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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60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3 18:44
조회
283
추천
2
글자
6쪽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4

DUMMY

-3-


최희수가 자신들을 노리고

추노꾼까지 고용한 사실도,

마양이

그토록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른 채

민석 일행은 개성에 있었다.


급히 처분하느라 제값은 받지 못했지만,

종로의 환전상 장문길에게

현물로 바꾼 일청당의 재산은

어음을 제외한 은자만 해도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넉넉한 주머니 덕에 그들은

비록 신분을 숨기고 도망 다닐지언정

몸이 고달프지는 않았다.


민석 일행은

개성 외곽에 조그만 집을 빌려

거처를 정하고

마양의 조언에 따라

김만수와 접촉했으나,


김만수의 반응은

기대와는 달리 영 미덥지 않았다.


그 사정이 어찌 됐든 간에,

지금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옥사(獄事)에 관련되어

역모를 꾸민 반역 도당 중 한 명으로

윤정호가 죽었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김만수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모양이었다.


개성에 온 뒤로 민석과 마성은

매주 김만수를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후일을 도모하고자 했으나,


김만수는

딱히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마성이 보기에 김만수는

민석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줬다가

혹시라도 훗날 위험한 일에 엮일까 봐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자주 만나는 것을 꺼리던

김만수의 애매했던 태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자신들이 찾아오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노골적인 태도로 변해 가는 것을 보면서

민석은 애가 탔고,

마성은 아버지의 충고를 떠올리며

김만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개성에 온 지 세 달쯤 지난 무렵,

민석은 마성과 함께 김만수의 집에

이틀을 연속으로 찾아갔으나

지금 안 계시다는

문지기의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성은 민석에게

더 이상 김만수를 만나지 말라고 권했다.

민석도 마성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나,

인맥도 경험도 없는 자신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벌여야 할지

막막해서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달이 무척이나 밝았던 그날 밤,

심란해하며 잠을 못 이루던 민석은

마성을 불러

술이나 한잔 마시러 가자고 청했다.


근처의 가까운 주막에서

평상에 앉아 둘은 술을 마셨다.


술잔이 몇 순배 돈 후,

마성은 아무 말도 않고

술만 마시고 있는 민석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도련님, 힘을 내십시오.

어차피 쉽지는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잖습니까.


세상 인심이 야속한 것을 탓해 봐야

몸만 상하십니다.


다행히 자금은 넉넉하니

이제부터라도 다른 길을 찾아보지요.”


마성의 다정한 말에도

민석은 이렇다 할 대꾸도 없이

술만 마셨다.


그런 민석을 보며

마성은 말없이 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세 잔을 연거푸 들이켠 민석은

갑자기 엉뚱한 말을 꺼냈다.


“성아, 너도 이제 그만 네 갈 길을 가라.

어차피 내 곁에 있어 봤자

앞으로도 괴롭고 고달프기만 할 것이다.


그간의 정을 봐서라도

너와 네 어머니에게는

섭섭지 않게 챙겨 주마.”


민석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는 순간,

마성의 가슴 깊이

서운함과 슬픔이 밀려왔다.


비록 타고난 신분은 달랐어도

어린 시절부터 형제처럼 지내 온

민석이었다.


씩씩함과 호방함을 갖춘 마성에게

꽤 많은 또래 동무들이 따랐으나,

자신이 마음속으로

진정한 벗이라 생각했던 것은

오직 민석뿐이었기에,

마성은 서운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련님!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까!

제가 도련님 곁에 있는 것이

무언가

대가를 바라기 때문인 줄 아십니까?


정말 서운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제 마음을 모를지라도

도련님만큼은 제 진심을

알아주실 줄 알았습니다.


어렸을 때 서당을 다녀오는 길에

도련님께서 우린 친구라고 말씀하신

그날 이후부터

전 도련님을

곁에서 평생 지켜 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서운한 말씀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 주십시오.”


눈에 눈물까지 고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마성을 보면서

민석은 자신의 크나큰 실수를 깨달았다.


신분은 달랐어도

한 집에서 동갑내기로 태어나

오랜 세월 형제처럼 지내 온 마성이었다.


아버지의 부드러움만을 닮고

강인함은 닮지 못했던

유약한 성품의 민석에게


마성은

그 누구보다도 듬직하고 자상한 친구였다.


민석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성아.

내가 술이 과해서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었구나.


넌 나를 대할 때

한 번도 두 마음을 품은 적이 없는데,

내가 너를 대할 때

어느 순간 친구가 아니라

내가 부리는 아랫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미안하다, 정말······.”


민석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하자,

마성은 얼른 고인 눈물을 닦으며

자세를 바르게 고쳐 잡고 힘주어 말했다.


“아랫사람 맞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미리 정해져 있는 그런 걸로

도련님께서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마음이 서운했던 것은

그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도련님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는

제 진심을 알아주시지 않는 것 때문에

서운했던 것입니다.”


마성의 말이 끝나자

민석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외면하고

의지할 곳도 상의할 곳도 없는 지금,

세상의 시선 따위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는 듯이

그저 우직하게

자신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갑자기 가슴이 뿌듯해지고

마음이 든든해졌다.


민석은 감았던 눈을 뜨고

얼굴에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일단 호칭부터 바꾸자.


친구는 대등한 거니까

앞으로 나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생각지도 못한 민석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마성은 매우 당황하고 어색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시작한 꼬마 적부터 지금까지

도련님이라 불러 왔고,

또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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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後日談 이장(移葬) 20.11.14 435 3 3쪽
9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6 20.11.14 336 2 1쪽
9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5 20.11.14 294 2 3쪽
9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4 20.11.14 290 2 6쪽
9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3 20.11.14 300 2 9쪽
9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2 20.11.13 306 2 3쪽
9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1 20.11.13 295 1 6쪽
8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0 20.11.13 295 1 8쪽
8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9 20.11.13 281 2 2쪽
8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8 20.11.13 276 2 7쪽
8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7 20.11.13 285 2 4쪽
8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6 20.11.13 305 2 13쪽
8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5 20.11.13 283 2 8쪽
8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4 20.11.13 330 1 8쪽
8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3 20.11.13 328 2 6쪽
8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2 20.11.13 289 2 6쪽
8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1 20.11.13 279 2 3쪽
7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0 20.11.13 286 2 7쪽
7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9 20.11.13 346 2 5쪽
7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8 20.11.13 295 2 5쪽
7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7 20.11.13 305 2 9쪽
7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6 20.11.13 283 2 3쪽
7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5 20.11.13 285 2 5쪽
»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4 20.11.13 283 2 6쪽
7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3 20.11.13 323 3 4쪽
7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 20.11.13 309 2 6쪽
7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 20.11.13 293 3 2쪽
69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1 20.11.13 308 2 4쪽
68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0 20.11.13 31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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