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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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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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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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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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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8쪽

주유강호-사천편[제20-2화]

DUMMY

마라혈공의 탁기는 시간이 갈수록 화산파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무노인의 몸에서 끊임 없이 배어 나오는 기운은 호흡을 곤란하게 하고 진기마저 흐트러뜨렸다. 아팔은 무노인의 앞에서 마치 금강역사라도 된 것처럼 그를 보호하며 화산파의 매화검진을 무력화 시켰다. 매서운 한풍에도 꿋꿋하게 버텨야 할 매화는 살을 에는 세찬 눈보라에 의해 원래의 기품을 잃고 위태롭게 흔들렸다.


한 번 깨졌던 아팔의 경기는 무노인의 탁기로 인해 거의 도검불침의 경지에까지 다다랐다. 일곱 개의 검은 두터운 방벽 앞에 좌절하기 일수였다. 시간이 갈 수록 머리수로 버티는 것도 점점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독사 같은 무노인의 철적이 다시 한 명의 희생자를 냈다. 공력이 가장 약했던 화산 제자 하나가 땅을 뒹굴었다. 대결은 벌써 반 시진을 지나고 있었다.


천강의 목을 검으로 누르고 있는 자의 호흡이 거칠어 졌다. 동문의 위기에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가끔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검 날이 천강의 목을 눌렀다. 그 때마다 선혈이 배어 나왔다. 보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품질이 좋은 패검이었다. 관리도 잘되어 있었다. 이 자의 실수로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닌지 천강의 뒷덜미는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당문을 피했더니 이번엔 화산파다.


그는 효기의 비명이 들리자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럴 때는 바로 내빼는 것이 상책이었다. 작방의 세 사람 중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효기조차 현재의 그로서는 일초를 감당해 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는 며칠의 정리로 인해 다시 패착을 선택했다. 조용히 바닥을 기었다. 최대한 기척을 감추며 효기의 방으로 향했다. 어두운 방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비어있는 것이 분명했다. 야심한 시각에 어디로 간 것일까 궁금했지만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었다.


싸늘한 예기가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천강의 온몸이 굳었다. 배후를 잡힐 때가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저항해 봤자 목숨 줄만 짧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명령을 따랐다. 화산파가 왜 자기를 잡으려 하는 지 궁금했다. 답은 금세 나왔다. 귀주의 살변. 종지행의 죽음. 손불여 그 영감탱이가 신의를 저버린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청성의 세 너구리는 자기에게 모든 죄를 떠 넘겼을 것이다. 어쩌면 취금도 연루되었을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를 볼 면목이 없다.


천강은 그들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마라혈공을 알아 볼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기분 나쁜 기운이 자신을 갉아먹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가능하면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직 약관을 지나지 않은 화산파 녀석은 자꾸 검을 들썩였다. 상처가 자꾸 벌어졌다. 그래도 천강은 입을 다물고 사태를 지켜보기만 했다. 이 멍청한 녀석이 자신의 혈도를 짚으면 서로 편할 텐데 긴장 때문인지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목을 압박하던 검의 기운이 없어졌다. 천강은 이 녀석이 검진에 가세 하기 위해 몸을 돌린 것이라 생각했다. 사향내음이 천강의 코끝을 간질였다. 커다란 부대자루를 걸친 것 같은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 요녀! 걸음을 멈추어랏!"

변성기를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한 음성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화산의 애송이는 천강과 효기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맨발을 드러내며 효기가 밖으로 나왔다. 방안에 있어야 할 장대인은 기척이 없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농염한 색기(色氣)로 가득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렸다. 사형들은 이 사파의 악적들과 생사결을 펼치고 있다. 자신도 이 요녀를 없애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은 들었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특별히 사술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무방비의 이 여인을 검으로 찌른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사형들로부터 이 여인에 대해서는 특별한 말을 듣지 못했다. 작방으로 출발하기 전 무노인에게는 손녀가 하나 있고 그녀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당부만 들었을 뿐이다.


효기가 빙긋 웃어 보였다. 달빛 아래에서 그녀의 웃음은 강호초출의 신출내기 검사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역시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푸욱!'

거친 유엽도가 그의 등을 뚫고 솟아 올랐다. 피보라가 천강의 얼굴에 쏟아졌다. 효기는 질 좋은 죽지를 다듬던 싸구려 칼을 품속에 숨기고 있었다. 거친 유엽도는 종이대신 사람의 피륙을 갈라놓았다.


그 자는 천강을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천강은 눈살을 찌푸렸다. 뭘 어쩌라는 말인지 답답했다. 입을 몇 번 뻐끔거리다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 바람에 유엽도는 그의 가슴을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미동도 없었다. 효기의 한 수로 절명한 것이다. 그녀는 천강을 쳐다 보았다. 눈이 풀려있었다. 천강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자신도 이 화산의 애송이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 더럽고 기분 나쁜 기운 때문일까?


생각해 보니 아팔의 모습도 이상했다. 무노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 심했다. 피가 튀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공격을 당하면 내상을 입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는 마치 무노인의 방패라도 된 것처럼 검진을 앞에 두고 물러서지 않았다. 무노인도 그런 아팔을 전혀 말리지 않았다. 노인은 아팔을 도구처럼 다루고 있었다.


효기의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다.

'주, 죽는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녀의 손에 죽으나 몸 속의 독기에 죽으나 마찬가지였다. 천강은 급히 진기를 일으켰다. 그 동안 겨우겨우 다스려왔던 기운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단전이 찢어질 것 같았다. 멈출 수는 없었다. 다리에 공력을 집중하여 경신술을 펼쳤다. 효기의 흰 손이 허공을 잡았다. 그녀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한 장 이상 벌어졌다. 천강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혀 눈동자를 자극했다. 그는 눈을 깜박일 새도 없었다. 몸을 돌려 정신 없이 달렸다. 효기는 허공을 움켜 쥔 자신의 손을 신기하게 쳐다보다 천강을 뒤따라 갔다.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는 천강과는 달리 유유자적했다.


무노인과 아팔 그리고 문광을 비롯한 화산의 제자들은 격전 속에서도 천강들이 벌인 일을 알아 챌 수 있었다. 효기의 칼에 화산파 한 명이 죽음을 당했을 때, 무노인도 검진 속에서 한 명을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었다. 동문의 죽음에 평정심을 잃은 자를 용케도 알아내어 살수를 펼친 것이다. 문광의 마음이 급해졌다. 벌써 일행 중 반수가 목숨을 잃었다. 손 쉽게 공을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일은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주 목표였던 주천강마저 달아나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무노인의 공격을 도외시 한 채 아팔에게 모든 공력을 집중했다. 자기가 방패가 되어 활로를 뚫겠다는 심산이었다. 다른 사제들도 즉시 그 뜻을 알아채고 문광의 뒤를 따랐다. 다섯 자루의 검이 아팔의 한 점을 향했다. 그들의 시야가 밝아졌다. 아팔이 자리를 비킨 것이다. 목표를 잃은 검이 공간을 갈랐다. 그 공간에는 무노인이 있었다. 가까스로 약뢰를 들어 검을 받아냈다. 화산파가 그의 철적을 두려워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한 수로 무노인은 유명을 달리 할 뻔했다.


무노인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아팔 이 놈 무슨 짓이냐!"

아팔은 노인의 호통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다만 황망한 얼굴로 효기가 사라진 곳을 바라 볼 뿐이었다.

"기매! 기매!"

주인 잃은 강아지 마냥 울먹이며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문광은 방사제에게 아팔을 쫓으라 명했다. 처음부터 방사제를 따르던 사제가 같이 따라 나섰다. 마당에는 무노인과 문광, 건용 그리고 진상 등 네 사람만이 남았다.


작가의말

8월이네요. 슬슬 사천편도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늘어가만 가는 핫*스 캔과 뱃살과 햇살(지금은 달빛)이 방안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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