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979,452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5.01.28 00:59
조회
892
추천
30
글자
18쪽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8)

DUMMY

빙벽 사이를 빠져 나오자 앞이 확 트였다.

그러면서 하늘은 어느새 또 깜깜해졌다. 방금 전 좁은 얼음 다리를 건너올 때까지만 해도 해가 쨍쨍해 얼음이 녹을 정도였는데 구불 구불한 빙벽을 통과하자마자 하늘에 검은 구름이 가득했다.


빙벽을 기준으로 저쪽과 이쪽이 마치 단절된 것처럼 느껴진다.

대낮인데도 시커먼 하늘에 빛이라고는 하나 없었기 때문인지 공기가 무겁게 주변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꼭 레스니악의 그 때 그 절벽 아래 같네요."

사방이 뻥 뚫렸는데도 바람 하나 없이 공기가 정체되어 있는 걸 느끼며 가슈는 주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이쪽부터는 흙으로 된 단단한 땅이었지만 낮은 기온 때문인지 흙바닥에서 올라오는 찬기운은 얼음 못지 않았다. 빙벽 같이 드문드문 있는 절리나 절벽은 아니었지만 아직 여기도 길이 완전히 이어진 게 아니라 깨어진 것처럼 드문 드문 바닥이 끊겨 있었다.


중간에 큰 폭으로 길이 끊겨 있는 방향에 그 너머로 멀리 드문드문 앙상한 나무들이 있는 게 보였다.

다른 쪽으로는 아예 아무 것도 없이 황량했으니 가는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어쨌든 여기서부터는 이제 섬의 내부로 들어온 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가슈가 앞으로 나가려는데 엘리어트가 그를 저지했다.

“잠깐.”

가슈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 동안 엘리어트는 옆에 있는 시즈가 매고 있던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빼냈다. 화살 끝에 불을 붙인 뒤 시위를 장전한 채 그가 하늘 저쪽을 향해 활을 쏘았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이 중간의 빈 틈으로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며 엘리어트는 그 앞으로 걸어갔다.


“물이야.”

깜깜한 아래에서 화살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걸 보고 엘리어트가 말했다.


납작 엎드려서 시즈는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 안 들리는데..”

너무 조용했다.


“불이 꺼진 걸 보니 흙은 확실히 아니네요.”

아래를 내려다 보며 가슈도 말했다.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공기가 정체되어 바람이 없어서 인지 아래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이 묵직했다. 물이든 아님 다른 것이든 일단 아래로는 안 떨어지는 게 상책이다.


“반대쪽으로 건너 가긴 해야할텐데요.”

어떻게 저리로 갈 지 아래를 보며 가슈가 곰곰이 생각하는데 엘리어트가 이번에는 화살 끝에 밧줄을 묶었다.





조금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은 심하게 낮지는 않았지만 몸이 젖으면 결국엔 체온이 떨어진다.

“으..”

절단된 땅의 틈을 건너 이쪽으로 온 뒤에 앙상하게 매마른 나무들 사이를 걸어며 시즈는 어깨를 문질렀다.


엘리어트가 먼저 땅의 틈을 건너간 뒤 거기서 밧줄로 양쪽을 이어준 덕에 이쪽으로 쉽게 건너올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지금은 앙상하고 커다란 나무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엘리어트와 시라가 제일 앞에서 걸었고 그 뒤를 가슈가, 그리고 길더와 자신이 마지막이었다.


섬이 크지 않아서 알려준 방향으로 가면 어렵지 않게 펠바느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대장장이들이 말했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거 자체가 쉽지 않았으니 대장장이들이 과연 와보고 한 말인지 의심스러워지고 있었다.


'괜히 말만 그렇게 한 거 아냐?'

추위도 추위지만 여기와서 뭘 해야하는지 아직 감이 안 잡혔으니 의욕을 불태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며 시즈는 터벅터벅 앞으로 걸었다. 그러는데 갑자기 발아래서 뭔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났다.

움찔하며 시즈는 시선을 떨어 뜨렸다. 발아래 정신없이 엉겨 있던 등나무 줄기 하나가 그의 발끝을 스치며 스르르 뒤로 사라지고 있었다.


"왜 그래?"

따라오지 않고 자리에 서 있는 시즈를 보고 길더가 말을 건냈다.

“이거 움직였어.”

아직 남아 있는 등나무 줄기를 가리키며 시즈가 말했다.


길더가 옆으로 걸어왔다. 바닥에 엉켜있는 나무 줄기들을 보고 그는 발로 그 주변을 툭툭 쳤다. 아무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잘못 본 거 아냐?"

"아니야."

시즈가 고개를 세게 저었다.

“진짜 움직였단 말이야.”

“뱀인가?”

“이 추위에 무슨 뱀.”

길더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시즈가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다들 자리에 서서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운데 서 있던 가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또 뭐야?"

“이거..”

시즈는 발 아래 엉켜 있는 나무 줄기들을 가리켰다.

“움직였어.”

가슈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걸 쳐다보았다.

“잘못 봤겠지.”

“잘못 본 거 아니야.”


이제 엘리어트와 시라까지 가까이 오자 약간 흥분해서 시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이는 시즈를 엘리어트가 잠시 응시했다.







하늘은 어둡고 나무들은 잎사귀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가 대부분이라 땅 바닥과 하늘과 나무들이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나뭇잎이 없는 대신 돌 무더기들이 바닥을 돌아 다녔고 최근에 크게 눈이 온 적이 있었는지 녹지 않은 눈들이 쌓여 있기도 했다.


나무들이 다른 지역보다 커서 제법 웅장하게 위로 뻗어 있었기에 잎이 없어도 바닥으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어두운 주변에 더 어둠을 더하고 있다.





앙상하게 뻗어있는 나무 옆 한 곳에 다른 곳보다 두껍게 쌓인 돌무더기가 있었다.

돌무더기가 조금씩 움직거리는 것 같더니, 잠시 후 그 위로 늑대 머리가 느리게 올라 왔다. 돌무더기 위로 머리만 내민 채 있다가 근처에 아무도 없는 걸 알고 늑대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방금 전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쪽에서 튀어 나온 정체 모를 남자들이 이쪽으로 가는 걸 봤다. 그 중 제일 어린 소년이 뭔가 눈치를 챘는지 중간에 잠깐 소란이 있는 것 같아 뒤로 물러 났지만 다시 와보니 그 자리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늑대 가죽을 뒤집어 쓴 채 돌무더기 안에서 나온 한 명이 그들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아내려고 나무 사이를 살피는 동안 뒤에서 늑대들이 다시 나타났다. 다들 비슷한 키에 늑대 가죽을 머리 위에서부터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여덟 개의 늑대 가죽이 어느새 한 자리에 모였다.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멀리 떨어져 있던 건 아니었는지 한 명이 나타나자 그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할 지 상의하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거봐. 내 말 맞죠.”

움찔 하며 그들이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움직였다니까.”

높은 나무 꼭대기에 서있던 소년이 말했다. 그 옆에는 검은 머리칼에 그을린 피부를 가진 남자와 금발에 유순한 얼굴을 한 남자가 조금 더 낮은 가지에서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말 잘 못 본 건 아니네.”

이번에는 근처 나무 뒤쪽에서 누군가 앞으로 걸어나오며 말했다.

“그러게요. 무슨 소린가 했는데.”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가 늑대 가죽을 뒤집어 쓴 자들이 나타나는 걸 보고 앞으로 나온 가슈와 길더가 한 마디씩 하는 동안 늑대 가죽들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엘리어트가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는 그들 가까이 걸어갔다.

갑자기 다가오는 그를 보고 뒤로 물러나는 늑대 가죽들을 가슈와 길더가 뒤를 막았다. 도망갈 데가 없이 포위 당하자 늑대 가죽 안에서 눈빛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엘리어트는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마주했다. 늑대 가죽을 벗겨 만든 옷 위에 나뭇잎과 돌들이 수북하게 붙어 있다. 머리 위로 늑대의 얼굴 가죽까지 뒤집어 쓰고 있어 위장을 더 쉽게 할 수 있어 보였다.


기척을 감추는 법도 아는 것 같았지만 다들 덩치가 작고 왜소한데다 이곳의 공기가 더욱 기척을 감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여간 경계하고 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쉽게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누구야.”

그들을 향해 엘리어트가 말했다.

"왜 우릴 따라 왔어?"

그 때까지 가만 있다가 그 말을 듣자 도망칠 생각이 들었는지 늑대 가죽들이 아무 방향으로나 뛰어 가려고 각자 흩어졌다. 그러나 가슈와 길더쪽은 바로 막혔다.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찾았지만 바위처럼 서 있는 엘리어트 쪽으로는 더 갈 수가 없어 보였다.


“쫓아왔으니 이유라도 얘기해 주고 가지?”

그나마 비어 있는 한 쪽으로 뛰어가려던 늑대 가죽의 뒷덜미를 움켜 잡으며 시라가 말했다.


“어쩌려던 거 아니오.”

시라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늑대 가죽 안에서 누군가 말했다.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곳이 아닌데 당신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긴장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그런데 목소리가 예상외로 앳됐다.

“그래서 왜 여기서 알짱대는지 궁금해서..”

“그게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잖아?”

그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즈가 말했다.

“덕분에 나만 엉뚱한 소리 한 것처럼 되고.”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아까 그건 이 녀석들 짓이 분명하다.


“외부인과는 가급적 접촉하지 말라고 하셨소. 그래서 그랬소.”

‘그럼 말을 듣던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입밖으로 내지 않는 시즈 옆에서 엘리어트는 말했다.


“우린 헤르반에서 왔어.”

늑대 가죽 안에서 날아온 목소리는 점잖았지만 확실히 앳되다는 걸 그 역시 느끼고 있었다.

“얼굴을 보여.”

엘리어트는 말했다.

“우리는 헤르반쪽에서 왔고 공녀가 여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함부로 무슨 짓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야.”


늑대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잠깐 있다가 제일 앞에 있던 자가 제일 먼저 머리에 손을 댔다. 쓰고 있던 늑대 가죽을 뒤로 넘기자 얼굴이 드러났다.

이리저리 흐트러진 갈색 머리칼을 손으로 몇 번 문지르고 있는 건 역시 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당신들이 정말 헤르반에서 온 거면 우린 환영이오.”

헤르반에서 온 게 맞다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머리를 문지르며 소년이 말했다.

“그쪽에서는 한 명도 여기 와보는 사람이 없어 내심 궁금했는데.”

늑대 머리를 뒤로 벗으며 나머지가 다들 까치집 진 머리를 드러내고 있는 동안 소년은 말을 이었다.

“우린 헤르반 편이니까.”


엘리어트는 유심히 소년을 보고 있었다.

“헤르반 쪽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면..”

그가 물었다.

“다른 쪽에서는 누구 온 사람이 있단 소리야?”

묻는 소리에 늑대 가죽을 입고 있는 소년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엘리어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 저쪽에, 또 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여우 가죽이 눈에 들어 왔다. 그쪽을 쳐다보는 순간 그들이 이쪽을 향해 물고 있던 대롱을 훅하고 불었다. 소년을 잡아당기며 엘리어트가 몸을 숙이자 날아온 뭔가가 머리 위를 스치며 나무에 박혔다.


가느다란 침이 공중을 가르며 날아오는 동안 눈치를 챈 늑대 소년들이 순식간에 자리에 엎드렸다. 저쪽에서 침을 다시 장전하는 동안 바닥에 엎드린 채 그들은 여우 쪽으로 달려 갔다.


“또 누구야? 저건.”

여우 쪽에서 침을 쏘는 순간 가까이 있던 소년 하나를 끌어 당기며 나무 뒤로 숨은 길더가 중얼거렸다.

“중간 마을 녀석들이오.”

길더가 끌고온 소년이 자신에게 묻는 소리라고 생각했는지 대답했다.

“이 근처를 가끔 돌아다니오.”

“그럼 너희는 어디 사람인데?”

“우린 동쪽 마을 사람들이오.”

다시 대답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가 친구들이 몰려가는 쪽으로 뛰어갔다.



여우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소년들이 이쪽을 향해 다시 대롱을 쏘았다. 휙-소리와 함께 침이 공중을 갈랐다. 제일 가까이 있는 소년들에게 명중하기 전 이번에는 시즈가 그를 넘어 뜨리며 가까스로 피했다.

“의이그..!”

독이라도 묻은 건 아닌지 걱정됐는지 방금 전 옆을 스치며 생채기를 낸 귀를 손으로 문지르며 난감한 얼굴로 시즈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또 침을 쏘려는 소년의 뒤로 엘리어트가 소리 없이 다가섰다.

그 때까지도 눈치 못채고 있는 소년의 목덜미를 뒤에서 내리쳤다. 앞으로 넘어지며 이쪽을 노려보는 소년의 손에서 엘리어트는 대롱을 빼앗았다.

날카롭고 가느다란 나무로 된 침이었지만 색변화가 없고 냄새가 없는 걸 보아 독이 묻은 것 같진 않았다. 그 증거로 침에 맞은 몇 몇 소년들은 움찔거리긴 했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이 없어도 날아가는 기세가 무시무시해 잘못 맞으면 위험하다.


몇 번 장전하고 쏘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 가까운 거리까지 좁혀 들어온 늑대쪽 소년들이 그대로 여우 소년들을 덮쳤다.


“대체 뭐야.”

이제 여기 저기 맞붙어 개싸움을 하고 있는 소년들을 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시즈가 중얼거렸다.

“왜 갑자기 싸우는 거야?”

“사정이 있나 보지 뭐.”

소년 하나를 구하고 뒤로 피해 있던 가슈가 이제 엘리어트와 시즈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며 대꾸했다.


“서로 다른 마을 애들이래요.”

방금 전 소년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전하며 길더도 가까이 걸어왔다.

“사이가 좋진 않은가 본데요?”

“여기도 문제가 많은가 보네.”

앞 날이 살짝 걱정됐는지 가슈가 중얼거렸다.

“좌우간 애들이 이러면 어른은 더할텐데.”

그럼 자신들한테도 문제가 될 것이다.


"어른들은 안 그러오."

그 말을 들었는지 마침 가장 가까이 있던 소년이 말했다.

"어른들은 맨날 둘러 앉아서 얘기만 하지."

그러면서 그가 덤벼든 여우 소년을 향해 다시 엉겨 붙었다.


"가끔은 애들이 더 잔인한 법이라니까."

어른들이 안 그런데 애들끼리 저렇게 싸우고 있다는 말에 시라가 세 사람 쪽으로 걸어오며 중얼거렸다.

"그런가?"

엘리어트가 반문하는 소리에 시라는 새삼스럽다는 듯 그를 보았다.

"당하고도 아니라고 생각해?"

"당하다뇨? 누구한테?"

시즈가 끼어들었다.

"옛날에 동네 꼬마들한테 꽤 당했거든 이 녀석."

시라가 엘리어트를 가리켰다.

“정말이요?”

흥미로운 얼굴이 되어 길더도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지금이랑 똑같이 해줬지. 행동으로 보여서 코를 납작하게."

예전을 떠올리며 시라는 말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실력은 좋았으니까."

"헤. 그랬구나."

엘리어트의 어린 시절을 들은 게 신기했는지 끄덕이다 시즈가 문득 물었다.

“근데 그 때 케이우드 님은 뭐 했어요?”

두 사람은 어릴 때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고 했다.

“나? 난 그 때 겁쟁이여서 가만 있었지.”

아픈 데를 찔렸는지 쓰게 웃으며 시라가 대꾸했다. 그러는 동안 소년들은 여전히 개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엘리어트가 그 중 심하게 맞붙고 있는 소년들에게 가까이 갔다. 손을 뻗어 그가 소년들을 양 쪽으로 떨어 뜨렸다. 떨어지면서도 서로 주먹질을 해대는 소년들을 그가 더 멀리 했다.

“그만 해 이제.”

한 쪽은 코피가 터졌고 다른 한 쪽은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슬슬 말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시라도 근처에 있는 소년들 사이로 검집을 비집어 넣었다. 검집으로 그가 소년들을 양 쪽으로 밀어냈다.

“그만 두는 게 좋겠는데 진짜.”

소년들이 노려보자 미소 지으며 시라가 응수했다.










엘리어트들이 갑자기 나타난 서른 명 남짓한 소년들이 싸우는 걸 보고 있을 때 로어크와 벨라르드 영주 역시 펠바느트로 들어서고 있었다.

펠바느트로 이어진 양쪽 길이 정 반대에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들이 오는 길은 지금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크게 멀지 않았다.



“이번에도 안 되면 방법을 바꿀 겁니다.”

약속한 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접어 들며 로어크가 말했다.

“여지껏 다른 방법이 있었나?”

별로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지금껏 기다렸던 걸 떠올리며 스터그안이 대꾸했다. 두 사람 다 말을 타고 반나절을 달려 왔다.

“애초에 의견 통일이 안되는 게 문제니..”

로어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셋이 많다면 둘로 줄여야죠."


스터그안은 잠깐 코끝을 긁적거렸다.

“나도 선정을 베푸는 편은 아니지만..”

그 말이 뜻하는 바에 그는 말했다.

“너무 극단적인 걸.”

“계속 봐주며 시간만 끌 순 없으니까요.”

침착하게 로어크는 대꾸했다.

“벨라르드는 모른 척 하면 됩니다. 나서는 건 저니까.”

랭더발도 아니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판단이다.


"만약 그렇다면 헤르반을 지지하는 마을에 손을 댈 셈인가?"

조용히 스터그안이 물었다.

"그럼 벨라르드가 의심을 살테니 안되죠."

로어크가 대답했다.

“벨라르드를 지지하는 마을을 소거해야 화살이 헤르반에게 돌아갈 겁니다. 게다가 어차피 우리 목적은 펠바트느 뿐이니까요.”


분명 그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잔인한 생각이었다. 잠시 생각하는 얼굴로 있다가 스터그안은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 가는 건 아직은 미뤄두지. 일단 지금에만 집중하자고.”

그러나 로어크가 말한 방법도 영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말하며 스터그안은 이제 말 한 마리 통과하기 어려워 보이는 좁은 외길로 접어 들었다.


작가의말

자꾸 늦어서 이제 죄송하단 말을 하기도 죄송한 지경에 이르렀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6 쩡사
    작성일
    15.01.28 08:39
    No. 1

    양질의 글을 읽을 수만 있으면 저야 좋지요.
    오늘도 잘 보았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5.01.28 16:28
    No. 2

    감사합니다.. 노력은 하는데(요새 두통 엄청 옵니다..) 그렇다고 양질일지는 걱정이라는 게 함정이긴 합니다 ㅜ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트의 반(VA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후기 및 2부 연재에 대하여 +15 13.09.18 9,548 0 -
298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6) +7 19.02.10 280 8 53쪽
297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5) +2 19.01.01 252 9 28쪽
296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4) +4 18.12.02 294 10 19쪽
295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3) +6 18.11.19 298 9 33쪽
294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2) +6 18.11.11 299 9 41쪽
293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1) +6 18.10.14 313 12 42쪽
292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6) +6 18.06.10 327 9 40쪽
291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5) +4 18.06.10 294 11 34쪽
290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4) +2 17.12.11 367 12 21쪽
289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3) +2 17.12.05 331 10 30쪽
288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2) 17.12.05 248 9 25쪽
287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1) 17.11.19 312 11 23쪽
286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0) +1 17.11.12 316 12 14쪽
285 하트의 반(VAN) - 2-30 듀셰(9) +2 17.11.07 292 11 32쪽
284 하트의 반(VAN) - 2-30 듀셰(8) +2 17.10.30 347 10 20쪽
283 하트의 반(VAN) - 2-30 듀셰(7) +2 17.10.23 347 12 26쪽
282 하트의 반(VAN) - 2-30 듀셰(6) +4 17.10.16 375 10 24쪽
281 하트의 반(VAN) - 2-30 듀셰(5) +2 17.10.09 336 12 9쪽
280 하트의 반(VAN) - 2-30 듀셰(4) +4 17.10.02 616 13 33쪽
279 하트의 반(VAN) - 2-30 듀셰(3) +2 17.09.25 443 16 35쪽
278 하트의 반(VAN) - 2-30 듀셰(2) +8 17.09.18 448 16 19쪽
277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 +6 17.09.03 584 18 31쪽
276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2) +6 17.08.27 646 16 29쪽
27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1) +4 17.08.20 458 15 24쪽
274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0) +8 17.08.17 526 15 22쪽
273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9) +7 17.08.15 546 12 30쪽
272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8) +8 17.08.15 1,092 13 24쪽
271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7) +15 15.09.16 808 24 22쪽
270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6) +2 15.09.13 715 15 18쪽
269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5) +4 15.09.12 634 13 15쪽
268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4) +4 15.09.11 655 17 18쪽
267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3) +8 15.09.09 710 23 26쪽
266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2) +7 15.06.28 962 24 17쪽
26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 +4 15.06.21 745 22 12쪽
264 하트의 반(VAN) - 2-28 덫(6) +6 15.06.19 760 27 28쪽
263 하트의 반(VAN) - 2-28 덫(5) +4 15.06.19 661 22 23쪽
262 하트의 반(VAN) - 2-28 덫(4) +6 15.06.14 723 24 19쪽
261 하트의 반(VAN) - 2-28 덫(3) +2 15.06.14 759 18 15쪽
260 하트의 반(VAN) - 2-28 덫(2) +2 15.06.14 774 16 15쪽
259 하트의 반(VAN) - 2-28 덫(1) +6 15.06.08 801 26 13쪽
258 하트의 반(VAN) - 2-27 전야 +10 15.06.05 759 25 21쪽
257 하트의 반(VAN) - 2-26 변증(7) +4 15.06.02 779 23 15쪽
256 하트의 반(VAN) - 2-26 변증(6) +6 15.05.14 819 31 31쪽
255 하트의 반(VAN) - 2-26 변증(5) +8 15.05.10 800 29 22쪽
254 하트의 반(VAN) - 2-26 변증(4) +6 15.05.10 644 30 18쪽
253 하트의 반(VAN) - 2-26 변증(3) +6 15.05.06 982 29 22쪽
252 하트의 반(VAN) - 2-26 변증(2) +6 15.05.03 680 29 20쪽
251 하트의 반(VAN) - 2-26 변증(1) +6 15.04.30 869 27 15쪽
250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3) +8 15.04.28 840 27 14쪽
249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2) +2 15.04.26 704 28 18쪽
248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1) +4 15.04.24 807 24 12쪽
247 하트의 반(VAN) - 2-24 바하 +8 15.04.23 813 32 23쪽
24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5) +4 15.04.21 679 34 8쪽
24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4) +10 15.04.20 815 34 16쪽
24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3) +8 15.04.19 741 29 17쪽
24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2) +6 15.04.18 815 28 14쪽
24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1) +9 15.04.16 882 33 29쪽
241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0) +10 15.04.14 931 34 25쪽
240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9) +7 15.01.29 1,248 40 14쪽
»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8) +2 15.01.28 893 30 18쪽
238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7) +6 15.01.25 1,062 33 17쪽
237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6) +4 15.01.20 850 35 20쪽
23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5) +4 15.01.16 1,035 38 13쪽
23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4) +4 15.01.16 983 31 13쪽
23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3) +2 15.01.14 1,237 40 23쪽
23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2) +4 15.01.09 1,131 35 12쪽
23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 +5 15.01.08 1,031 33 12쪽
23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1) +4 15.01.07 1,206 47 7쪽
23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0) +4 15.01.05 1,081 33 7쪽
22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9) +6 15.01.05 1,459 93 14쪽
22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8) +4 15.01.02 1,099 38 14쪽
22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7) +7 15.01.01 1,090 32 22쪽
22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6) +7 14.12.30 1,058 38 23쪽
22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5) +10 14.12.28 1,014 40 10쪽
22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4) 14.12.27 1,079 37 14쪽
22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3) 14.12.25 1,082 38 16쪽
22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2) +6 14.12.23 1,102 37 12쪽
22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1) +6 14.12.22 1,266 40 15쪽
22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0) +4 14.12.19 1,181 32 15쪽
21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9) +2 14.12.18 1,082 35 10쪽
21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8) +8 14.12.18 1,396 41 25쪽
21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7) +2 14.12.16 1,313 33 14쪽
21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6) 14.12.15 1,049 35 23쪽
21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5) +2 14.12.14 1,150 31 12쪽
21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4) 14.12.13 1,153 34 14쪽
21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3) +2 14.12.10 1,348 40 17쪽
21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 +6 14.12.09 1,213 43 11쪽
21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 +6 14.12.07 1,221 40 17쪽
210 하트의 반(VAN) - 2-21 필센(9) +4 14.12.06 1,052 38 19쪽
209 하트의 반(VAN) - 2-21 필센(8) +6 14.12.04 967 37 9쪽
208 하트의 반(VAN) - 2-21 필센(7) +2 14.12.04 1,149 37 15쪽
207 하트의 반(VAN) - 2-21 필센(6) +4 14.12.02 1,108 36 7쪽
206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6 14.12.01 1,478 39 19쪽
205 하트의 반(VAN) - 2-21 필센(4) +2 14.11.28 1,059 37 11쪽
204 하트의 반(VAN) - 2-21 필센(3) 14.11.27 952 39 8쪽
203 하트의 반(VAN) - 2-21 필센(2) 14.11.26 1,044 42 22쪽
202 하트의 반(VAN) - 2-21 필센(1) +2 14.11.25 2,019 44 10쪽
20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3) 14.11.23 1,222 44 19쪽
20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2) +2 14.11.21 1,601 39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