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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58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3 17:57
조회
307
추천
2
글자
4쪽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1

DUMMY

-11-


집에 돌아간 김중선은

약재 창고로 들어가

품속에 숨겼던

마양의 잘린 손을 꺼냈다.


손목부터 잘려 나간 마양의 오른손은

무명천으로 동여매 단단히 고정했던

그의 칼을 여전히 움켜쥐고 있었다.


김중선은

마양의 손에 휘감긴 천을 잘라 내고,

굳은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

칼을 빼내려 했지만,


도대체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아무리 힘을 줘도

마양의 손가락은

단 한 개도 펴지질 않았다.


마치 그것이

마양의 마지막 의지인 양,


마양의 잘려 나간 오른손은

온 힘을 다해

칼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애썼지만,

결국 김중선은

마양의 손에서 칼을 빼내지 못했다.


마양의 잘린 손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원수의 다리를 붙잡고

세차게 칼을 휘두르던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

김중선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자,

갑자기 그의 두 눈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유일한 벗의 처참한 죽음은

그제야 현실로 다가왔고,

어두컴컴한 지하 창고 한구석에서

김중선은

마양의 잘린 손을 꼭 끌어안고

한참을 서럽게 흐느꼈다.




저녁 무렵,

관아에서 나온 관원 둘이

도망쳤던 소를 끌고

김중선의 집으로 찾아와서

사건의 경위에 대해 이것저것 캐물었다.


김중선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그 거지가 자신과 실랑이를 하다가

갑자기 소의 배를 칼로 찌르는 통에

소가 마구 날뛰어

고삐를 놓쳤다 말하고,

소의 아랫배에 난 상처를

관원들에게 보여 주었다.


예전부터

김중선과 안면이 있던 관원 둘은

그의 얘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소를 전해 주고 서둘러 관아로 돌아갔다.




다음 날,

마양의 손을 담은 나무 상자와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술 한 병을 챙겨서

김중선은 백월산에 올랐다.


마양이 주인 내외의 관을 묻었다는

산기슭 근처를 뒤져

표시가 되어 있는 바위를 찾아 낸

김중선은,


윤정호 부부의 관이 묻힌 바로 밑에

적당한 자리를 찾아

마양의 손이 담긴 상자를 묻어 주었다.


마양의 오른손이 움켜쥐고 있던

그의 칼은,

결국 그의 손에서 빼내질 못해

어쩔 수 없이 손과 함께 묻혔다.


죽어서까지 칼을 쥐고 있을

벗의 영혼이

너무나 한스럽게 느껴져

김중선은 무척 속이 상했지만,


생전에 그가 모든 것을 바쳐

충심으로 따랐던 주인의 곁에

이렇게 손 하나라도 묻어 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양의 손을 묻은 자리 앞에

한참을 서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친구의 명복을 빌어 준 김중선은,


만약 거사에 실패하면

아들에게 전해 달라며

자신에게 맡겨 놓았던 마양의 서찰을

그제야 꺼내어 읽어 보았다.


서찰의 내용은 간략했다.


주인 내외의 시신이

백월산 산기슭에 묻혀 있다는 것,

근처 바위에 표시를 해두었으니

나중에 때가 되면

좋은 곳으로 다시 모셔서

제대로 된 봉분을 만들어 드리라는 것이

서찰에 쓰여 있는 내용의 전부였다.


자신의 복수를 부탁한 것도 아니요,

가족을 위해 무언가 남겨 놓았으니

찾아서 쓰라는 것도 아닌,


고작 주인의 묘지 이장 따위를

유언으로 남긴

마양의 바보 같은 충성심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자,


김중선은

자신의 벗을

죽어서까지 걱정하게 만든 윤정호가

갑자기 한없이 미워졌다.


화가 치밀어 오른 김중선은

마양의 서찰을 갈기갈기 찢어서

바람에 날려 버렸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려 할 무렵,


그때까지 그곳에

우울한 표정으로

돌부처처럼 앉아 있던 김중선은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마양의 손을 묻은 자리에

술을 한 병 부어 주고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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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6 20.11.14 336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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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4 20.11.14 289 2 6쪽
9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3 20.11.14 300 2 9쪽
9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2 20.11.13 306 2 3쪽
9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1 20.11.13 295 1 6쪽
8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0 20.11.13 295 1 8쪽
8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9 20.11.13 281 2 2쪽
8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8 20.11.13 276 2 7쪽
8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7 20.11.13 285 2 4쪽
8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6 20.11.13 305 2 13쪽
8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5 20.11.13 283 2 8쪽
8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4 20.11.13 330 1 8쪽
8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3 20.11.13 328 2 6쪽
8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2 20.11.13 289 2 6쪽
8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1 20.11.13 279 2 3쪽
7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0 20.11.13 286 2 7쪽
7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9 20.11.13 346 2 5쪽
7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8 20.11.13 295 2 5쪽
7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7 20.11.13 305 2 9쪽
7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6 20.11.13 283 2 3쪽
7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5 20.11.13 285 2 5쪽
7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4 20.11.13 283 2 6쪽
7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3 20.11.13 323 3 4쪽
7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 20.11.13 309 2 6쪽
7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 20.11.13 293 3 2쪽
»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1 20.11.13 308 2 4쪽
68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0 20.11.13 31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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