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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아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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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4.04 08:37
최근연재일 :
2016.04.14 08: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780
추천수 :
497
글자수 :
65,097

작성
16.04.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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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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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4)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기분탓이거나 우연입니다.




DUMMY

‘크으으윽!’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 어머! 냄새! 어휴! 언니! 이거 또 지린 거 아녜요?

- 물 뿌려라.

- 에이! 그런데 이건 무슨 실험이에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재미있기는 한데.

- 몬스터의 무기를 이용할 방법을 생각중이야.

- 아하! 그럼 이 정도로 안 될 것 같은데요?

- 흠. 그렇겠지? 1급 힐러 하나랑, 3급 힐러 둘, 9급 힐러 열 명을 불러.

- 네에-.

- 그리고 힐러 준비가 끝나면 전력을 더 올리고.


장혁의 귓가로 환청이 들린다.

‘이, 개, 년들!’

그의 시야가 점점 새까맣게 물든다.

익숙한 광경. 익숙한 일이다.

피눈물을 흘리는 것 정도는.


“푸흐-. 푸흐-.”


안구의 혈관이 터져 피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오거의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새까맣던 시야는 금세 밝아졌다.

재생의 능력으로 인해 상처는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었지만, 시야는 또다시 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점멸하는 시야 속에서, 누워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끄아아! 일어…나! 빨리!”


할버드를 쥐고 있는 동안에는 두 사람의 안전은 보장된다.

그러나, 장혁은 자신의 인내가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푸흐. 푸흐.”


오거는 콧김을 내뿜으며, 금세 장혁의 앞에 도달했다.

‘크으으-. 제길.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가?’

깜빡거리는 눈앞이 어지럽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시야 사이로, 여전히 기절해 있는 다인과 수련이 보인다.

뿌득.


“끄아악!”


오거의 발이 그의 등 뒤에 올려졌다.

고통은 더 큰 고통에 가려진다고들 하지만, 그에게는 그 말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몬스터의 무기로 인한 고통과, 척추와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둘 다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


“푸릉?”


힘을 주어 단숨에 쥐포처럼 만들 수도 있으면서, 오거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연신 눈을 깜빡이며 장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오? 후오!”


장혁의 몸이 재생되며 오거의 발을 밀어낸다.

그것이 즐거운 것인지, 녀석은 다시 발에 힘을 준다.

뿌득. 뿌득.

뼈가 재생되고, 다시 가루가 된다.


“흐악! 아악!”


고통 속에 정신이 점점 흐려진다.

아니, 정신은 더욱 더 또렷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선명하게 자신의 몸이 박살나는 것이 느껴지니까.

‘흐윽.’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할버드를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으으-.’

머리가 멍하다. 사고가 돌아가지 않는다. 눈앞이 어지럽다.

‘나는….’

무리하게 오거를 잡자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과거로 돌아왔다고, 남보다 더 많은 정보가 있다고 모험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이 위험해졌다.


뿌드득.


“크읍!”


오거는 분명히 장혁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재생되기를 기다렸다 다시 발에 힘을 준다.

‘개 같은….’

왜 오거 사냥을 고집했던 걸까.

어째서 위기를 자초한 것일까.

‘나도…….’

각성자들.

25년이라는 시간동안 봐 왔던 존재들.

남성으로서, 그리고 헬퍼로서, 그들은 질투의 대상이었다.

그 질투는 다시 말해,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년간 보호만 받았던 자신이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되고 싶었다.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보호하는 존재.

도망치는 존재가 아닌, 싸우는 존재.

‘싫다. 더 이상은.’

약한 것은 싫다. 먹히는 것도 싫다. 휘둘리는 것도 싫다.


“으아아아아!”


부웅-.


바람을 베는 소리와 함께, 오거의 한쪽 팔이 잘린다.


“푸흐어어어어-.”

“시끄러워!”


부웅-.


장혁은 손에 잡힌 할버드를 다시 한 번 휘둘렀다.

통증은 여전하다. 당장에 이 무기를 던져버리고 싶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통증은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 이거, 죽은 거 아녜요?

- 흐음. 출력을 조금 더 올려라.

- 아, 살아있네요?

- 이 정도도 못 버티면 실험에 의미가 없지.

- 원래 벌레들은 이렇게 질겨요?

- 아니. 이 녀석이 특별한 거다.

- 어머! 언니! 쟤 정신이 있나 봐요! 벌써 눈이 움직였어요.

- 호오. 과연. 목숨이 질길수록 제정신을 빨리 차리는 것인가. 좋은 정보다. 어이, 출력을 더 올려라.


다시 한 번 환청이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크아아아!”


그 과거의 환청을 떨쳐내기 위해, 장혁은 소리를 지르며 할버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지친 것인지 힘이 부족한 것인지 할버드의 움직임은 느렸고, 그것은 곧바로 반격의 허용으로 이어졌다.

퍼억.

오거의 손바닥이 그의 안면을 강타하며, 그를 뒤로 밀어냈다.

다친 손이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머리가 날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동시에, 손에서 힘이 빠져 할버드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푸오오!”

“으아아!”


할버드가 떨어지자마자 장혁은 정신을 차렸다.

통증은 금세 사라졌다.

오거는 포효를 하며, 장혁은 악다구니를 쓰며, 2m가 채 되지 않는 거리를 서로 마주보고 달렸다.

부웅-.

오거의 주먹이 그의 눈에 또렷하게 잡힌다.

고개를 숙여 그것을 피하며, 오거의 옆구리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터엉’하는 소리가 울리자, 장혁은 이를 꽉 물었다.

효과가 없다. 아직 그의 주먹으로는 오거에게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다!’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진즉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공격을 멈추면 두 사람이 위험해질뿐더러,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무엇인가가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푸오오오오!”


부웅-.

오거의 주먹이 다시 한 번 커다란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른다.

‘물러서지 않겠다!’

백스텝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그는 뒤로 피하기보다는 전진을 택했다.

몸을 잔뜩 웅크려 오거의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여전히 노란 액체를 뿜어대고 있는 상처가 보였다.


“하아아앗!”


장혁의 손이 오거의 배 안으로 파고들었다.


“푸어어어어어어어-.”


고통에 찬 오거의 비명이 들린다.

‘효과가 있다!’

손에 물컹한 무엇인가가 잡힌다. 몬스터 역시 내장 기관이 존재한다.


“죽어! 이 새끼야! 으아아!”


장혁은 욕설을 내뱉으며, 내장을 밖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푸으어-.”


오거는 몸부림치면서도 하나 남은 팔로 장혁을 밀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장혁은 지금 내장을 꽉 잡고 있으니, 그를 밀어내려 할수록 더더욱 고통이 심해질 뿐이다.


“크헝!”

“아악!”


고통은 교훈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거는 멍청한 머리로도 그를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깨닫고, 주먹을 휘둘러 장혁의 팔을 잘랐다.

잘랐다는 표현보다는 억지로 뜯어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우악스러운 행위였다.


“크으으-. 고맙다. 개자식아!”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자신의 왼쪽 손이 보이자마자, 장혁은 온 힘을 다해 돌려차기를 꽂아 넣었다.

팅클을 잡았을 때, 분리된 손은 엄청난 경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퍼억-.


“꾸어어!”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오거의 단말마가 그의 귀를 즐겁게 했다.

‘끝…났나….’

오거는 그대로 뒤로 넘어져 쓰려지고, 곧이어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흐-. 흐흐. 으하하하하핫!”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오거를 보니, 이 이상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을 것 같을 정도로 통쾌했다.

‘나는! 각성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붉은색?’

혼종 오거가 남긴 결정은 와인의 색과도 같은 검붉은 색이었다.

지금까지 본 결정은 하나같이 반투명한 푸른빛이었는데, 붉은색 결정은 수많은 던전 사냥을 본 그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장혁은 손을 뻗어 눈앞의 결정을 흡수했다.

‘후우…, 나가서 관조를 해 봐야겠지.’


“으응.”

“음….”


그리고 그 때, 다인과 수련이 신음성을 내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깨어나는 타이밍 한 번 기막히네.”


장혁이 중얼거렸다.

‘뭐, 잡았으면 된 거지.’

어떻게 보면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 혼종 오거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과도 같으니까.

두 사람은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장혁과 눈이 마주쳤다.


“응? 어? 꺄아아아악!”

“흠. 큼. 큼큼.”


다인은 장혁을 보는 순간 비명을 질렀고, 수련은 연신 헛기침을 하며 묘한 미소를 짓는다.


“왜?”

“아저씨, 변태에요?”

“크흠. 옷을 입는 편이 좋지 않겠는고.”

“아…….”


육체는 재생되었지만, 옷은 재생이 되지 않는다.

딱히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별 수 없지. 오늘은 일단 돌아갈까.”




***




숙영지로 돌아온 후, 장혁은 두 사람에게 사과하며 던전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이 이상의 사냥은 장혁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두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사람이 던전 앞으로 나가는 순간.


“헉?”


세 사람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철조망이 겹겹이 쳐진 바리케이트, 그리고 자신들에게 K-2를 향하고 있는 군인들이었다.


“……다인아.”

“네.”

“혹시 신고했니?”

“……아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장혁은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각성자다.

총이 통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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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3) 16.04.13 510 17 9쪽
16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2) 16.04.12 566 20 9쪽
15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1) 16.04.11 594 21 8쪽
14 5장 - 아재, 발전하다 (3) +1 16.04.10 655 25 8쪽
13 5장 - 아재, 발전하다 (2) 16.04.09 655 22 9쪽
12 5장 - 아재, 발전하다 (1) 16.04.09 633 25 8쪽
11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4) 16.04.08 699 26 7쪽
10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3) +1 16.04.08 764 25 8쪽
9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2) +2 16.04.07 864 25 8쪽
8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1) 16.04.07 948 31 9쪽
7 3장 - 아재, 준비하다 (2) +2 16.04.06 929 35 8쪽
6 3장 - 아재, 준비하다 (1) 16.04.06 918 31 8쪽
5 2장 - 아재, 각성하다 (2) 16.04.05 998 32 8쪽
4 2장 - 아재, 각성하다 (1) 16.04.05 1,461 29 8쪽
3 1장 - 아재, 회귀하다 (2) +1 16.04.04 1,092 37 7쪽
2 1장 - 아재, 회귀하다 (1) +2 16.04.04 1,350 40 8쪽
1 프롤로그 +5 16.04.04 1,545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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