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715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20 19:30
조회
294
추천
7
글자
9쪽

룸메이트 아저씨들(4)

DUMMY

얼핏 보면 별 거 아닌 조건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멋모르고 저놈들을 쫄래쫄래 따라갔다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즉, 애초에 저 선택지는 논외라는 것. 애초에 저놈들에게 잡히기 싫어서 지금까지 이렇게 도망쳐왔는데 아무리 아저씨들이 인질로 잡혔다지만 제발로 저놈들 소굴에 걸어들어가는 건 아마 아저씨들도 원하는 바가 아닐거다. 저런 꼴이 되면서까지 내가 있는 곳을 자백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지.


"그건 별로 좋은 생각 같지가 않은데."

"하하하.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억울하시면 돈을 준비하셨어야죠."


주먹이 운다는 소리는 이럴 때 하는 거였군. 정말로 저 빙글거리는 면상에다가 죽빵을 갈기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오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고, 그런 짓을 했다가는 순식간에 저 괴물 같은 놈에게 제압되어서 블러드 머니로 끌려가버릴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었고,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는 제안을 던졌다.


"당장에 현찰은 가진 게 없지만, 네놈들의 구미가 당길만한 물건은 가지고 있지."

"구미가 당길만한 물건이라구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하는 남궁민. 나는 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었고, 그러자 내가 등에 메고 있던 파쇄의 대검과 스톤 브레이커, 그리고 허리춤의 싸구려 장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


무기가 눈에 들어오자 더욱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강철환. 나는 더더욱 거세게 온몸을 압박하는 살기에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꺼냈다.


"던전 드랍 아이템이 셋. 레어급 아이템만 둘에, 나머지 하나는 언커먼이다. 이걸로 빚을 변제하는 건 어림도 없겠지만...이정도면 잠깐의 유예 정도는 벌 수 있지 않나?"


내가 선택한 것은 지금 당장 가진 아이템들을 이용한 흥정. 임시방편밖에는 되지 못하지만, 당장에 떠오르는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던전 드랍 아이템...입니까. 어째서 당신이 그런 물건들을?"


내가 가진 물건이 어떤 건지보다는 왜 아직도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한 모양인 남궁민.


"신경 끄셔. 그래도 장물 같은 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따위는 없어."


원래대로라면 하나씩 천천히 뜸을 들여가며 흥정을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기에 시작부터 패를 올인할 수밖에 없었고, 이걸로 통하지 않는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무력 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내 성장의 밑바탕이 되어줄 드랍 아이템들. 이것들을 모조리 넘겨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뼈를 깎아내는 심정이지만...그래도 아저씨들의 목숨이 우선이다.


"흠...빚을 갚기 위해 가진 것들은 모조리 처분해버렸다고 들었습니다만, 몇 개 정도는 남겨 뒀던 모양이죠?"

"..."

"뭐 좋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돈 되는 거라면 뭐든지 좋으니까요. 그러면 우선 아이템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하죠."


남궁민은 그렇게 말하며 강철환을 향해 고개를 까딱했고, 그걸 확인한 강철환은 묵묵히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

"..."


나는 말없이 두르고 있던 망토와 파쇄의 대검, 그리고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풍년을 부르는 푸른 눈을 강철환에게 건네주었고, 강철환은 우악스런 손길로 내가 건넨 아이템들을 받아 다시 남궁민에게 돌아가 그것들을 건네었다.


"흠흠. 어디보자."


그리고 남궁민은 짜증이 날 정도로 느긋한 태도로 내 아이템들의 효과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걸 보니 역시나 저놈도 헌터로 각성은 한 것 같군. 하긴, 천하의 남궁혁이 헌터도 아닌 놈에게 후계자 자리를 맡길 리가 없으니 말이지.


"이건 확실히 나쁘지 않은 아이템들이로군요. 돈으로 환산하자면...한 1억 정도일까요?"

"..."


경매에 올리면 못해도 2억 정도에는 팔릴 법한 아이템들이건만, 남궁민 놈의 평가는 지나치게 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뭐가 됐든간에 자리를 뜨는 게 우선. 나는 표정을 찌푸리며 남궁민에게 말했다.


"그래그래. 아무튼 이걸로 오늘은 이만 가봐도 되냐? 아무리 그래도 1억인데 그걸 꽁으로 받았으면 유예 정도는 좀 줄 수 있잖냐."

"음...그렇기야 한데 말이죠.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 허리춤의 장검과 등에 멘 검. 그것들도 범상치는 않아 보이는 물건인데 말이죠."

"이건 빌린거야. 내가 가진 건 그게 전부니까 일단은 그걸로 참아주면 좋겠군."


정말이지 새파랗게 어린 놈이 욕심도 많은 놈이다. 나도 물욕으로는 어디 가서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말이지.


"그런가요. 아쉽지만 뭐, 없다니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는 남궁민. 갑자기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그 신호에 맞춰 어둠 속에서 숨어있던 따까리들이 실실 웃으면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놀라 줘야 하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게 미리 준비한 연출인 거 같기는 한데 진즉에 저놈들의 존재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던지라 뭐라고 리액션을 하기에도 애매하다. 근데 저놈들은 내가 힘을 잃었다고 알고 있으니 억지로라도 반응을 해야 하는 건가...


"생각보다 놀라지는 않는군요. 과연 검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생각보다가 아니고 전혀 안 놀랐어 임마. 숨을거면 좀 제대로 숨었어야지.'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삼키고 대충 대꾸해주었다.


"많이도 왔군. 나같은 거지 한 명 잡겠다고 이렇게 우루루 몰려올 필요가 있을까? 나 잡는데는 거기있는 아저씨 한 명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이만한 인원 앞에서도 허세인가요. 대체 그 끝없는 자신감의 원천이 어디인지 궁금해지는군요. 설마 아직까지도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테고."


진짜 끝까지 말만 많은 놈이군. 이제 슬슬 참아 주는 것도 한계인데.


"어이. 이것들 잘 챙겨둬."

"네, 네. 도련님."


남궁민의 말에 따까리들 중 한 명이 남궁민에게서 내 아이템을 받아 챙겼고, 남궁민은 박수를 치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하. 좋습니다. 이거 생각지도 못한 수익을 얻었군요. 우연히 류진씨를 아는 친구들을 발견하지를 않나, 이런 물건들을 얻지를 않나. 오늘은 참으로 운이 좋은 날입니다."

"그러냐. 난 완전히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묻겠는데. 이제 진짜로 가봐도 되냐?"


슬슬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기에, 나는 마지막 말에는 미약한 살기마저 담어서 내뱉었고, 내 말에 강철환이 살짝 표정을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지만, 남궁민은 여전히 빙글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물론이죠. 류진씨는 가봐도 좋습니다. 하하. 저희도 상도덕 정도는 있답니다."

"그거 다행이군. 그럼 저 아저씨들 말인데. 빨리 이쪽으로 넘겨주면 안될까? 내가 좀...바빠서 말이야."

"..."


내 말에 대꾸는 않고 그저 실실 쪼개고만 있는 남궁민. 그리고 어째선지 실실 웃고 있는 것은 옆의 따까리들도 마찬가지였고, 여전히 무표정인것은 강철환 뿐이었다.


"...뭐하자는 수작이지?"

"후후후. 제가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류진씨는' 가봐도 좋다고 말입니다."

"...너 이새끼. 설마."

"미안하지만 이분들과는 아직 나눠야 할 대화가 좀 남아 있어서 말이죠. 블러드 머니의 신세를 지고 있는 건 류진씨 뿐만이 아니랍니다? 아무렴 저희가 류진씨를 알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분들을 잡아 온 것 같습니까?"


남궁민의 뻔뻔한 말에 내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웃기지 말라고. 뻔뻔한 거에도 정도가 있지. 너, 지금 저 아저씨들이 어떤 상태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그야 물론 류진씨보다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직접 자백제를 투여한 게 저니까요. 후후후."

"그걸 알면 시간이 없다는 것 정도는...!"

"그거야 제 알 바 아니지 않습니까? 전 오로지 돈, 돈, 돈만 받으면 되니까요."


어린아이의 투정과도 같을 정도의 억지지만, 어린아이의 순수한 욕망과는 다르게 남궁민의 욕망은 지울 수 없는 때에 찌든 것 같이 더러운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거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답사 준비 +1 21.05.12 211 4 11쪽
58 강철의 남자(5) +1 21.05.11 216 4 11쪽
57 강철의 남자(4) +1 21.05.10 209 5 9쪽
56 강철의 남자(3) +1 21.05.07 217 5 9쪽
55 강철의 남자(2) +1 21.05.06 214 4 9쪽
54 강철의 남자 +1 21.05.05 228 5 9쪽
53 초능력자(2) +1 21.05.04 211 6 11쪽
52 초능력자 +1 21.05.03 248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8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6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3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7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8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2 7 11쪽
»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5 7 9쪽
42 룸메이트 아저씨들(3) +1 21.04.19 317 8 12쪽
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2 6 9쪽
40 룸메이트 아저씨들 21.04.15 356 6 10쪽
39 함정 너머에 있는 것(4) 21.04.14 388 5 10쪽
38 함정 너머에 있는 것(3) 21.04.13 350 7 9쪽
37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88 7 12쪽
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0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8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9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49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