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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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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9,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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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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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1)

DUMMY

벨라르드와 헤르반으로 이어진 동쪽과 서쪽 외길을 제외하고, 섬의 나머지 둘레는 모두 절벽이다. 높이 솟아오른 절벽 위로 편평한 땅이 이어졌고 절벽 가장자리는 숲으로 둘러 싸여 있다.


서쪽 절벽 끝으로 배가 다가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접근해 배는 절벽 가장자리에 가까이 닿았다.

일렁이는 파도 위에서 용케 부딪치지 않고 배가 절벽 앞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동안 갑판 위로 정체 모를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림자들이 곧 절벽에 달라붙는다.

멀리서보면 마치 거미 떼가 벽을 기어오르듯 그들은 하나 둘씩 절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잠시 후 백 명의 검은 기사들이 섬에 발을 딛었다. 고요하면서도 빠르게 그들은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중간 마을은 며칠 전 마을 대표들이 모여 있던 얼음 동굴을 빠져 나가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두 개가 남쪽과 동쪽에 치우쳐 있어기에 상대적으로 섬 중앙에 위치한 중간 마을이 여기서보면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애초에 길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들은 섬 전체에 자라 있는 나무 위를 날아다니듯 통과했다.

날씨가 변화무쌍하면서 하루걸러 한 번 눈이 내리는 섬이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이제 눈보라로 변해 있었지만 이 정도 눈보라쯤은 전혀 상관도 없이 검은 기사들은 순식간에 중간 마을로 이어지는 얼음 동굴 앞까지 도착했다.


이 동굴을 빠져 나가면 멀지 않은 곳에 로어크에게 전해 들은 중간 마을이 있다. 거기서 해야 할 일을 신속히 일을 마무리 하고 난 뒤 그 다음 해야 할 일에 그들은 집중해야 했다.


얼음 동굴을 빠져 나오자 눈보라는 더욱 거세져 이제 한 치 앞도 안 보일 지경이었지만 동굴 안을 지나올 때만큼 빠르게 그들은 다시 앞으로 달려 나아갔다.


그러던 순간 그들 중 선두에 있던 한 둘이 갑자기 자리에 섰다.

천천히 그들의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얼음 동굴을 빠져 나오자 넓게 눈밭이 펼쳐져 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는지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 양쪽으로는 눈이 쌓인 산들이 뾰족하게 솟아 있을 뿐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눈보라 때문에 지나가는 자들이 아무도 없는 게 당연할 텐데도 뭔가를 감지했는지 그들은 하나 둘 씩 자리에 멈춰 서고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그들의 시선이 이제 사방에 거미줄처럼 걸쳐 지는 동안 머리 위에서 낮은 울림 소리와 함께 곧 땅이 우레와 같이 낮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으르렁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알아챈 검은 기사단이 몸을 피하는 동안 양쪽 산 비탈 위에서부터 그들을 향해 눈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시간이 지나면서 눈보라가 되더니 정오가 지날 때쯤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해졌다.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는지 바람 소리와 함께 들창이 들썩거렸다.


들창문을 모두 닫고 중간 중간 불을 밝혀 놓았지만 한 낮인데도 집안은 어둑어둑하다. 그 집에서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스터그안은 목석같이 앉아 있었다.


호위 기사 다섯이 마찬가지로 그의 주변에 서 있다. 영주 혼자 여기 있어도 불편한 마당에 기사들까지 좁은 집에서 진을 치고 있으니, 집 안 사람들은 일찌감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피해 있었고 촌장만이 남아 가만히 앉아 있는 스터그안을 대하고 있었다.


“한 잔 더 드릴까요?"

아침나절 이후로는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무엇 때문에 계속 저러고 앉아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점심이 다 지나도록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스터그안을 보며 노인이 말을 했다.

"됐소."

아침부터 몇 잔 연거푸 마시더니 이제 충분했는지 촌장은 보지도 않은 채 스터그안이 대꾸했다.


탁자 위에 올린 손으로 턱을 괸 채 스터그안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 소리만 들어도 아까부터 눈보라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을 테니 다들 집 안에 있으면서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중간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스터그안의 손가락이 탁자 위를 툭툭 쳤다. 일이 끝이 나면 그걸 알 리는 신호가 제일 먼저 올 곳이 바로 촌장의 집이다. 그것도 이제 곧.


"차가 필요 없으시면 식사를 준비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쉽게 돌아갈 생각이 없였으니 이제 다들 배가 고플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터그안을 향해 촌장이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촌장님."

열린 문으로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쳐 들어왔다.


집안으로 몰려 들어오는 눈보라를 막은 채 남자가 문 앞에서 헐떡거렸다. 그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다.

“초, 촌장님..”

그의 뒤에서 다른 남자들이 다시 나타났다. 급하게 왔는지 다들 말을 잇지 못하고 문 앞에 서서 헐떡거리는 동안 찬바람에 섞인 눈이 계속 집 안으로 들어왔다.


"왜들 그러나?"

숨이 턱에 닿아 말을 잇지 못하는 남자들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뒤에 있는 스터그안을 의식하고 촌장은 서둘러 말했다.

"뭔진 몰라도 진정하게."

"크, 큰 일 났습니다."

"큰 일이라니?"

"그게.. 그게 밖에, 밖에.."

"허. 진정 하래도."

말문이 막힌 건지 아니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말이 하고 싶어 말이 안 나오는 건지 이제 하얘진 얼굴이 시뻘겋게 되고 있는 남자를 보고 촌장이 의아해 하는 동안 뒤에 앉아 있던 스터그안은 그가 기다리던 소식을 가지고 왔음을 알아 채고 있었다.














그들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중간 마을에서 남서 마을로 오던 몇몇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원래 남서 마을 사람들로 이른 아침 눈보라가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을 때 잠시 그쪽에 건너갔다가 저녁이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려고 얼음 동굴 쪽으로 향하던 자들이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길을 따라 얼음 동굴 근처까지 왔을 때 그들이 제일 먼저 본 것은 붉게 물든 눈밭이었다. 처음에는 눈보라 때문에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비볐으나 곧 눈 위 여기 저기에 쓰러져 있는 자들을 보았다.

그것이 시체이면서 동시에 한 두 구가 아닌 것을 발견하고 머리털이 곤두 설만큼 놀라 그들은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러다가 보통 일이 벌어진 게 아니란 사실이 머리를 치자마자 미친 듯이 눈보라 속을 뛰어 그들은 촌장의 집으로 달려 갔다.



허파가 튀어 나올만큼 눈보라를 뚫고 전속력으로 달려온 그들이 촌장에게 눈으로 본 상황을 전한 뒤 촌장 일행이 그들을 따라 얼음 동굴을 지나 밖으로 나왔을 때 다행인지 눈은 이제 그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동굴 밖으로 빠져 나오자 넓게 펼쳐진 눈밭 위에서 남자들이 와서 전한 그대로의 광경을 발견하고는 촌장들 역시 자리에 얼어 붙었다.

조용히 내리는 눈이 시체들 위로 소복히 쌓이고 있다.


“대체 이게..”

피로 물든 눈밭위에 여기 저기 죽어 있는 남자들의 시신을 보고 촌장은 할 말을 잃었다. 조그만 섬에서 땅 위에 누워 있는 수십 구의 시신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누군지 왜 여기서 죽어 있는지, 지금 눈앞에 펼쳐 있는 상황에 촌장이 말문이 막혀 있는 동안 스터그안은 촌장의 바로 뒤에 서서 마찬가지로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그가 놀란 것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어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은 분명 검은 기사단이다.


마을로 간 검은 기사단이 왜 여기 쓰러져 있는지, 내심 놀랐지만 드러내지 않으며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촌장과 마찬가지로 곧장 떠오른 의문도 하나였다. 누가 이런 짓을 했나.

아니 누가 그랬는지는 둘째 치고 검은 기사단을 막을 수 있는 자가 이 섬에 있다는 건가. 대체 누가..


스터그안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못 보고 지나친 게 있는지 그는 사방을 확인했다. 가까이에는 지금 촌장 일행과 자신의 기사들 외에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런 짓을 한 자가 분명 어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에 놓친 게 없나 샅샅이 훑고 있는데 아래로 낮아지는 길 저쪽에서 조금 전까지 없었던 사람 머리 하나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누군지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며칠 전 동굴에서 봤던 헤르반의 전령이다.

이쪽으로 걸어 올라오고 있는 남자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다. 그 검에서 뭔가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스터그안은 똑똑히 보고 있었다.


“촌장님.”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지 자기네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다가 엘리어트가 그들의 근처까지 왔을 때 그제야 그를 발견한 남자가 서둘러 촌장을 불렀다.


등을 돌리고 있어 누가 나타났는지 모르고 있던 촌장이 다급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가까이 걸어오고 있는 엘리어트를 발견했다.


“기사님.”

갑자기 왜 엘리어트가 나타났는지 잠시 이해를 못하고 촌장이 그를 쳐다보았다.

“여긴 어떻게...”

아직 얼떨떨한 채 말하던 그는 그 손에 들린 검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걸 보고 말을 멈추었다.


검에 묻은 피가 아직 굳지도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번 알아채기엔 순진한 섬사람이지만 피 묻은 검을 들고 있는 자에게 물어 볼 말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었다.


“기사님이 그랬습니까? 이 자들..”

겨우 묻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검에 묻은 피를 옆으로 털어냈다. 지금 상황을 이해시킬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이 아니었지만 일단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짧은 대답에 촌장의 안색이 다시 변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죽은 사람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지만 이 선한 인상의 기사가 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마을에서 무슨 일을 벌이려는 겁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촌장님.”

“우린 그냥 도와준 거에요.”

섣부른 오해를 막기 위해 엘리어트가 다시 말하는 동안 제일 먼저 엘리어트를 따라온 시즈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의 뒤에서 가슈와 아비크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도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여기저기서 불쑥 나타나는 외부인들을 보고 촌장과 나머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누구요? 당신들은."

칼과 무기를 들고 갑자기 나타난 남자들을 보고 그들은 겁을 집어 먹었다. 들고 있는 검에서는 다들 붉은 피가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헤르반에서 같이 온 분들입니까?"

엘리어트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촌장이 그나마 침착하려 애쓰며 엘리어트를 향해 묻고 있었다.

"정확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을 겁주지 않기 위해 엘리어트가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그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빨리 생각하기에는 기력이 딸렸는지 아니면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는지 촌장은 겨우 다시 물었다.

"당신들은 누굽니까? 그리고 이 자들은 또 누굽니까?"

“이 자들은 랭더발의 검은 기사단입니다.”

아래를 내려다 보며 하는 묻는 소리에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방금 전까지 그와 시라들은 쓰러진 자들을 확인했다. 그들은 모두 검은 기사단이고 모두 붉은 눈을 가지고 있다.

“랭더발?”

촌장이 더듬거렸다.

“랭더발이 왜 여기...”

“헤르반에서..”

엘리어트가 대답하려는 데 갑자기 스터그안이 끼어 들었다.

“랭더발을 이용해 마을을 치려고 했던 거요?”

엘리어트와 촌장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갔다.

“중간 마을이 우리 벨라르드 편을 들어서?”

엘리어트는 스터그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시선에 담긴 뜻을 알 수 있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스터그안은 그 시선을 마주 대했다.


두 사람이 서로 쳐다보는 동안 촌장은 스터그안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쪽 방향에 있는 건 중간 마을 하나뿐이다.

그 마을이 오랫동안 벨라르드 편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제일 먼저 머리를 스치자 안색이 더욱 하얘져 그는 다시 엘리어트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입니까?”

촌장이 더듬거렸다.

“정말 헤르반에서 우리를...”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스터그안과 마주대하고 있다가 엘리어트는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그럼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소리에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촌장이 말하는데 이번에는 동굴 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날아왔다.

“제가 먼저 물어야 겠어요.”


높고 가느다란 여인의 음성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동굴 쪽에서 수십 명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제일 앞에서 털로 된 숄을 어깨에서부터 발목까지 두른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고 스터그안은 멈칫했다.

"밀레드."


촌장들과 엘리어트, 그리고 스터그안의 앞까지 걸어와 밀레드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눈으로 스터그안을 쳐다보았다.

"영주님."

냉담히 그녀가 말을 건내자 실수를 깨닫고 스터그안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공녀.”


갑자기 나타난 헤르반의 밀레드 사르칸트를 보고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스터그안은 물었다.

“갑자기 어떻게 왔소? 여긴 왜..”

“전갈을 받았어요.”

“무슨..?”

“벨라르드가 랭더발과 손을 잡고 절 농락하고 있다는 전갈을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스터그안에게는 늘 그랬던 것처럼 냉랭했다.

"오늘 아침에."


“하하. 무슨 말이오 그게?”

거침없이 하는 소리에 식은땀이 살짝 베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 그가 웃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밀레드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는 눈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늘 아침, 엘리어트로부터 벨라르드와 랭더발 사이에 오간 거래의 증거를 보고 싶으면 펠바느트로 오라는 전갈을 받고 그녀는 지금 막 여기 도착했다.

시체들과 함께, 눈 위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게 당신이 말한 증거군요.”

참혹한 광경이었지만 아무런 동요 없이 밀레드가 중얼거렸다.

"정말 랭더발의 검은 기사단이 맞습니까?"

그녀도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확인하는 소리에 엘리어트가 끄덕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누가 말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이 상황에 겹쳐 몇 년 동안 동시에 볼 수 없었던 영주와 영주 대리인이 갑자기 한 자리에 나타난 것도 의아할 지경인 촌장이 허망하게 말을 던졌다.


그 말에 밀레드가 엘리어트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그겠지만 자신이 직접 말하는 게 헤르반에 유리했다. 자신의 시선에 별 다른 반응이 없자 동의의 뜻으로 알고 그녀는 촌장 앞으로 걸어갔다.


"펠바느트를 손에 넣기 위해서 벨라르드는 랭더발과 거래 했습니다."

엘리어트를 펠바느트에 보내고 그녀 역시 비밀리에 알아봤던 사실과, 그리고 엘리어트가 보낸 전언에 써 있던 사실들을 하나로 모으며 촌장을 향해 그녀는 말했다.

"그 결과 마을 하나가 몰살당할 뻔 한 거고요."

엄청난 소리에 촌장은 반사적으로 스터그안을 쳐다봤다.

"정말입니까?"


소리없이 스터그안은 숨을 들이 마셨다. 밀레드가 여기 갑자기 나타난 것도 뜻밖인데 거기에 더해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낭패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그 말을 인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벨라르드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그다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았는지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자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터그안은 한 발 더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는 중간 마을로 향하는 길이니 만약 중간 마을을 노릴 이유가 있다면 헤르반이야 말로 그렇지 않겠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밀레드의 눈을 피하며 그가 말했다.


얼핏 듣기에는 그 말도 맞아서 촌장은 이번에는 밀레드 쪽을 보았다.

“저희는 랭더발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밀레드가 그 말을 받아쳤다.

“그 정도 빤히 보이는 수로 일을 벌일만큼 헤르반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랬다간 바로 의심을 살 테니까요. 그럴 마음을 먹었다면 오히려 헤르반을 지지하는 마을을 쳤을 겁니다. 지금 벨라르드가 그런 것처럼요.”


냉정히 밀레드가 응수하는 동안 스터그안은 이제 일이 완전히 틀어졌음을 느끼고 있었다.촌장은 속여도 어차피 밀레드는 끝까지 속일 수 없다.

어쩐다.

빠르게 그는 머리를 굴렸다.

검은 기사단이 쓰러졌다면 계획은 끝장 난 셈이다. 그래도 증거가 없으니 끝까지 우기면 이 자리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녀가 저렇게 다 알고 나온다면 앞으로 헤르반과의 관계는 완전히 악화될 것이다. 밀레드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벨라르드와 헤르반은 공생 관계에 있는 게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데 이렇게 되면 아무 소득없이 관계만 틀어진 게 된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나와는 상관없소.”

물론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나 역시 오늘까지 촌장 당신을 설득하기 위해 여기 있지 않았소?"

번갈아 왔다 갔다 하는 촌장의 시선에 다시 한 번 부정하며 스터그안은 말을 이었다.

"그러니 여기 누워 있는 자들이 무슨 짓을 하려 했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그러면서 그는 밀레드 쪽을 다시 보았다. 이렇게 됐으니 끝까지 우기는 수 밖에.

"혹시 공녀가 보낸 전령 말만 믿고 이러는 거라면.."

스터그안은 이제 한 쪽에 가만히 서 있는 엘리어트를 향해 주의를 돌렸다.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오?"

말하며 그는 이제 엘리어트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정말 이 자가 검은 기사단을 쓰러뜨렸단 말인가. 이런 자가 헤르반에 있었단 말인가.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어디서부터 놀라야 할지 스터그안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동안 아무렇게나 던진 그의 마지막 말에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엘리어트 쪽을 보았다.


"전 헤르반 소속이 아닙니다."

그 시선에 엘리어트가 입을 열었다. 여기 상황이 정리되는 건 촌장이 누구 말을 믿느냐에 달려 있었고 그건 벨라르드 영주나 헤르반 공녀가 해야할 역할이었기에 복잡함을 더하지 않기 위해 그는 가만 있었다.

"그러니 헤르반 편에서 말을 전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그러나 두 사람 중 누구 하나를 믿고 여기 상황을 종료시키기엔 촌장은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보였다.

"무슨 말입니까? 기사님."

엘리어트 말에 촌장은 더 머리가 복잡해진 것 같았다.

"외지인이지만 헤르반 공녀님이 보내서 온 줄 알았는데요."

"정확히는 대장장이 마을에서 왔습니다. 자세히 말을 안 해 죄송합니다."

설명하면 또 얘기가 길어졌기에 그렇게만 말하며 엘리어트는 말을 돌렸다.


"공녀님과 영주님 중에서, 아마 공녀님이 하신 말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겁니다."

공녀 역시 뒤에서 랭더발과 손을 잡고 있었으니 전부 진실을 말한 건 아니었지만 일단 여기서는 그랬다.

"어쨌든 아직 일이 다 끝난 게 아니니 잠시 그 얘긴 뒤로 미뤄 두셨으면 합니다."

"무슨 뜻인가요?"

무슨 일이 더 남았다는 건지, 엘리어트가 보낸 전갈에도 쓰여져 있지 않은 말에 밀레드는 표정이 살짝 변했다.


엘리어트의 시선이 스터그안에게 향했다.

“영주님과 같이 있던 자가 여기 없습니다 영주님.”

전부 확인했지만 쓰러진 자들 중 며칠 전 영주와 함께 있던 남자가 없다.

“어디 있습니까? 그 자는.”


로어크를 말하는 소리에 스터그안은 잠시 가만있 었다. 남자가 짚은 것처럼 로어크는 여기 없었을 것이다.

“누구 말이오?”

그러나 역시 모른 척 하며 그가 반문했다.

“그 자가 랭더발의 사자라는 걸 압니다.”

영주를 쳐다보며 엘리어트는 다시 물었다.

"어디 있습니까?"


촌장에게 들은 말로 미루어 몇 달을 영주 옆에 붙어 있던 자가 이제와 그냥 돌아갔을 리는 없었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있다면, 또 다른 일을 꾸미고 있단 뜻이다.


“영주님."

대꾸가 없는 스터그안을 향해 엘리어트는 말했다.

“여기서 일이 틀어지면 아마 랭더발은 원하는 걸 손에 넣을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겁니다."

랭더발의 카뷔에 에르디스를 생각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는 동안 필요하다면 그들은 서슴없이 벨라르드의 등에 칼을 꽂을 겁니다.”

“대체 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잡아떼고 있지만 사실 그 말은 맞다고 스터그안은 내심 인정하고 있었다.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손을 잡은 것 뿐이지 목적을 위해서면 랭더발 영주는 그 누구도 적으로 만들고 그 누구와도 손을 잡을 자였다.


“이렇게 드러난 이상 지금부터는 랭더발과 의리를 지킨다고 해도 그들에게 얻어낼 수 있는 게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 이상 헤르반과의 사이가 나빠져 벨라르드에 손해가 가는 걸 막고 싶다면 이번 일은 여기서 멈추십시오.”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며 엘리어트는 스터그안을 응시했다. 무슨 말을 할지 이제 자신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엘리어트와 촌장, 그리고 밀레드의 시선에 스터그안은 곤혹스러워졌다.

괜히 엘리어트를 얘기에 끌여 들였다가 오히려 난처해졌다.

'이런..'

그러나, 지금 엘리어트가 한 말은 사실 일리가 있었다.


펠바느트가 틀어지면, 그가 랭더발과 손을 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 아무런 득도 보지 못한 채 랭더발과 한 약속을 지키는 건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약속을 어긴다면 랭더발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입을 열지 않고 잠시 망설이자 그 기색을 눈치챘는지 세 사람 뿐 아니라 어느새 모두가 그를 보고 있었다. 그 중에서 밀레드의 차가운 눈동자와 스터그안은 시선이 마주쳤다.

길게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군.


“여기 상황이 종료되면, 그들에게 연락을 해주기로 했소.”

천천히 그가 말했다.

"그러면 로어크와 나머지 기사들이 헤르반의 대장장이 마을로 향할 거요."

일이 잘 끝이 나 펠바느트가 입장을 정하면 지금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는 로어크와 나머지 검은 기사단에게 연락을 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헤르반의 대장장이 마을로 갈 것이다.


애초부터 랭더발이 원했던 건 자신이 했던 약속과 그리고 헤르반의 대장장이들이 가진 기술력이었다. 그 두 가지는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먼저 펠바느트를 손에 넣게 해준뒤 그 뒤에 헤르반으로 가 밀레드가 무방비 상태로 만든 대장장이들을 데려올 계획이었다.


생각 못한 내용에 밀레드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목적은 대장장이들 뿐이라고, 공녀의 신변에 문제를 일으킬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었소.”

그 점만은 로어크에게 확답을 받아 두었기 때문에 안색이 변한 밀레드를 향해 변명하듯 스터그안이 말했다.

“제가 고맙다고 해야 합니까?”

이쪽을 노린다는 랭더발에게 날카롭게 주의가 돌아간 밀레드가 냉담히 그 말에 대꾸했다.


헤르반으로 쳐들어올 계획이었으면서 어떻게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는 건지 영주의 말은 그 자체로 어이없는 소리였다. 애초에 영주가 왜 그런 약속을 했는지도 이해 못할 일이었지만.


"당신이 말한 벌어진다는 일이 이겁니까?"

혹시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은지 밀레드가 확인했다.

"아마도요."

역시 랭더발은 대장장이들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붉은 눈을 가진 아이들처럼, 데려가지 못하면 그들을 죽일 것이다.


“일단 난 돌아가야 겠습니다.”

밀레드가 말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랭더발이 헤르반으로 향하고 있을 지 모른다. 그렇다면 서둘러 헤르반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녀가 스터그안을 노려 보았다.

"만약 저희가 이 사실을 알았다는 걸 랭더발에 알릴 생각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소?”

겸연쩍은 얼굴로 스터그안이 중얼거렸다. 이제 다 털어놓은 마당에 그쪽에 연락 할 일은 없다.

“안타까우시겠습니다.”

어지간히 꼴도 보기 싫었는지 그는 쳐다도 안보고 밀레드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러지 못해서."

스터그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차피 헤르반도 랭더발과 손을 잡고 뒤에서 일을 꾸민 건 마찬가지 아니오.”

이렇게 된 마당에 민망함은 이제 내려 놓기로 했는지 그의 목소리는 다소 뻔뻔스럽게 들렸다.

“랭더발이 손을 잡기에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한 했던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 공녀와 내 입장이 반대가 되었을 텐데.”

밀레드가 쳐다보자 스터그안이 어깨를 움츠리며 살짝 팔을 벌렸다.

“안 그렇소?”

입을 꽉 다문채 밀레드는 말이 없었다. 지금 그가 한 말은 스터그안이 자신과 랭더발 사이에 오간 거래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엘리어트가 처음에 찾아와 한 말처럼 결국 두 영주국에게 자신이 놀아난 것이다. 치욕스러운 기분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은 돌아가지요.”

그러나 여기서 더 스터그안을 몰아세우는 것보다 지금은 다른 할 일이 있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 가지 않을 겁니다.”

일단 랭더발을 먼저 수습하고 벨라르드는 그 다음이다. 물론 단순한 항의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조용했지만 그 어떤 때보다 무시무시한 음성에 스터그안은 그녀가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펠바느트도 그리고 그녀도 어느 하나 그의 손에 들어올 수 없다. 아니 그 전에 헤르반과 전쟁까지 치닫게 될 수도 있다.

'일났군.'

아침까지만 해도 자신이 궁지에 몰리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갑자기 이렇게 돌변한 상황에 이제서야 그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기사들과 잠시 뭐라고 말을 하고는 잠시 후 밀레드는 스터그안과 촌장 그리고 엘리어트에게서 몸을 돌렸다. 헤르반 기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밀레드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스터그안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참.."

일이 틀어지고 꼴이 우스워진 건 둘째 치고 지금 얘기를 다 듣고 옆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촌장 일행의 눈빛도 이제 곱지 않다. 랭더발을 끌어들여 마을을 몰살시키려 한 영주였으니 자신을 보는 시선에는 불신 정도가 아니라 미움과 원성이 섞여 있었다.


옆으로 멀찍이 떨어져 자기네들끼리 다시 웅성거리는 그들을 보며 스터그안은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쉽게 가려다 망했군.'

애초에 펠바느트를 손에 넣고 싶어 랭더발과 손을 잡은 것이 너무 순식간에 악수가 되어 버렸다.


“랭더발에 연락을 하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런 생각에 다시금 입이 쓴 얼굴이 되는 그의 옆에서 누가 말했다. 어느새 옆으로 걸어와 있는 엘리어트를 보고 스터그안은 새삼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러고보니 이 자. 일은 끝장났지만 이 자가 누군지라도 알아야겠다.


“펠바느트가 들켰다는 걸 알아도, 대장장이들을 차지하려 들테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언제가 되도 랭더발은 헤르반에 올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스터그안을 향해 엘리어트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쪽에서 대비가 가능한 지금 맞닥뜨리는 게 낫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쳐들어올지 모르는 것보다 그들이 올 시기를 알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헤르반이 랭더발에 대응할 수 있는 적기였다.


“그렇게 해두시면, 그게 헤르반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입장을 완전히 뒤집어 랭더발을 그렇게라도 끌어 들여 준다면 헤르반과의 관계에서 그나마 도움의 끈이 될 것이다.


잠시 가만 있다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스터그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발목을 잡은 장본인에게 이런 얘기까지는 듣고 싶진 않지만 반발할 수 없는 말에 그는 다시 입이 쓴 얼굴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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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하트의 반(VAN) - 2-26 변증(3) +6 15.05.06 984 2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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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3) +2 15.01.14 1,237 40 23쪽
23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2) +4 15.01.09 1,131 35 12쪽
23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 +5 15.01.08 1,032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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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0) +4 15.01.05 1,082 33 7쪽
22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9) +6 15.01.05 1,459 93 14쪽
22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8) +4 15.01.02 1,100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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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6) +7 14.12.30 1,059 38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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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3) 14.12.25 1,082 3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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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9) +2 14.12.18 1,082 35 10쪽
21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8) +8 14.12.18 1,396 41 25쪽
21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7) +2 14.12.16 1,314 33 14쪽
21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6) 14.12.15 1,050 35 23쪽
21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5) +2 14.12.14 1,151 31 12쪽
21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4) 14.12.13 1,153 34 14쪽
21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3) +2 14.12.10 1,349 40 17쪽
21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 +6 14.12.09 1,214 43 11쪽
21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 +6 14.12.07 1,221 40 17쪽
210 하트의 반(VAN) - 2-21 필센(9) +4 14.12.06 1,053 38 19쪽
209 하트의 반(VAN) - 2-21 필센(8) +6 14.12.04 968 37 9쪽
208 하트의 반(VAN) - 2-21 필센(7) +2 14.12.04 1,150 37 15쪽
207 하트의 반(VAN) - 2-21 필센(6) +4 14.12.02 1,109 36 7쪽
206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6 14.12.01 1,479 39 19쪽
205 하트의 반(VAN) - 2-21 필센(4) +2 14.11.28 1,059 37 11쪽
204 하트의 반(VAN) - 2-21 필센(3) 14.11.27 953 39 8쪽
203 하트의 반(VAN) - 2-21 필센(2) 14.11.26 1,045 42 22쪽
202 하트의 반(VAN) - 2-21 필센(1) +2 14.11.25 2,019 44 10쪽
20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3) 14.11.23 1,223 44 19쪽
20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2) +2 14.11.21 1,601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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