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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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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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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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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유강호-운남편[제4화]

DUMMY

규칙적인 빗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음량으로 마당을 두드린다. 처마에서 방울져 내리는 소리가 유독 천강의 관심을 끈다. 그 운율에 기의 움직임을 맞춰본다. 임독양맥을 기분 좋게 돌기 시작한 진기-정확하게는 당문의 극독과 삼양귀원공의 잔재-가 대맥을 돌다 충맥을 거쳐 다시 단전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네 맥은 아직 진기의 유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심오한 대라신공이 몇 달 만에 간단히 정복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


취금의 이십팔수 남호장과 효기의 와호팔식 초식도 몸에 붙기 시작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해남파와 아미의 무공이 청성의 내공과 잘 맞지가 않았다. 효기와 취금이 대라신공에 맞게 변화를 가미했으나 원래 무공들이 가지고 있던 효용을 십이성 끌어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강은 그래도 열심히 익혔다.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케 하는 남호장은 선가(仙家)인 해남파의 도사 하나가 우연히 풀밭에서 노니는 나비를 보다 깨달음을 얻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 때문인지 초식들은 그때그때의 감정과 분위기 등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춘령호애(春令蝴靄)니 감로(感路), 역착(亦着)같은 언뜻 들어도 무공과는 관계가 없을 법한 이름을 가진 초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아미의 복호장을 변형하여 검법으로 이용한 복호팔식은 강맹함으로 넘쳐났다.


상반된 두 무공을 수련한 후에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암살술을 다시 수련했다. 살문의 기운이 은은히 남아있는 대라신공의 특성과 의외로 잘 맞았다. 특별한 초식 이름도 없었다. 그저 손발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중점을 둔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부분 단타로 끝나고 수비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살수의 환경이란 것이 은밀하게 대상으로 접근하여 틈을 노려 목숨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도 여의치 않을 때에는 독, 암기, 화기 등등 쓸 수 있는 방법은 모조리 동원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직업이다.


무공의 종류가 어떠하든 손발을 움직임에 따라 진기가 같이 유통되는 것이 천강은 더없이 기뻤다. 한번 그 기쁨을 빼앗겼던 탓에 그 고마움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다. 대환단은 이제 기해혈의 역할을 훌륭히 대신하고 있었고, 묘상의 요상법문과 대라신공의 공존도 안정적이었다. 이제 진기를 기경팔맥으로 자유자재로 유통하는 경지에 이르기만 한다면, 강호에 나아가 지금까지 겪었던 수모는 당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빗줄기가 약해졌다. 처마의 물방울도 덩달아 약해져 주위의 빗소리에 동화되었다. 진기를 거두어 들여 단전으로 모으고 호흡을 다시 정리했다.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던 조바심도 비 때문인지 그 기세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가부좌를 풀었다. 다리를 주물러 근육을 다시 풀어준 다음, 취금의 남호장 수련을 시작했다.


봄날 들판에서 나비를 한가롭게 바라보는 자의 심정을 떠올렸다. 막 아지랑이가 피어오는 그즈음 나비 하나가 나타나 허공을 휘젓는다. 그자는 나비를 잡고 싶은 심정에 손을 뻗는다. 종잡을 수 없는 나비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쫓으며 잡으려 하나 나비는 곧 그 힘에 눌려 기세를 잃는다. 나비의 목숨을 앗을까 두려워하여 쫓음을 멈추니, 자연스레 어깨에 내려앉는다. 이를 알지 못한 자는 나비가 사라졌음을 탄식한다.


자신의 무력함과 덧없음을 알고 번민하며, 다시 이전의 경지를 바라지만 나비는 진정 종적을 감춘다. 시간은 흘러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찾아오고, 아지랑이 속에서 나타난 나비는 그자를 이끌어 미망에서 건져 깨달음을 전해주고 둘은 함께 세상을 떠다닌다. 라는 한편의 이야기가 이십팔수 남호장의 기본 철학이었고, 그 하나하나를 초식에 담아 놓았다.


여유와 부드러움이 청성의 심법과 만나 빠름을 추구하여 천강의 몸에서는 날카로움과 차가움이 가미된 새로운 남호장이 되었다. 나비를 잡는 손은 신속하게 움직여 그 목적을 달성한다. 나비를 다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는 원래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그 정취는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더불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던 유함도 많이 사라져 이 무공이 가지는 이점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만 했다.


일찍이 취금의 손에서 펼쳐진 남호장은 화산 대제자의 검날을 여유롭게 받아내지 않았던가. 그를 가능케 했던 유(柔)를 버렸다. 대신 대라신공을 받아들였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는 와호팔식에서도 마찬가지다. 힘과 용맹함으로 대변되는 이 무공의 특성 중 용맹함을 희생해야 했다. 애초에 효기의 조부인 무문건이 자신의 애병인 약리를 염두에 두고 익힌 것이었다. 흑월교라는 신분을 감추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몸속에 뿌리박힌 무의 사상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원래의 복호장에 비해서는 상당히 음험한 무공이 이었다. 그나마 이를 천강이 배우면서 음험함을 청명함으로 바꿀 수는 있었다.


어찌 되었든 두 무공 다 대라신공에 맞추려고 장점들을 희생한 상태로 천강에게 전수되었다. 대신 그 부족한 부분을 심법의 뛰어남으로 보충해 주었다. 아쉬운 것은 지금의 상태로는 이 심법의 성취가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 맞는 진정한 무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십팔수 남호장에 이어 와호팔식의 수련도 끝이 났다. 팔식의 수련을 위해 손에 들려진 목검을 탁자 위에 놓았다. 비는 완전히 그쳤다. 손을 비운 천강은 어깨의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섰다. 주위를 둘러싼 기들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그를 자극했다. 비 온 뒤 먼지가 사라진 깨끗한 공기에서부터, 발밑을 지나가는 지맥의 흐름까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무아의 경지를 바라본 듯한 착각에 빠진다. 단전에 있던 진기가 맥을 타고 흐른다.


기억을 더듬어 재생해 낸 살법(殺法)을 한 수, 한 수 재현한다. 두 개의 무공에 비해 더 움직임이 적고 빠르다. 모든 것을 공격으로 담아낸 초식. 일격필살의 방법들이 그의 손을 통해 펼쳐진다. 투로가 없는 개별적인 초식들을 연달아 쏟아내었다. 진기의 유통이 잠시 흔들리는 듯하더니 다시 정상을 되찾는다. 천강은 어느샌가 이 위험한 순간을 즐겼다. 초식들이 이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이 기운의 혼란을 짜릿한 자극으로 삼은 것이다.


초식들을 더 빨리 더 많이 이어갈수록 그 위험의 순간도 비례해서 증가했다. 이렇게 당문의 독, 삼양귀원공의 두 가지 기운은 진기의 형태를 띠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천강의 네 맥을 따라 도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그 중 독의 행방을 놓치는 일이 발생했다. 천강은 당황했다. 실수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까지 심법과 법문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독의 행방을 찾았다. 그놈은 단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재빨리 진기의 한 부분인 삼양귀원공을 단전으로 되돌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독에 완전히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런데도 천강의 몸은 멀쩡했다. 미약하게나마 대라신공의 수련으로 진정한 의미의 진기가 그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가지의 잡기(雜氣)에만 신경이 팔려, 자신의 성취를 제대로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이로써 그의 수련은 좀 더 편안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잡기로 이루어진 진기를 심법을 이용해 유도하는 데 주력했다. 이제는 생성된 진기가 유도에 힘을 더해줄 것이다. 위험도 감소하였다. 좀 더 자유롭고 임의적인 운신이 가능해진다는 말이었다. 즉, 강호에 다시 뛰어들 날이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세력으로 낯익은 기가 끼어든다. 강맹하고 호쾌한 기색이다. 단리였다.

“주형님, 수련에 방해가 안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넨가? 괜찮네! 마무리를 하는 중이었네.”

두 사람은 언제부턴가 호형호제하고 있었다. 의형제를 맺지는 않았다. 그런 작위적인 의식 같은 것은 서로 싫어했다. 취금과 효기를 포함한 네 사람의 식사 횟수가 늘어나고, 자연스레 이루어진 일이었다. 취금은 직무상 단리를 단호법이라 불렀다. 반면 효기는 단오라버니라 했다. 단리는 예쁜 동생이 생겼다며 매우 좋아했었다. 이참에 취금에게도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게 어떠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취금은 한쪽 눈썹을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단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그녀의 위치는 조금 독특했다. 천강과는 서로 존칭을 쓰지 않았고, 효기에게는 톡톡히 언니 노릇을 했다. 물론 그에 걸맞게 효기를 챙겨 주기는 했다. 단리에게는 사석에서도 호법이라는 그의 위치를 상기시키게끔 행동했다. 딱히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사적인 친분을 쌓고 싶어하지 않은 듯이 보였다.


“형님은 대리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없는데. 왜?”

대리는 단리의 고향이었다. 그는 백족(白族)이다. 그곳은 백족들이 대부분 모여 사는 곳이었다. 또한, 운남에 마지막 남은 정백련의 세력인 점창파가 대리단가를 필두로 한 사도맹 세력에 대항하여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곳이기도 했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 같긴 하겠지만, 저에게 전갈이 왔습니다. 신붓감을 구해놓았으니 와서 혼례를 치루라 하네요.”

“장가를 가나? 이거 축하해 줘야겠군.”

“그게. 좀 이상해서요.”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세나. 그녀들이 기다리고 있을걸세.”

탁자에는 이제 단리 몫의 젓가락과 그릇이 당연하게 마련되었다. 그녀들은 단리의 소식에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에게 집중했다. 혼기가 찬 여인들의 혼례에 대한 관심은 집요했다. 단리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신부에 대한 것부터, 예물, 장소 등등 꼬치꼬치 캐물었다.


단리는 잠시 그녀들이 자유롭게 말하도록 놔두었다. 마침내 그녀들은 궁금한 것을 자신들의 사족을 덧붙여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내고 단리를 채근했다.

“제 처가 될 사람이 사촌누이라고 하네요.”

백족은 동성이 아닌 사촌 간의 혼인이 허용되었다.

“별로 문제 될 건 없어 보이네만.”

“어디 점찍어둔 소저라도 있어요? 호호.”

효기가 끼어들었다.

“아니, 다만. 그녀는 이미 정혼자가 있었거든. 그런데 급작스레 나와 혼인을 하라니 이상해서 말야.”

“자네 양친께서는 뭐라시는 데?”

“별다른 전갈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소식도 사촌누이의 부친, 저의 외숙이 짧게 전해온 겁니다. 그 점도 이상하긴 하지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 겐가?”

“겸사겸사 저희 고향구경을 하시는 건 어떠신가 해서 말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긴 하지만 제 혼례에 하객으로 꼭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부가 있겠나. 이곳에 온 지도 꽤 오래되었으니 오래간만에 바깥 공기를 쐬는 것도 좋겠지, 어때 두 사람도 같이 갈 거지?”

효기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취금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단리는 대리로 가는 도중 곤명에 들릴 것이라 했다. 천강과 효기가 귀주를 탈주한 날 이후로 잠시 중단되었던 교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개되었다. 현재도 꾸준히 물품의 교류는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손 영감이 만드는 백주는 호사가들의 주머니를 축내며 꾸준하게 인기를 올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집하된 술 일부를 곤명으로 보내고, 거기서 소금이나 약재를 구해 대리까지 운반한다고 했다. 천강들은 이를 담당하는 마방에 끼어 여정을 같이할 예정이었다.



작가의말

>>운남편 4화(완전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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