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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의 리루비안 연재지

기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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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
작품등록일 :
2020.08.29 17:54
최근연재일 :
2024.02.29 20:38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457
추천수 :
18
글자수 :
697,994

작성
21.09.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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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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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암초의 바다 - 18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DUMMY

목이 탄다.


원래부터 뭔가를 마시는 걸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해도 그냥 가끔씩 술 한번 마시면 충분한 정도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갈증이 절대로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아무리 주스를 마셔도,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유는 너무나도 일목요연하다. 내가 흡혈귀이기 때문이다.


이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다른 사람의 피를 마시는 것이다.


“죽겠다는 표정이네.”


동물의 피를 마셔도 어느 정도 해소는 되겠지만, 그래도 잠깐 목을 축이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다. 사람, 그 중에서도 이성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진짜 죽겠어.”


나에겐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이야기. 그러나 이젠 거울을 보는 것 이외에 얼굴을 떠올릴 방법조차 없는 어머니의 가르침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


리안이 올 시간이 다 되었기에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밖으로 향했다.


“아직도 피하는 거야? 슬슬 불쌍하니까 만나줘.”


그 이후 난 도무지 리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이젠 단 한순간도 보기 힘들었고,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어서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시끄러워. 내 머리가 폭발할 거 같은데 뭘 만나.”


“그렇게 전할게.”


술병 하나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을 할 일 없이 앉아서 술 담배 하면서 노가리 까는 무리들을 지나 아무도 다니지 않는 숲을 건너 할게니우스 구역으로 갔다. 인생이 고달플 땐 여기지.


이젠 단순한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라 그냥 더부살이하는 수준이 된 나는 란펑에게 받은 용돈이 잔뜩 있었다. 어디든 돈만 있으면 풍족하게 살겠지만, 할게니우스는 그 수준이 남달랐다.


구역 중심가에 위치한 이 구역에서 가장 큰 호텔. 다른 곳이라면 마족이 로비에 발을 들인 것만으로 험한 꼴을 봤겠지만, 여기선 그런 걱정은 없었다.


“울브란도 받지?”


“그럼요.”


“그럼 여기서 제일 좋은 방으로 줘봐.”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가장 꼭대기 층을 배정받은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보이에게 대충 팁을 던져준 나는 터무니없이 넓은 라운지를 가로질러 창가로 향했다.


고급 호텔인데도 벌레가 튀어나오는 영 못미더운 곳이긴 하지만, 창가 테이블에 얼음 가득 찬 버켓에 꽂힌 스파클링은 상당히 고급진 물건이었다.


“맛있네.”


찬바람 나오는 방에 앉아 햇빛 내리쬐는 도심을 바라보며 스파클링을 마시고 있다니, 사치도 이런 사치가 없다.


“좀 더 즐겨봐야지.”


옷을 벗고 방에 빨린 개인 수영장에서 헤엄을 친다거나, 웰컴푸드로 나온 과일들을 독식하거나, 캐시미어 파자마를 입고 몸이 파묻히는 것 같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거나, 매일 최신호로 갱신되는 방 내부의 신문을 읽거나, 룸서비스를 잔뜩 시켜 나홀로 파티를 여는 등 제대로 된 고급 호텔 즐기기를 실천했다.


즐겁다. 다른 동네였으면 당장에 소독하고 난리가 났을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무 놀았나?”


그 많던 돈이 다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이 돈을 벌기 위해 한 고생에 비하면 정말 한 순간 같은 즐거움이었다.


“생각보다 재미없네.”


급격히 감정이 식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도망치고 있잖아.”


누구보다도 내 비겁함이 싫었으면서 결국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난 왜 이렇게 약한 걸까?


혼혈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복잡한 문제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누구보다 일상을 원하면서 그 일상이 찾아오지 않게 만들고 있는 건 나 일지도 모른다.


“몰라. 복잡한 건 생각 안 할래.”


즐기러 왔는데 괜히 어두운 생각 하기 싫다. 지금은 그저 지금을 즐기면 돼. 언제 이런 곳에서 지내보겠어?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간다. 몸이 파묻히는 것 같은 침대에서 한숨 자기도 하고, 떠오른 달과 은하수를 안주 삼아 서늘하게 보관된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밤에도 이상 없이 들어오는 전깃불 아래에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신문과 잡지를 보기도 하고, 옷장에 걸려있는 파자마를 종류별로 다 입어보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후아.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창 밖을 보니 동이 트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활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고, 외지인들은 이제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슬슬 돌아갈까?”


이제 집에 돌아간다. 동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이도 저도 아닌 나는 여기서조차 이도 저도 아닌 모양이다.


“즐거운 시간 되셨나요?”


“그럭저럭.”


“다음에 또 오시길 빌겠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나는 정중히 인사하는 보이에게 적당히 손을 흔들며 호텔을 나섰다.


목이 탄다.


“목말라.”


내 옆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저마다의 체취를 뿌리며 간다. 그것은 땀에 절은 시큼한 냄새이자 화장품과 향수로 뒤덮인 냄새이자 비누와 샴푸의 냄새이다.


그것들은 거대한 한 덩이가 되어 다가온다. 생기 넘치는 하나의 태양이 되어 숨을 곳은 없다는 것처럼 나를 비춘다. 입안은 더더욱 말라가고, 태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것처럼 말라 비틀어져 거친 숨만이 나오게 된다.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본다. 무심코 물어버릴 것 같은 충동을 견뎌 손가락을 빼냈을 때 흥건한 손가락이 이 갈증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알려준다.


“으아아! 앗아아아아.”


숲 속에 울려 퍼지는 짐승의 울음소리. 원래의 모습이 어땠던 네발로 기게 된 이상 짐승이라고 불러야겠지.


평생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손톱도 송곳니도 지금에 와서는 훌륭한 짐승의 증거.


피를 갈구하는 욕망의 짐승.


그저 한 명의 흡혈귀가 거기에 있었다.


“이제 와서? 평생 아무 도움도 안 되다가?”


마족이어서 좋았던 점은 몸이 살짝 튼튼하다는 것과 힘이 좀 세다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 대가로 차별과 멸시는 기본이고 온갖 불이익과 험난한 생활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것들을 세계의 반대편까지 와서 간신히 떨쳐냈다. 정말 길고 긴 싸움이었고, 힘겹다 못해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어낸 일상이다. 고작 태생의 한계 따위로 잃어버릴 것이 아니다.


“좆 까. 시발.”


나를 잊어버리면 끝. 이 끝없는 욕망에 몸을 맡겨버리면 끝이다. 그 모든 굴욕과 치욕을 견디며 이뤄낸 성과를 이토록 간단히 날려버릴 수는 없는 거다.


“란펑.”


가게에 도착해 가게를 열 준비를 하는 란펑을 찾았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네.”


장난기 없이 말하니 꼭 길거리에 보이는 사기꾼들이 하는 대사 같다.


“네 도움이 필요해.”


“와. 방금 그 대사 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 했으면 반했을 거야.”


“장난칠 기분 아냐.”


란펑은 더 장난을 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얌전히 내 요구에 따라 하던 것을 멈추고 나와 마주보고 앉았다.


“결심을 굳힌 거야?”


“어.”


“어떻게 하기로 했어?”


“솔직히 마족이니 인간이니 하는 건 와닿지가 않아.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사는 게 뭐가 나쁜 건지 모르겠거든.”


“선택하지 않겠다?”


“선택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재미있는 대답이네.”


란펑은 그렇게 말하고 작게 웃었다.


“나는 나면 충분한 거야. 내가 술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하진 않잖아? 내가 혼혈이니까 인간이랑 마족 특성을 모두 가지는 것도 당연한 거고, 노르센텀 사람이니까 세르방트 놈들 싫어하는 것도 당연한 거지.”


“큰 깨달음을 얻었구나. 근데 인종차별은 왜?”


“그건 넘어가. 아무튼 나는 마리면 충분한 거고, 나머지는 다 부수적인 느낌이지.”


“그럼 리안을 좋아하는 건? 그것도 부수적이야?”


“그건······. 아니야.”


젠장. 핵심은 왜 저렇게 잘 찌르는지. 뿔은 뭉뚝해서 사슴 같은 주제에.


“그거까지 선택하지 않는 거야? 계속 도망치는 이대로가 좋다고?”


“안 도망쳐! 안 도망칠 거라고······.”


힘내어 말할 수 없다. 좀처럼 확신이 들지가 않는다. 지금도 얼굴을 보면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장담을 못하겠어.


근데 잠깐. 저 녀석 갑자기 표정이 왜 저래? 왜 갑자기 씩 웃고 그래? 도망갈까? 뭔가 당장 도망가야 할 것 같은데?


“오호호. 그렇다는데, 어때?”


우연히 오페라 하우스에 가서 들었던 어떤 암살자가 등장하는 장면의 음악의 북소리만큼 빠르게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뭐지? 이 느낌? 눈 앞에 총구가 있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인데?


조용히 란펑의 방문이 열린다. 마치 나 이외의 시간이 모두 멈춰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바람에 흔들리는 장식들도 멈췄고, 란펑은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그대로고. 근데 왜 문이 열리는 건 멈추지가 않지?


처음엔 손, 그 다음엔 발, 손목에서 어깨를 지나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을 곱슬머리가 나타났을 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딜!”


그러나 뛰쳐나가는 나보다도 먼저 바닥에서 솟아난 얼음 기둥이 내 앞길을 막아섰다.


“으앗!”


어떻게든 기둥에 부딪치지 않고 멈추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대가는 오도가도 못한 채 리안과 마주하여 란펑의 비웃음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죄송해요. 엿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란펑 씨가 안에 들어가 있으면 재미있는 일 있을 거라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했지? 응원할게.”


망할 신수! 왜 쫓겨났는지 알겠어! 쟤가 한 명만 있어도 이렇게 피곤한데, 네 명이나 있으면 퍽이나 잘 돌아갔겠다!


“아하하, 뭔가 옆구리 찔러서 절 받는 느낌이네요.”


뭘 미안하다는 듯이 웃고 있어? 아으, 진짜!


“대답······. 해주시나요?”


너 뭐야? 뭐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돼? 그 곱슬머리 하며 약간 쳐진 눈매에 갈색 눈동자고, 공무원 주제에 은근 몸 다부지고, 성격 좋고, 땡볕에서 일하는 주제에 피부도 하얗고, 저런 녀석의 어디가 사랑스럽다는, 사랑, 사랑스럽, 사, 사, 젠장. 왜 진짜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데.


“내가 미쳤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등 뒤의 얼음 기둥에 몸을 기댔다. 진짜 얼음인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냉기가 느껴졌다. 그래도 덕분에 살짝 진정됐다.


“거창한 말은 싫어. 간단히 말할게.”


가볍게 심호흡을 하였다. 별것도 아니고 고작 한마디 하는 건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걸까? 사람 마음은 참 모르겠어.


“거, 뭐냐? 나도 너 좋아한다. 당장 네 피를 마시고 싶을 만큼.”


말해버렸다! 젠장! 말해버렸다고! 미쳤나봐! 이제 어쩔 거야?


도망갈까? 어디로? 우리 옆집 뭐였지? 여기 건물 벽 정도라면 내가 부술 수 있지 않을까?


망할 1호! 망할 2호! 둘이 아주 날 엿 먹이려고 작정했어!


“어, 안에 무슨 일 있나요? 잠깐 놀러 왔는데, 얼음 기둥 뭔가요?”


3호까지? 넌 일이나 하지 왜 왔어?


“또 시작이네. 아빠가 와서 밥 먹으래.”


아카라! 넌 재발 빠져! 젠장, 넌 오늘부터 4호야.


으아아아! 진짜 미치겠네!


“제 피는 더러워서 안 마신다는 거 아니었나요?”


얌마! 너도 기둥 너머에 사람 있다는 거 들었잖아! 여기선 좀 조용히 해야 하지 않아?


“몰라. 갑자기 목이 말라선 아무리 해도 충족이 안 되게 됐단 말야.”


뒤에 있는 놈들 갑자기 조용해졌어. 저기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신수랑 하는 짓이 똑같네.


“그게 저 때문인가요?”


“아마도.”


등에서 한기가 너무 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기둥에서 떨어져 옆의 벽으로 자리를 옮겼다. 리안 역시 날 따라왔다.


“이래도 되나 싶긴 한데, 뭔가 기쁘네요.”


리안은 조용히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당황해서 리안의 팔을 쳐냈다. 그러나 리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재빠르게 반대편 손으로 내 손목을 붙잡았다.


“뭐하는 짓이야?”


“잠시만 그대로 있어주세요.”


이 녀석 뭐하는 거지? 내 손을 어디로, 아. 아악!


“이게 제 마음이에요.”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박동. 내 고동도 저 녀석한테 들리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부끄러워서 죽을 거 같아.


근데 그것보다 목이 말라. 지금 당장이라도 뭔가를 마시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너, 마족을 사랑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첫눈에 반했는데 그런 게 눈에 들어올까요?”


처음부터 흑심이 가득했네. 아주 능구렁이야.


“너 때문에 마족의 피가 깨어나서 고생이잖아. 어떻게 할 거야?”


“제가 책임지면 될까요?”


“이리 오기나 해.”


나는 리안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입맞춤을 했다. 저번의 리안의 키스를 포함하여 키스가 처음인 건 아니지만, 내가 먼저 입맞춤을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비록 저번과 같은 감동은 없을지라도 썩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한눈 팔지 마라.”


“하면 죽이실 거죠?”


“하하. 상상력이 비루하네. 몸에 액체 한 방울 안 남을 때까지 빨아먹어 버릴 거야.”


“명심할게요.”


나는 리안이 잡고 있는 손목을 비틀어 내가 역으로 리안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칼을 뽑아 리안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리안의 손가락을 살짝 찌르고 칼을 집어넣었다.


채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리안은 그저 놀란 표정으로 자기 손가락에 맺히는 핏방울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피를 마실 땐 많이 마실 필요가 없다고. 욕망에 지지 말라고. 그리고 정말 소중한 사람의 피만 마시라고.”


“따님을 정말 사랑하셨군요.”


“영광으로 알아.”


코를 가져다 대지 않아도 느껴지는 강렬한 향기. 이 세상 그 어떤 술보다도 감미로운 향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피를 봐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피들과는 전혀 달랐다. 리안의 것이기에 특별하다. 리안이 흘린 피이기 때문에 이토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걸 한입 가득 머금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입안 가득 머금고 혀로 이리저리 휘젓다가 살짝 마시고, 작게 감탄하고, 다시 살짝 마시고, 작게 감탄하고. 아!


하지만 참아야겠지? 그랬다간 리안은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치만, 그치만, 너무 탐스러운걸? 색깔부터 향기까지 전부!


“마아리이.”


그때 뇌리에 꽂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날 꿈에서 현실로 끌고 내려왔다.


“알고 있어.”


나는 입을 열고 혀를 내밀어 거기에 대고 리안의 상처를 쓱 하고 닦았다. 그리고 눈을 딱 감고 침과 함께 피를 삼켰다.


“······하아아.”


마치 그동안 참고 있던 술을 한번에 마신 것 같은 해소감.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갈증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제 괜찮으려나?”


란펑은 그렇게 말하고 얼음 기둥을 사라지게 했다. 차가움을 감수하고 기둥에 기대어 상황을 엿보던 3호와 4호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밖으로 튀어나갔다.


“아! 또 도망쳤어!”


란펑의 외침마저 뒤로 하고 달려나갈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가볍다. 일찍이 이렇게 힘이 넘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밖에 없다. 내가 마족이 되는 것을 골랐다는 것.


결국 나는 레노르망의 이름을 버릴 수 없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마족이 되는 걸 선택한 마리.


레노르망의 이름을 잇기로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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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4 21.12.16 22 0 10쪽
89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3 21.12.16 20 0 13쪽
88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2 21.11.28 23 0 13쪽
87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1 21.11.22 25 0 14쪽
86 궁정 안뜰에서의 한때 21.11.13 27 0 10쪽
85 어느 붉은 저택에서 - 2 21.11.05 19 0 10쪽
84 어느 붉은 저택에서 - 1 21.11.04 19 1 17쪽
83 헬하운드가 아가씨고 인간이 야생아인 이야기 21.10.25 23 0 14쪽
82 암초의 바다 - 21 21.10.08 27 0 21쪽
81 암초의 바다 - 20 21.09.29 19 0 21쪽
80 암초의 바다 - 19 21.09.23 18 0 10쪽
» 암초의 바다 - 18 21.09.14 16 0 16쪽
78 암초의 바다 - 17 21.09.08 22 0 16쪽
77 암초의 바다 - 16 21.08.31 18 0 12쪽
76 암초의 바다 - 15 21.08.25 18 0 11쪽
75 암초의 바다 - 14 +2 21.08.19 21 1 11쪽
74 암초의 바다 - 13 21.08.12 15 0 10쪽
73 암초의 바다 - 12 21.08.03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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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암초의 바다 - 9 21.07.10 19 0 13쪽
69 암초의 바다 - 8 21.07.07 19 0 11쪽
68 암초의 바다 - 7 21.07.01 19 0 14쪽
67 암초의 바다 - 6 21.06.26 16 0 13쪽
66 암초의 바다 - 5 21.06.19 22 0 12쪽
65 암초의 바다 - 4 21.06.10 19 0 14쪽
64 암초의 바다 - 3 21.06.07 20 0 12쪽
63 암초의 바다 - 2 21.05.29 25 0 14쪽
62 암초의 바다 - 1 21.05.26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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