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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아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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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4.04 08:37
최근연재일 :
2016.04.14 08: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787
추천수 :
497
글자수 :
65,097

작성
16.04.06 21:00
조회
929
추천
35
글자
8쪽

3장 - 아재, 준비하다 (2)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기분탓이거나 우연입니다.




DUMMY

다음날.


“후우….”


장혁은 숨을 고르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수련 보살’이라 적힌 문.

어제 각성을 하게 되면서, 지난 일주일간 세워놓은 계획들은 적잖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정확히는 더 효율적인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지만, 그것은 양날의 검이다.

‘각성을 한 것은 좋지만….’

그가 얻은 것은 장점도 컸지만, 그만큼 단점도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설마하니 결정을 먹는 능력일 줄이야….’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각성자마다 제각각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많은 방법들 중에서, 결정을 흡수하는 능력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딩동-.


겨우 진정이 된 장혁은 초인종을 눌렀다.


- 예. 누구십니까?

“어제 전화했던 장혁이라 합니다.”

- 들어오시지요.


안으로 들어가자, 색동저고리를 입은 수련과 처음 보는 여성이 그를 반겼다.

‘할매….’

지금은 할매라기보다 누님이라 불러야 할 나이지만, 그의 입에 붙은 것은 역시 예전의 명칭이었다.


“오셨는가.”


수련과 장혁의 나이차는 7살.

올해 40세의 나이지만, 3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젊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괜찮으이. 내 제자일세.”

“아! 저 분이….”


수련이 본격적으로 각성자들을 모으고,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제자의 죽음 때문이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장혁도 모르고 있었지만, 수련의 입에서는 그 일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응? 저 아이를 아는가?”

“아뇨. 이야기만 들었지요.”

“허어-. 누구에게?”

“…….”


장혁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본래 계획은 수련에게 사실대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녀라면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그녀가 보여주었던 모습이라면, 분명 비논리적인 일도 허투루 넘기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제자라는 여성은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지나치듯 들은 것이 전부다.

‘믿을 수 없다.’


“그냥, 이곳에 들렀던 사람에게요.”


장혁의 말에, 수련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을 보았음에도, 장혁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방황하는 중생께서는 이 몸이 자각했다는 것을 어찌 알았을꼬?”


어제 전화로 말했던 부분이었다.


“단 둘이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면,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흐음-. 좋도다. 혜미야. 너는 잠시 나가 있거라.”


수련의 말에, 혜미라 불린 여성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래. 이제는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지요. 저는…, 미래를 겪은 사람입니다.”

“음?”


수련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혁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 않아도 미친놈 취급당하면 그만이다.

그녀를 장혁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믿든 안 믿든 어딘가에 발설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된 겁니다.”


25년간의 이야기는 길었다.

물론 자신이 각성자들의 보모, 심하게 말하자면 노리개 취급 당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런가. 허어-.”


장혁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기만 하던 수련은, 바닥에 놓여 있던 장죽을 들었다.

‘저것도 간만에 보네.’

그의 목숨을 구해주며 잃어버렸던 장죽은 그녀가 매우 아끼던 물건 중 하나였다.


“문은 열고 피세요.”


장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후우-.”


방 안이 담배연기로 자욱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탁.

그녀가 재떨이에 재를 털어 버리자, 장혁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결정하셨습니까.”


그녀가 담배를 피는 것은 고민을 할 때다.


“귀인이 온다더니.”

“네?”

“점괘 말이다. 어제 오늘 연신 같은 점괘가 나왔었음이다.”

“……그거 맞지도 않으면서….”


장혁이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좋다. 믿지 않을 수 없겠구나.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할꼬.”

“……설마 하긴 했지만.”


그녀라면 믿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렇다고 정말로 넙죽 믿어버리니 그건 그것대로 당황스럽다.


“정말 믿으시는 겁니까?”

“믿지 않으면? 본 보살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에 보살인 것이니….”

“허어….”

“그래, 그래서 앞으로 본 보살, 아니지,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고?”

“네? 조금 전에 알려드린대로….”

“그것은 이미 실패한 일.”

“그렇기는 하지만, 성공한 일만 따라가고, 실패한 일을 성공시키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다. 아니야. 세상은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이 되는 법. 실패한 일을 성공시키는 순간, 성공했던 일을 실패하게 될 수 있음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점을 지적받자, 장혁은 역시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련이라면 해답을 알고 있을 터.

장혁은 기대감이 가득 담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걸 왜 나에게 묻누?”

“……네?”

“그건 네가 찾아야 할 대답이거늘. 네가 과거로 온 것이 그 해답을 찾기 위함이니라.”


‘장난하나.’

따악.

장혁이 인상을 구기는 순간, 장죽이 그의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아야! 할매! 미쳤…. 아, 왜 때리시죠?”


따악.

수련은 말없이 장죽을 휘둘러 장혁의 머리를 때렸다.


“아! 왜 그러냐고요!”

“첫 번째는 마음에 안 들어서고, 두 번째는 화가 나서다.”

“뭔 소립니까.”

“이놈아. 할매가 뭐냐, 할매가. 아직 창창한 보살님께. 누님이라 불러라.”

“…….”


문득 그녀의 마지막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장혁을 보며, 수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철 좀 들게. 속 알맹이는 본 보살보다 많지 않누.”

“…….”


장혁은 멋쩍게 웃었다.

철 좀 들라.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끼리 가장 많이 하던 말이다.

사회가 사라지고 생존이 최우선으로 되어 버리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본능적으로 변해버렸다.

개인적인 사색, 고찰,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은 사치다.

그런 문제점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기에, 잊을 만 하면 철 좀 들라고 하는 말을 서로서로 내뱉었다.

장혁 또한 예외가 아닌지라, 정신적인 나이는 오히려 육체의 나이보다 어린 부분이 있었다.


“그래, 앞으로 어찌해야 하누?”

“……던전을 가야지요.”

“으응? 지금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지 않은가.”

“내일 갑니다.”

“내일?”

“예. 내일 던전 몇 개가 새로 생기니까요.”


내일은 2레벨 던전이 생긴다.

회귀 전에는 2레벨 던전이 생긴 다음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그리고 그런 사단이 벌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던전 정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알겠네. 그런데, 둘이서만 가는가?”

“아뇨. 한 명 더 데리고 갈 겁니다.”


수련은 깨달음을 통해 강해지는 각성자이니, 수련의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두고 있는 동료는, 전투를 통해 강해지는 각성자다.

훗날을 위해 미리 데려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유일하게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는 각성자라는 부분이었지만.


“그래? 그녀에게 말은 해 두었고?”

“아뇨. 이제 가서 말해봐야죠.”

“흐음. 본 보살님이야 자네를 믿으니 괜찮다만. 그녀는 어찌 하려고?”

“네? 뭐…, 정 안 되면 납치할거니까요.”


장혁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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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2) 16.04.12 566 20 9쪽
15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1) 16.04.11 594 21 8쪽
14 5장 - 아재, 발전하다 (3) +1 16.04.10 655 25 8쪽
13 5장 - 아재, 발전하다 (2) 16.04.09 656 22 9쪽
12 5장 - 아재, 발전하다 (1) 16.04.09 634 25 8쪽
11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4) 16.04.08 699 26 7쪽
10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3) +1 16.04.08 764 25 8쪽
9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2) +2 16.04.07 865 25 8쪽
8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1) 16.04.07 948 31 9쪽
» 3장 - 아재, 준비하다 (2) +2 16.04.06 930 35 8쪽
6 3장 - 아재, 준비하다 (1) 16.04.06 919 31 8쪽
5 2장 - 아재, 각성하다 (2) 16.04.05 998 32 8쪽
4 2장 - 아재, 각성하다 (1) 16.04.05 1,461 29 8쪽
3 1장 - 아재, 회귀하다 (2) +1 16.04.04 1,092 37 7쪽
2 1장 - 아재, 회귀하다 (1) +2 16.04.04 1,351 40 8쪽
1 프롤로그 +5 16.04.04 1,545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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