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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아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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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4.04 08:37
최근연재일 :
2016.04.14 08: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782
추천수 :
497
글자수 :
65,097

작성
16.04.09 21:00
조회
655
추천
22
글자
9쪽

5장 - 아재, 발전하다 (2)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기분탓이거나 우연입니다.




DUMMY

어제는 다인에게 붙잡혀 방패 대용으로 사용되느라 결정을 흡수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명의 각성자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상태.

그는 고블린이 세상에 남기고 간 유품을 집어 들었다.


“흠.”


‘어제 그건 한 번에 대량의 결정을 흡수했기 때문인가?’

벌써 6마리의 고블린을 잡았고, 그만큼의 결정을 흡수했다.

그러나 전날처럼 몸이 타오를 듯하지도 않았고, 괴물의 울음소리 또한 없었다.


“아저씨, 조금만 쉬었다 가요.”


신이 나서 날뛰는 장혁과 달리, 다인과 수련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사냥을 하고 싶어 했다.

어째 베테랑과 초보가 바뀐 듯한 모습이기에, 장혁은 민망함에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자. 쪽팔리네.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인데….”

“뒤늦게라도 제정신을 차리면 된 것이지. 그나저나, 왜 그렇게 들떠 있누? 강해진 것은 알겠지만, 정도가 과하지 않나 싶구나.”

“……아, 뭐.”


장혁은 웃는 듯 우는 듯 미묘한 웃음을 보였다.

수련 또한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들으려 하지는 않았다.


“맞다! 아저씨! 나는 왜 안 세져요?”


분위기가 묘하게 무거워지는 것 같자, 다인이 재빨리 손을 들고 외쳤다.

수련은 관조를 통해 강해지고, 장혁은 결정을 흡수함으로서 강해진다.

그리고 다인 자신은 전투를 통해 강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사이 백에 가까운 고블린과의 전투를 치렀는데도 딱히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나도 잘 모르지. 그건 네가 관조를 배워서 깨우쳐야 하는 거니까.”


관조는 각성자들이 필히 익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아는 것은 물론, 더 강해지는 방법까지 알 수 있었다.

장혁이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전투를 통해 강해진다는 것 뿐이지, 그 상세한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익혀가는 것만으로도 많이 발전한 거지.”


그의 말대로, 이미 회귀 전의 위기는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

다인이 그들의 목표가 된 것은 전투 능력이 전무했기 때문이니까.


“자, 다 쉬었지? 슬슬 일어날까?”

“하나만 물어도 되겠누.”

“응? 뭔데?”

“네 목표는 무엇인고? 인류 구원은 아닐 테고.”

“아, 뭐….”


장혁은 머뭇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규합 정도라고 해 둡시다.”


결과는 그게 맞다.

각성자와 일반인,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분열을 막고, 던전을 소멸시키는 것.

중간 과정에 복수가 들어가지만, 그것은 말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각성자가 되어서 다행이다.’

만약 비각성자였다면 생존을 우선시하고, 복수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을 터.

‘누님께 그 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분명 지금 그 년은 내가 알던 년이 아니라고 하겠지?’

복수의 대상.

회귀를 한 이상,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관없다.

악하건, 선하건, 도움이 되건, 되지 않건.

화풀이 대상이라도 좋다.

힘이 생긴 이상, 이것은 그의 지상 과제와도 같았으니까.


“그게 아님은 알고 있음이니. 혁아. 정말로 그것이 전부인 게냐?”


장혁은 눈으로 다인을 가리켰다.

자신을 흘겨보는 듯한 눈빛에 다인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수련은 고개를 저었다.


“다인이도 들을 만한 자격이 있지 않니.”

“글쎄…….”


여전히 회의적인 장혁에게, 다인이 입술을 한번 꾹 깨물더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능력 중 하나, 예언이죠?”

“응?”

“으잉?”


장혁과 수련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 어어. 그래! 그런데 능력이 낮아서 잘 안 보여!”


장혁은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순발력으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치켜든 다인의 코가 눈부시다.

‘이런 좋은 핑계가!’

그런 식으로 오해해 주면 이야기가 편하다. 나중에 예상이 빗나가고, 미래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약해졌다고 하면 그만.


“그러니까 이야기 해 주세요! 아저씨 능력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요.”


전혀 엉뚱한 생각에, 엉뚱한 답변이었다.


“혁아. 만난 지 고작 이틀뿐이기는 해도, 앞으로 함께 해 나갈 사람이지 않더냐. 내가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이었니.”

“……아니. 누님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


장혁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하아-. 알겠수다. 내 목표는, 복수와 규합. 그 두 가지요.”

“규합은 알겠지만, 복수라는 것은?”

“각성자 연합. 정확히는 그 수장과 몇몇 길드.”

“혁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수련이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장혁이 고함을 치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누님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없어진 일이라고 말하려 하겠지. 그리고 그때의 그 년과 지금의 그 년은 다른 사람이라고. 아닌가?”

“…….”

“그런 설득을 하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수. 여기서 찢어집시다.”


수련과 다인, 두 여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헤어지자고 말해서?

아니다.

그녀들이 장혁을 만난 것은 고작해야 하루, 이틀 전이다.

그동안 그녀들이 장혁을 보고 느낀 것은, ‘철없지만 재밌고, 잘 웃는 사람’이었다.

그런 평가는 지금 한 순간 뒤집어졌다.

그의 내면에는 광기가 산다.

지금 그녀들이 느끼고 있는 광기는, 그의 헤실거리는 웃음으로도 감출 수 없는 지독한 것이었다.


“……후우. 이유. 이유라도 말해다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헤실거리는 저 웃음이 어째 더 무서운 듯한 기분이었다. 저 웃음으로 감추고 있던 것이 몇 년일까 생각하면, 더더욱 오싹해진다.


“에잉, 노약자들한테 들려줄 만한 이야기는 아니야.”

“혁아.”


애써 말을 돌리려 하지만, 수련은 굳은 얼굴로 장혁을 불렀다.


“하아-. 거, 약한 거 몇 개만 말해주겠수.”

“그래.”


다인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자신 또한 궁금하기에 침을 꿀꺽 삼키며 장혁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각성자들은 계속해서 발전하지. 그 중에는 회복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도 많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수?”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자가 많아지고, 그 능력이 높으면 좋은 게 아닌고…….”


수련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좋은 일이 늘어나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내 이래서 누님을 좋아하지.”

“실없는 소리 말고.”

“진짜요. 사람들이 누님처럼만 생각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어.”

“…….”

“그런데 말이요, 의술과 인술은 다르다고 하잖수? 능력도 별다를 게 없었지.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의술! 크으! 얼마나 멋지오!”

“아, 아저씨?”


다인은 자신의 팔을 감싸며 장혁을 불렀다.

그녀의 몸은 닭살이 가득 돋아 있었다.


“그래서 그네들의 취미가 그거였지! 죽이고 살리기!”


장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때, 목이 떨어지고, 심장이 멈추고, 사지가 절단이 될 때, 그때 깨달았다.

인간은 악마이기도 하고, 천사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그때 느낀 것이 또 하나 있다.

세상에 믿을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들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말자고.


“아, 아저씨. 그게 무슨 소리에요? 죽이고 살리기……라는게?”

“응? 말 그대로지. 노화 이외의 조건으로 죽은 사람은, 죽은 지 1분 이내라면 살릴 수 있어.”

“그게 아니고, 죽이고 살리기라면서요!”


다인이 새파란 얼굴로 울먹였다.


“거 봐. 노약자에게는 말 안 하는 게 낫다니까.”


장혁은 다인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

다인의 반응은, 너무나 정상적인 소녀의 반응이다.

고블린을 아무렇지도 않게 때려잡을 정도의 신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작 이 정도로 안색이 바뀌다니.

아직은 순수함, 그리고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나도 다인이와 같은 생각이다. 그 행동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구나.”

“에-. 뭐, 나도 이해는 안 되는데?”


그가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아무튼, 걔들은 취미로 그런 걸 했고, 시민들은 의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각성자들의 치료 능력이 발전한다며 좋아했지.”


씨익 웃는 그의 치아가 눈부시게 빛났다.

고작해야 열댓 명의 인체 실험으로 의학의 발전과 치료 각성자들의 능력이 발전한다.

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달콤한 열매란 말인가.

대다수의 시민들은 그 행위에 환호했다.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그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정부에 저항하는 순간, 자신들이 인체 실험의 대상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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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3) 16.04.13 510 17 9쪽
16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2) 16.04.12 566 20 9쪽
15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1) 16.04.11 594 21 8쪽
14 5장 - 아재, 발전하다 (3) +1 16.04.10 655 25 8쪽
» 5장 - 아재, 발전하다 (2) 16.04.09 656 22 9쪽
12 5장 - 아재, 발전하다 (1) 16.04.09 633 25 8쪽
11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4) 16.04.08 699 26 7쪽
10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3) +1 16.04.08 764 25 8쪽
9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2) +2 16.04.07 864 25 8쪽
8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1) 16.04.07 948 31 9쪽
7 3장 - 아재, 준비하다 (2) +2 16.04.06 929 35 8쪽
6 3장 - 아재, 준비하다 (1) 16.04.06 919 31 8쪽
5 2장 - 아재, 각성하다 (2) 16.04.05 998 32 8쪽
4 2장 - 아재, 각성하다 (1) 16.04.05 1,461 29 8쪽
3 1장 - 아재, 회귀하다 (2) +1 16.04.04 1,092 37 7쪽
2 1장 - 아재, 회귀하다 (1) +2 16.04.04 1,350 4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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