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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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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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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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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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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2)

DUMMY

하트의 반(VAN) - 2-31 검은 기사들(2)



라곤의 끝도 없이 이어지는 땅에서 말을 달리다 보면 대지가 갑자기 끊기며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장소들이 있다. 길 세월 동안 암석이 깎여 들어가며 바다가 굽이쳐 들어오게 된 곳. 험한 지형에 날씨까지 좋지 않아 인적이 끊긴 곳.


그런 장소 중 한 곳에 시라를 비롯한 가슈와 레이, 시즈는 아침 일찍 도착하고 있었다.


마을이나 사람의 모습은 여기 오기 전 이미 끊겼다.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땅을 벗어나니 돌로 된 땅이 이어졌고 돌바닥이 시작된 뒤 하루를 꼬박 더 가니 바람에 섞여 희미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습한 공기와 함께 희미하게 들리는 파도 소리를 따라 계속 달리다 흰색 장막이 갑자기 앞을 가로막을 때쯤, 비로소 그것이 지독한 바다 안개라는 걸 깨닫고 가까스로 말을 멈추지 않았다면 물에 빠졌을 만큼 바다는 바로 발 앞까지 들어와 있었다.


앞에서 말을 달리던 시라와 가슈가 뒤따라 온 일행들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다에 빠져 검은 기사단은 구경도 못하고 다들 줄줄이 바다 귀신이 됐을 것이다.


그런 장막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숨을 돌리는 찰나, 엘리어트가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후 따로 떨어져 움직였던 헨터만 일행까지 돌아와 나머지 사람들과 갔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엘리어트는 장막의 바로 코앞에 서서 흰색 저 너머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흰색의 장막.

바다나 호수는 습도가 높으니 물안개가 자주 끼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심하면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옆으로 끝도 없이 펼쳐 있는 이 바다 안개는 심하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마치 하얗고 거대한 성벽이 앞을 가로막은 채 더 이상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웅장한 벽과 마주하다가 엘리어트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기 맞을까요?”

그런 엘리어트를 따라 서둘러 장막 안으로 들어오며 가슈가 말했다. 평소 같으면 시라가 움직이겠지만 그는 아직 휴식이 필요하다.


“맞아야지. 우리를 위해선.”

대꾸하며 엘리어트는 앞으로 걸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흰색의 장막에서는 발 아래의 감각만이 느껴질 뿐이다. 칼로 자른듯한 매끈한 돌바닥이 발아래에서 이어진다. 파도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지만 아직 물이 튀지 않는 걸 보아 이 부근에서 돌바닥은 제법 넓게 펼쳐 있는 모양이다.


“정말 이번엔 우리에게 운이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제발 그러길 바라며 엘리어트를 따라 가슈는 계속 장막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장소를 찾아 여기까지 오는 건 예상외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엘리어트가 가메인 공작을 만나기 위해 네바렌으로 가기 전. 늦은 밤 기하족 수장인 야네드 베일리와 관목숲에서 얘기를 끝내고 푸르스름하게 새벽이 밝아올 때 쯤 엘리어트는 나머지 사람들이 야영을 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부산했던 산속은 듀셰가 떠난 이후로 한적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이제부터 일어날 심각하고도 중요한 일에 편히 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는지 새벽이라기도 이른 시간에 잠들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이 대부분 막사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얘기해 봐 이제.”

여기저기 튀어 나와 있는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있는 사람들 중 제일 멀찍이 떨어져 나와 있던 나르와 데일이 있는 곳으로 가 엘리어트는 곧장 물었다.


“엣시모어에서 어땠어?”

자신을 향한 질문에 나르는 머뭇거렸다. 길더에게 말한대로 웬만하면 데일을 설득해야 했기에 밤중까지 얘기를 했고 그 뒤로 제대로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그 역시 새벽부터 밖에 나와 있던 참이다.


“딱히 어쩐 건 없는데..”

그 덕에 다행히 엘리어트가 불쑥 나타났어도 놀라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들을 따라 갔던 것 뿐이라요.”

“아무거나. 사소한 거라도 괜찮아. 기억나는 대로 말해 봐.”

엘리어트는 말했다.

“뭘 봤어? 하늘이나, 혹은 땅에서.”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유심히 응시하는 시선에 진짜 아무 얘기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나르는 생각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하늘에서야 뭐.. 구름 밖에요.”

하늘에서야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면서 추락하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기억나는 건 없다. 뭘 딱히 볼 만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별 거 없어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어 나르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살짝 쥐어 뜯었다.

“날이 안 좋은 날에 이상하게 더 많이 움직였다는 것 밖에. 그럴 땐 마르테나나 베르나데트가 반드시 같이 있었고.”

너무 사소한 일이라 망설여졌는지 그는 잠깐 말을 끊었다.

“그리고 바람에 신경 쓰란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내가 실수가 많아서 그런거고..”


나르의 말을 들으며 엘리어트는 생각했다. 바람이라.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가슈가 말했다. 근처에 나와 있다가 엘리어트가 나르와 데일이 있는 쪽으로 가는 걸 보고 그도 이쪽으로 왔다. 가슈 뿐만 아니라 아비크와 길더, 레이와 시즈도 엘리어트가 두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자 이쪽으로 다가왔다.


“글쎄.”

공중에서야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바람일테니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비하란 뜻이었을까.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잠시 있다가 엘리어트는 저쪽에 앉아 있는 헨터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슬로런들이 보낸 지도를 좀 보죠.”

수색 중인 슬로런들은 엣시모어와 비슷한 곳을 찾아내면 장소를 표시해 헨터만에게 보냈다.


마찬가지로 밖에 나와 앉아 있던 시라를 향해 무슨 얘긴가를 하고 있다가 엘리어트의 말에 그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지금까지 찾아낸 곳을 한 장에 표시해 뒀죠.”

품 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엘리어트에게 넘기며 잘난 척하듯 그가 말했다. 헨터만의 목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라곤 전체가 그려진 지도에는 검은 점들이 서른 개 넘게 찍혀 있다.


짧은 시간에 슬로런들이 상당히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또한 그런 장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지 너희는?”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엘리어트는 물었다.


“어느 방향이냐면..”

엘리어트의 질문은 아직도 쉽지가 않은 나르는 당황하지 않으려 하며 생각을 떠올렸다.


상당히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일렌 키히스와 함께, 그 다음은 베르나데트를 비롯해 넷이서. 그리고 다시 일렌 키히스에게 합류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대부분 베르나데트가 안내하는 데로 따라다니기만 해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데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쳐다보니 데일이 지도의 한 지점을 손으로 가리키며 옆으로 선을 긋고 있었다.

“동쪽으로.”

썩 대답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는지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


뜻밖의 행동에 나르는 그를 슬쩍 쳐다봤다. 길더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 역시 데일을 향했다.


“거짓말은 아니지?”

웃으며 길더가 확인했다.

“못 믿겠으면 묻지 말던가.”

무뚝뚝하게 대꾸하며 데일은 이제 엘리어트를 똑바로 응시했다.


어젯밤 엘리어트 앞에서 소리쳤을 때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하게 격앙되었던 건 사실 자신에게도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무심결에 이들을 믿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베르나데트를 만나기 전까지 붉은 눈의 자신들에게 손 내밀어준 사람은 없었다. 이들도 다를 거 없는데 어느새 그걸 잊다니. 그 사실이 왜인지 억울해 더욱 화가 났다.


그러나 밤새 나르가 애를 쓰기도 한데다 새벽이 될 때쯤이 되자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그 역시 나름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역시 지금은 이들에게 협조하는 수밖에 없다. 분하지만 짧은 시간에 혼자 힘으로 베르나데트를 찾아낼 방법이 없으니 능력이 없다면 고집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화는 나더라도 그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데일의 말에 유일하게 반응을 보이지 않은 엘리어트가 여전히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다시 묻고 있었다.

“다른 곳은?”

“처음 출발했을 땐 아스드 근처까지 간 적도 있고.”


일렌 키히스로부터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그들이 있는 곳을 피하기 위해 그 동안의 동선은 정확히 기억해 두고 있었다.

“거기서 다시 북동쪽으로 노슈어 근처까지.”


침착하게 말하는 데일을 엘리어트 옆에서 가슈는 힐끔 쳐다보았다. 목소리에 엘리어트에 대한 반감은 느껴졌지만 기색으로 보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동안 거기 있다 그 다음부터 엣시모어에 도착할 때까진 우리끼리만 움직여서 다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우리?”

“우리 둘, 아키랑...”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데일은 말했다.

“베르나데트.”

건조한 음성을 들으며 엘리어트는 다시 물었다.

“일렌 키히스와는 얼마나 떨어져 있었어?”

“스무 날 정도.”

“다시 만난 건 엣시모어에서?”

“네. 맞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나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두 사람의 대답을 들으며 지도를 응시한 채 엘리어트는 북동쪽의 작은 영주국인 노슈어에서 엣시모어까지 데일이나 나르가 모르고 있는 일렌 키히스의 동선을 생각했다.

말을 달려도 두 곳 사이는 족히 한 달은 걸린다. 그런 곳을 스무날 만에 이동했다면 역시 그때도 하늘을 이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로런들이 찾아낸 곳에서 그가 이용했을 만한 몇 군데가 눈에 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작은 목탄을 집어 들어 엘리어트는 지도에 데일이 말한 장소들을 직선으로 표시했다. 그 선의 주변으로 헨터만이 표시해둔 장소가 몇 군데 겹친다.

그걸보며 엘리어트는 지도에 뭔가를 다시 추가했다.


“지금까지 검은 기사단이 나타났던 곳이네요.”

지도상에 그려지는 곳을 보고 옆에서 헨터만이 말했다. 표시하고 보니 슬로런들이 찾은 장소 중 몇 군데는 검은 기사단이 불쑥 나타나 영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사라졌던 곳과 가까웠다. 그리고 데일들은 그런 곳과 멀지 않은 곳을 거쳐갔다.


“이런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검은 기사단의 본거지가 있을 겁니다.”

엘리어트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동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들키지 않을 테니까요.”

끄덕이며 헨터만이 응수했다.


“그나저나 이런 곳을 이용하고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말이죠.”

지금까지 검은 기사단의 기동력에 놀라곤 했는데 이런 걸 먼저 알았다면 그동안의 싸움은 또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헨터만은 엘리어트의 손에서 목탄을 넘겨 받았다.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고 지금은 그들을 찾아내는 게 목적이다.


“적어도 보는 눈이 많은 곳을 이용할 리는 없겠죠.”

지도의 몇 군데에 x표시를 하며 헨터만은 말했다.

엣시모어에서도 사람이 거의 없는 마을을 이용했고 검은 기사단이라면 눈에 띄지 않는 게 기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일테니 사람이 많은 지역은 제외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제외해도 될 만한 몇 군데를 그가 다시 지도에 표시했다. 손쉽게 그리고 있지만 이런 것도 지역 정세나 교류 상황을 한눈에 꿰고 있는 헨터만 같은 자여야 가능하다.


그렇게 알고 있는 것들을 표시하고 보니 지도의 장소에는 조금이지만 방향성이 있었다.

“북쪽과 서쪽을 제외하고 동쪽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엘리어트와 헨터만이 보고 있는 걸 가슈가 소리내 말했다.

“역시 아쉬를 먼저 점령하고 그 다음은 시마르를 치기 위한 포석일까요?”


방대한 영토를 점령해 나가려면 역시 가까운 곳부터 장악하는 게 효율적이고 정석인 방법이다. 랭더발이 속한 아쉬는 대륙 동쪽에, 그 다음 가까운 시마르 혈맹국은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 보이긴 하는데...”

지도를 응시한 채 헨터만은 대꾸했다. 지도의 방향성은 데일이 말한 지금까지 그들의 이동 방향과도 겹친다. 만약 그렇다면 동쪽의 끝에 마지막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 지금으로선 아쉬와 가장 가까운 곳이 눈에 들어온다.

“대장님 생각은요?”

그러면서 그가 물었다.


“내 생각도 같습니다.”

여전히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장소는 지금 이 지도에 표시되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서 그가 말했다.

“미처 찾아보지 못한 곳이 남아서요?”

슬로런들이 아직 전부 수색을 마친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지금 여기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게 아무 의미가 없죠.”

가슈의 말에 헨터만이 끼어들었다.

“이 넓은 땅 수색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범위를 줄여봐야죠 그러니까.”

“어떻게요?”

되묻다가 난관에 부딪친 듯 한숨을 내쉬며 헨터만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지금 이러는 거 어쩌면 다 헛짓거리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검은 기사단은 벌써 아쉬로 떠나고 우린 이미 한참 늦은 걸 수도 있는데.”

사실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여기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미 아쉬로 떠났을지 모른다.


“그들이 아쉬로 향했다 해도 전부 움직였을 리 없습니다.”

그 의문에 엘리어트가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확신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헨터만의 목소리에 살짝 비아냥이 섞였다.

“카뷔에 에르디스의 야망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대꾸하는 엘리어트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그의 야망은 아쉬에서 끝이 아니니까.”


페이테드에서 카뷔에 에르디스는 이 북쪽 지역의 라곤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이 목적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랭더발이 아쉬를 정복하는 데서 그친다면 지금 이 순간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검은 기사들은 없겠지만 그의 야망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목적이라면 랭더발에게는 거기서 비롯된 하나의 허점이 생긴다.

그것은 흐름을 타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 아쉬의 싸움에서 검은 기사단의 전력을 모두 노출시킬 수가 없다는 것.


랭더발의 힘을 더욱 거대하게 보이게 하는 건 검은 기사단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그들의 규모나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영주나 기사들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그런 상황에 이 싸움에서 그들의 전력이 전부 노출된다면 이쪽도 ‘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왠만큼 위기 상황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지금 검은 기사단 전부가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그렇게 봐야한다.


“만약 우리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이 거대하다면요?”

엘리어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거기에 대한 의문은 가라 앉았지만 또 다른 의문점에 헨터만은 말했다.

“그럼 어떡할 겁니까?”

만약 엘리어트 말대로 검은 기사단의 병력이 분산되어 일부는 아쉬로 그리고 나머지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 해도 그 숨은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 역시 알지 못한다. 만에 하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이 더 거대하다면 공연히 찾아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는 싸움이 될 수도 있다.


“거기까진 우리에게 운이 있길 바래야죠.”

엘리어트는 말했다.

“적어도 검은 기사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니까.”

“우리가 아는 게 있습니까?”

“지난번 싸움에서 당신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말인지 헨터만은 잠깐 생각했다.

“아카이아와 소트 쪽에 나타난 병력 만 오천을 말하는 거면..”

“그리고 거기 쉐네드에 나타난 검은 기사들까지 포함하면요.”


칼릭스 제이더가 있는 쉐네드와 랭더발의 싸움에서 엘리어트가 직접 확인하고 온 검은 기사들 또한 만 오천.

그 둘을 합치면 지금까지 드러난 검은 기사단의 최소 병력은 삼만.

“지금 이 북쪽 지방에서 랭더발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영주국을 대략 절반이라고 본다면 검은 기사단의 위력은 그 사이일겁니다.”


처음부터 랭더발의 카뷔에 에르디스는 파비앙과 손을 잡고 동맹을 유도했다. 그걸로 보아 검은 기사단의 전력은 제한이 있다.

지금까지 노출된 삼만보다는 거대하지만 북쪽 절반의 병력을 한꺼번에 상대할만큼은 아닌 정도. 막연하더라도 그 수 안에 검은 기사단이 있다. 범위는 넓지만 경계는 정해진다.


“지금 노출된 수가 전부이고 혹시 랭더발이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껏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눈을 굴리며 시즈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 경우라면 오히려 우리 싸움은 수월해지겠지.”

‘아, 그렇지.’

엘리어트의 대답에 바보같은 질문이었다고 생각하며 시즈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좋습니다. 그렇다 치고.”

엘리어트 말을 들으니 한동안 느꼈던 뜬구름 잡는 기분에서 조금이나마 윤곽이 잡히는 느낌을 받으며 헨터만은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곳이 지도에 없다면 어떻게 찾습니까?”

“지도에 없다고 해도 방향은 이제 알았으니까요.”

아까 말한대로 지도에 표시된 아쉬 쪽으로의 방향성에 기대 그 연장선 쪽에 해당하는 곳을 먼저 찾아본다. 그것만 해도 상당히 많은 지역이 제외된다.


운 좋게 지금 슬로런들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곧 여기 있는 사람들과 그리고 야네드 베일리가 이끄는 기하족들이 그 수색에 합류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라도 정해졌다면 더 이상 꾸물거릴 거 없죠.”

여기까지면 할 말은 이제 다 나온 것 같다고 생각하며 헨터만은 말했다.

“아마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 조금 더 구역을 줄여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어떻게요?”

얘기가 길어지자 이제 슬슬 지루해진 길더가 출발 얘기가 나오자 조금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쉬야 말로 모든 의미에서 가장 격전지였지 않습니까. 근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내가 이 대륙에서 가장 잘 파악하고 손에 쥐고 있는 곳이 아쉬 변방일 겁니다.”

헨터만은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그 동안 모아둔 여기를 총동원해 봐야죠."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헨터만이 말했다.

"헨터만님 머리속에야 우리들 중에 가장 많은 게 들어있으니까요 뭐."


그를 향해 길더가 웃으며 대꾸하는 동안 가슈는 잠시 생각했다. 사실 엘리어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 역시 헨터만과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대장 말이 맞다고 한다면...”

중얼거리며 가슈는 옆에 있는 엘리어트를 향해 물었다.

"그렇더라도 이제 병력은 어디서 끌어 올 거에요?"

가장 중요하게 남은 문제다.

"역시 네바렌에?"

묻는 소리에 엘리어트는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돌리니 엘리어트는 여전히 지도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왜요?”

그 시선에 가슈는 물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무슨 소린가 싶어 가슈는 그를 응시했다.

“아니 그건 나중에.”

엘리어트는 말했다.

“지금은 어쨌든 이쪽이 먼저니까.”

“얘기가 다 됐다면...”

그렇게 말하는데 시라가 입을 열었다.

“나도 질문 하나만 할게.”

이제껏 좀 떨어진 곳에 앉아 조용히 듣고 있던 그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다리가 불편했는지 그러면서 절뚝거리는 게 엘리어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백색 머리칼의 여자들은, 더는 없어?”

나르와 데일을 향해 시라는 물었다.

그 질문에는 허락이 필요해 나르는 데일 쪽을 잠깐 쳐다봤다. 데일이 반응이 없자 시라를 향해 그는 대답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가 만난 건 마르테나와 베르나데트 뿐이에요.”

“그래?”

잠깐 생각하며 시라는 중얼거렸다.

“그럼 내가 본 그 두 사람이랑...”

엣시모어에서 본 두 사람의 백색 머리칼 여자들을 떠올리며 시라는 중얼거렸다.

“여기 있는 아가씨를 포함해서 드러난 사람은 일단 셋이란 거구나.”

예전에 기하족에 대해 네이엔느에게 물었을 때도 백색 머리칼의 여자들은 아주 드물다고 했다.


“더 있다 해도 그 두 사람 이상의 힘은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말하는 걸 듣고 있다가 엘리어트가 시라의 말에 덧붙였다. 그리고 둘 중 키히스와 계속 같이 있었고 데비를 만난 적 있는 그 마르테나란 여자가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

끄덕이며 시라는 엘리어트를 쳐다보았다. 왜 이런 걸 묻는지 엘리어트는 짐작할 것이다.

“엘리어트 너는 불확실한 힘에 기대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하고 그 점은 나도 동의하지만..”

엘리어트를 향해 시라는 말했다.

“지금은 그런 위험도 감수할 때 같아.”

그 시선에 엘리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내 생각도 그래.”

시라가 말하는 건 그녀들이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것이다. 셰릴에게는 헤리나를 이용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한 지금 이것저것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니까 지금은.”

시라는 미소지었다. 틀렸다고 생각하면 쓸데없이 고집 부리지 않는 것도 엘리어트의 장점이다.

“하지만 데비에게 약속한 게 있어.”

“아, 그건 나도 알아.”

무슨 약속인지는 안 들어도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범위 내겠지. 아가씨에게 부탁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말하며 시라는 가슈가 들고 있는 지도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제 우리가..”

그러다가 갑자기 어지러웠는지 비틀거리는 걸 엘리어트가 잡았다.

“넌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어 아직은.”

평소같은 말투였지만 걱정이 섞여 있다. 머쓱하게 시라가 웃었다.

“아.. 역시 아무래도 아직은.”

며칠 정신을 잃고 있을 정도로 중상이었다. 금방 회복될 상처는 아니다.

“그럼 뒤는 부탁하고 출발할 때까지 난 좀 쉴게.”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까지 무리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시라는 말했다.

“아, 내가 같이 갈게요.”

자리에서 빠지려는 그를 시즈가 부축하듯 잡았다. 그리고는 걱정스런 눈으로 그를 따라 걸어갔다.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헨터만은 말했다. 큰 싸움을 앞둔 지금 시라의 상태는 썩 여의치 않아 보인다.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걸어가는 시라와 시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가야 할 곳을 정하죠.”

두 사람 쪽을 보고 있다가 이윽고 그가 말했다.

“이제.”

끄덕이며 헨터만은 지도로 다시 눈을 돌렸다.


그 뒤로 나르와 데일에게 질문이 몇 번 더 이어지고 헨터만과 가슈, 레이까지 끼어들어 한참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나니 확인해야할 몇 군데가 추려졌다. 그 다음부터는 운이 필요했다.


그리고 라크네트가 듀셰를 이끌고 사라진지 열 이틀째이자 각자의 목적으로 뿔뿔이 흩어진 뒤 아흐레가 지난 날, 그들은 흰색 장막이 펼쳐 있는 이 장소로 다시 모여들었다.








장막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장막 덕분에 주변이 보이지 않아 간간이 옆에서 튀어 오르는 파도에 물을 뒤집어써야 했지만 밟고 있는 돌바닥이 아주 폭이 좁은 장소는 아니었는지 파도에 휩쓸릴 정도는 아니었다.

발아래 느껴지는 돌바닥에 신경을 집중한 채 감으로 걸어가다 오래 있지 않아 두 사람은 장막을 뚫고 밖으로 나왔다. 안개를 뚫고 나오니 그제야 시야가 확보된다. 그래 봤자 앞에는 검은 돌바닥 뿐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밟고 있는 돌바닥은 이제 눈으로 볼 수 있었는데 오랜시간 동안 파도가 쓸고 지나간 흔적인지 물기가 고여 있는 돌바닥은 베일 정도로 매끄러워 보였고 고개를 숙이니 바닥의 옆면은 구멍이 숭숭 뚫린 돌이 보였다.


장막을 뚫고 이런 곳까지 접근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장소만 보면 맞는 것 같은데.”

이런 곳에 올 자들이 있다면 정말 검은 기사단뿐일 거라고 생각하며 혹시 바닥이 무너지는 건 아닌가 싶어 걸어가면서도 고개를 숙여 가슈는 바다에 잠겨 있는 돌바닥의 옆면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앞에서 엘리어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기색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엘리어..”

왜 그러나 싶어 입을 떼는데 엘리어트가 손을 들어 조용히 하란 신호를 보냈다. 가슈가 입을 다무는 동안 엘리어트는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곳은 지금 무서울 만큼 고요하다.


파도 소리는 장막 저쪽에서 간간이 들려왔지만 가까운데서 파도가 치고 있다고 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장막에서 멀어지면서 그 소리는 급격하게 작아졌다. 그리고 파도 소리를 제외한다면 지금 이곳은 소리가 없다.


그런 곳에 마치 검고 거대하고 매끈한 돌바닥이 바다 한 가운데 고정되어 있고 그 돌바닥을 장막이 감싸고 있는 형상인 곳에 자신들은 서 있다.

그리고 그 끝, 저쪽에서 다시 시작되는 장막의 뒤로 희미하게 보이고 있는 거무스름한 무언가가 보인다. 그곳을 응시하다가 돌바닥을 가로질러 엘리어트는 이제 반대쪽 장벽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장막 안으로 들어간지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장막 바로 앞에서 헨터만은 안으로 들어간 엘리어트와 가슈를 기다리는 중이다.

“들어간지 얼마나 됐죠?”

아비크가 다가 오며 물었다. 길더도 같이 옆으로 걸어왔다.

“둘이 언제 갔는지도 못 봤습니다.”

두 사람 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

“오래되진 않았으니 찾으러 갈 정도는 아닐 겁니다.”

당장 뛰어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을 향해 헨터만은 말했다. 늦어지면 이쪽에서 찾으러 갈 걸 알고 있을 테니 엘리어트도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 생각이 맞았는지 마침 그 찰나에 다행히 장막을 걷고 엘리어트와 가슈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어떻게 됐어요?”

앞으로 오는 두 사람을 향해 길더가 물었다.

“제대로 찾아 온 것 같은데.”

가슈가 대답했다. 헨터만은 엘리어트를 보았다.

“그럼 저기에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어트를 보다가 헨터만과 아비크, 길더의 시선이 동시에 그의 뒤에 있는 장막쪽으로 향했다. 대단한 바다 안개라고 생각했는데 그 너머에 검은 기사단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장막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기사단을 봤습니까?”

“아뇨.”

묻는 소리에 가슈가 대답하자 장막 저쪽을 보고 있던 헨터만의 고개가 이쪽으로 돌아왔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압니까?”

다소 황당해 하는 기색.

“얼굴 보고 확인할 순 없잖아요.”

여기 와 있는 걸 들키는 순간 끝이다.

“눈으로 본 게 아니라면 맞게 찾아온 거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맞게 온 겁니다.”

안심하라는 듯 엘리어트가 헨터만을 향해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그냥 압니다.”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그리고 당신도 보면 알 겁니다.”


조금 전 돌바닥을 가로질러 다시 들어간 장벽 저쪽은 길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돌바닥은 편평하게 계속 이어졌지만 들어가자마자 거기서부터는 장막에서부터 엄청난 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리고 그 바람을 헤치고 또 한 번 장막의 끝으로 나오자 그 앞으로도 조금 더 이어지다 돌바닥은 끊기고 거기에는 죽은 바다가 이어졌다.모래 바람이 심한 사막이 있다면 그 사막이 돌바닥과 물로 바뀌기만 한 것 같은 곳이다.

그리고 그 죽은 바다 한 곳에 하나의 높고 거대한 바위 섬이 솟아 올라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나르가 어째서 바람에 신경쓰라는 말을 들었는지. 바람이 심하지만 그 심한 바람을 이용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곳. 땅에서 누군가 알아챈다 해도 뭐가 있는지 알 수 없고 설령 안다 해도 접근할 수 없는 곳. 땅에 있으면서도 지상과 단절된 것 같은 그런 바위 섬이었다.


엘리어트의 말을 들으며 잠시 있다 헨터만은 곧 단념한 기색이 되었다.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을 쉽게 믿는 성격이 아니지만 지금까지 엘리어트를 봤을 때 그가 확신한다면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미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이제 어쩔 겁니까?"

헨터만은 말했다.


“우리가 저들의 위치를 찾아낸 건 아직 모를 테니..”

경계를 소홀히 하고 있진 않겠지만 에르디스 영주는 당장 아쉬를 손에 넣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테니 검은 기사단의 본거지를 찾아낸 지금 허를 찌르고 있는 건 아마도 이쪽이다.

"눈치채기 전에 치고 들어가야죠."

저기에 얼마나 많은 검은 기사단이 남아 있는지 몰라도 지금이 랭더발의 전력을 약화시킬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된다.


“어떻게 들어갈건데요?”

조금 전 장소를 떠올리며 가슈는 말했다. 배를 이용한다면 쉽게 눈에 띌 것이다.


"방법은 생각해뒀지만..."

엘리어트는 말했다.

"그건 결과에 따라서."

뜻모를 애매한 소리에 가슈가 다시 물으려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길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가 됐든 결정되면 알려주세요 그럼."


한겨울 바닷바람을 더해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는 검은 기사단보다 추위가 더 두려운 적이다.

"으, 추워.”


두 사람이 돌아왔으니 이제 볼 일이 없었는지 조금이라도 바다에서 떨어져 바람을 피할 요량으로 어깨를 문지르며 길더가 몸을 돌렸다.


레이와 시즈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뛰어가는 길더를 보다가 가슈는 엘리어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뭔가 더 물으려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궁금했지만 지금으로서 그 정도 대답이라면 엘리어트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괜히 보채지 않기 위해 더 묻지 않고 그도 몸을 돌렸다.

옆에 서 있는 아비크와 함께 길더가 간 쪽으로 그 역시 사라지는 동안 엘리어트의 옆으로 이번에는 시라가 다가왔다.


“제대로 찾았다면 다행이긴 한데..”

장막을 빠져 나온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던 헨터만들과 얘기하는 기색으로 보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부대가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후속 부대를 생각하며 시라는 물었다.

“이틀 혹은 사흘.”

“그렇군.”

대답하는 소리에 끄덕이다가 시라는 그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래?”

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이삼일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기다리기만 할 건 아니다.

“제대로 찾아 온 거라면 우리가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저 안에 들어갈 누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는 거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에 무턱대고 쳐들어가기보다 안에서 잠입해 있다가 이쪽을 도울 사람이 있어야 한다. 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이삼일의 시간 동안 혹시나 있을 저들의 이동 또한 감시해야 했고.


엘리어트의 생각도 별 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묻는 소리에 대답이 없자 시라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 대답 없음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저 안에서 군대가 들어올 때까지 숨어 있다가 진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때까지 들키지 않고 숨어 있는 것도 어렵지만 만약 들킨다면 목숨을 부지할 확률은 없다.


“어떻게 할래?”

진격을 좌우할 중요한 역할이지만 가장 위험했고 또한 지금의 사안을 생각한다면 가장 실패할 확률이 낮은 자여야 한다. 그걸 이미 알기에 엘리어트는 지금 말이 없는 것이다.


“내가 할까?”


가슈들은 여기서도 중요한 전력인데다가 위험한 상황에 그들을 보내는 건 엘리어트로서도 내키지 않는 일일 거라고 생각하며 시라는 말했다.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왜 대답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 가장 적당한 인물은 사실 정해져 있다. 그게 누군지는 시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

더 묻지 않고 엘리어트가 말할 때까지 시라는 기다렸다.


“가서 얘기해 봐야지.”

곧 엘리어트는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 그를 따라 시라 역시 나머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 안에서 부대가 올 때까지 잠입해 있을 사람이 필요해.”

대략 상황을 설명하고 엘리어트는 말했다. 잠깐 침묵이 돌았다. 어느 때보다 위험한 임무란 걸 모두 직감할 것이다.

“제가.”

그 침묵이 망설임이라고 생각했는지 길더가 손을 들었다.

“전 다른 사람보다 체구가 작으니까 숨어 있기 적당해요. 만에 하나 들켜도 상대할 수 있고.”

“빠져나올 구멍 하나 없는 검은 기사단 본거지에서 혼자?”

시큰둥하게 레이가 맞서며 그가 엘리어트를 쳐다봤다.

“위험하게 꼭 그렇게 해야 되요? 차라리 내가 매를 보내서..”

“정찰 왔다고 알려주게?”

그 말을 자르며 아비크가 나섰다.

“그런 일에 나설 놈은 나 아니면 길더고, 우리 둘 중엔 내가 나으니까 내가 가죠.”

“무슨 뜻이에요?”

그를 향해 길더가 항의했다.

“내가 아비크보다 못하단 말이에요? 그런 말 하는 근거는요?”

“지금껏 지내왔으니 알잖아.”

“모르겠는데요.”

“됐어 둘 다.”

가슈가 입을 뗐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말없이 있던 엘리어트를 유심히 보며 그는 말했다.

“대장은 이미 생각을 정한 것 같으니까.”


네 명의 시선이 엘리어트에게 갔다. 그리고 엘리어트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 그 시선이 자신에게 와 있는 걸 시즈는 깨달았다.

“나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시즈를 보다가 엘리어트는 입을 뗐다.


“위험한 일이고,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돼.”


잠깐 당황한 것 같았지만 시즈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좀 갑작스러워서 어리둥절했던 것뿐이다.

“갈게요.”

“괜찮겠어? 정말.”

다시 확인하는 엘리어트를 보고 시즈는 머리를 긁적였다.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로 그는 말했다.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눈을 들어 시즈는 엘리어트를 보았다.

“할게요.”

시즈는 결심을 굳혔다.

“잘 해낼게요 그리고.”



엘리어트는 그를 응시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 검은 기사단과 마주친다면 뒤의 상황은 이미 문제가 아니다.

들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고 그런 면에서 귀가 좋은 시즈는 위험을 피할 확률이 가장 높은데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있기에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또한 다른 사람보다 떨어지지 않으니 적당했다.


“그럼..”

그의 눈을 응시한 채 담담히 엘리어트는 말했다.

“거기에 대해 얘기 좀 하자.”

그 말에 시즈는 끄덕였다.

“네.”

각오를 굳히며 그는 엘리어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에 집중했다.





“엘리어트도 참.”

두 사람만 얘기하게 해주기 위해 자리에서 빠져 나온 헨터만은 고개를 돌려 저쪽에 서 있는 엘리어트와 시즈를 힐끔 보았다.

“그런 줄 알았지만 여간하네요. 엘리어트 말이면 어차피 따른다는 거 알텐데.”

평소 엘리어트를 잘 따르던 시즈였으니 그의 명령이라면 시즈는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를 보내는 건 사뭇 냉정해 보이는 결정이었다.

“단지 명령이기 때문에 시즈가 대답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헨터만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시라는 입을 뗐다.

“시즈 역시 알고 있는 거에요. 엘리어트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옳은 판단이라고.”

담담히 시라는 말을 이었다.

“지금은 실수가 있어선 안 될 때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엘리어트를 믿고 많은 영주국들이 보낸 병력이 여기로 달려오고 있다. 검은 기사단을 잡지 못하고 그것이 시간만 허비한 결과가 된다면 이 싸움의 끝은 이쪽의 패배가 될 수밖에 없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싸움이고 그러기 위해 모든 수가 중요한 때다.

"그런가요?"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하는 시라의 옆에서 헨터만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뭐 엘리어트의 판단이 이번에도 틀리지 않길 바랍니다만."

어딘지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라는 이제 입을 다물었다.






엘리어트가 시즈와 말하는 동안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온 레이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나머지 사람들을 쳐다봤다.

“정말 시즈가 가?”

가슈와 아비크, 길더 중에 입을 여는 사람이 없자 탐탁지 않은 듯 그는 말했다.

“정 그럼 내가 같이..”

“됐어. 너 끌고 다니는 건 더 힘들어.”

시즈가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쫓아오며 끼어들었다. 엘리어트의 얘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둘이 있으면 몸만 무겁고.”

네 사람에게 바짝 가까이 오며 평소와 다름없는 기색으로 시즈가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도움 안된 적 있어?”

그러나 거기에 대꾸하는 레이의 음성은 적잖이 퉁명스러웠다.

“여기 있다고 해서 괜찮은 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곧 전장이 될텐데.”

의아한 얼굴로 시즈는 그를 보았다.

“여기 있다고 딱히 위험하지 않은 것도 아니구만.”

“그래도 너 혼자 그 놈들 본거지로 가는 건...”

“아, 하던 대로 해. 갑자기 웬 걱정?”

그답지 않게 진지한 게 웃겼는지 피식하는 소리에 레이가 찡그렸다.

“지금이 웃을 때냐?”

“뭐 다르다고.”

레이가 너무 정색하자 더 말하기도 뭐했는지 시즈는 멋쩍은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를 가슈와 아비크, 길더가 보고 있었다.

“대장한테”

아비크가 그를 향해 물었다. 목소리가 진지했다.

“내가 다시 말해볼까.”

“아님 내가.”

길더 역시 말했다.

“됐어.”

시즈는 볼멘 얼굴이 됐다.

“너희는 날 너무 애 취급해. 나도 지금껏 맡은 일 실패해 본적...”

“정말 할 수 있는 거지?”

계속 그를 보고 있다가 처음으로 가슈가 말했다.

“실수하지 않고.”

진지하게 묻는 그를 향해 시즈는 대답했다.

“할 수 있어.”

그의 표정도 진지했다. 가슈는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리고는 끄덕였다.

“그래.”

“이 자식이 뭘 안다고 물어? 그냥 대장한테 가서..”

“그게...”

레이가 찡그리며 말하는데 뒤에서 고음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다들 고개를 돌렸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린 시즈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녀를 알아보고 시즈는 멈칫했다.

“아릴.”


멀리서부터 시즈와 나머지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놀래켜 주기 위해 발소리를 최대한 줄인 채 살금살금 다가오다가 그들의 대화를 들은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얼어 붙어 있었다.


시즈가 먼저 그녀가 가까이 뛰어 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물었다. 베이그릴스에 있어야 될 아릴이다.

“어떻게 여기 왔어요?”

놀란 기색이 역력한 그를 향해 아릴은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랄페르 아가씨랑.”

그녀는 말했다.

“그보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얼핏 스쳐가는 얘기만으로 심각한 얘기라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표정은 적잖이 굳어 지고 있었다.

“지금 무슨 얘기야?”

살짝 시즈는 말문이 막혔다.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한 얼굴로 그가 뒷통수에 손을 댔다. 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두려운 눈으로 아릴은 그저 시즈를 바라 보았다.




엘리어트가 시즈와 얘기하는 동안 두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시라는 헨터만과도 떨어져 혼자 장막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엘리어트 말대로 장막은 아주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안의 기척을 완전히 숨길 만큼은 된다. 동시에 장막 밖에 있는 자신들의 기척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장막은 저들이 모습을 가려주면서 동시에 이쪽 또한 가려주고 있다.


늦어도 사흘. 지원군이 여기 도착할 시간이자 그리고 아쉬에서도 싸움이 시작될 시간. 그쪽과 이쪽의 균형이 맞으려면 그리고 검은 기사단이 아쉬로 달려가지 못하게 하려면 싸움은 적어도 그 안에 시작되어야 한다. 저쪽이 유리하지도 이쪽이 불리하지도 않은 시간.


장막 앞이 점점 흐려져 앞이 희미하게 보일 때쯤 시라는 걸음을 멈추었다. 어떤 곳인지 느낌을 파악하기 위해 와 본 거지만 지금은 아직 기력이 회복되지 않은 자신이 어설프게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다시 장막 밖으로 걸어나왔다.

얘기가 끝났는지 시즈가 가슈들과 저쪽에 함께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 앞에 아릴 세나즈가 서 있는 걸 알아보고 그는 잠시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아릴 세나즈가 혼자 여기 왔을 리는 없다.


시라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엘리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엘리어트의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자신을 본 엘리어트가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하자 여자가 돌아봤다.

눈이 마주치자 네이엔느 랄페르가 곧 자신을 향해 눈인사를 건냈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시라는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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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62 아우루
    작성일
    18.11.12 08:55
    No. 1

    흥미진진한 시점에서 딱 끊겼네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8.11.12 18:53
    No. 2

    죄송.. 빨리 올리고 싶은데 정말 어렵습니다.. 이번주말까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夢想成眞
    작성일
    18.11.12 10:43
    No. 3

    전운이 감도네요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는 시점에서 목빼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대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8.11.12 18:56
    No. 4

    감사합니다 한자님 (다 아는 자 같은데 읽으면 말이 안되서 틀린 것 같아 입밖으로 못 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고요왕
    작성일
    18.11.12 19:18
    No. 5

    응아아 오랜만에 오니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뒤에서 부터 천천히 따라갈게요. 추위 조심하시고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8.11.12 21:43
    No. 6

    날이 점점 추워지긴 하네요. 굿겨울 되세요 빈츠님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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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1) +4 17.08.20 458 15 24쪽
274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0) +8 17.08.17 526 15 22쪽
273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9) +7 17.08.15 546 12 30쪽
272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8) +8 17.08.15 1,092 13 24쪽
271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7) +15 15.09.16 808 24 22쪽
270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6) +2 15.09.13 715 15 18쪽
269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5) +4 15.09.12 634 13 15쪽
268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4) +4 15.09.11 655 17 18쪽
267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3) +8 15.09.09 710 23 26쪽
266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2) +7 15.06.28 962 24 17쪽
26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 +4 15.06.21 745 22 12쪽
264 하트의 반(VAN) - 2-28 덫(6) +6 15.06.19 760 27 28쪽
263 하트의 반(VAN) - 2-28 덫(5) +4 15.06.19 661 22 23쪽
262 하트의 반(VAN) - 2-28 덫(4) +6 15.06.14 723 24 19쪽
261 하트의 반(VAN) - 2-28 덫(3) +2 15.06.14 759 18 15쪽
260 하트의 반(VAN) - 2-28 덫(2) +2 15.06.14 774 16 15쪽
259 하트의 반(VAN) - 2-28 덫(1) +6 15.06.08 801 26 13쪽
258 하트의 반(VAN) - 2-27 전야 +10 15.06.05 759 25 21쪽
257 하트의 반(VAN) - 2-26 변증(7) +4 15.06.02 779 23 15쪽
256 하트의 반(VAN) - 2-26 변증(6) +6 15.05.14 819 31 31쪽
255 하트의 반(VAN) - 2-26 변증(5) +8 15.05.10 800 29 22쪽
254 하트의 반(VAN) - 2-26 변증(4) +6 15.05.10 644 30 18쪽
253 하트의 반(VAN) - 2-26 변증(3) +6 15.05.06 982 29 22쪽
252 하트의 반(VAN) - 2-26 변증(2) +6 15.05.03 680 29 20쪽
251 하트의 반(VAN) - 2-26 변증(1) +6 15.04.30 869 27 15쪽
250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3) +8 15.04.28 840 27 14쪽
249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2) +2 15.04.26 704 28 18쪽
248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1) +4 15.04.24 807 24 12쪽
247 하트의 반(VAN) - 2-24 바하 +8 15.04.23 813 32 23쪽
24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5) +4 15.04.21 679 34 8쪽
24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4) +10 15.04.20 815 34 16쪽
24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3) +8 15.04.19 741 29 17쪽
24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2) +6 15.04.18 815 28 14쪽
24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1) +9 15.04.16 882 33 29쪽
241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0) +10 15.04.14 931 34 25쪽
240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9) +7 15.01.29 1,248 40 14쪽
239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8) +2 15.01.28 892 30 18쪽
238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7) +6 15.01.25 1,062 33 17쪽
237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6) +4 15.01.20 850 35 20쪽
23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5) +4 15.01.16 1,035 38 13쪽
23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4) +4 15.01.16 983 31 13쪽
23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3) +2 15.01.14 1,237 40 23쪽
23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2) +4 15.01.09 1,131 35 12쪽
23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 +5 15.01.08 1,031 33 12쪽
23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1) +4 15.01.07 1,206 47 7쪽
23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0) +4 15.01.05 1,081 33 7쪽
22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9) +6 15.01.05 1,459 93 14쪽
22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8) +4 15.01.02 1,099 38 14쪽
22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7) +7 15.01.01 1,090 32 22쪽
22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6) +7 14.12.30 1,058 38 23쪽
22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5) +10 14.12.28 1,014 40 10쪽
22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4) 14.12.27 1,079 37 14쪽
22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3) 14.12.25 1,082 38 16쪽
22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2) +6 14.12.23 1,102 37 12쪽
22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1) +6 14.12.22 1,266 40 15쪽
22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0) +4 14.12.19 1,181 32 15쪽
21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9) +2 14.12.18 1,082 35 10쪽
21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8) +8 14.12.18 1,396 41 25쪽
21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7) +2 14.12.16 1,313 33 14쪽
21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6) 14.12.15 1,049 35 23쪽
21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5) +2 14.12.14 1,150 31 12쪽
21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4) 14.12.13 1,153 34 14쪽
21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3) +2 14.12.10 1,348 40 17쪽
21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 +6 14.12.09 1,213 43 11쪽
21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 +6 14.12.07 1,221 40 17쪽
210 하트의 반(VAN) - 2-21 필센(9) +4 14.12.06 1,052 38 19쪽
209 하트의 반(VAN) - 2-21 필센(8) +6 14.12.04 967 37 9쪽
208 하트의 반(VAN) - 2-21 필센(7) +2 14.12.04 1,149 37 15쪽
207 하트의 반(VAN) - 2-21 필센(6) +4 14.12.02 1,108 36 7쪽
206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6 14.12.01 1,478 39 19쪽
205 하트의 반(VAN) - 2-21 필센(4) +2 14.11.28 1,059 37 11쪽
204 하트의 반(VAN) - 2-21 필센(3) 14.11.27 952 39 8쪽
203 하트의 반(VAN) - 2-21 필센(2) 14.11.26 1,044 42 22쪽
202 하트의 반(VAN) - 2-21 필센(1) +2 14.11.25 2,019 44 10쪽
20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3) 14.11.23 1,222 44 19쪽
20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2) +2 14.11.21 1,601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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