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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754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30 14:38
조회
248
추천
4
글자
9쪽

낯선 천장(3)

DUMMY

확실히 박선호의 말대로 아저씨들의 상태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거야 사실이지만...그래도 남의 입으로 들으니까 되게 민망하군.


-아무튼 제가 형님을 굳이 저희 집으로 데려온 이유는 물론 용건이 있어서입니다.

"용건?"

-네. 애초에 그 용건 때문에 전화를 건 거였으니까요.


용건이 있었다라. 난 영락없이 또 별 시답잖은 이유로 잡담이나 하자며 전화를 건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지.


"그래서 그 용건이 뭔데?"

-아! 그거 말이죠. 지금 바로 얘기해드릴...


뭔가 말하려던 박선호였지만 갑자기 전화 너머로 박선호 옆에서 누군가가 박선호에게 뭔가 말을 건네는 소리가 들려왔고, 박선호는 잠시 전화를 내리고 그 사람과 뭔가 짧게 얘기를 나누는 듯 했다.


-어허...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죠. 형님? 들리십니까?

"그야 듣고 있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네...면목 없습니다만, 전화는 이쯤에서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의 도중에 튀어나온 거라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곤란하다는군요.


회의? 박선호가 참여할 만한 회의라면 중산기업 내부의 회의인가?


"그러냐. 바쁘다면 뭐, 어쩔 수 없지."


용건이라는 것도 신경쓰이고,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많기는 하지만 일단 당장 궁금하던 현재의 사정은 대강 알게 되었으니 언제까지고 바쁘다는 사람을 물고 늘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죄송합니다 류진 형님. 가급적이면 후딱 끝내버리고 형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뭐,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그런데 너 지금 대체 어디냐?"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지금 이 순간에도 박선호 옆에 있는 누군가는 박선호를 재촉하고 있는 듯 했고, 박선호는 지금 바로 간다고 얘기를 꺼내고는 마지막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 진짜로 가봐야겠습니다 형님! 아. 그리고 저는 지금 청와대 대회의장에 있습니다. 그럼 이만.

"...잠깐만 지금 어디라고!?"


잠깐 박선호의 말을 곱씹던 나는 그 말의 의미에 대해 깨닫고는 경악하며 되물었지만, 이미 박선호는 전화를 끊어버린 상태였고, 스마트폰 화면에는 통화 종료를 알리는 화면이 떠있을 뿐이었다.


"...진짜 뭐야 대체. 진짜 저게 내가 알던 그 박선호 맞아?"


마지막 순간 박선호가 던진 폭탄 발언에 내 머릿속은 진짜로 폭탄이라도 터진 것 마냥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대체 저놈이 뭘 하러 저런 이름만 들어도 중요해 보이는 회담 자리에 낀 거야?


"당연히 놀러 간 건 아닐 텐데..."


그러고보니 회의에 참여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박선호가 저런 장소에서 벌어지는 회의에 참여하는 모습은 도저히 연상이 되질 않는다.


"청와대 점심 메뉴 고르는 회의라면 모를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점심 시간도 아닐 뿐더러, 그딴 회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아니 의외로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실제로 있을지도...


"뭐...회의를 하루 종일 하지는 않을테니 몇 시간쯤 있으면 다시 통화할 기회가 오겠지. 중간중간에 휴식 시간도 있을 거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그러고보니 이자식 이거 나랑 통화하겠답시고 저런 중요한 회의 장소에서 뛰쳐나온거야? 그러고보니 상황 설명을 한답시고 시간을 제법 많이 잡아먹은 것 같은데..."


상황을 곱씹어보니 이거, 혹시 내가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 훼방을 놓은 거 아닌가? 아니 솔직히 상식적으로 저런 인간이 그런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게 이상한 거잖아.


"저기...슬슬 스마트폰은 돌려받고 싶은데요."

"아. 그랬지 참. 자, 여기."


그리고 얘기에 열중하느라 거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던 양수연이 손을 내밀며 말했고, 나는 양수연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그, 그나저나 뭔가...류진씨는 혹시 위험한 일 쪽에 종사하시는 분인가요?"

"위험한 일?"


뜬금없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이녀석도 나와 박선호가 하는 얘기를 대부분 들었고, 그 말인즉슨 나와 블러드 머니 사이에 있었던 일도 들었다는 말이었다. 이거 귀찮게 됐군.


"아니 뭐...그냥 사소한 트러블이 좀 있었을 뿐이야."

"그게요?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막 빚이 어쩌구 양아치들이 어쩌구 하는 것 같았는데요?"

"어...그게 그러니까."


젠장. 뭐라고 둘러대지.


"음...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나저나 도련님과의 얘기는 잘 끝나셨나요?"


다행히 양수연은 내 사정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금방 다른 화제로 넘어가버렸고, 나는 내심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뭐, 그럭저럭. 그나저나 박선호라는 놈 대체 뭐하는 놈이냐? 보아하니 내가 알고 있는 박선호랑은 심히 괴리감이 큰 것 같은데."

"에? 둘이 친구 사이 아니었나요? 도련님이 대화하시면서 그렇게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시는 분은 굉장히 드문데요."


아무래도 통화 음량이 조금 컸던 것인지 양수연에게도 대화 내용이 조금은 들렸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대화를 전부 듣지는 못했겠지만.


"친구...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냥 일하다가 알게 된 사이라고 해야 할까."

"에~뭐에요 그게. 어른들의 관계는 무미건조하네요."

"하하. 그러게나 말이다. 뭐...이번 일로 서로 신세를 진 일이 하나씩 생겼으니 그냥 업무상 관계보다는 깊은 관계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박선호에게 직접 이런 말을 해줬다가는 신나가지고 바닥을 구를 것 같다.


"음...박선호 도련님이 뭐하는 사람인가 인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천재...일까요?"

"...천재?"


이거 또 굉장히 납득이 안되는 키워드가 튀어나왔다. 던전에서 칼질하던 폼으로는 도저히 연상이 되지를 않는 모습인데...


"표정이 왜 그래요? 도련님이 일하는 모습을 보시면 도저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텐데."

"그러냐? 하긴 뭐, 사람마다 특기 분야는 다 다를 테니까. 당장 나만 해도 검 휘두르는 것 말고는 영 젬병이고."


나도 칼질하는 것에서는 천재 소리를 듣던 사람이지만 당장 회사 운영하다가 이 꼴이 된 것만 봐도 한 분야의 천재가 다른 분야에서는 얼마나 개판을 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예시라고 할 수 있었다.


"도련님께서는 말이죠. 숫자에 굉장히 강하세요."

"...숫자?"


나는 영 자신 없는 분얀데. 그거.


"네. 어지간히 복잡한 계산도 계산기 없이 암산으로 해치우시는 분이니까요. 계산기를 쓰면 타자 치는 시간 때문에 계산이 더 느려진다나 뭐라나."

"허..."

"또 기억력도 굉장히 좋으셔서 한번 본 건 웬만해서는 잊지 않으셔요. 그야말로 사무 업무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이죠. 그 덕에 그 나이에 벌써 중산기업의 핵심 중추 역할을 맡고 계시는 분이세요. 박강호 회장님과 함께 중산기업의 두 기둥이라는 말까지 듣고 계실 정도죠."

"..."

"뭐, 단순히 업무능력이라면 거의 완벽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도련님이시지만, 지금껏 바깥 생활을 거의 못 해봐서 그런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으신다는 게 흠이시죠. 속된 말로 철이 없다고 해야 하나?"

"아. 그건 이해가 잘 되는군."


배신을 당한 직후에도 강민철을 향한 연민을 보내던 모습은 그래서였군. 그나저나 그 나이 먹도록 바깥 생활을 거의 못 해봤다니 박씨 가문의 양육법은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군.


"그리고 얼마 전에는 자신도 드디어 헌터로 각성했다면 신이 나서는 밖으로 나가셨는데...얼마 안 돼서 완전히 풀이 죽어가지고는 돌아오신 일이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는 던전의 던 자도 꺼내지 않으시고 계세요."


그날 일 때문인가. 박선호에게 던전 생활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보였으니 조금 가여운 느낌이 들기는 한다만 그녀석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본다.


"도련님도 참 안쓰러우시죠. 그렇게나 헌터를 동경했었는데. 특히 도련님은 검성의 광팬이셨죠."

"윽."


이번에도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거슬리는 키워드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고, 양수연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긴, 한국인들 중에서 헌터 업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기는 하죠. 검성...요즘은 뭐하고 지내고 있을까요?"

"그, 글쎄에? 뭐...어디 가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을까?"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어정쩡하게 대답했고, 양수연은 혼자 납득한 듯 묘하게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검성이니까요! 그 사람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 하하하..."


미안. 그 사람은 지금 거지꼴이 되어서 빡세게 구르고 있는 중이란다. 이거 묘하게 어린아이의 꿈을 짓밟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드는걸. 딱히 뭘 직접 잘못하지는 않았지만서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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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초능력자 +1 21.05.03 249 4 10쪽
» 낯선 천장(3) +1 21.04.30 249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6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3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8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9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3 7 11쪽
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5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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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8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9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49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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