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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66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3 18:23
조회
309
추천
2
글자
6쪽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

DUMMY

-2-


새로운 염장법을 개발해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자신의 아버지 최병은은

그리 품격 있는 사람이 못 되었다.


가난했던 시절,

광천 장터에서

젓갈을 만들어 팔았던 아버지는

모든 일에 있어서 판단의 기준은 딱 하나,

이문이 남느냐, 안 남느냐가 다였다.


그런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자신도

만만치 않게 욕심이 많다는 것은,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자신이 다른 점은 오직 하나,

돈이 되는 일이라면

막무가내로 덤벼들었던 아버지와 달리,

자신은 신중하게 한발 물러나

머리를 써서

남을 이용할 줄 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남과 나눌 줄을 몰랐다.

백 냥의 이문이 생기면

백 냥을 다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가지기 위해

물건 값을 깎든, 품삯을 깎으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버지를 싫어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고 자랐던 그는,


아버지의 방식과는 반대로 할 줄 알아야

잘살 수 있다고 철들 무렵부터 다짐했다.


아버지가 죽고 물려준 막대한 재산은

자기가 생각했던 새로운 방식을

시험해 보기 위한 밑천으로 충분했다.


그는 아버지와는 반대의 방식으로

남과 나누기로 했다.


백 냥을 벌 일이 있으면 오십 냥만 벌자.

남는 것은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 나누자.

그러면 아마도

아버지보다 훨씬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뒤에서 욕하지도 않는다.

한번 단맛을 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해

계속 일을 물고 올 것이다.


최희수의 이런 생각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처음엔 자신의 생각대로 잘되었고,

예상대로 잘 풀렸다.


자신과 거래하면

좀 더 많은 몫을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이 나자

아버지 때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제 발로 찾아와 거래를 원했다.


그러나 거래가 반복되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태도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최희수는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거래에서 자신의 호의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고,

자신이 나눠 주는 걸

더 이상 고마워하지도 않았다.


최희수로서는

자신의 몫을 쪼개 나눠 주는 것인데도,

오래된 거래처일수록

마치 그것이

원래부터 자기들의 것인 양

행동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욕하는 자도 나타났다.

자기가 원래 받아야 할 것이 백 냥인데

칠십 냥밖에 주지 않았다는 둥,

똑같은 물건을 거래하는데

저쪽에는 오십 냥을 주고

자기한테는 삼십 냥밖에 주지 않았다는 둥


자기의 몫을 나눠 주면서까지

상대에게 호의를 선사한

최희수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괘씸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방식에 심각한 착오가 있다는 것을

최희수가 깨달은 것은

아버지가 죽고 오 년쯤 지나서였다.


그는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을 깨달았다


최희수는 그제야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선의나 호의만으로는

결코 인간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이기적인 욕심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그 이후 그는 한 번 더 변했다.


나의 호의를

저들이

진심으로 감사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저들이 나를 두려워해야 한다.


인정이나 도리 따위가 아니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힘이다.


그렇게 결심한 최희수는

거래와 처세의 방식에

상하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고,

갑을(甲乙)의 관계를

매섭게 따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권력이란 사실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자신의 동생을 후원해

비록 미관말직이지만

관직에 오르게 하고,


막대한 돈을 써서

여동생을 권력자의 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것들을

힘 있는 자들과 손잡고

하나하나 쳐 내기 시작했다.


방식을 바꾼 후로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부가 뒤따라오는 것을 보면서,

그는 이 방식이야말로

자신에게 정확하게 들어맞는

삶의 방식임을 확신했다.


자신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사람들이 알아서 기게 만드는,

권력이 주는 달콤한 경험은

최희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더 큰 권력과 부를 얻으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벽들이

세상엔 엄연히 존재했다.


무언가를 더 가지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항상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존재들이 있었다.


세상의 여러 분야에서

이미 탄탄한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기존의 이익을 침범하려는

새로운 도전자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그것은 최희수를 괴롭히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었다.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열고

더더욱 큰 힘을 손에 쥐고 싶은,

이미 권력의 맛에 중독된 그에게

그들은 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절대로 피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흔들리기 시작하면

권력은

더 이상 권력으로 존재할 수 없는 법.


그러한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최희수는

무슨 수를 쓰든 적들을 쓰러뜨리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성공의 빛이 눈부시면 눈부실수록

최희수의 마음엔

그늘이 점차 깊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잃고

쓰러진 적들의 원한이

발밑에 쌓여 갈수록

왠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고,

자기 이외엔 그 어떤 사람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그는

거래 상대를 대하듯 행동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고독한 괴물로 변해 갔지만,

그 사실을 자신만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최희수에게

자기 이외의 인간이란

자신을 두려워하는 자와

자신에게 맞서는 자로 양분되었고,


삶이란

오직 더 가지기 위한 투쟁일 뿐,

그 어떤 다른 의미도 없었다.


그렇게 최희수의 악순환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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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後日談 이장(移葬) 20.11.14 435 3 3쪽
9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6 20.11.14 336 2 1쪽
9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5 20.11.14 294 2 3쪽
9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4 20.11.14 290 2 6쪽
9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3 20.11.14 300 2 9쪽
9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2 20.11.13 306 2 3쪽
9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1 20.11.13 295 1 6쪽
8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0 20.11.13 295 1 8쪽
8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9 20.11.13 281 2 2쪽
8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8 20.11.13 276 2 7쪽
8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7 20.11.13 285 2 4쪽
8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6 20.11.13 305 2 13쪽
8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5 20.11.13 283 2 8쪽
8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4 20.11.13 331 1 8쪽
8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3 20.11.13 328 2 6쪽
81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2 20.11.13 289 2 6쪽
8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1 20.11.13 280 2 3쪽
79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0 20.11.13 286 2 7쪽
78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9 20.11.13 346 2 5쪽
77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8 20.11.13 296 2 5쪽
76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7 20.11.13 306 2 9쪽
75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6 20.11.13 283 2 3쪽
74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5 20.11.13 285 2 5쪽
73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4 20.11.13 284 2 6쪽
72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3 20.11.13 323 3 4쪽
»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2 20.11.13 310 2 6쪽
70 第 六 章 백아절현(伯牙絶絃) - 1 20.11.13 293 3 2쪽
69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1 20.11.13 308 2 4쪽
68 第 五 章 무사(武士) 마양 - 10 20.11.13 31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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