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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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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4,577

작성
11.08.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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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주유강호-귀주이편[제1-1화]

DUMMY

그녀를 업고 산속으로 달아나면서,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언제 들이닥칠 지도 모르는 추적자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결국 처음 며칠간은 선잠으로 때워야 했다. 게다가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환자까지 건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천강을 포기 직전까지 몰아갔다. 그럼에도 당씨 일가에게 어이없게 잡히기 전처럼 그는 꾸준히 흔적을 지우며 신중하게 나아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다행이 추적자가 따라붙은 낌새는 없었다. 효기도 차츰 정신을 차려갔다. 거친 음식과 계속된 노숙으로 몸은 피폐해져 갔지만, 그런대로 잘 도망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오랜 도피행을 견디게 해 주었다.


효기가 웬만큼 정상을 되 찾았다. 그 날처럼 발작하는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저 따라만 다니던 그녀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능동적으로 변했다. 어느 샌가 산짐승을 잡아오거나 먹을 만한 열매나 버섯 등을 채집해 왔다. 그녀의 무공은 천강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천강이 힘들여 해내던 일을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해치웠다. 아쉬운 것은 말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쉴새 없이 수다를 떨며 실없는 웃음을 짓던 이전과는 달리 마치 불가의 승려가 묵언수행이라도 하는 양,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어 가끔 눈이 마주칠 때마다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답답했다. 천강은 효기에게서 알아내야 할 것이 많았다. 자신을 잡으러 왔을 것이라 여겨지는 화산파 놈들이 왜 무노인과 아팔을 공격했는지, 아팔이 말한 부도강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등등 앞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사항들을 하나도 물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부도강에 대해서는 그녀가 소위 '부작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기 전에 빨리 손을 써야 했다. 효기를 책임지기로 아팔과 약조한 이상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애타는 천강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했다. 언제까지 산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효기의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위해서 그는 꼭 가야만 할 곳이 있었다. 모든 사단의 시발이 된 곳. 서하루가 있는 귀주의 대모진으로 가야 했다. 천강은 묘상과 헤어진 후, 성도에서 수로를 이용해 그 곳으로 갈 예정이었다. 당문의 본거지인 성도로 숨어든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드러내 놓고 자신을 쫓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선은 산맥을 따라 남하 한 후에, 기회를 봐서 성도로 숨어들 예정이었다. 당문으로서도 설마 천강이 자신들의 턱밑으로 잠입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방에서의 사건 이후 이 안일한 계획은 접어야 했다. 화산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은 청성 역시 팔짱만 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에 당문까지 합세했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정백련의 주요세력이 모두 관여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화산파가 효기마저 죽이려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사람이 백주에 수로를 이용한다는 것은 목을 빼놓고 칼만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천강은 성도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대로 산맥을 타고 성도를 크게 에둘러 지난 후, 계속해서 육로를 이용해서 귀주로 들어가기로 했다. 중간에 청성과 아미를 지나는 점이 걸리기는 했지만, 험한 산세 속에서 지날지 안 지날지도 모를 두 사람을 발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사건이 벌어진 귀주의 서하루는 관도를 따라 이동한다 해도 도보로 족히 한 달은 걸렸다. 흔적을 지우며 산을 타야 하는 그들은 해를 넘겨야 하는 긴 여정이 될 터였다. 효기의 상태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천강으로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현재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이 귀주에 들어섰을 때 계절은 완전히 겨울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얼음이 얼 정도까지는 추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산속에서의 생활도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천강이 육로를 택한 것은 이런 이유도 한 몫 했다. 어느새 발 밑으로 적수하가 보였다. 목적지인 대모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여태까지는 늘 배에 탄 채로 양안을 바라보기만 했었다. 이렇게 산 위에서 발 아래로 펼쳐진 그 것을 바라보니 사뭇 그 느낌이 달랐다. 비록 고용살이에 불과했지만 맘 편히 길을 오가던 그 때가 참을 수 없이 그리워졌다.


그는 곧 고개를 흔들어 쓸데없는 상념을 떨쳐버리고 적당한 인가(人家)를 찾기 시작했다. 오랜 산중 생활로 그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특히 제대로 된 옷가지 하나 갖추지 못한 효기의 상태는 입에 담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커다란 아팔의 옷을 찢어 미처 챙기지 못한 속옷을 대체하였고 부족한 부분은 천강이 내어준 겉옷과 대나무를 이용해 적당히 가리고 있었다.


잠행을 원칙으로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성읍(城邑)으로 들어가면 남의 시선을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이 때 필요이상으로 주목을 받아서는 안되었다.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울 필요는 없지만, 평범하고 깨끗한 옷과 몸단장이 필요했다. 산중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오자 금세 허름한 농가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한 낮이라 모두 일을 나갔는지 인기척이 없었다. 마침 마당에는 빨래가 나부끼고 있었다.


천강과 효기는 주저 없이 옷과 몇 가지 필요한 물품을 취했다. 별 긴장감은 없었으나 도피생활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난 것이 주효했는지 무표정한 효기의 얼굴에 약간의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은자라도 놔두고 오고 싶었지만, 그들은 옷값을 대신할 만한 변변한 물건을 하나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빨래의 임자에게 사정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고 싶었으나 몇 달의 고생을 이 건으로 물거품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저 미안한 마음만 남기고 농가를 빠져 나왔다.


다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그들은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몸단장을 했다. 다 헤진 옷을 버리고 무단으로 빌려(?) 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자 그런대로 평범한 촌부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천강은 대모진에서 할 일을 생각하며 효기가 오기를 기다렸다.


"주대형"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예전의 웃음 같지는 않았지만 담담하게 미소 짓고 있는 효기가 있었다. 공허하게 초점 없는 눈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천강은 효기에게 다가가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강을 응시하다 주위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그루터기를 골라 앉았다. 천강은 그녀의 맞은 편에 서서 굽은 나뭇가지에 등을 기대었다. 그녀의 입에서 천강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영야입니다.
2주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쉬는 것을 알았는지 '몸'님이 알아서 아파주시더군요.
병원만 줄창 다니다 왔습니다..;;;;

천강은 귀주에 잠시 들른 다음 효기를 치료하기 위한 여정을 계속할 것입니다. 반가운 인물들도 몇몇 나오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삽화는 금요일 부터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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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주유강호-운남편[제7화] +4 13.01.13 2,309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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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주유강호-운남편[제5화] +2 12.12.26 2,128 20 12쪽
62 주유강호-운남편[제4화] +2 12.12.17 1,937 25 12쪽
61 주유강호-운남편[제3화] +2 12.12.11 1,782 19 13쪽
60 주유강호-운남편[제2화] +1 12.12.05 1,857 21 13쪽
59 주유강호-운남편[제1화] +2 12.12.01 2,138 18 12쪽
58 주유강호-귀주이편[제10화][完] +3 12.11.27 2,047 19 13쪽
57 주유강호-귀주이편[제9화] +3 12.11.22 1,789 16 13쪽
56 주유강호-귀주이편[제8화] +3 12.11.15 2,115 24 12쪽
55 주유강호-귀주이편[제7-2화] +6 11.10.27 2,335 24 7쪽
54 주유강호-귀주이편[제7-1화] +3 11.10.23 2,324 25 9쪽
53 주유강호-귀주이편[제6-2화] +5 11.10.16 2,462 24 7쪽
52 주유강호-귀주이편[제6-1화] +5 11.10.11 2,239 36 8쪽
51 주유강호-귀주이편[제5-2화] +3 11.10.07 2,408 44 7쪽
50 주유강호-귀주이편[제5-1화] +5 11.09.30 2,418 22 8쪽
49 주유강호-귀주이편[제4-2화] +2 11.09.28 2,314 20 8쪽
48 주유강호-귀주이편[제4-1화] +4 11.09.24 2,477 24 9쪽
47 주유강호-귀주이편[제3-2화] +4 11.09.21 2,647 25 8쪽
46 주유강호-귀주이편[제3-1화] +3 11.09.16 2,448 24 8쪽
45 주유강호-귀주이편[제2-2화] +7 11.09.10 3,030 40 8쪽
44 주유강호-귀주이편[제2-1화] +4 11.09.06 2,756 30 8쪽
43 주유강호-귀주이편[제1-2화] +6 11.09.02 2,763 26 7쪽
» 주유강호-귀주이편[제1-1화] +3 11.08.23 2,812 30 7쪽
41 ============================== +3 11.08.09 2,471 10 1쪽
40 주유강호-사천편[제21화][完] +3 11.08.07 2,873 23 12쪽
39 주유강호-사천편[제20-2화] +4 11.08.02 2,823 22 8쪽
38 주유강호-사천편[제20-1화] +4 11.07.30 3,110 33 8쪽
37 주유강호-사천편[제19-2화] +5 11.07.27 3,228 3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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