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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하트의 반(V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2.04 17:06
최근연재일 :
2019.02.10 23:08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979,724
추천수 :
28,216
글자수 :
2,269,960

작성
14.12.01 14:09
조회
1,479
추천
39
글자
19쪽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DUMMY

“우리가 왜 너한테 일일이 얘기 해줘야 돼?”

가슈에게 연락이 온 이상 이제 싸움을 준비할 생각에 티에리는 안중에도 없이 아비크는 엘리어트쪽을 보았다.

“가죠. 엘리어트.”

먼저 고삐를 옆으로 잡아당기며 그가 말머리를 틀었다.


“그냥 여기서 벗어나는 게 좋아.”

언덕을 벗어나기 위해 각자 말을 돌리는 세 사람의 제일 뒤에서 몇 발 왔다 갔다 하는 말의 고삐를 쥔 채 시즈는 티에리를 향해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자기보다 어린 소년이 충고하듯 말하는 걸 티에리는 어이 없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필센 영주는 나도 한 번 보지 못한 자입니다.”

고삐를 잡아당겨 말의 방향을 바꾸며 헨터만은 말했다 .


영주국의 대략적인 규모는 파악하고 있지만 그 많은 영주국 중 이런 소영주국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지난 번 토렌 영주 앞에서처럼 엘리어트에게 힘을 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스드의 훈련 대장이라는 말도..”

“꺼내선 안 된다는 거 압니다.”

말 위에서 엘리어트가 먼저 말했다.

“이제부터는.”


토렌 영주 앞에서 아스드의 훈련 대장이란 얘기를 했던 건 선실에서 이미 말을 했기에 괜히 얼버무리다 혹시나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 비쳐질까 해서였다.

그러나 언젠가 가슈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엘리어트는 지금 독단적인 판단 하에 움직이고 있다. 아스드와 상관없는 일들이었으니 그 이름을 입밖에 내 아스드 쪽에 피해를 입혀서는 안됐다.


“가죠 일단.”

좌우간 여기서 생각만 하고 있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

“어떻게 되든.”

그렇게 말하며 엘리어트가 먼저 고삐를 길게 잡아당겼다. 말이 짧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동시에 그가 탄 말이 언덕 아래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말에 박차를 가하며 그를 따라 언덕 아래를 달려 내려갔다.


시끄럽게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멀어지는 동안 상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티에리만이 멍하니 혼자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필센 영주의 성이 바로 이웃하는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 도착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문 앞에서 보초병들에게 영주를 만나기를 청하려는데 마침 성문을 통과하려던 기사들과 마주쳤다.


그들에게 단도직입으로 두 사람은 여기 온 목적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잠시 뒤, 잠깐 수상한 눈으로 보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쫓아내지 않고 기사들은 일단 두 사람을 영주 앞으로 데려가 주었다.


기사들의 뒤를 따라 엘리어트와 함께 헨터만은 성의 복도를 걸어갔다. 토렌 영주 앞에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일이 풀리고 있었다. 사실 헨터만은 그것이 어느 정도는 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가만 보니 전적으로 운은 아닌 것 같았다.


엘리어트가 말하는 방식과 목소리에는 은연중 상대방이 신뢰를 가질만한 기운이 있었다. 검실력만큼 그것은 그가 가진 중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하며 엘리어트의 뒤를 따라 헨터만은 영주가 있는 서재로 들어갔다.




필센이 소영주국이기도 했지만 필센의 영주는 두올린이나 토렌보다 훨씬 소박하고 조용한 자였다. 그래서인지 나름 겸손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 보였지만 그런 그라도 갑자기 나타나 두 사람이 하는 소리에는 웃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려.”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며 잠깐 기사들이 하는 말을 듣다가, 좀 웃고는 그가 엘리어트와 헨터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시드 헨터만이란 이름은 나도 들어 봤소.”

믿지 못할 소리에 웬만한 영주 같으면 매질이라도 해서 쫓아낼 판이지만, 원체 외부인을 받아들이는데 관대한 필센이었기 때문인지 좀 웃긴 했어도 다행히 영주는 두 사람을 바로 내치지는 않았다.


“그런 저명한 책사가 우리 필센 같이 작은 곳에 왔다고 선뜻 생각하긴 어려운데..”

웃으며 필센 영주는 덧붙였다.

“힘 있는 영주들 주변에나 나타난다고 들었으니 말이오.”

“미처 찾아 뵙지 못한 것은 죄송합니다 영주님.”

얌전한 얼굴로 살짝 비아냥이 섞인 농을 하는 영주를 향해 헨터만이 허리를 숙였다.


“보시오.”

농담은 이제 됐다고 생각했는지 필센 영주는 엘리어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건방진 책사와 정체 모를 기사만 믿고 병사들을 움직일 영주국이 없다는 건 잘 알거요. 이렇게 불쑥 찾아와 말 한 마디로 당신들 뜻에 따를 거라 생각했다면 그것 역시 우릴 그만큼 우습게 봤다는 거고.”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틀린 것 하나 없는 영주의 말에 엘리어트는 입을 뗄 수 밖에 없었다.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지금은 격식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그래도 들어볼 생각은 있어 보이는 영주를 향해 엘리어트는 말을 이었다.

“군도에서 이쪽으로 진격하고 있는 이상 제때 대응을 못하면 단지 피해를 입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진지한 얼굴로 하는 소리에 필센 영주는 엘리어트를 유심히 보았다. 아무래도 얘기가 더 길어질 거라 보였는지, 어쩔 수 없는 얼굴로 필센 영주가 그제서야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쓰고 있던 안경을 한 손에 벗어 들며 그는 엘리어트를 찬찬히 뜯어 보았다.


“토렌도 가만 있는 일에 당신이 누구며 또 어째서 나서는 거요?”

사실이라면 그걸 알고도 토렌이나 두올린이 이쪽에 귀띔조차 없다는 걸 생각하며 영주는 다시 물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엘리어트는 대답했다.

“가만 있어선 안될 것 같아 오게 된 것 뿐입니다."

내세우고 있는 근거가 빈약했지만 더 말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영주는 다시 한 번 엘리어트와 헨터만을 찬찬히 보았다.

“당신네들이 거짓을 고하는 건 아니어야 할 거요.”

그렇게 말하며 기사 대장을 향해 그가 손짓을 했다.

“토렌에 연통을 해보게.”

“영주님.”

그래도 어느 정도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기사 대장을 향해 영주가 말하는 동안 엘리어트는 다시 입을 뗐다.

“그러시는 게 수순이고 또 당연히 하셔야 할 일이라는 걸 알지만 군도는 내일 자정이 지날 쯤 필센에 나타날 겁니다.”

언급한 때가 구체적이라 영주가 고개를 돌려 엘리어트를 보았다.

“내일 자정?”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토렌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조금 전과는 달라진 기색으로 영주는 엘리어트를 응시했다. 자정이 지날 때 군도가 나타난다는 걸 아는 건 이자들이 지금 그쪽의 움직임을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대 말이 사실이라면 군도에서 얼마나 되는 병사들이 오고 있는지도 알고 있단 뜻이오?”

엘리어트는 조용히 대답했다.

“군도의 병사 일 만입니다.”

헨터만이 힐끔 쳐다보는 걸 개의치 않고 그는 말했다.

“저희와 함께 있는 병사가 삼 천 정도니 필센과 함께 움직인다면 큰 차이는 아닐 겁니다.”


이제 슬슬 영주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저희들의 무례함 때문에 때를 놓치는 것보다 지금 더 중요한 일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그를 향해 엘리어트는 다시 말했다.









엘리어트와 헨터만이 성안에서 영주와 얘기를 하는 동안 아비크와 시즈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문 앞에서 기사들을 만나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간 지 이제 한참 되었다.

“가슈랑 레이도 지금쯤이면 이쪽으로 오고 있겠지?”

기다리면서 시즈는 말 등을 긁어주고 있었다.

“늦지 않아야 할텐데.”

“그 녀석들이 늦게 올수록 좋지 지금은.”

말에 기댄 채 서 있던 아비크가 중얼거렸다. 군도의 진격을 따라 오고 있는 가슈와 레이가 늦을수록 이쪽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된다.


“그나저나 생각할수록 토렌도 참..”

반대로 돌아가 말 등을 더 시원스럽게 긁어주며 시즈는 다시 말했다.

“자기네들 때문에 애먼 곳이 당할지도 모르는데 언질도 안 해주고 뒤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다니, 좀 너무한 거 아냐?”

“토렌도 어쩔 수 없을 거야.”

그들이야 말로 사실 옴짝달싹 못할 처지였다.

“군도에서 먼저 행동을 취하는 걸 확인하지 않고는 함부로 움직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그래도 말이나 해주면 좋잖아.”


입을 이죽거리며 탐탁지 않다는 듯 하는 소리를 듣다가 아비크의 시선이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수풀 더미 쪽으로 향했다. 수풀이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더니 누군가 그 사이로 걸어 나왔다.

앞으로 튀어 나온 티에리를 아비크와 시즈가 쳐다보았다.


“왜 쫓아와?”

자꾸 따라오는 티에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아비크는 수풀이 수상쩍게 들썩일 때부터 꺼내들었던 단검을 다시 품에 집어넣었다.

“이런 데까지 와봤자 좋을 거 하나 없구만.”

눈앞에 우뚝 서 있는 영주의 성을 올려다 보며 그가 말했다.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거야?”

그 말에는 신경쓰지 않고 티에리는 물었다.

“여기서?”

술집에서 들었을 때만 해도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전에 네 사람이 나눈 대화에서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여기까지 와서 전쟁에 휩쓸려 죽고 싶진 않은데다 다른 친구들까지 있었으니 확인이라도 해봐야 했다.

“그래.”

대답을 들을 때까지 쫓아올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와서 굳이 비밀로 할 것도 아니어서 아비크는 말했다.

“그러니까 괜히 휩쓸리기 싫으면 도망쳐. 지금이라도 가급적 멀리.”


머리를 망치로 한 방 맞은 것처럼 티에리는 잠깐 멍해졌다.

“어째서? 아니 것보다 누구랑?”

“알고 싶은 것도 많네.”

일일이 대답하기 귀찮은 얼굴로 아비크는 말했다.

“꾸물거리는 대신 나 같으면 빨리 여기서 벗어나겠다.”


그 말대로 만약 정말 전쟁이 터진다면 이유를 캐는 것보다 정말 여길 떠야 한다.

아직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아비크나 시즈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잠깐 망설이다 티에리는 몸을 돌렸다. 그러다 다시 자리에 서서는 그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았다.

“너희들은 왜 여기 왔어?”

전쟁이 난다면서 여기 왜 왔을까.

“설마 싸우러 온 거야?”

“그렇겠지.”

말도 많은 놈이라고 생각하며 아비크가 대꾸했다.

“토렌 출신 아니잖아?”

엘리어트와 같은 곳에서 왔으면 바다 건너 저쪽 사람이다.

“아니지.”

“그런데 왜 싸우러..?”

“참 말 많네. 뭘 그렇게 알고 싶어?”

아비크가 손바닥을 옆으로 몇 번 까딱거렸다.

“가 그만.”

그렇게 티에리를 보내려는데 말발굽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력을 줄여서 말한 건 저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기라도 할까봐서 입니까?”

말을 타고 밖으로 나오며 헨터만이 물었다.

“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에서 나올 때부터 말이 없던 엘리어트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미리 사기를 저하시킬 필요도 없으니까요.”


고개를 살짝 흔들며 헨터만은 뒤에 있는 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완전히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진 않은데 저러면서도 우릴 그냥 보내는 군요?”

“경각심은 심어 놨으니 그래도 손놓고 있진 않을 겁니다.”

나올 때 보니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있는 영주 앞으로 마찬가지 심각한 표정으로 기사 대장이 다가서고 있었다.


“차라리 같이 온 게 토렌 병사들이란 걸 확인시켜 주면 더 나았을 지도요.”

국경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병사들을 떠올리며 헨터만은 중얼거렸다.

“토렌과 약속을 지켜야 하니 그건 안 될 일이죠.”

엘리어트가 그 말에 대꾸했다.



그렇게 성문을 빠져 나와 시즈와 아비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니 티에리가 보였다.

“왜 또?”

멀뚱히 서 있는 티에리를 보고 말에서 내리며 엘리어트가 물었다.

“궁금한 거 못 참는 놈인가봐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말문이 막혀 있는 티에리를 대신해 아비크가 말했다.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으니 한 곳에 가만 있질 못하지.”

“갈 거야 이제.”

더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계속 질문을 해봤자 자신이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몸을 돌려 가려다 티에리는 아비크와 시즈 쪽을 다시 한 번 힐끔 보았다.

전쟁에 나서는 자들. 둘 중 한 명은 자신보다도 어리다.


쳐다보길래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시선을 마주대하던 시즈는 그러나 이제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지는 티에리를 보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저래?”

"낸들 아냐?"

무심히 아비크가 대꾸했다.


이제 다시 수풀 사이로 사라지는 티에리를 보다가 헨터만은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전부 합쳐도 일 만이 안되는 수에, 삼 만이라..”

너무 많이 불리한 숫자였다.

“검은 기사단 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들도 만만치 않을텐데 말이죠.”

“수적으로만 보면 훨씬 불리하죠.”

천에 삼천과 만에 삼만은 단순히 수가 세 배로 늘어난 것 이상을 의미했다. 적은 쪽이 불리한 것은 같지만 삼만을 상대하는 쪽이 훨씬 더 불리하다.

물론 검은 기사단의 경우, 그들 각각이 가지는 힘이 한 명씩을 상대한다고 보기 어려웠으므로 단순 비교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이기려 드는 싸움은 아닙니다.”

서쪽 국경에서부터 이어지는 필센 전체의 지형을 머리속에 그리며 엘리어트는 말했다.

“애초에 그럴 수도 없고.”

“네?”

이제 와서 무슨 소리가 싶어 반문하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어트는 하늘 저쪽을 올려다 보았다. 이제 슬슬 저녁이 되어 간다.

군도가 도착할 때까지 이제 하루가 남았다.










싸움에 대비해 지형을 살피고 병사들에게 지시하면서 동시에 필센에서 어떻게 나올지 엘리어트와 헨터만이 성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동안, 그날 밤에 아주 뜻밖에도 슬로런과 페이든 일행이 필센으로 엘리어트를 찾아 왔다.


“얘기 듣고..”

왔다 갔다 하는 병사들과 마주치기는 껄끄러웠는지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슬로런이 엘리어트를 향해 말했다.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엘리어트가 산채에서 떠나올 때 어디로 가는지 얘기하지 않았지만 떠나기 전 헨터만을 통해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나서는 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만 리 밖에서 온 당신도 나서고 있으니 말이오.”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슬로런과 페이든 그리고 그들의 일당 중 절반 정도가 여기 왔다.

“뜻은 고맙지만 단순한 주먹 싸움이 아닙니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보다가 엘리어트가 입을 뗐다.

“나나 몇 몇 녀석들은 소싯적에 전쟁터에 한 두 번쯤 나가본 적 있소.”

페이든이 나섰다.

“그리고 이대로 토렌이 싸움터가 되면 어차피 우리도 무사하지 못해.”

무엇보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빚을 갚으라고 했으니 이런 때를 말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답 없는 엘리어트를 보고 페이든은 약간 어깨를 움츠러 뜨렸다.

“도둑놈들 도움은 필요 없소?”


엘리어트는 슬로런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이미 여기 오기도 했고..”

그 시선에 슬로런은 말했다.

“산채를 떠나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돕고 싶소.”


결심을 확고히 하고 왔는지 단단한 음성으로 말하는 그녀를 엘리어트는 물끄러미 보았다.

“알겠습니다."

곧 그는 말했다.

"좀 과하게 갚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쪽도 급하니 고맙게 받아들이죠.”

슬로런과 페이든이 끄덕이는 동안 엘리어트는 아비크를 불렀다.

“아비크.”

한 쪽에서 시즈와 함께 있다가 아비크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 사람들을 데려가.”

“네.”

아비크가 끄덕였다.








높이 뻗어 있는 언덕 위에서, 말에 올라 탄 채 일렌 키히스는 저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뷔에 에르디스가 아쉬로 출발한 뒤에도 그는 남아 있었다. 주군이 떠나고 엘리어트를 확인하기 위해 산채로 갔지만 이미 없었고 그 대신 도둑들 일행이 그의 뒤를 따라가겠다고 하는 소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어렵지 않게 여기로 왔다.


병사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카뷔에 에르디스의 계획인 군도와의 전쟁을 저 자가 막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여기 온 것은 한 가지 목적. 엘리어트 네쉬하트를 암살하기 위해서였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약간 흥미로워 지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군도와 붙는다면 혼란스러운 틈을 타 그 자에게 접근하는 것도 더 용이하다. 그러면 잠시 행동을 유보하는 것도 나쁠 거 없을 것이다.

‘어떻게 나오는 지 볼까.’

한쪽 입꼬리를 살짝 실룩거리며 키히스는 저 멀리 병사들이 움직이는 걸 그대로 지켜 보았다.







아스드에서 이엘이 보낸 병사들은 다음날 저녁이 되었을 즘 필센 근처에 도착했다.

“어이. 아비크.”

함께 온 기사 몇 몇이 엘리어트 앞으로 가 상황을 전달받고 있는 동안 병사들 중 끼어 있던 토비어스가 아비크를 발견하고 손짓을 했다. 네바렌 출신으로 레스니악에서 같이 싸우고 살아 남은 토비어스까지 온 걸 보며 아비크는 눈썹을 으쓱했다.

“아저씨까지..”

앞으로 걸어온 그를 향해 목소리를 낮추며 토비어스는 물었다.

“대장님이 돌아오지 않으니 어떻게 된 건가 해서.”


이엘이 어떻게 병사들을 모았는지는 몰라도 도착한 자들 중 절반 이상은 레스니악에서 엘리어트와 함께 싸웠던 병사들이었다. 이제 아스드에 적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들이 신뢰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엘리어트였기 때문에 계속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에 대해 다들 궁금해 하고 있었다.


“다들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어해.”

“그래서 또 등 떠밀리셨다?”

“내 처지 모르냐?”

비식 웃으며 하는 소리에 짐짓 대꾸하며 토비어스는 좀 떨어진 곳에서 같이 온 기사들과 얘기 중인 엘리어트 쪽을 보았다. 보니까 병사들이 자신들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군지 모를 병사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고 그 옆에는 왠지 이쪽을 좀 데면데면해 하며 굳이 시선을 주지 않으려 하는 무리들이 또 몰려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저 자들은 뭐야?”

“다 같이 싸울 자들이지 뭐긴요.”

아비크는 대답했다.

“또 만만치가 않은 적이라.”

“이번엔 누군데?”

“군도.”

“군도? 군도가 왜?”

“나도 여기서 얘기나 하고 있으면 좋겠는데 아저씨..”

자정이 될 때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그럴 때가 아니니까 자세한 건 나중에 합시다.”

대충 그렇게만 말하며 조금 전 엘리어트가 시킨 일을 하기 위해 아비크는 그에게서 몸을 돌렸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말에 일있어서 늦게 집에 갔더니. 

죄송합니다만 오늘 분은 하루만 늦게 올리겠습니다. 

어제치를 늦었더니 오늘치도 정리를 다 못할 것 같아서요..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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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Personacon 고요왕
    작성일
    14.12.01 19:13
    No. 1

    문피아에서 유일하게 보는 글이 휴재를 해서 저도 방문을 잠시 멈추었어요 안 보기는요~ 글렌 후작 어떻게 되는지는 꼭 봐야죠. 그러니 그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늘 재밌는 글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12.01 19:34
    No. 2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끝을 보려고 저도 단단히 마음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하루씩 늦는 것만 좀 이해해 주시면 ^^;; (열심히 쓰겠다면서 바로 미리 핑계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쩡사
    작성일
    14.12.02 04:06
    No. 3

    잘 보았습니다. ^^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4.12.02 08:16
    No. 4

    감사합니다 쩡사님 ^^ 건필! 말로만 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고독비
    작성일
    19.01.01 15:53
    No. 5

    잘보고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명인k
    작성일
    19.01.01 18:52
    No. 6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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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0) +1 17.11.12 317 12 14쪽
285 하트의 반(VAN) - 2-30 듀셰(9) +2 17.11.07 292 11 32쪽
284 하트의 반(VAN) - 2-30 듀셰(8) +2 17.10.30 350 10 20쪽
283 하트의 반(VAN) - 2-30 듀셰(7) +2 17.10.23 348 12 26쪽
282 하트의 반(VAN) - 2-30 듀셰(6) +4 17.10.16 377 10 24쪽
281 하트의 반(VAN) - 2-30 듀셰(5) +2 17.10.09 336 12 9쪽
280 하트의 반(VAN) - 2-30 듀셰(4) +4 17.10.02 617 13 33쪽
279 하트의 반(VAN) - 2-30 듀셰(3) +2 17.09.25 443 16 35쪽
278 하트의 반(VAN) - 2-30 듀셰(2) +8 17.09.18 449 16 19쪽
277 하트의 반(VAN) - 2-30 듀셰(1) +6 17.09.03 584 18 31쪽
276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2) +6 17.08.27 646 16 29쪽
27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1) +4 17.08.20 458 15 24쪽
274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0) +8 17.08.17 527 15 22쪽
273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9) +7 17.08.15 546 12 30쪽
272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8) +8 17.08.15 1,092 13 24쪽
271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7) +15 15.09.16 808 24 22쪽
270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6) +2 15.09.13 717 15 18쪽
269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5) +4 15.09.12 634 13 15쪽
268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4) +4 15.09.11 655 17 18쪽
267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3) +8 15.09.09 710 23 26쪽
266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2) +7 15.06.28 963 24 17쪽
265 하트의 반(VAN) - 2-29 엣시모어(1) +4 15.06.21 745 22 12쪽
264 하트의 반(VAN) - 2-28 덫(6) +6 15.06.19 760 27 28쪽
263 하트의 반(VAN) - 2-28 덫(5) +4 15.06.19 663 22 23쪽
262 하트의 반(VAN) - 2-28 덫(4) +6 15.06.14 723 24 19쪽
261 하트의 반(VAN) - 2-28 덫(3) +2 15.06.14 759 18 15쪽
260 하트의 반(VAN) - 2-28 덫(2) +2 15.06.14 774 16 15쪽
259 하트의 반(VAN) - 2-28 덫(1) +6 15.06.08 804 26 13쪽
258 하트의 반(VAN) - 2-27 전야 +10 15.06.05 760 25 21쪽
257 하트의 반(VAN) - 2-26 변증(7) +4 15.06.02 781 23 15쪽
256 하트의 반(VAN) - 2-26 변증(6) +6 15.05.14 821 31 31쪽
255 하트의 반(VAN) - 2-26 변증(5) +8 15.05.10 801 29 22쪽
254 하트의 반(VAN) - 2-26 변증(4) +6 15.05.10 644 30 18쪽
253 하트의 반(VAN) - 2-26 변증(3) +6 15.05.06 984 29 22쪽
252 하트의 반(VAN) - 2-26 변증(2) +6 15.05.03 681 29 20쪽
251 하트의 반(VAN) - 2-26 변증(1) +6 15.04.30 870 27 15쪽
250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3) +8 15.04.28 841 27 14쪽
249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2) +2 15.04.26 704 28 18쪽
248 하트의 반(VAN) - 2-25 백색 마녀(1) +4 15.04.24 807 24 12쪽
247 하트의 반(VAN) - 2-24 바하 +8 15.04.23 814 32 23쪽
24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5) +4 15.04.21 680 34 8쪽
24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4) +10 15.04.20 815 34 16쪽
24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3) +8 15.04.19 742 29 17쪽
24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2) +6 15.04.18 815 28 14쪽
24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1) +9 15.04.16 883 33 29쪽
241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0) +10 15.04.14 933 34 25쪽
240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9) +7 15.01.29 1,248 40 14쪽
239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8) +2 15.01.28 893 30 18쪽
238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7) +6 15.01.25 1,063 33 17쪽
237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6) +4 15.01.20 851 35 20쪽
236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5) +4 15.01.16 1,036 38 13쪽
235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4) +4 15.01.16 985 31 13쪽
234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3) +2 15.01.14 1,237 40 23쪽
233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2) +4 15.01.09 1,131 35 12쪽
232 하트의 반(VAN) - 2-23 벨라르드와 헤르반(1) +5 15.01.08 1,032 33 12쪽
23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1) +4 15.01.07 1,208 47 7쪽
23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0) +4 15.01.05 1,082 33 7쪽
22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9) +6 15.01.05 1,459 93 14쪽
22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8) +4 15.01.02 1,100 38 14쪽
22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7) +7 15.01.01 1,092 32 22쪽
22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6) +7 14.12.30 1,059 38 23쪽
22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5) +10 14.12.28 1,014 40 10쪽
22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4) 14.12.27 1,079 37 14쪽
22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3) 14.12.25 1,082 38 16쪽
22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2) +6 14.12.23 1,103 37 12쪽
22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1) +6 14.12.22 1,267 40 15쪽
220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0) +4 14.12.19 1,181 32 15쪽
219 하트의 반(VAN) - 2-22 반향(9) +2 14.12.18 1,082 35 10쪽
218 하트의 반(VAN) - 2-22 반향(8) +8 14.12.18 1,396 41 25쪽
217 하트의 반(VAN) - 2-22 반향(7) +2 14.12.16 1,314 33 14쪽
216 하트의 반(VAN) - 2-22 반향(6) 14.12.15 1,050 35 23쪽
215 하트의 반(VAN) - 2-22 반향(5) +2 14.12.14 1,151 31 12쪽
214 하트의 반(VAN) - 2-22 반향(4) 14.12.13 1,153 34 14쪽
213 하트의 반(VAN) - 2-22 반향(3) +2 14.12.10 1,349 40 17쪽
212 하트의 반(VAN) - 2-22 반향(2) +6 14.12.09 1,214 43 11쪽
211 하트의 반(VAN) - 2-22 반향(1) +6 14.12.07 1,221 40 17쪽
210 하트의 반(VAN) - 2-21 필센(9) +4 14.12.06 1,053 38 19쪽
209 하트의 반(VAN) - 2-21 필센(8) +6 14.12.04 968 37 9쪽
208 하트의 반(VAN) - 2-21 필센(7) +2 14.12.04 1,150 37 15쪽
207 하트의 반(VAN) - 2-21 필센(6) +4 14.12.02 1,109 36 7쪽
» 하트의 반(VAN) - 2-21 필센(5) +6 14.12.01 1,480 39 19쪽
205 하트의 반(VAN) - 2-21 필센(4) +2 14.11.28 1,059 37 11쪽
204 하트의 반(VAN) - 2-21 필센(3) 14.11.27 953 39 8쪽
203 하트의 반(VAN) - 2-21 필센(2) 14.11.26 1,045 42 22쪽
202 하트의 반(VAN) - 2-21 필센(1) +2 14.11.25 2,019 44 10쪽
201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3) 14.11.23 1,223 44 19쪽
200 하트의 반(VAN) - 2-20 균열(12) +2 14.11.21 1,601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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