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정말 파비앙 영주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가.”

“강제로 협조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영주의 기색 한 곳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음을 떠올리며 엘리어트는 말했다.

“말하지 않은 게 있을 지도 모르겠어.”

“파비앙의 영주같은 자가 숨길 게 뭡니까? 본인이 아니라고 했다면 그걸로 결론 난거죠.”

헨터만이 말했다.

“말했지만 파비앙 같은 곳이 랭더발에 약점을 잡혔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고, 게다가 프레빈 영주가 협박에 넘어갈 사람도 아니고요. 그 자가 어떤 영주인데..”

헨터만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아까의 프레빈 영주를 생각했다.

“아무튼 파비앙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단정지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습니다만. 하긴 뭐 지금 단정지어봤자 우리한테 좋은 것도 아니고요.”


막사 밖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밖을 내다보니 선두에 깃발을 높이 든 말 행렬이 막사 옆을 지나 야영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다들 벌써 돌아갈 모양이네요.”

회의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짐을 챙겨 여길 나가는 영주국들이 있다.


“우리도 여기 더 있을 이유도 없고...”

만약 에르디스 영주가 자신들에게 반대한 영주국들에게 보복이라도 한다면 제일 먼저 이를 갈고 있는 게 역시 아스드일 것이다. 당장 오늘 내일 안에 무슨 일이 생길 가능성은 적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꾸물거릴 필요는 없었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내일 아침 일찍 우리도 떠나죠.”

다들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모두의 생각과 다르게 랭더발이 가장 먼저 목표로 삼은 건 어느 소영주국과 그리고 쉐네드라는 걸 엘리어트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 때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아스드 뿐 아니라 랭더발에 동조하지 않은 영주국들은 다들 어느 정도 염려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회의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날 새벽부터 하나 둘 씩 영주국들은 야영지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새벽이 지나고 어슴푸레 날이 밝아 왔다. 날이 밝아오자 야영지를 벗어나는 영주국들은 더 늘어났다. 여러 개의 깃발들이 들어올 때와 똑같이 멀어지고 있다.

일부는 안에서 짐을 챙기고 엘리어트와 몇 몇은 새벽부터 막사를 철거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연이어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중간쯤 검은 십자가 세 개가 그려진 기가 보인다. 제일 앞에 벤더볼린의 에르코 영주가 말을 타고 가고 있는 게 보였다. 쳐다보는 시선을 알았는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엘리어트가 영주를 향해 목례를 해보였다.


영주가 말고삐를 돌렸다. 그의 말이 엘리어트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있었나?”

말 위에서 에르코 영주가 말했다.

“이제 돌아갈 준비 중입니다.”


막사를 정리하다 말고 자신을 향해 서 있는 엘리어트를 보며 에르코 영주는 고삐를 옆으로 잡아 당겨 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말을 진정시켰다.


“어제 말이야. 회의에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을 찾으려고 나한테 오지 않았나.”

영주는 말했다.

“그런데 보아하니 그 자리에서 나나 다른 영주들보다 자네의 말이 힘이 있더군.”

어제의 회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그는 말을 이었다.

“자네 덕에 아마 여러 사람이 정신을 차렸을 거야. 물론.. 나도 그렇다네.”

그 말이 의미 하는 바에 엘리어트가 쳐다보자 에르코 영주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네도 나도 아마 앞으로가 험난할 거야.”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사들이 있었기에 오래 지체할 수는 없었는지 그렇게 말하고 에르코 영주는 말고삐를 잡아 당겼다. 짧은 울음과 함께 말이 옆으로 몸을 틀었다.

“그럼 또 만나세, 네쉬하트 경.”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영주님.”

벤더볼드의 깃발을 향해 돌아가는 에르코 영주를 향해 엘리어트가 정중히 말했다.



“에르코 영주는 저쪽으로 넘어가진 않을 모양이군요.”

그렇게 사라지는 에르코 영주를 보고 있는데 헨터만이 옆으로 왔다.

“두올린 영주가 약이 좀 오르겠습니다.”

이제 야영지 밖으로 나가는 벤더볼린 일행을 보며 그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베닛사와도 인척이고 벤더볼린과도 그렇고, 랭더발이 손잡을 영주국은 제대로 선택했네요.”

두올린과 손을 잡으므로서 거기에 걸쳐있는 여러 영주국들은 저절로 포섭하게 됐을 것이다. 물론 벤더볼린은 빼고.


“어이. 이봐.”

이걸로 두올린 영주가 조금이라도 화가 나길 바라고 있는데 저쪽에서 또 누가 말을 타고 다가왔다.

“작별 인사 할 사람이 많네요.”

이쪽으로 오는 사람을 보며 헨터만이 말했다.

“난 가서 나머지 준비나 좀 해야겠습니다.”

몸을 돌려 그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드리엥의 신 카비안이 엘리어트 앞으로 왔다.


“저 자가 유시드 헨터만이군.”

북쪽에서 가장 유명한 책사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 자리를 빠져나가는 헨터만의 뒷모습을 보며 신은 말했다.

“아직 안 돌아가셨습니까?”

어제 그러고 나가길래 아드리엥은 이미 돌아갔을 줄 알았다.

“그 자리만 빠진거지 나도 회의 결과는 알아야지.”

엘리어트를 향해 신이 미소지었다.

“어젠 좀 인상적이었어.”

그는 말했다.

“역시 배짱 좋던데? 에르디스 영주의 면전에 대고 제일 먼저 그런 소리라니.”

“저한테 할 말이 있으십니까?”

치켜 세우는 소린지 비아냥인지 모를 말을 자르며 엘리어트가 물었다.

“별로.”

카비안 공자는 가볍게 대꾸했다.

“지나가다 눈에 띄어서.”

그는 아직 이어지고 있는 행렬 쪽으로 턱짓을 했다.

“벤더볼린 영주와는 무슨 얘길?”

아까 에르코 영주가 여기 있는 걸 본 모양이었다.

“별 얘기 안했습니다.”

“말해주기 싫다 이거야?”

“적이 될 지도 모르는 자와 친한 척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담담히 하는 소리에 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의외로 쪼잔하네. 뭐, 말 안해도 알게 될테니 더 캐묻진 않겠지만 말이야.”

“기사들이 기다립니다.”

아드리엥의 기사단이 저쪽 멀리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아드리엥은 여기 온 영주국 중 제일 많은 인원을 데려왔다.

“내 기사들이니 신경쓸 거 없어.”

“저도 돌아갈 준비를 하러 가야 하니 아드리엥 기사들을 신경써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조용한 응수에 신은 피식했다.

“너무하네. 그래도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가기 전에 인사하려고 한 건데..”

막사 저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신은 덧붙였다.

“하긴 당신을 찾는 사람이 많은 거 같으니 더 붙잡고 있을 수도 없겠군.”

엘리어트는 신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일세롯이 서 있었다.

“나중에 보자고. 아마 금방 또 만날 것 같으니까.”

여전히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신이 몸을 돌렸다. 걸어가며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그를 보다가 엘리어트 역시 몸을 돌려 막사 사이로 걸어갔다.



“아드리엥 공자군요.”

막사 사이에서 엘리어트를 기다리다가 그가 다가오자 일세롯이 말했다.

“공자가 만나러 온 걸 보니, 아드리엥이 앞으로 당신의 움직임을 주시하겠군요.”

“나 뿐은 아닐 거야.”

랭더발처럼 이제부터 아드리엥도 거의 모든 영주국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 네바렌으로 돌아갑니다.”

엘리어트를 향해 일세롯은 말했다. 회의장에서 나온 얘기들을 거의 파악하고 이제 네바렌으로 돌아가 드안 가메인 공작에게 얘기를 전할 것이다.

“키에드랑 라킨은 멜서스 영주님께 갔어요.”

멜서스는 가메인 공작의 외가였다. 아마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러 갔을 것이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라 일세롯.”

엘리어트가 말했다.

"키에드와 라킨에게도 인사 전해줘."

"네."

끄덕이며 일세롯은 잠시 사이를 두었다.

“나랑 키에드는 당신한테 여러 번 목숨을 빚졌습니다.”

곧 그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목숨을 건다면 그건 가메인 님과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거 없어.”

늘 그렇듯 엘리어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전장에서 누구나 그렇듯 나도 할 일을 했던 것 뿐이니.”

“아뇨.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다 그렇게 해낼 사람도 없을 겁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서운하다는 듯 일세롯이 조금 웃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계속 당신과 같이 싸우고 싶었는데.”

함께 싸우지 못하니 이제 엘리어트에게 그 빚을 갚기가 어려워졌다. 아마 키에드도 그런 생각 때문에 그렇게 화를 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네바렌에 남아 있는 것. 그게 언젠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날이 있을 겁니다.”

엘리어트를 향해 일세롯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조심하십시오 엘리어트.”

엘리어트는 일세롯이 내민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그 손을 맞잡았다.

“너희도 조심해라.”

세 사람이 돌아가 얘길 전하는 대로 이제 네바렌도 입장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회의가 이렇게 끝이 난 이상 네바렌 역시 이 흐름을 피해가진 못할 것이다.

“가메인 님과 릴 님을 부탁한다.”

떠났더라도 엘리어트에게는 오랫동안 신세를 진 두 분이었다. 그 두 사람의 신변에 아무 일이 없길 바라며 엘리어트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작가의말

당분간 3일에 한 번씩 올릴게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47 쩡사
    작성일
    15.05.15 01:35
    No. 1

    괜찮습니다.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저는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다시 한번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5.05.15 17:23
    No. 2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쩡사님. 이래저래 자꾸 일이 생겨서..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5.05.15 09:43
    No. 3

    엘리어트 중심으로 이야기가 씌여지니까 저는 갠적으로 좋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5.05.15 17:25
    No. 4

    지금까지는 엘리어트가 별 활약이 없어 보였군요.. 백칠십만자가 넘게 오는 동안.. ㅜㅜ
    뭔가 좀 더 임팩트있게 얘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저도 예전부터 느끼는 거긴 하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고요왕
    작성일
    15.05.18 15:43
    No. 5

    작센슈테인 오타같아요 그리고 엘리어트가 어지간하면 투닥거리는 성격이 아닌데 신공자와는 노골적으로 투닥거려서 웃기네요 은근히 통하는게 있나.. 음 또 파비앙은 무슨 생각일까요..단순히 랭더발의 행동에 제약을 걸려고 같은 쪽에 서는 건 아닐텐데.._-_ 느긋하게 기다릴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5.05.31 17:29
    No. 6

    답글이 계속 늦어서 죄송합니다 빈츠님 ㅠㅠ
    오타는 아니고요.. 일부러 그렇게 썼습니다 ^^;
    기다리시는 김에 하루만 더 부탁드립니다. 내일 10시에 올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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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하트의 반(VAN) - 2-26 변증(1) +6 15.04.30 869 27 15쪽
250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3) +8 15.04.28 841 27 14쪽
249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2) +2 15.04.26 704 2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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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4) +10 15.04.20 815 34 16쪽
24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3) +8 15.04.19 742 29 17쪽
24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2) +6 15.04.18 815 28 14쪽
24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1) +9 15.04.16 882 33 29쪽
241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0) +10 15.04.14 933 3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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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7) +6 15.01.25 1,062 33 17쪽
237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6) +4 15.01.20 850 35 20쪽
23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5) +4 15.01.16 1,035 38 13쪽
23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4) +4 15.01.16 985 31 13쪽
23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3) +2 15.01.14 1,237 40 23쪽
23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2) +4 15.01.09 1,131 35 12쪽
23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 +5 15.01.08 1,032 33 12쪽
23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1) +4 15.01.07 1,208 47 7쪽
23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0) +4 15.01.05 1,082 33 7쪽
22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9) +6 15.01.05 1,459 93 14쪽
22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8) +4 15.01.02 1,099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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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7) +2 14.12.16 1,314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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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5) +2 14.12.14 1,151 31 12쪽
21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4) 14.12.13 1,153 34 14쪽
21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3) +2 14.12.10 1,349 40 17쪽
21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 +6 14.12.09 1,214 43 11쪽
21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 +6 14.12.07 1,221 40 17쪽
210 하트의 반(VAN) - 2-21 필센(9) +4 14.12.06 1,053 38 19쪽
209 하트의 반(VAN) - 2-21 필센(8) +6 14.12.04 968 37 9쪽
208 하트의 반(VAN) - 2-21 필센(7) +2 14.12.04 1,149 37 15쪽
207 하트의 반(VAN) - 2-21 필센(6) +4 14.12.02 1,109 36 7쪽
206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6 14.12.01 1,479 39 19쪽
205 하트의 반(VAN) - 2-21 필센(4) +2 14.11.28 1,059 37 11쪽
204 하트의 반(VAN) - 2-21 필센(3) 14.11.27 952 39 8쪽
203 하트의 반(VAN) - 2-21 필센(2) 14.11.26 1,044 42 22쪽
202 하트의 반(VAN) - 2-21 필센(1) +2 14.11.25 2,019 44 10쪽
20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3) 14.11.23 1,223 44 19쪽
20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2) +2 14.11.21 1,601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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