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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의 성

아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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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레
작품등록일 :
2016.04.04 08:37
최근연재일 :
2016.04.14 08: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5,775
추천수 :
497
글자수 :
65,097

작성
16.04.05 21:00
조회
997
추천
32
글자
8쪽

2장 - 아재, 각성하다 (2)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기분탓이거나 우연입니다.




DUMMY

팔이 잘릴 거라 예상하거나, 그것을 각오했던 것은 아니었다.

피익-.

잘린 오른쪽 어깨 아랫부분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새어나왔다.


“큭.”

“으! 으어-.”


새파랗게 질려 어쩔 줄 모르는 하연과 달리, 장혁의 머리는 더욱 더 차갑게 식어갔다.

‘무기가 남다른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뼈까지 잘라낼 리가 없었다.

‘그 사이 감이 무뎌졌나.’

하연을 감싸는 것은 그렇다 치고, 뒤로 돌아 등으로 칼을 받아냈다는 것이 문제다.

막는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뒤로 돌아 감싸서는 안 됐었다.

찌익-.

그는 입으로 재빠르게 옷을 찢어, 어깨를 둘둘 감아 출혈을 줄였다.

한쪽 팔이 사라지긴 했지만, 팅클 역시 무기가 없다.

과다 출혈로 정신만 잃지 않는다면, 장혁이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후우-. 후우-.”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고통은 견딜 만했다.

회귀 전에도 팔다리가 절단된 적은 많았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잘린 팔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치유 각성자가 없다는 것 정도일까.


“어떡해. 아저씨. 어떡해.”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울먹거리는 하연을 보며 든 생각은 안도감이었다.

화가 나거나 답답하다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병원 가면 붙여준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도 곁눈질을 하며 팅클을 살피는 것은 잊지 않았다.


“크헥!”

“흐읍!”


그렇기에, 맨손으로 달려드는 녀석을 발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무기가 없다면 틈을 볼 필요조차 없이 발을 내뻗으면 그만이다.


“끼이익!”


로우킥을 맞은 팅클이 무게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회귀를 했음에도 그의 육체는 연습을 잊지 않은 모양인지, 이어 주먹이 나갔다.

왼손으로 녀석의 관자놀이를 내려찍는다.

그리고 이어 오른손 스트레이트.


“끄아아아!”


팅클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며 바닥을 뒹굴었다.

오른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이 장혁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들었다.

‘제대로 들어갔다!’

주먹을 제대로 휘두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정작 실전에서 써먹어 본 적은 없었지만.

‘오른손 스트레이트만큼은 일반인 최강이랬지.’

주먹 쓰는 방법을 가르친 각성자들도 그의 스트레이트 펀치만큼은 인정했다.

‘······오른손?’

장혁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있다.

양쪽 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바닥으로 향했다.

바닥에는 잘린 오른쪽 팔이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다시 자신의 오른손을 본다.

꼼지락 꼼지락.

손가락이 앞뒤를 오가며 멀쩡함을 과시하고 있다.


“으에엑?”


장혁이 자신의 손을 보며 비명을 지를 때, 하연 역시 비명을 지르며 그를 불렀다.


“아저씨! 앞! 앞에!”


‘앗차!’

팅클이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해! 진짜 이상해!’

이 정도 맞았으면 죽어야 정상이다.


“아저씨! 저기요!”

“그거 못 써.”


하연이 장혁을 부르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팅클이 떨어뜨린 칼이 있었다.

몬스터가 들고 있는 무기는 사용할 수 없다.

잡는 순간 알 수 없는 반발력이 일어나 몸을 마비시킨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칼이나 총이 필요한데···.’


“신고는?”

“예?”

“경찰 불러라. 몬스터가 어쩌고 하지 말고, 칼 든 강도라고 해.”


회귀 전 하연이 죽었을 때에도 신고는 했었다. 괴물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장난전화로 치부되었지만.


“별 수 없지.”


장혁은 떨어져 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집어 들었다.

께름칙하지만, 주변에 무기 대용으로 쓸 만한 것이 없었다.

‘방심했어. ······어라?’

당장에 쓸 만한 무기로 식칼을 몇 자루나 구해놨었는데, 그것들은 전부 자신의 방 안에 있었다.

장혁은 손에 착 감기는 자신의 오른팔을 보았다.

단단하다.

마치 쇠로 된 조각상을 만지는 것 같았다.


“케헥! 케흐!”


팅클은 다시 한 번 장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뒈짖!”


빠악-!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내 목을 잃은 팅클이 그 자리에 털퍼덕 엎어졌다.

‘어?’

시간을 끌 요량으로 자신의 팔을 들어 휘둘렀던 것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팅클의 목을 날려버렸다.


“아···저씨?”

“괜찮니?”


어쩐지 허무하기도 하고, 안도의 감정이 밀려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잘 된 일이다.

그는 자신을 부르는 하연을 보았다.

하연은 발목을 접지른 건지,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의문점은 굉장히 많지만, 우선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금은 아직 소용없을지 몰라도···.’

팅클이 가루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는 손톱만한 보석이 남아 있었다.

팅클의 결정.

던전이 붕괴되면서 육지가 사라지기 전까지, 인류의 한 획을 그은 대체 에너지다.

당장에는 어디에 팔 수도 없고, 가격도 별로 나가지 않는 팅클의 결정이지만, 시기만 잘 맞추면 제법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굳이 챙겨두는 것은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생존자의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하연은 멍하니 장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지키려고 싸워준 모습도 그렇지만, 바닥에 떨어져있는 팔이 계속 눈에 밟힌다.


“아, 아저씨···.”


결정을 주으려는 찰나, 하연의 말에 장혁이 고개를 돌렸다.


“응?”

“그···, 아저씨······.”

“왜?”

“외계인?”


하연은 떨어져 있는 팔과 장혁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사실 그녀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괴물이 칼을 들고 습격하질 않나, 3년이나 봐 온 아저씨는 팔이 잘렸다가 도마뱀처럼 쑥 팔이 자라난다.

기절하지 않는 것도 너무 많은 일들이 한 번에 벌어져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 나도 어떻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내 머리에 녹색 더듬이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


장혁은 이마 부분을 더듬으며 말했다.

딴에는 분위기를 좀 바꿔보겠다고 한 농담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하연은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다.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말을 하며 장혁이 팅클의 결정을 잡은 순간.

‘어?’

결정이 손가락에 딱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뭐, 뭐야?”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결정의 절반쯤이 손가락 안에 파묻혀 있고, 점점 더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다.

25년간 살아남기 위해 모았던 정보들이, 오늘은 전면적으로 부정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라졌다? 흡수?’

결정은 이내 손가락 안으로 전부 들어가 사라졌다.

손가락을 만져 보지만, 촉감은 손가락 그대로다.


“죽겄네···.”


슬슬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우선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지.’

한 마리는 어찌어찌 처리했다지만, 오늘만큼은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자, 업혀.”


하연은 머뭇대면서도 장혁의 등에 몸을 기댔다.


“웃챠!”

“아저씨···.”

“응?”

“미안해요.”

“괜찮아.”


장혁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과거로 돌아왔고, 벌어졌던 일의 결과를 바꾸었다.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이고,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에 응어리처럼 남아있던 후회 하나는 줄였다.


“빨래는 해 줄게요.”


하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응? 빨래?”


이내 장혁은 등에서 느껴지는 축축함과 암모니아 향기를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당시, 하연을 죽게 놔두었을 때.

그때 자신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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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4) +4 16.04.14 599 22 10쪽
17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3) 16.04.13 510 17 9쪽
16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2) 16.04.12 566 20 9쪽
15 6장 - 아재, 오거 사냥을 나서다(1) 16.04.11 593 21 8쪽
14 5장 - 아재, 발전하다 (3) +1 16.04.10 655 25 8쪽
13 5장 - 아재, 발전하다 (2) 16.04.09 655 22 9쪽
12 5장 - 아재, 발전하다 (1) 16.04.09 633 25 8쪽
11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4) 16.04.08 698 26 7쪽
10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3) +1 16.04.08 764 25 8쪽
9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2) +2 16.04.07 864 25 8쪽
8 4장 - 아재, 고블린을 잡다 (1) 16.04.07 947 31 9쪽
7 3장 - 아재, 준비하다 (2) +2 16.04.06 929 35 8쪽
6 3장 - 아재, 준비하다 (1) 16.04.06 918 31 8쪽
» 2장 - 아재, 각성하다 (2) 16.04.05 998 32 8쪽
4 2장 - 아재, 각성하다 (1) 16.04.05 1,460 29 8쪽
3 1장 - 아재, 회귀하다 (2) +1 16.04.04 1,092 37 7쪽
2 1장 - 아재, 회귀하다 (1) +2 16.04.04 1,350 40 8쪽
1 프롤로그 +5 16.04.04 1,545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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