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리멘탈의 성

아재가 돌아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4.04 08:37
최근연재일 :
2016.04.14 08: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770
추천수 :
497
글자수 :
65,097

작성
16.04.04 08:40
조회
1,543
추천
34
글자
10쪽

프롤로그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기분탓이거나 우연입니다.




DUMMY

2012년 2월 22일.

그날은 인류역사에 커다란 한 획이 그어진 날이었다.

부정적인 의미로.

그 날, 던전이라는 것이 생겨나자 인류는 당황했고, 이후에는 기뻐했고, 지금은 절망에 빠져있다.

괴이(怪異)의 왕.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존재지만, 그런 존재가 있음은 알고 있었다.

그는 던전의 주인이자, 몬스터들을 만든 존재였다.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나옴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신탁을 받았고, 이능(異能)을 받았다.

사랑과 평화의 여신.

그녀는 괴이의 왕을 없애라는 신탁과 함께, 인간들에게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문제가 있다면, 여신을 만날 수 있던 것은 여성 뿐.

다시 말해, 남성은 각성자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대략 25년쯤 지난 지금.

지구의 육지는 섬 하나만이 남았다.

던전은 붕괴하면서 육지를 소멸시켰기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 아저씨···.”

“······하아. 이제는 너까지···.”

“벼, 별 수 없잖아요!”


장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도덕이나 사회적 관념이 사라진 세상이라지만, 일단 네 모습을 보면 말이지···.”

“나는 뭐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요?”

“아니, 그러면 안하면 되잖냐!”

“시끄러워요! 빨리 옷이나 벗어요!”

“야! 야야! 잠깐! 으아아!”


겉으로 보기에는 가냘픈 소녀지만, 저래 보여도 육체 전투 각성자. 그가 힘으로 저항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야! 그만 하라니까? 어차피 다 뒈질 텐데! 야! 임마! 얌마!”


그는 주먹을 들어 소녀를 마구 때렸다.


“응? 지금 저 때린 거예요?”

“아니···, 응. 야! 생각해 보니, 너 맞아도 안 아프잖아!”

“기분이 더럽죠.”

“······그건 그렇겠지. 그래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봐라! 너 같으면 지금 가만히 있겠냐?”

“음······. 그도 그러네요. 그럼 한 번은 봐줄게요.”

“아니! 야! 그게 아니고···, 아악!”

“시끄러워욧! 나라고 뭐 아저씨같은 늙은이하고 이러고 싶을 줄 알아요? 이게 다 인류를 위한 길이니까···.”

“내가 뭐! 그리고 너는 아줌마 아니냐? 이제는 철 좀 들고 그래야···.”


콰앙!

소녀가 발을 구르자, 방 전체가 굉음을 내며 흔들렸다.


“방금 뭐라 그랬어요?”

“아···, 그게···.”


장혁은 아차 싶었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아줌마’다.

물론 장혁 자신도 늙은이라는 단어를 들었으니 피장파장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갑과 을이 너무 확실했다.


“미, 미안. 내가 잘못했어.”


고압적인 각성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그래도 장혁을 매우 잘 챙겨주는 여성이었지만, ‘아줌마’라는 단어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차라리 다른 각성자들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약한 남성인 그는 이 폭력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물론 그녀들이 세상 최후의 남성인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겠지만, 밉보이면 그만큼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날카롭게 단련된 직감이,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왔다.

장혁은 즉시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사과했다.


“흥! 다시 한 번만 더 그러면 진짜 화낼 거예요?”

“미안.”

“그럼 이제 순순히···.”

“아니! 그건 아니지! 나도 좀 쉬자! 응?”

“······왜 내 차례에서 쉬는데요. 내일 쉬세요.”

“야! 남자는 여자랑 다르다고!”

“아, 몰라요. 자꾸 그러면 힘으로···.”


쾅쾅쾅!


“응? 누구 왔다. 야! 누가 왔다니까?”

“에이, 참. 자기들이 밀어 넣어 놓고는. 누구세요?”


소녀는 투덜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장혁은 한 손으로는 가슴을, 한 손으로는 반쯤 찢겨진 바지를 추스르며 제발 오늘은 쉴 수 있기를 빌었다.

문이 열리자 주름이 가득한 노파가 헤죽 웃으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라? 왕언니?”

“흘. 미안타. 아직 일 치르기 전인가 본데. 잠깐 나와봐야 쓰겄다. 혁이 너도.”

“잉? 나도?”

“그래. 밖이 심상찮어.”

“가야지! 아무렴!”


장혁은 이때다 싶어 일어섰다.

그런 그를 보며 소녀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안 나가?”

“흘흘. 뭐 볼게 있다고 그러누.”

“에잉. 하여튼 할매는.”

“끌끌. 어여 옷이나 갈아입어. 간만에 눈보신이나 하게.”

“크. 할매도 참 별종이요.”


그가 옷을 갈아입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오자 보이는 것은, 72명의 각성자 전원이 모여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 다들 모였는가?”

“무슨 일이에요? 이 한밤중에.”

“문제가 생긴 것 같어.”

“무슨 문제요?”

“괴물들 중에 대빵 괴물이 있는데, 그 놈은 밤에도 나와서 돌아댕기는 모양이여.”


노파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말이죠? 확실한 거예요?”

“그려. 밤에 화장실 가다가 만났는데, 죽는 줄 알았다. 겨우겨우 살아남기에도 벅찼어.”

“왕언니가요? 말도 안 돼!”


노파는 세계 최강의 각성자다.

지금이야 각성자들의 수가 72명에 불과하니 세계 최강이란 말이 우습게 들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세계 지리가 멀쩡했을 때에도 최강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마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던 것도 그녀의 활약 덕분이다.

그런 그녀가 당해낼 수 없는 몬스터라니.

다른 각성자들이 믿지 못하며 당황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쿵!


“흐히흐히히!”


그리고 그 때, 밖에서 커다란 진동과 함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양반은 못 되는구먼. 쯧.”

“왕언니가 예지하지 못한 적이라니. 후우.”

“별 수 없잖아? 다들 이런 날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거 아냐.”


한 각성자의 말에, 다들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에야 익숙해졌으니 괜찮지만, 초기에는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많았다.

몬스터가 혹시 밤에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럼 너는 여 있어.”

“할매. 조심하쇼.”

“클클. 알았다. 이놈아.”




***




“할매! 정신차려! 할매!”

“······이놈아. 시끄러워. 머리 울린다.”

“정신이 좀 들어?”

“보면 모르겄냐. 텄지 뭐.”


노파의 상태는 척 보기에도 심각했다.

각성자들이 보통 인간들보다 튼튼하고 회복력도 좋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출혈이 심하고 내장이 훤히 드러난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장혁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각종 마약과 마취제를 투여해주는 것뿐이었다.


“크윽.”


장혁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른 각성자들은 전원 죽었고, 이제 노파가 마지막이다.


“할매···.”

“이놈아. 갈 때까지 할매냐. 누님이라고 부르면 어디가 덧나누.”

“죽지만 않으면 백 번이라도 더 불러주겠수.”


그는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말했지만, 눈물은 끊임없이 계속 흘러나왔다.


“클. 누가 들으면 네 놈이랑 조손 뻘인 줄 알 거여.”

“엠병. 들을 사람이 있기는 한가?”


노파가 죽으면 남는 인간은 장혁 뿐이다.

게다가 장혁은 일반인이니, 날이 밝으면 금세 죽게 될 터.


“클클. 너나 나나 살 만큼 살았지.”

“흐흐. 누님 장사 지내줄 시간동안 살아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겄소.”

“그래도 노력은 해 봐. 꽃다운 나이에 먼저 가버린 애들도 그걸 바랄 거여.”

“내 걱정 말고, 누님이나 편히 갈 준비해. 그러고 보니, 슬슬 대답해 줄 때가 되지 않았나? 갈 때 가더라도, 그거나 말해주고 가.”

“······나도 모른다. 예감이 그랬어. 그 때만큼 강한 예지도 없었지.”


장혁이 늘 물었던 것.

어째서 자신을 이렇게까지 지켜주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크흐. 내 늘 말했었지? 그놈의 감, 그거 믿을 게 못된다고.”

“···그놈 참. 곱게 보내줄 것이지, 마지막까지 빈정대기는.”

“태생이 이런 걸 어쩌겠어.”

“흘. ······졸립구나.”

“먼저 가쇼. 금방 따라갈 테니까.”

“이···놈아. 살···아. 끝···까지······. 포기하지···말···.”

“······하아.”


노파의 눈을 감겨주고,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아 영면을 준비해 준 장혁은, 이내 비웃음인지 자조의 웃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푸후-.”


자신의 목숨은 고작해야 몇 시간 남았을 것이다.

몬스터들이 출몰하기 시작하면 무조건 죽을 테니까.


“포기하지 말라고? ······그거 몇 시간 버텨서 뭐 하겠다고.”


그의 눈앞에 한밤중에도 밝게 빛나고 있는 보석이 보인다.

사람의 손톱보다 조금 더 큰 보석.

결정(結晶)이라 불리는 에너지의 집약체다.

노파와 각성자들이 동귀어진을 하며 남긴 몬스터의 잔해.


“그래도 우리는 시체라도 남기니 다행이요.”


장혁은 노파의 옆에 누워 몬스터의 결정을 삼켰다.

한때 인류의 미래라 불리던 결정은, 흡입을 하게 될 경우 깨어날 수 없는 수면에 빠지게 된다.


“흐···, 그래도 누님보다는······, 내가···더, 편하게 가겠······네.”


그렇게 장혁은 수면을 택했다.

고통도, 괴로움도 없는 영면을.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재가 돌아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4) +4 16.04.14 599 22 10쪽
17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3) 16.04.13 510 17 9쪽
16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2) 16.04.12 566 20 9쪽
15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1) 16.04.11 593 21 8쪽
14 5장 - 아재, 발전하다 (3) +1 16.04.10 654 25 8쪽
13 5장 - 아재, 발전하다 (2) 16.04.09 655 22 9쪽
12 5장 - 아재, 발전하다 (1) 16.04.09 633 25 8쪽
11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4) 16.04.08 698 26 7쪽
10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3) +1 16.04.08 763 25 8쪽
9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2) +2 16.04.07 864 25 8쪽
8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1) 16.04.07 947 31 9쪽
7 3장 - 아재, 준비하다 (2) +2 16.04.06 929 35 8쪽
6 3장 - 아재, 준비하다 (1) 16.04.06 918 31 8쪽
5 2장 - 아재, 각성하다 (2) 16.04.05 997 32 8쪽
4 2장 - 아재, 각성하다 (1) 16.04.05 1,460 29 8쪽
3 1장 - 아재, 회귀하다 (2) +1 16.04.04 1,091 37 7쪽
2 1장 - 아재, 회귀하다 (1) +2 16.04.04 1,350 40 8쪽
» 프롤로그 +5 16.04.04 1,544 3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