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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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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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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5.06.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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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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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23쪽

하트의 반(VAN) - 2-28 덫(5)

DUMMY

엘리어트와 가슈가 젤른 안으로 들어가 있는 동안 아비크와 길더는 기사들을 도와 병사들의 상태를 봐주고 있었다. 부상당한 기사와 병사들은 한 쪽에 모여 상처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고 있는데 젤른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돌아왔다. 병사 한 명의 상처를 봐주고 있던 길더는 고개를 들다 말에서 내리는 둘을 보았다. 옆에 있던 기사에게 병사를 부탁하고 그가 그 쪽으로 다가갔다.

“뭐래요?”

들어간지 얼마 안됐는데 의외로 빨리 돌아왔다.


“일이 이상해졌어.”

길더 뿐 아니라 아비크와 테이런도 두 사람을 보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동안 길더의 질문에 가슈는 대꾸했다.

모여든 세 사람을 향해 가슈가 안에서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거... 참 별 일 이네요.”

아비크와 함께 에델을 도와주다가 엘리어트가 돌아오는 걸 보고 같이 가까이 온 테이런은 얘기를 듣고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가슈는 다시 엘리어트 쪽을 보았다.

“어쩔 거에요?”

“글쎄.”

엘리어트 역시 이런 얘기가 나올 줄은 생각 못했다.


조금 전, 살리네 델토는 마지막으로 그럴만한 적절한 사람이 있는 영주국은 다시 성으로 와달라는 소리와 함께 입을 다물었다. 엘리어트와 칼릭스가 다른 방법으로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두 사람이 하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는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스르륵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난 여기서 기다리지. 아무도 다시 오지 않으면 젤른은 우리 아드리엥 차지야.”

살리네가 자리를 떠난 뒤, 어쩔 수 없이 일단 일행들과 상의해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칼릭스나 엘리어트를 향해 신 카비안 공자만 남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이 정말 아무렇지 않은 지 두 사람이 나갈 때 신은 아예 테이블 위에 긴 다리를 올리며 의자를 반쯤 뒤로 젖히고 있었다.







“지금 여기에 그 얘기를 받아들일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가슈의 질문에 엘리어트가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하는 동안 놀란 건 둘째치고 테이런이 그렇게 말했다.


“기사들 중에는 어떻습니까?”

엘리어트가 테이런을 향해 물었다.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앞으로 젤른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진 공녀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뱉은 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최소한 젤른 기사들과 상의는 했을 테니 아드리엥이나 쉐네드, 아스드 정도면 젤른으로서도 손해 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한 말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젤른을 원하는 세 사람에게 살리네가 꺼낸 말은 엄밀히 말하자면 이해 타산의 연장으로 이루어지는 정략적 혼인과 같은 것이었으니 요구는 갑작스럽다 해도 받아들일 거면 이쪽도 거기에 적절한 사람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대꾸하며 테이런은 같이 온 기사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일단 대부분은 기혼자들인데다..”

우연찮게도 여기 온 기사들 중 미혼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들 이런 얘길 선뜻 받아들일 사람은 아니라."


그렇게 테이런이 대답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아비크가 자리에서 몸을 틀었다.

“어디가?”

“보아하니 난 필요없는 얘기 같으니까 끝날 때까지 가서 레이츠 님이나 돕게.”

흥미도 관심도 없는 얼굴로 가슈의 질문에 대꾸하며 아비크는 자리에서 빠져 나갔다. 그가 보기에 이런 얘긴 들어 봤자 자신에게는 전혀 쓸데없는 얘기였다.


“그럼 린저 님은요?”

굳이 자신은 포함시키지 않는 테이런을 향해 아비크가 자리를 빠져 나가자 마자 길더가 물었다.

“나요?”

테이런이 머리에 손을 댔다.

“난 그러기가 곤란해서.”

머쓱한 듯 웃는 게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라도 있는 모양인가 싶은 눈빛으로 길더가 그를 수상하게 보는데 어색하게 테이런 역시 자리에서 몸을 틀었다.


“더 도움이 될 만한 말이 없어서.. 나도 그만 가서 레이츠 님을 도와야 겠습니다.”

말해놓고 쑥쓰러웠는지 아니면 자신한테까지 불똥이 튀기 전에 사라져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말하며 테이런이 조금 전 아비크처럼 자리를 빠져 나갔다.



“기사님들은 다들 아닌가 보네요."

아까 아비크가 걸어간 쪽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테이런을 보며 길더가 중얼거렸다.

“그럼 가슈 뿐이죠 뭐.”


번쩍 고개를 그쪽으로 돌려 가슈가 쳐다보는 시선에 아랑곳 않고 그는 말했다.

“영주가 될 만큼 머리 잘 돌아가고, 귀족이고.”

길더가 씩 웃었다.

“딱이네요.”

“그만 해라.”

심드렁히 가슈가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말에 엘리어트가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의미하는 바에 가슈는 멈칫했다.

“농담이죠?”

“나도 길더 말이 맞다고 생각해.”

엘리어트는 말했다.

“어때?”

뭐라고 대꾸하려다 가슈는 입을 다물었다. 고민할 거 없이 사실 이건 엘리어트가 받아들이면 끝날 일이다. 젤른으로서도 그 이상의 인물은 어디서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니트 양이 뻔히 있는데 꺼낼 수도 없는 말이다.

“싫습니다.”

곧 가슈는 말했다.

“공녀가 이상하다는 건 아니지만(사실 이상하지만) 전장에 싸우러 와서..”

어쩌다 이런 말까지 하게 되나 싶었는지 목소리에 한숨이 섞여들어갔다.

“이런 황당한 소리라뇨.”


“황당하다기 보단, 그 아가씨 입장에서는 아마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거야.”

지금 상황에 내몰릴대로 몰린 공녀가 궁여지책으로 한 소리겠지만 사실 젤른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거절이야?”

엘리어트가 다시 확인했다.

“당연하죠."

담담히 대꾸하는 소리에 잠깐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엘리어트는 끄덕였다.

“알았어.”

가슈 정도면 젤른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만 역시 받아들이긴 힘든 얘기였다.


“어쩔 수 없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곧 엘리어트는 말했다.

"젤른은 포기하는 수 밖에.”

사실 이건 너무 단적인 조건이라 내세울만한 다른 대체안이 별로 없었다. 살리네가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면(보아하니 그런 것 같지만) 젤른은 이대로 포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젤른은 아드리엥에 넘어 가는 겁니까?”

가슈가 물었다.

“만약 쉐네드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가슈는 아직 성 안에 들어 앉아 있는 신 카비안을 떠올렸다.

“아가씨를 위해 쉐네드가 결정하길 바래야 겠네요.”

그러면서 그가 중얼거렸다.


“그럼 우린 여기 왜 온 건데요?”

두 사람의 대화가 일단락 되자 길더가 그제야 다시 끼어들었다.

“왜 오긴. 랭더발을 막기 위해서지.”

가슈는 말했다.

“목적은 이미 이뤘잖아.”

“그래도 왠지 김새는데요.”

한 손을 눈썹 위에 얹으며 길더는 저기 멀리 보이는 젤른의 성을 내다봤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면 우리가 차지하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좋지만 어쩔 수 없지.”

엘리어트는 말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랭더발이 다가 아니니까.”

가슈와 길더의 의아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랭더발 말고 다른 게 있었어요?”

자신이 모르는 일도 있나 싶은 기색으로 가슈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









엘리어트가 살리네의 제안에 대해 가슈들과 상의 중일 때 칼릭스 역시 비슷하게 나머지 사람들과 같은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칼릭스와 이벨이 하는 소리를 한참 듣고 있다가 먼저 우트가 물었다.

“예쁩니까?”

“못 생기진 않았어.”

가볍게 칼릭스는 대꾸했다. 울어서 눈이 부어 있긴 했어도 나름 예쁜 축이었다.

“그래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누라만 아니면...”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리는 우트의 옆에서 반델포드와 러셀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그 아가씨 배짱 좋네요. 생전 처음 보는 남자들한테, 덜컥.”

아예 듣고 있을 생각도 없는지 우트가 말을 잇는 동안 두 사람은 각각 정반대로 몸을 돌리며 병사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던 것 치곤 운이 없게 랭더발은 쉐네드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방향으로 들어왔다. 그 덕에 병력 소실은 적었지만 살짝 김빠진 싸움이 되고 말았다.


“좀 황당하긴 해도 그 아가씨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겠지.”

두 사람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동안 아까 살리네를 떠올리며 이벨은 말했다.

“오히려 생각보다 판단을 제대로 내린 걸거야.”

혼자서 젤른을 이끄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면 그 다음을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다.

그 자리에 있던 영주국은 모두 젤른보다 강국인데다 또한 나름 영향력 있는 영주국들이다. 아드리엥이나 아스드, 쉐네드가 오늘처럼 젤른의 성에 다 같이 모이는 일은 아마 앞으로 다시 없을 것이다.


“혼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란 걸 안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말하는데 문득 칼릭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벨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때?”

칼릭스가 물었다.

“네?”

이벨은 반쯤 기가 찬 얼굴이 되었다.

“아, 그럼 되겠네.”

우트 역시 동감이라는 듯 끄덕였다.

"너 어디 영주 아들이라고 했잖아."

“농담 말아.”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는 우트의 옆에서 이벨이 정색했다. 그 모습에 칼릭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 아까 그 아가씨 마음에 들어 한 거 아냐?”

“무슨 소리에요? 그냥 연민을 좀 느낀 것뿐입니다. 그것도 별 것도 아니었고.”

“그래도 우리보다..”

“아까 말했을텐데요. 고민하게 하지 말라고.”

별 소리 다한다는 듯 이벨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괜한 소린 사절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이만한 영주국에서 얻어 낼 것도 없어 보이고."

“별로 젤른에 병력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야. 이 작은 곳을 유지하는 것만해도 힘들어 보이니까. 단지 랭더발의 흐름을 끊기만 하면 역할은 다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면 직접 나서십시오.”

이벨이 받아쳤다.

“나한테 떠넘기지 말고.”

“유감스럽게도 난 일이 많아서.”

아직 영주의 자리에 오르지 않은 그에게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산재된 과제가 많았다.

“말 나온 김에 생각해 보니 아무리 봐도 네가 적당해.”

“아무데나 끼워 맞추지 말라니까요.”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며 이벨이 다시 대꾸했다.


“만약 카비안 공자한테까지 순서가 가면 젤른은 이용만 당하다 버려질 걸.”

칼릭스는 말했다.

같은 생각이었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이벨은 대꾸하지 않았다.

“네가 버티고 있으면 적어도 그럴 일은 없잖아.”

“그야 알 수 없죠. 난 내 신념보다 당신을 따르려고 왔으니 명령하면 따를 거니까요, 여기 오기 전에 당신도 젤른을 희생시킬지 생각했으니 어떻게 될 지 모를 일이고.”


“그 땐 그 때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젤른을 희생시킬 마음은 이미 사라졌어.”

칼릭스는 말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 그 아가씨가 어떻게 될 지 너한테 달렸어.”

쉽게 물러서지 않자 귀찮은 일에 말려들었다는 표정이 되는 이벨을 향해 그가 다시 미소지었다.











젤른의 성문에서 경비 초소 바로 옆으로 이어진 샛길을 따라 가면 작은 문이 하나 나왔고 그 문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작은 화원이 그 안에 있었다.

살리네 델토는 그 안에 있었다. 겨울이라 이제 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이 안으로는 들어 오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 눈이 없는 곳이 요 며칠 절실하게 필요한 그녀만 여기와 지하 창고를 번갈아 가며 들락거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녀만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 경비 초소 병사들은 살리네가 요 며칠 여기 자주 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 혼자 슬픔을 달랠 곳이 있어야 할 거라고 이해해 주고 별 말 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다 조금 전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채 샛길로 뛰어 들다 시피 달려가는 바람에 꽤 여러 사람의 눈에 띄었다는 걸 그녀만이 모르고 있었다.


화원을 막아놓은 문이 고장이라도 났는지 꽉 닫히지 않고 삐그덕거리며 살짝 움직였다. 문이 삐그덕거리는 소리에 섞여 안쪽에서 울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가서 구애라도 해보는 게 어때?”

문 뒤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칼릭스가 말했다.

끌려 와 어정쩡하게 옆에 서 있던 이벨이 칼릭스를 만나고 처음으로 찌푸렸다.

“뭘 하라고요?”

“그건 아니더라도 얘기나 한 번 해봐.”

칼릭스가 그의 등을 밀었다.

“어서.”

떠밀린 이벨이 얼결에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를 쳐다보다가 이벨은 좀 울컥한 얼굴이 되었다. 방금 전 칼릭스에게 끌려 성으로 들어오다 살리네가 정신없이 샛길 쪽으로 뛰어가는 걸 보았고 오고 싶지 않았지만 올 수 밖에 없었다.

“결정한 거 아닙니다, 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반항하듯 이벨은 말했다.

“알아.”

칼릭스가 대꾸했다.

“가봐.”

서두르라는 듯 그가 손짓을 했다.






문을 사이에 두고 돌로 만들어진 한 쪽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녀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그녀는 흐느꼈다.

아비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그녀는 기사들로부터, 병사들로부터, 그리고 자영국 사람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조그만 영주국인데도 모든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압사당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앞이 캄캄할 뿐이다.

그런 생각에 며칠 눈물만 쏟고 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이렇게 숨어서.


울음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삭막한 화원을 꽉 채웠다. 그러는데 갑자기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자 마자 살리네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엉망이 된 얼굴로 그녀는 문을 붙잡은 채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옆으로 하며 그녀는 눈물을 닦아 냈다.

“누구에요?”

얼굴을 옆으로 한 채 여전히 눈물을 닦아내며 그녀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 자리에 서서 이벨은 말했다.

"갑자기 혼자 뛰어가시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일은.. 저한텐 없어요."

그 말에 다시 또 눈물이 핑 돌았는지 살리네는 다시 손수건으로 눈가를 눌렀다.

"아버지한테 있었지."

닦아내도 눈물이 계속 그렁그렁 맺혔지만 누가 있을 때는 그래도 참으려고 애는 쓰고 있었는지 아까 문 뒤에서 들었을 때만큼 울지는 않았다.


“영주님이 돌아가셨는데, 문상객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이벨이 그렇게 말했다.

“네. 알아요. 저희는..”

훌쩍이며 그녀가 말했다.

“있으나 마나 한 곳이니까요.”


이벨은 난감해졌다.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보려고 아무 말이나 꺼낸다는 게 실언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아니에요. 그게 사실인데요."

여전히 훌쩍이며 대꾸하다가 그녀가 손수건에 코를 팽하고 풀었다.

"어디서 오신 분이신가요?"

아까 회의실에 이벨 역시 있었는데 처음본다고 생각했는지 그러면서 그녀가 물었다.


"쉐네드입니다."

"쉐네드는 대답을 가지고 오신건가요 그럼?"

코맹맹이 소리로 묻는 말에 이벨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아가씨."

천천히 그는 말했다.

“그 전에.. 영주국 간 정략 혼인이 드물진 않지만 아가씬 그래도 괜찮습니까? 전혀 모르는 사람과.”

문 뒤에서 칼릭스가 버티고 있지만 일단 그녀를 설득해 다른 방안을 찾을 생각으로 그가 그렇게 말했다.


살리네는 이벨을 잠깐 올려다 보았다.

“중요한 일 아닙니까?”

그 시선에 마음이 좀 불편해 졌지만 이벨은 다시 덧붙였다.

“여자들한테는 더.”

“어쩔 수 없어요.”

울먹임을 섞어 살리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가진 패가 그것 뿐인 걸요.”

말하는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전 아스드의 이엘 아가씨처럼 똑똑하지도, 알비아의 라크네트 아가씨처럼 강단이 있지도 않아요.”

코맹맹이 소리로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젤른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뿐이에요. 전쟁터가 되지 않으려면, 그거라도.. 꼭 해야 하고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코를 푸는 살리네를 이벨은 잠시 응시했다.


사실 이벨은 젤른 만큼 아주 작은 소영주국 출신이었고 살아 있어도 죽은 것 같은 무능한 아비 밑에서 그의 능력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칼릭스를 만나게 됐고 그를 따라 쉐네드로 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사람을 얼마나 좀먹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완전히 같다고 할 순 없지만 살리네 역시 혼자 버겁게 버티고 있었다. 그 점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무슨 의도로 그 말을 꺼냈는지는 알겠습니다.”

이벨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세 영주국 중 한 곳과 혼인으로 인척 관계가 된다고 해도 아가씨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나아갈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래놓고 젤른을 이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드리엥을 염두하고 무심코 그는 말했다. 그런데 그 말에 움찔하는 기색이 그도 느껴질 정도여서 이벨은 서둘러 덧붙였다.

“아..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요.”

떨리는 음성으로 살리네는 말했다.

“이용 한다고 해도 저는 더 이상 힘이 없어요. 믿는 것 밖에....”

목소리에 다시금 울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요.”

이제 한계에 왔는지 그가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벨은 난처해졌다.

“그만 우십시오. 운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버려 두세요. 그나마 제일 잘하는 거에요.”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살리네가 웅얼거렸다.


어려운 문제라도 만난 듯한 얼굴로 이벨은 다시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를 보았다. 잠시 후, 별 수 없다는 듯 그는 입을 열었다.


“쉐네드와 동맹을 맺으면 주변국은 자연히 젤른이 쉐네드 편에 서서 싸울 거라 생각할 거고 그러면 전쟁에 직접 참가하지 않아도 입장 표명은 될 겁니다. 게다가 쉐네드는 랭더발이 나서지 못하게 하려는 거지 직접적으로 젤른을 이용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거야 랭더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칼릭스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모를 일이라면서요?”

코맹맹이 소리가 들렸다.


“이건 당사자가 직접 한 말이니까 믿어도 됩니다.”

“정말이요?”

“정말입니다.”

“다른 두 곳은 저, 저희를 이용하고요?”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말씀드렸다 시피 사람 속은 모르는 거니까요. 아가씨가 그런 조건을 내건 이상 그런 위험은 현재로서는 감수하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벨은 말을 이었다.

“그래도 혹시 짐작을 해본다면, 아마 아스드가 그런 점에서는 더 도움이 될 겁니다.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더 말이 통할 상대는 그쪽 일테니.”

진지한 음성에 살리네는 그나마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했다.

“그렇군요.."

목소리를 가다듬듯 그녀가 헛기침을 했다.

“그럼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는 거네요.”

그녀가 웃어 보이려 애를 썼다.

“감사해요. 이런 얘길 해 주셔서."

"별 거 아닙니다. 말했듯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꼭 그렇게 된다는 건 아니니까."

"어쨌든요."

그래도 그가 하는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가 되는 기분을 그녀는 처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 얘기, 가서 말씀드려야 겠어요.”

역시 제안은 기사들과 함께 한 생각이었는지 그렇게 말하며 그나마 안색이 조금이나마 밝아지는 그녀를 이벨은 잠깐 응시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며 그녀는 그가 붙잡고 서 있던 문쪽으로 걸어갔다. 이벨이 비켜주자 그와 문 사이를 조심스럽게 통과해 살리네는 화원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


“아... 살리네 아가씨.”

자신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샛길로 들어서려는 그녀를 이벨이 불렀다. 살리네가 돌아봤다.

“아가씬 자신을 희생해서 젤른을 지키려 하지 않습니까.”

그는 말했다.

“그 두 사람에게 결코 뒤지지 않을 겁니다.”

잠시 그를 보다가 살리네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파리한 얼굴이었지만 진심이 담긴 아름다운 미소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지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무릎을 굽혀 인사를 해보이고는 그녀는 샛길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더니 돌아서서 다시 이벨 앞으로 왔다.

“저기.. 그런데요.”

왜 돌아왔는지 의아한 듯 쳐다보는 이벨을 향해 좀 우물거리며 살리네는 물었다.

“만약에 쉐네드라면.. 그럼 누가 여기로 오실까요?”

애초부터 제이더 공자가 직접 나설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눈치였는지 그녀가 말하고 있었다.


“글쎄요.”

눈을 피하며 이벨이 대꾸하자 너무 성급하게 물었다고 생각했는지 살리네가 얼굴을 붉혔다.

“죄송해요. 그냥 갑자기 좀 궁금해져서.”

어물쩍 사과하고 그녀가 다시 발을 돌렸다.



“제법 귀여운데.”

샛길로 한참 걸어가는 그녀를 이벨이 뒤에서 보고 있는데 문 뒤에서 칼릭스가 나타났다. 그녀가 밖으로 나올 때 마주치면 괜히 말이 길어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잠깐 안 보이는데 숨어 있었다.


“결정했어?”

미소 지으며 그는 말했다.

“네 말대로 그나마 젤른을 지키는 방법이잖아.”

“아직 아스드에서 어떻게 나올 지 모를 입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뛰다시피 샛길을 빠져 나가는 살리네를 잠시 지켜 보다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이벨이 대꾸했다.


“글쎄. 그 네쉬하트란 자는 모르긴 해도 거절 할 거고, 같이 있던 동료들도 행동을 보아하니 선뜻 나서지 않을 거고.”

잠깐이나마 살리네에게 눈길을 주고 있던 이벨을 향해 칼릭스는 미소지었다.

“그 쪽에서 나서는 자가 있다면 물러서도 좋아. 하지만 아무도 없다면, 카비안 공자에게 순서가 가게 할 거야?”

이벨은 대답이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그는 말했다.

“약혼 정도로 해두죠.”

어쩔 수 없다는 듯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며 이벨은 말을 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파혼할 겁니다.”

“마음대로.”

가볍게 대꾸하며 칼릭스는 조금 전 살리네가 뛰어간 쪽을 가리켰다.

“결정했으면 갈까.”

먼저 성큼 앞으로 걸어가는 칼릭스를 보며 아직도 내키지 않는 얼굴로 잠시 자리에 서 있다가 곧 이벨 역시 그 뒤를 따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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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6) +7 19.02.10 282 8 53쪽
297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5) +2 19.01.01 253 9 28쪽
296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4) +4 18.12.02 298 10 19쪽
295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3) +6 18.11.19 299 9 33쪽
294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2) +6 18.11.11 299 9 41쪽
293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1) +6 18.10.14 315 12 42쪽
292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6) +6 18.06.10 327 9 40쪽
291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5) +4 18.06.10 294 11 34쪽
290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4) +2 17.12.11 368 12 21쪽
289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3) +2 17.12.05 332 10 30쪽
288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2) 17.12.05 250 9 25쪽
287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1) 17.11.19 312 11 23쪽
286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0) +1 17.11.12 317 12 14쪽
285 하트의 반(VAN) - 2-30 듀셰(9) +2 17.11.07 292 11 32쪽
284 하트의 반(VAN) - 2-30 듀셰(8) +2 17.10.30 348 10 20쪽
283 하트의 반(VAN) - 2-30 듀셰(7) +2 17.10.23 348 12 26쪽
282 하트의 반(VAN) - 2-30 듀셰(6) +4 17.10.16 376 10 24쪽
281 하트의 반(VAN) - 2-30 듀셰(5) +2 17.10.09 336 12 9쪽
280 하트의 반(VAN) - 2-30 듀셰(4) +4 17.10.02 617 13 33쪽
279 하트의 반(VAN) - 2-30 듀셰(3) +2 17.09.25 443 16 35쪽
278 하트의 반(VAN) - 2-30 듀셰(2) +8 17.09.18 449 16 19쪽
277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 +6 17.09.03 584 18 31쪽
276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2) +6 17.08.27 646 16 29쪽
27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1) +4 17.08.20 458 15 24쪽
274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0) +8 17.08.17 527 15 22쪽
273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9) +7 17.08.15 546 12 30쪽
272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8) +8 17.08.15 1,092 13 24쪽
271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7) +15 15.09.16 808 24 22쪽
270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6) +2 15.09.13 716 15 18쪽
269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5) +4 15.09.12 634 13 15쪽
268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4) +4 15.09.11 655 17 18쪽
267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3) +8 15.09.09 710 23 26쪽
266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2) +7 15.06.28 963 24 17쪽
26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 +4 15.06.21 745 22 12쪽
264 하트의 반(VAN) - 2-28 덫(6) +6 15.06.19 760 27 28쪽
» 하트의 반(VAN) - 2-28 덫(5) +4 15.06.19 662 22 23쪽
262 하트의 반(VAN) - 2-28 덫(4) +6 15.06.14 723 24 19쪽
261 하트의 반(VAN) - 2-28 덫(3) +2 15.06.14 759 18 15쪽
260 하트의 반(VAN) - 2-28 덫(2) +2 15.06.14 774 16 15쪽
259 하트의 반(VAN) - 2-28 덫(1) +6 15.06.08 802 26 13쪽
258 하트의 반(VAN) - 2-27 전야 +10 15.06.05 760 25 21쪽
257 하트의 반(VAN) - 2-26 변증(7) +4 15.06.02 780 23 15쪽
256 하트의 반(VAN) - 2-26 변증(6) +6 15.05.14 819 31 31쪽
255 하트의 반(VAN) - 2-26 변증(5) +8 15.05.10 801 29 22쪽
254 하트의 반(VAN) - 2-26 변증(4) +6 15.05.10 644 30 18쪽
253 하트의 반(VAN) - 2-26 변증(3) +6 15.05.06 982 29 22쪽
252 하트의 반(VAN) - 2-26 변증(2) +6 15.05.03 681 29 20쪽
251 하트의 반(VAN) - 2-26 변증(1) +6 15.04.30 869 27 15쪽
250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3) +8 15.04.28 841 27 14쪽
249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2) +2 15.04.26 704 28 18쪽
248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1) +4 15.04.24 807 24 12쪽
247 하트의 반(VAN) - 2-24 바하 +8 15.04.23 814 32 23쪽
24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5) +4 15.04.21 679 34 8쪽
24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4) +10 15.04.20 815 34 16쪽
24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3) +8 15.04.19 742 29 17쪽
24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2) +6 15.04.18 815 28 14쪽
24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1) +9 15.04.16 882 33 29쪽
241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0) +10 15.04.14 933 34 25쪽
240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9) +7 15.01.29 1,248 40 14쪽
239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8) +2 15.01.28 893 30 18쪽
238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7) +6 15.01.25 1,062 33 17쪽
237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6) +4 15.01.20 850 35 20쪽
23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5) +4 15.01.16 1,035 38 13쪽
23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4) +4 15.01.16 985 31 13쪽
23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3) +2 15.01.14 1,237 40 23쪽
23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2) +4 15.01.09 1,131 35 12쪽
23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 +5 15.01.08 1,032 33 12쪽
23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1) +4 15.01.07 1,208 47 7쪽
23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0) +4 15.01.05 1,081 33 7쪽
22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9) +6 15.01.05 1,459 93 14쪽
22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8) +4 15.01.02 1,099 38 14쪽
22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7) +7 15.01.01 1,092 32 22쪽
22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6) +7 14.12.30 1,059 38 23쪽
22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5) +10 14.12.28 1,014 40 10쪽
22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4) 14.12.27 1,079 37 14쪽
22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3) 14.12.25 1,082 38 16쪽
22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2) +6 14.12.23 1,103 37 12쪽
22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1) +6 14.12.22 1,267 40 15쪽
22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0) +4 14.12.19 1,181 32 15쪽
21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9) +2 14.12.18 1,082 35 10쪽
21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8) +8 14.12.18 1,396 41 25쪽
21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7) +2 14.12.16 1,314 33 14쪽
21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6) 14.12.15 1,050 35 23쪽
21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5) +2 14.12.14 1,151 31 12쪽
21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4) 14.12.13 1,153 34 14쪽
21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3) +2 14.12.10 1,349 40 17쪽
21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 +6 14.12.09 1,214 43 11쪽
21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 +6 14.12.07 1,221 40 17쪽
210 하트의 반(VAN) - 2-21 필센(9) +4 14.12.06 1,053 38 19쪽
209 하트의 반(VAN) - 2-21 필센(8) +6 14.12.04 968 37 9쪽
208 하트의 반(VAN) - 2-21 필센(7) +2 14.12.04 1,149 37 15쪽
207 하트의 반(VAN) - 2-21 필센(6) +4 14.12.02 1,109 36 7쪽
206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6 14.12.01 1,479 39 19쪽
205 하트의 반(VAN) - 2-21 필센(4) +2 14.11.28 1,059 37 11쪽
204 하트의 반(VAN) - 2-21 필센(3) 14.11.27 952 39 8쪽
203 하트의 반(VAN) - 2-21 필센(2) 14.11.26 1,044 42 22쪽
202 하트의 반(VAN) - 2-21 필센(1) +2 14.11.25 2,019 44 10쪽
20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3) 14.11.23 1,223 44 19쪽
20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2) +2 14.11.21 1,601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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