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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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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7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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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주유강호-사천편[제19-2화]

DUMMY

두 사람의 검이 침상 위의 인영(人影)을 향했다. 쇄도해 가는 검 끝은 분노에 의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따당~.

이질적인 맑은 음이 실내를 메운다. 예상치 못한 강한 저항에 부딪힌 화산의 제자들은 몇 걸음을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몸을 돌려 침상을 내려온 무노인의 손에는 은색의 철적(鐵笛)이 들려있었다. 약뢰(籥雷)라 불리는 그의 애병이었다. 두 화산 고수의 검을 동시에 받았으면서도 피리의 동체에는 흠집 하나 없었다.


그의 뒤에는 효기가 있었다. 침상 위에서 반쯤 일어나 앉은 그녀의 상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갓 소녀 티를 벗은 가슴은 그대로 중인들 앞에 노출되었으나 그녀는 가리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효기의 눈은 생기가 없었다. 상한 생선의 눈처럼 탁했다. 비명을 지르던 입은 반쯤 벌어져 고인 침이 무방비로 흘러 내리고 있었다. 땀이 맺히고 붉게 상기된 그녀의 볼이 방금 전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짐작하게 해 주었다.


"이 악독한 음적(淫賊)놈, 수치를 모르느냐? 어서 무기를 내려놓고 죄를 고하라!"

손건용이 최대한 자중하며 소리를 높였다. 무노인이 그를 쳐다 보았다.

"쯧, 네놈들은 누구냐? 뭔데 남의 집안일에 함부로 끼어드는 거냐?"

무노인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했다. 선남선녀의 교합이라도 생면부지의 남에게 목격이 되었다면 수치로 얼굴이 붉어질 진대 이 늙은이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양물만 간신히 가린 고의를 걸친 근육질의 몸이 좌중을 위압했다.


"조호......어르신,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효기...... 친손녀에게 어찌 짐승만도 못한 만행을 저지르십니까?"

장대인이 들어오며 따져 물었다.

"자네는 상관 말게. 이 애송이들은 자네가 부른 건가?"

"이 분들은......"

손건용이 장대인의 말을 막았다. 자기와 사제를 안중에 두지 않아서인지 분노가 한층 짙어졌다.

"네 이놈, 천인공노할 죄악을 저질러 놓고도 이리 뻔뻔하다니, 네놈의 목숨 줄이 얼마나 질긴지 내 몸소 알아봐야겠다."


무노인의 얼굴에 살기가 어렸다. 자신의 치부를 들킨 이상 상대가 누가되었든 명부(冥府)에 적(籍)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의 철적이 미려한 호를 그리며 대위의 백회혈을 찍어갔다. 아무런 기식(起式)도 없는 갑작스러운 동작이었다. 대위가 급히 진기를 끌어올려 무노인의 철적을 막았다. 건용은 검을 들어 노인의 목덜미를 노렸다. 철적이 대위의 검을 침과 동시에 반동을 이용하여 건용의 검신을 그대로 타고 올라갔다. 무노인의 철적이 막 건용의 검격과 닿으려는 할 때였다. 철적 끝에서 검이 튀어나와 건용의 곡지혈(曲池穴)을 노렸다. 깜짝 놀란 건용은 그대로 검을 접으며 사제의 뒷덜미를 낚아 채어 다시 물러났다.


두 번의 공격에 이은 두 번의 패배였다. 대위는 철적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호구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갑자기 건용이 배검(背劍)을 하고 포권을 취했다.

"아미의 선배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감히 명호를 여쭙겠습니다."

그는 무노인의 초식이 아미의 와호팔식(臥虎八式)임을 알아챘다. 대위도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하다가 사형을 따라 포권을 지어 보였다.


백도의 제 문파는 협과 대의를 행동원리로 한다. 그의 행동은 짐짓 예를 차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이를 무참하게 밟아버린 아미의 제자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무노인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 졌다. 철적을 쥔 손에 힘줄이 섰다.

"반선수에 이어 와호팔식이라니. 화산의 오문광이 선배를 뵙습니다."

문광이 들어섰다. 그의 사제 하나가 잔뜩 경계한 채 뒤를 따르고 있었다. 무노인은 화산이라는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먼저 공격한 두 놈의 초식을 보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게다가 점점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작방 주위를 몇 명이 둘러싸고 있는 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한두 명이야 쉽게 상대한다 해도 화산의 검진이 펼쳐지면 그로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집안일이네, 자네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어서 나가주게."

무노인이 훈계라도 하듯 좌중을 훑어보았다. 문광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구파(九派)의 동도는 모두 사형제와 같지 않습니까, 어찌 남의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작금의 상황을 저희 지단으로 가셔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노인은 문광의 기름칠한 혓바닥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사형 어찌 저 음적에게 예의를 지키십니까? 당장 오마분시를 해도 시원찮을 놈인데......"

대위가 발작했다. 문광은 사제를 나무라며 다시 무노인에게 지단으로 따라 나설 것을 종용했다.

"그리고, 주천강의 행방에 대해서 당장 말씀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무노인이 다시 혀를 찼다. 역시 역귀(疫鬼)는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 뜬금없는 화산파의 침입도 다 그 녀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이어 이불을 뒤져 굴러다니는 향로 하나를 챙겼다. 효기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휴우~ 대법이 깨져버렸군, 안타까운 일이야."

연신 중얼거리며 장탄식을 내뱉는 그의 모습이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는 듯이 보였다. 그를 둘러싼 네 사람들의 경계가 조금 풀렸다. 순간 대의가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무노인의 철적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호구를 다친 대의는 무노인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무노인은 이어 문광을 따라 들어온 화산제자를 노렸다. 철적을 횡으로 휘둘러 문광과 건용의 거리를 벌인 후, 그에게 달려 들어 강한 타격을 이어갔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그의 검은 엿가락처럼 구부러졌다. 한 호흡이 지나기도 전에 화산문도 둘이 쓰러졌다. 늙은 생강은 매웠다. 일대 다수의 불리함을 줄이기 위해 꼬리부터 잘라나가는 길을 택했다. 수적 우세도 둘로 줄어들었다. 장대인은 문 옆에 서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보상금은커녕 잘못 입을 놀렸다간 자신의 목숨마저 위험하게 될 판이었다.


문광과 건용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두 사제의 부상이 오히려 그들을 각성시켰다. 무노인의 행동이 신중해졌다. 조무래기 둘을 처치하고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문광과 건용이 나란히 서서 기식(起式)을 취했다. 그들의 손에서 화산의 절기인 양의추월검의 절초들이 뿜어져 나왔다. 두 사람은 구름에 가린 달을 좇다가 구름이 되고, 다시 달이 되었다. 시작이 목적이 되고 가림은 보호가 되어 무노인을 압박해 갔다. 압도적인 공력의 차이를 검법의 정묘함으로 메워내고 있었다.


무노인은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무형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한걸음 한걸음 물러났다. 대위와 다른 사제를 핍박하던 현란한 보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등과 벽이 맞닿았다. 그는 철적을 거두었다. 구름이 되었던 문광이 무노인을 감싸며 건용이 뒤를 이었다. 축운탄교(縮雲彈皎)의 초식으로 문광의 기세를 업은 건용의 검이 무노인을 갈랐다. 그러나 양의추월검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은색의 철적은 흑요석처럼 검은 빛을 내고 있었다. 무노인의 애병 약뢰가 원래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두 사람의 검은 약뢰와 한 몸인 양 떨어질 줄 몰랐다. 그 검을 통해 날카롭고 불쾌한 탁기(濁氣)가 파고들었다. 문광과 건용의 입에서 선혈이 흘렀다. 문광의 두 눈은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웬일인지 철적의 주박이 풀리며 검의 운용이 자유로워 졌다. 아팔을 상대하던 진상의 도끼가 창문을 뚫고 무노인의 천령개를 노리고 날아왔다. 웅혼한 공력이 실려있어 진기로 튕겨내기에는 위험이 컸다. 그는 할 수 없이 공력을 거두고 도끼를 피했다.


진상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며 두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그들은 호흡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광은 진상에게 목숨을 두 번이나 빚진 셈이 되었지만, 아팔의 방에서처럼 수치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이 때 진상을 따라 들어온 아팔이 효기를 향해 달려갔다.

"으아아아~ 기매! 기매! 왜이래, 누가 이런 거야?"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팔은 우선 자신의 옷을 벗어 그녀를 감쌌다.

"어떤 자식이야, 앞으로 기어나왓!"

그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손에 닿는 것은 모조리 부수어 버릴 기세였다.


작가의말

ps1. 사천편을 마무리하려니 꽤 헤메고 있습니다.
그때문인지 업로드 시간을 넘겨버렸네요. 죄송합니다.(__);

ps2. 열명이 넘는 인원을 동시에 움직이는 작업에 머리에 쥐가 납니다. 안그래도 많이 딸리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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