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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50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4 00:03
조회
299
추천
2
글자
9쪽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3

DUMMY

-18-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네 목숨을 우선해라.

차분하고 냉정하게,

절대로 결과에 연연해선 안 된다.”


거사 당일,

김중선은 마성에게

다시 한 번 단단히 당부하였다.

마성은 대답 대신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먼저 출발하마.

반드시 시간을 엄수해라.

검계쪽 사람들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


유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그때 움직이면 될 것이다.”


“네. 아저씨도 몸조심하세요.”


김중선은

최희수에게 전할 거짓 서찰을 들고서,

만복상회의 남 행수를 만나러

한발 앞서 출발했다.




마성의 마차가

최희수의 집 대문 앞에 당도한 것은

어스름히 땅거미가 깔리는

저녁 무렵이었다.


마성은 마차에서 내려

대문을 두드려 사람을 불렀다.


하인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문을 열고 나와 마성을 쳐다보았다.


마성은 자신의 이름을 대고,

최 대주를 만나러 온 사람이라고

말하고서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사내는 말을 전하러

집 안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일각 정도 지났을까,


안쪽에서 최희수의 호위로 보이는

사내 열 명이 서둘러 뛰어나와

마성 앞에 섰다.


그들은 마차에 앉아 있는 마성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그들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입을 열었다.


“마차에서 내려라.”


“중요한 짐이 실려 있다.

최 대주께 내 손으로 직접 전할 것이다.

안내해라.”


마성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내는 잠시 망설이더니

수하들에게

대문을 활짝 열 것을 지시했다.


대문이 열리자

마성은 천천히 마차를 몰아

안채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안채 앞마당에 마성의 마차가 도착했다.


대청마루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마차가 들어오는 광경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최희수의 모습이

마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대청마루 바로 앞에는

호위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고,

최희수의 오른편에

마성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내가 서 있었다.

일청당에서 행수를 보던

이명주였다.


그리고 이명주의 옆에는

미리 짠 작전대로,

거짓 서찰을 들고

먼저 방문한 김중선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마성은

목이 타들어 가는 긴장감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호위대가 서 있는 바로 앞까지 다가와

마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네가 마성이란 놈이냐?”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마성을 보면서

최희수가 물었다.

마성이 대답하지 않자,

최희수의 옆에 서있던 이명주가

대신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저자가 마양의 아들 마성입니다.”


이명주의 대답을 들은

최희수가 고개를 돌려

이명주 옆에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김중선을 쳐다보면서

마성에게 물었다.


“네가 이 사람을 통해

나에게 보낸 서찰은 아까 읽어 보았다.


무슨 마음을 먹고

모시던 주인을 배신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은자와 윤민석의 머리는 어디 있느냐?”


마성은 대답 대신

마차에서 민석의 머리가 담긴 상자를 꺼내

두 손으로 들고,

옆으로 비켜서서 차분하게 말했다.


“은자는 마차에 실려 있소.

확인해 보시오.”


마성의 말이 끝나자

호위 두 명이 마차를 뒤져

은자가 담긴 상자 다섯 개를 꺼내

최희수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이명주가 차례차례 상자를 열자,

그 안에 든 은자를 세어 보듯

천천히 바라보던 최희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확인이 어느 정도 끝난 후

최희수는 고개를 돌려

마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한 상자 정도 비는 것 같은데,

네놈이 빼돌렸느냐?”


“숨어 다니면서

어느 정도 쓰긴 했으나

자세한 건 난 모르오.


내가 아는 한

윤민석이 갖고 있던 은자는

그게 다요.”


마성의 대답이 끝나자

최희수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장문길이 발행한 오천 냥짜리 어음도

넉 장이 있을 것인데,

그건 어디에 있느냐?”


“처음 듣는 얘기요.


윤민석의 목을 벤 후

땅에 묻기 전에

샅샅이 시체를 뒤져 봤지만

그런 건 나오지 않았소.”


마성의 대답을 들은 최희수가

잠시 의심의 눈빛을 던졌지만,

마성은 작은 상자를 든 채

아무런 반응도 없이

최희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마성의 눈을 보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던지

최희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역적 윤정호에겐

딸과 며느리도 있다고 들었다.


그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내가 윤민석의 목을 벤 건

그 딸년 때문이오.


같이 도망을 다닐 때

미색이 맘에 들어

내 여자로 삼으려고 했으나


거세게 반항을 하기에

뺨을 몇 대 때렸는데,


그 사실을 안 윤민석이

칼을 빼어 들고

날 죽이려 했소.


그래서 윤민석을 죽였고,


그 모습을 보고

그년과 윤민석의 여편네가

소리를 지르며

하도 울고불고 난리를 치기에

시끄러워서 둘 다 목을 따 버렸소.”


마성의 말이 끝나자

최희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신분을 숨기고 도망 다니는 동안

은자도 어느 정도 축이 났을 것이고,


주인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이상

주인의 돈을 탐내는 것도

사람이라면 당연했다.


혈기왕성한 젊은 노비가

주인의 여동생에게 흑심을 품은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없어진 어음이 아깝긴 했지만,

어차피 윤민석이 작정하고 숨겼으면

누가 나서도 찾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모두 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최희수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횡재에

기분이 마구 좋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확인을 하고자 마성에게 물었다.


“이 막대한 돈을 갖고

어딘가로 도망쳐서 살아도 됐을 텐데,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

나한테 굳이 가져온 이유가 뭐냐?”


“개성에서

추노꾼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당시엔 정신없이 싸우느라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도망치면서 생각했소.


내가 왜 이렇게

내 일도 아닌 남의 일로

죽을까 봐 가슴 졸이며,

아무 죄도 없는 데

죄인처럼 숨어서 살아야 하나

하고 말이오.


그래도 윤민석을

죽일 생각까진 없었소.


정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오.


일이 벌어진 후에 곰곰이 생각했소.


어차피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나만이라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고,


한양에서 아버지와 헤어질 때

최 대주께서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들었소.


대주께서 배후에 있는 이상,

내가 그 은자를 갖고

어딘가로 도망친다 해도

대주께서 보낸 사람들에게

계속 쫓길 것이고,


사연이야 어찌 됐건

내 손으로 사람도 여럿 죽여서

이미 살인을 저지른 중죄인이 되었소.


내 나이가 이제 스물이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재밌고 즐겁게 살고 싶었소.


도망만 다니며 숨죽이고 사느니,

차라리 여기로 와서 사실을 고하고

은자를 모두 바쳐,

앞으론 최 대주께 기대어

고향 땅에서 마음 편히 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소.”


마성의 조리 있는 대답에

최희수는 수긍이 간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성의 말이 끝나자

최희수가 다시 물었다.


“나에게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느냐?”


“적당한 자리를 하나 내려 주시든지,

사례금을 주시던지

그건 아무 상관 없소.


대주께서 알아서 해 주시고,


모른 척하지만 말아 주시오.


고향 땅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아다닐 수 있으면 족하오.”


마성의 대답이 끝나자

최희수는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가에 미소를 한껏 띠면서 말했다.


“들고 있는 것이 윤민석의 머리냐?”


“그렇소.”


“시체는 어디 있느냐?”


“파주 근처의 야산에

여편네, 여동생과 함께 묻혀 있을 것이오.”


“······그 상자를 이리로 가져와라.

확인을 해야겠다.”


최희수의 말이 끝나자,

마성은 드디어 기회가 왔음을 느끼고

서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민석의 머리가 담긴 상자를 들고

한 발 한 발

최희수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마성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양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열어 주는 호위들 사이를 지나자

마루에 앉아 있는 최희수가

마성의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그때,

상자를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마성에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살기를 감지했는지

최희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잠깐, 거기 서라.”


갑작스러운 최희수의 말에

마성은 얼어붙듯 그 자리에 멈췄다.


긴장감이 극에 달해 견디기 힘들었다.

짧은 순간 동안 마성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긴장한 채로 서 있는 마성을 쳐다보면서

옆에 있는 이명주에게 고개를 돌려

최희수가 말했다.


“저자에게 상자를 받아서

나한테 가져오너라.”


최희수의 명을 받고 이명주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 마성은

어쩔까 하고 순간 망설였지만,

곧 결심을 굳혔다.


마성은 최희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상자의 밑부분을

반쯤 열었다.


숨겨 둔 비수의 손잡이가 살짝 드러났다.


최희수와 자신의 거리는

다섯 걸음쯤,


지금이라도 몸을 날리면

충분히 죽일 수 있는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성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중선을 쳐다보았다.


김중선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신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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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後日談 이장(移葬) 20.11.14 434 3 3쪽
9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6 20.11.14 335 2 1쪽
9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5 20.11.14 293 2 3쪽
9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4 20.11.14 289 2 6쪽
»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3 20.11.14 300 2 9쪽
9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2 20.11.13 306 2 3쪽
9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1 20.11.13 295 1 6쪽
8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0 20.11.13 295 1 8쪽
8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9 20.11.13 281 2 2쪽
8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8 20.11.13 276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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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6 20.11.13 305 2 13쪽
8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5 20.11.13 282 2 8쪽
8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4 20.11.13 330 1 8쪽
8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3 20.11.13 328 2 6쪽
8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2 20.11.13 289 2 6쪽
8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1 20.11.13 279 2 3쪽
7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0 20.11.13 285 2 7쪽
7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9 20.11.13 346 2 5쪽
7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8 20.11.13 295 2 5쪽
7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7 20.11.13 305 2 9쪽
7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6 20.11.13 283 2 3쪽
7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5 20.11.13 285 2 5쪽
7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4 20.11.13 283 2 6쪽
7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3 20.11.13 322 3 4쪽
7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 20.11.13 309 2 6쪽
7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 20.11.13 292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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