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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53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3 21:08
조회
282
추천
2
글자
8쪽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5

DUMMY

-12-


습격을 받은 날 밤,

급히 개성을 떠난 마성 일행은

꼬박 이틀을 달려 파주 근처에 도착했다.


북한산 끝자락 근처

허름한 주막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한밤중이어서

마성은 일단 마차를 세우고

그곳을 숙소로 정했다.


어느덧

임신 다섯 달 차에 접어든 한지현은

이틀간의 강행군으로 몹시 지쳐

방 한구석에서 죽은 듯 잠이 들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민석을 가운데 눕혀 놓고 상처를 살폈다.


민석의 상처에서는

피와 고름이 섞여 나오고 있었고,

온몸에서 뜨거운 열이 가라앉지 않았다.


어머니와 희정에게

민석의 몸을 묶은 천을 갈아 달라 말하고

마성은 밖으로 나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민석의 상태로 보아

더 이상의 원행은 무리로 보였다.


마성은 자고 있는 주모를 깨워,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의원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잠을 방해받은 주모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여기서 조금만 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조그만 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에 의원이 운영하는 약방이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마성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의원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달도 뜨지 않은 한밤중이라

어두워서 길조차 보이질 않았고,


그저 애타는 심정으로

해가 뜨길 기다려야만 했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이

마성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해가 뜨자마자

마성은 마차를 타고

주모가 알려 준 마을로 서둘러 갔다.


마을에 도착한 마성의 눈에

상여를 메고 걸어가는

한 떼의 장례 행렬이 보였다.


마성은 마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약방의 위치를 물었다.


행인은 귀퉁이를 돌아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이

약방이라고 알려 주었다.


위치를 알아낸 마성이

다시 마차에 올라타려고 할 때,

누군가가 그의 팔을 힘주어 잡았다.


깜짝 놀란 마성은

자신의 팔을 잡은 사람을 돌아보았다.


마성의 팔을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김중선이었다.


“성이 아니냐? 너, 성이 맞지?”


기막힌 우연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마성의 팔을 잡은 김중선의 얼굴은

무척 상기되어 있었다.


마성 역시 고향 땅도 아닌 이곳에서

자신의 팔을 잡은 사람이

김중선이란 사실에 적잖이 놀랐지만,


한편으로 그가

실력 좋은 의원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마구 조바심이 일었다.


마성은 인사도 잊은 채,

상기된 얼굴의 김중선을

얼른 마차에 태우고

마을을 빠져나갔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자신을 마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출발하는 마성의 급한 행동에

김중선은 매우 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저간의 사정으로 보아

깊은 사연이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출발한 지 반각 정도 지나서

마성이 자신의 옆에 앉은 김중선에게

얼굴을 돌려 인사하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뵙고도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지금 가는 곳에

칼을 맞은 환자가 있습니다.

상태를 좀 봐 주세요.”


마성의 말이 끝나자

김중선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물었다.


“환자가 민석 도련님이냐?”


잠시 망설이던 마성이 짧게 대답했다.


“······네.”


“알았다. 서둘러라.”


잠시 후,

그들이 탄 마차는

민석이 누워 있는 주막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서산댁과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김중선은 주막의 뒷방에서

민석의 상태를 진찰했다.


칼을 맞은 상처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상처가 매우 깊었다.


쉽지 않을 것을 짐작한 김중선은

마성에게 민석을 마차에 태우라고 말했다.


마성은 서둘러 민석을 마차에 눕혔고,

한지현은 민석의 오른쪽에,

희정과 서산댁은 왼쪽에 탔다.

김중선은 마성의 옆자리에 올라타

아까 만났던 마을로

빨리 돌아가라고 말했다.


마을로 돌아가는 마차에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서산댁에게,


김중선은

친척의 문상을 왔다가

발인하는 것을 보고 돌아가려는 길에

우연히 마성을 만났다고

거짓으로 답했다.


김중선의 대답을 들으며

자신에게 벌어진 기막힌 우연에

마성은 가슴 깊이 감사했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김중선은 인적이 뜸한 외곽의

허름한 초가집 앞에

마차를 대라고 말했다.


마차가 초가집 앞에 서자

김중선은 얼른 뛰어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김중선과 함께

중년 남자가 하나 나왔다.


김중선은 그 남자에게

얼른 민석을 방으로 옮기라 말하고,

필요한 약재를 구해 오겠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집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는

김중선의 지인인 것 같았다.


마성과 함께

방으로 민석을 옮긴 중년남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부엌으로 가더니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한 시진쯤 지나서

숨이 턱까지 찬 김중선이

방으로 들어왔다.


숨을 어느 정도 고른 김중선은

민석의 치료를 시작했다.


몸에 감긴 천을 칼로 자르고

상처 부위를 깨끗이 닦아 내더니,

끓여 온 물에 약재를 풀어 섞은 뒤

그 물에 깨끗한 천을 담가 적셨다.


잠시 후

물에 담갔던 천을 꺼내 손에 감아

상처의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마구 휘저었다.


고통이 엄청났는지

엎드려 있던 민석의 목이

순간 솟구치면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입에 뭐라도 물려 주어라.

이가 상할지도 모르니······.”


김중선의 말에

마성은 얼른

민석의 입에 천 뭉치를 물려 주었다.


민석은 입에 물려진

천 뭉치를 꽉 깨물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통을 견뎠다.


한지현은

남편의 고통을 지켜보기 힘들었는지

두 손으로 귀를 막고서

아예 눈을 감아 버렸고,


희정은 눈물을 흘리며 하염없이 울었다.

서산댁은

그런 희정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반각 정도

민석의 상처 주위를

힘주어 만지던 김중선은

어느 정도 처치가 끝났는지 손을 멈추고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땀을 닦은 김중선은

손에 묶은 천을 풀더니

이번엔 약재를 두어 개 섞어서

짓이긴 다음,

고약처럼 만들어

민석의 상처 주위에 붙였다.


민석은 치료의 고통이 너무 거셌는지

온몸을 축 늘어뜨린 채 실신해 있었다.


처치를 끝낸 김중선은

약재 한 봉지를 집어 들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마성은 김중선의 뒤를 따랐다.


김중선은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있던 중년 남자에게

약재를 넘기고

세 시진 정도 달이라고 말했다.


약재를 넘겨받은 중년남자는

약탕기를 꺼내 약재를 담고

곧바로 달이기 시작했다.


마성이

쭈그려 앉아서 물 한 대접을 마시고 있던

김중선에게 다가가 말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쉽지 않을 것이다.


고름을 닦아 내고

썩어 가는 부위에 약을 발랐지만

상처가 너무 깊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상처의 깊은 쪽에서

이미 썩어 가고 있다면

더 이상 손을 대기가 어려워.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니,

지금은 그저 환자가 잘 견뎌내길

비는 수밖에 없다.


열이 빨리 내려야 해.”


말을 끝낸 김중선은

마시다 멈춘 물을 마저 들이켰다.


“저 남자는 누굽니까?”


“내 이복동생이다.

입이 무겁고 혼자 사는 사람이니,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된다.


여긴 동생의 집이고,

내가 부탁해 놓았으니

한동안은 여기서 지내도 된다.”


김중선의 말을 들은 마성은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는지,

마루에 앉아 잠시 한숨 돌리며

쉬고 있는 김중선의 옆으로 다가와

자신도 쭈그려 앉았다.


“······괜찮겠지요?”


마성의 질문이 어떤 뜻인지

능히 짐작한다는 듯,

김중선은 아무 대답 없이 미소를 지으며

마성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디선가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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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後日談 이장(移葬) 20.11.14 435 3 3쪽
9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6 20.11.14 335 2 1쪽
9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5 20.11.14 293 2 3쪽
9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4 20.11.14 289 2 6쪽
9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3 20.11.14 300 2 9쪽
9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2 20.11.13 306 2 3쪽
9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1 20.11.13 295 1 6쪽
8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0 20.11.13 295 1 8쪽
8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9 20.11.13 281 2 2쪽
8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8 20.11.13 276 2 7쪽
8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7 20.11.13 285 2 4쪽
8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6 20.11.13 305 2 13쪽
»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5 20.11.13 282 2 8쪽
8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4 20.11.13 330 1 8쪽
8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3 20.11.13 328 2 6쪽
8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2 20.11.13 289 2 6쪽
8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1 20.11.13 279 2 3쪽
7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0 20.11.13 285 2 7쪽
7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9 20.11.13 346 2 5쪽
7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8 20.11.13 295 2 5쪽
7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7 20.11.13 305 2 9쪽
7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6 20.11.13 283 2 3쪽
7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5 20.11.13 285 2 5쪽
7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4 20.11.13 283 2 6쪽
7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3 20.11.13 322 3 4쪽
7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 20.11.13 309 2 6쪽
7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 20.11.13 293 3 2쪽
69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1 20.11.13 307 2 4쪽
68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0 20.11.13 31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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