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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아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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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4.04 08:37
최근연재일 :
2016.04.14 08: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776
추천수 :
497
글자수 :
65,097

작성
16.04.07 08:00
조회
947
추천
31
글자
9쪽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1)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기분탓이거나 우연입니다.




DUMMY

장혁의 상큼한 대답에, 수련은 얼굴을 구겼다.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장혁 뿐이리라.


“걱정 마쇼. 사기꾼이나 범죄자는 아니니까.”


늘 보았던 표정을 다시 보게 되니, 저절로 반가운 기분이 든다.

자신도 모르게 옛 말투를 사용하며, 그는 입 끝을 말아 올렸다.


“흠. 흠흠. 누가 뭐라 했는고?”

“누님 얼굴에 다 써 있수다.”


부웅-.

부끄러웠기 때문인지, 장죽이 장혁의 이마를 향해 휘둘러졌지만, 아까는 방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맞은 것이다.


“헤헹-. 또 통할 것 같수?”

“……허, 그놈 참. 나이는 어디로 쳐먹었누.”

“에이, 뭐 어때. 이런 할배 저런 할배 있는 거지. 나이를 먹으면 애가 된다 하잖아. 아, 지금은 서른 셋이니까, 나이대에 맞는 거 아닌가?”

“그렇게 촐싹대는 서른 셋이 어디 있는가. 에잉.”


그가 이렇게 촐싹대는 것은 일종의 버릇과도 같았다.

이러면 덜 맞고, 덜 혼나니까.

어째 각성자들은 실실거리며 웃으면 어지간한 일은 용서해주곤 했다.


“그보다 그 던전, 그러니까 요괴들을 잡으려 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 아닌고.”

“그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결정이 비싼 거고.”

“흐음. 그런데도 그녀를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 보네만.”

“아, 물론 설득이 우선이지.”

“차라리 무언가 대가를 지불하거나 보장하는 것은 어떤가.”

“대가? 대가는 있지.”


장혁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줄 생각이었다.

물론 방식이야 좀 거칠긴 하겠지만.




***




“이게 뭐에요!”

“응? 하연이가 그러던데. 너는 땡땡이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허허허. 설득이라더니….”


달리는 차 안.

그곳에는 수련과 함께, 앳되어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이익!”

“자자, 너무 그러지 말라고. 사실 지금도 나가려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잖아?”


이다인.

최후까지 살아남았던, 막내 각성자다.

각성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성장이 멈추기에 그녀는 죽을 때까지 16세의 몸으로 살아갔었다.

그녀보다 어린 나이에 각성한 소녀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녀들은 최후까지 버티지 못했다.

하연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다인은, 순수한 육체 근접 각성자.

3개의 능력이 전부 근접 전투에 특화된, 말 그대로 육박전의 스페셜 리스트다.

하연을 통해 부른 다인은, 의외로 장혁에 대해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전혀 접점이 없었지만, 어제 하연이 장혁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친한 친구인 다인에게 한 모양이었다.


“달리는 차에서 어떻게 나가요! 무섭다고요!”

“알아. 알아. 그러니까 이렇게 육체 각성자를 납치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

“이이익! 아저씨!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뭐, 사냥이 끝나고서는 신고해도 별 상관없지 싶은데.”

“그쯤 해 둬. 다인이라고 했느냐. 내 대신 사과하마.”


뒷좌석에 앉아 다인의 손을 꼭 붙잡은 수련은 다인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설득한 다음에야 간신히 다인도 진정을 하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던 장혁이 룸미러로 슬쩍 쳐다보자, 과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다인은 이상하게 수련의 말에는 고분고분했다.


“뭐, 장난은 이쯤 하고. 다인아.”

“왜요.”


장혁의 말에, 다인은 뾰루퉁하게 대답했다.


“이건 네가 믿거나 말거나지만.”

“뭐가요.”

“부모님을 살리고 싶으면, 힘을 길러라.”

“……네?”

“지금부터 열심히 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장혁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닫았다.

회귀 전 다인이 본격적으로 헌터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의 죽음이었다.

아무리 각성자라 해도, 18세의 소녀를,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던전에 밀어 넣을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투로 힘을 길러야 하는 다인은 각성자임에도 무력했고, 결국 부모님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말았다. 또한 그녀 역시 죽을 뻔했다.


“으음…. 그건 본 보살님도 처음 듣는 소리로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겠누?”

“……단체가 생겨.”

“무슨 단체?”

“반 각성자 연합.”

“으응? 비각성자가 각성자를 배척하는 것인가?”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 그놈들도 알고 있으니까. 각성자가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면?”

“각성자의 수를 늘리지 않아야 한다 주장하는 거지.”

“……설마!”


수련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모습을 보는 다인은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몸을 작게 떨었다.

장혁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렇다고 여신이 주는 각성을 인간이 막을 수도 없지. 결국 그 중에 극단적인 녀석들이 나오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어.”


그것은 인간 전체의 문제였다.

반 각성자 연합은 사실 나쁜 단체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단체였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각성자 연합.

결국 닭과 달걀의 문제다.

사회적 약자로 여겨졌던 여성이, 어느 날을 기점으로 우위에 서게 된다.

이것만이라면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법 자체가 바뀌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전까지는 남녀평등이 제도화되어 있어, 실제 적용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차별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던전과 각성자가 생기고, 그들을 잡아두기 위한 법이 생긴다.

문제는 강제력.

각성자들은 여신의 가호를 받는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여신의 가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비각성자는 각성자를 해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법칙.

총을 맞아도, 폭탄이 터져도, 미사일을 맞아도, 그것이 비각성자에 의한 것이라면 절대로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다.

각성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결국 새로 만들어진 법이 각성자 우대법이다.

법과 무력, 그리고 권력을 가지게 된 각성자들은 그야말로 인간 위의 존재가 되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각성자의 성별은 단일.

그녀들은 극단적인 여성 우대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것이 일반인일 때 쌓였던 울분인지, 보고 배운 것인지는 몰라도.


“만약, 각성자들이 비각성자를 존중하고, 비각성자들이 각성자들에게 감사해 했다면…, 그런 파국을 맞지는 않았겠지.”

“…….”


수련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장죽을 입에 물었다.


“후우-. 몇 가지만 물어보자.”

“그러쇼. 창문은 열고.”

“……혹시, 인간이 멸망한 것은, 인간들 때문이었나?”

“대충 그렇수다.”

“그럼, 각성자들은? 아니, 나는?”


보통은 ‘본 보살은’정도로 자신을 지칭할 테지만, 수련은 당황했는지 평소의 말투가 나오지 않았다.


“……누님은 할 만큼 했으니 걱정 마.”


실제로 수련은 그 파국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모조리 다 했다.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각성자 연합과 전쟁마저 치렀으니, 그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크윽.”


그러나 수련은 그 말의 진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장혁의 저 말은, 바꿔 말하자면 다른 각성자들이 인간의 멸망을 불렀다는 소리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각성자, 비각성자를 떠나서, 노오오오옾으신 분들이 문제인 거니까. 누님이 괴로워 할 필요는 없지.”


그 말이 수련에게 위로가 되었는지, 장혁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자, 다 왔다.”

“여기에요?”


장혁이 차를 멈춘 곳은, 한 야산의 중턱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요?”


여전히 침울해 있는 수련을 힐끗 본 다인은, 더더욱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장혁 역시 다인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거기에 맞춰 주었다.


“곧 생겨. 그보다, 들어가면 내 말 잘 들어야 돼.”

“헹-. 아저씨는 각성자도 아니잖아요. 나랑 언니가 보살펴 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장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예전에는.


“이건 비밀이지만, 나도 각성자야.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된다?”

“에에에에엑? 아저씨, 그거에요? 뭐더라? 트랜스젠더?”

“아냐, 임마.”


그렇게 시시덕대던 순간, 그들의 앞 허공에서 검은 빛줄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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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3) 16.04.13 510 17 9쪽
16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2) 16.04.12 566 20 9쪽
15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1) 16.04.11 593 21 8쪽
14 5장 - 아재, 발전하다 (3) +1 16.04.10 655 25 8쪽
13 5장 - 아재, 발전하다 (2) 16.04.09 655 22 9쪽
12 5장 - 아재, 발전하다 (1) 16.04.09 633 25 8쪽
11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4) 16.04.08 698 26 7쪽
10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3) +1 16.04.08 764 25 8쪽
9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2) +2 16.04.07 864 25 8쪽
»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1) 16.04.07 948 31 9쪽
7 3장 - 아재, 준비하다 (2) +2 16.04.06 929 35 8쪽
6 3장 - 아재, 준비하다 (1) 16.04.06 918 31 8쪽
5 2장 - 아재, 각성하다 (2) 16.04.05 998 32 8쪽
4 2장 - 아재, 각성하다 (1) 16.04.05 1,460 29 8쪽
3 1장 - 아재, 회귀하다 (2) +1 16.04.04 1,092 37 7쪽
2 1장 - 아재, 회귀하다 (1) +2 16.04.04 1,350 40 8쪽
1 프롤로그 +5 16.04.04 1,545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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