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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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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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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4,577

작성
11.07.2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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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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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8쪽

주유강호-사천편[제19-1화]

DUMMY

문광을 필두로 네 명의 침입자는 매화검진을 펼치며 아팔을 둘러쌓다. 아팔은 필사적으로 장을 휘둘렀다. 손 끝에서 발출되는 경력은 닿기만 해도 네 사람을 가루로 만들 만큼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서있는 목석이 아니다. 화산파의 정예는 사방을 점한 채 아팔을 포위했다. 각자의 검을 한 점에 집중하며 쏟아져 나오는 경력을 교묘하게 흩트렸다. 다만 그 위력이 너무도 세어 함부로 포위망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속이 탔다. 여인의 비명. 실수로 무노인이 아닌 그자의 손녀 처소에라도 들이닥쳤단 말인가? 손사제에 딸려 보낸 대위녀석이 또 실수를 한 건? 눈앞의 상대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니 마땅한 방법이 없다. 신법이 다소 불안해 보였지만, 타고난 신력과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엄청난 경력으로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 술에 취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네 사람이 과연 쉽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대화라는 좋은 수단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길었다. 어느 샌가 아팔의 커다란 손이 문광의 눈앞까지 쇄도했다. 그보다 먼저 그의 손에서 발출된 엄청난 풍압에 숨이 막혔다. 회천당화(回天搪華)의 수법으로 가까스로 피하는 동시에 그자의 장심을 노렸다. 푹 소리가 나며 문광의 검이 아팔의 손바닥을 뚫고 나왔다. 회심의 일격을 성공한 문광의 입 꼬리가 올라가다 굳어졌다. 검을 빼낼 수가 없었다.


발이 꼬였다. 평생을 익힌 초식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흰색이 가득 채웠다. 반선수에 이런 초식이 있었던가 하는 쓸데없는 의문도 들었다. 검사로서 동시에 사제들 앞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검을 포기하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이대로 물러서면 그의 남은 평생은 이름없는 촌부에게 무기나 빼앗겼다는 조롱에 시달릴 것이다. 은화지단의 단주로 부임할 때, 강호경력이 일천함을 우려하는 소리가 있었다. 문광은 그들 앞에서 호언장담했었다. 화산의 위명에 누가 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나아가 은화촌의 골치거리인 장족을 빠른 시간 안에 일소할 것이라며 자신감에 불탔었다.


한 순간의 방심이 그를 생사의 기로로 몰았다. 아팔의 반대쪽 장이 그의 머리를 잡아왔다. 문광은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속절없이 머리를 내주었다. 엄청난 악력이었다. 아팔은 두부라도 으깨려는 듯 손에 힘을 주었다. 다른 세 명은 깜짝 놀라 사형을 구하기 위해 달려 들었다. 각각 아팔의 요혈을 노리고 검을 내밀었다.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피부에 상처를 내기는 했는데 아팔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이 때, 파공성과 함께 은광(銀光)이 아팔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까지의 공격과는 달랐다. 아팔은 문광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검이 꿰뚫었던 그의 손에서는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은광은 아팔을 지나쳐 벽에 박혀 부르르 떨었다. 작은 손도끼였다. 그 존재를 알아챈 문광이 소리쳤다.

"진사제!"

건물의 후위를 맡고 있는 오문광의 사제 진상(陳祥)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오사형!"

문광의 얼굴이 붉어졌다. 평소 검술 수련은 등한시하고 도끼 따위나 만지작거린다며 항상 핀잔을 주던 그였다. 검문(劍門)인 화산에서 도끼는 사도(邪道)에 가까웠다. 마운부(麻雲斧)라는 이름으로 정식 절기에 속하기는 했지만 진상 같은 별종을 제외하고는 익히려는 자가 없었다.


문광의 머리는 아직도 깨질듯한 통증이 남아있었지만, 수치심이 먼저였다. 그는 신형을 수습하고 다시 아팔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려 했다. 다른 세 사제도 재차 검진을 형성했다. 이 때 진상이 제지하고 나섰다. 이 자는 자기가 맡겠다는 것이다. 문광의 얼굴이 재차 붉어졌다. 자신조차 검진을 형성하고도 제압은커녕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단신으로 이자와 맞서겠다니? 무모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업신여기는 것인지. 분노가 문광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이 자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목표는 주가 놈입니다."

진상이 천강의 용파를 꺼내어 들었다. 문광의 머리가 급하게 식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빨리 비명이 들린 곳으로 가 원인을 파악하고 주천강을 잡아야 하는 대명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진사제, 그럼 뒤를 부탁하네."

오문광이 빠르게 방을 빠져나가고 방에는 진상과 아팔 둘만 남았다. 그는 유들유들 웃으면서 벽에 박혀 있는 도끼를 태연하게 뽑아 들었다. 아팔은 씩씩거리며 진상을 노려 보았다.


진상은 용파를 아팔의 발 밑으로 던졌다. 그 속의 인물이 주천강임을 알아본 그는 진상과 용파를 번갈아 보았다.

"실례가 많소이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무례를 범했소이다 그려."

웃으며 포권을 하는 진상을 아팔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어 진상의 달변이 아팔을 사로 잡았다. 이 때부터 천강은 천하의 둘도 없는 시러베잡놈으로 정파의 대의를 흐리고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르는 악적(惡敵)이 되기 시작했다.


문광이 방을 나와 무노인이 있는 본채로 향했을 때 작방을 수색하고 있던 방사제가 합류했다. 그 역시 비명을 들은 것이다. 문광은 그들을 효기가 기거하는 안채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후원으로 보냈다. 동시에 자신을 따르던 사제 셋 중 둘은 작방 외곽을 수색하라 명했다. 이미 본채에는 손사제를 비롯하여 사제 둘과 장대인까지 세 명이 가 있었다. 무노인을 잡으러 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예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과 손사제가 합세한다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두 사람이 펼치는 양의합벽진은 화산파 내에서도 한 수 접어 둘 정도였다.


그 보다는 이 소란을 틈탄 천강의 도주가 더 염려스러웠다. 그자의 행방은 아팔의 방에서도 작방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본채 부근에 있거나 이 곳을 떴다는 말이다. 후자가 아니길 빌었지만 대비를 위해 두 사제를 수색으로 돌린 것이다. 그는 천강의 모습을 발견하길 바라며 본채의 문을 열어젖혔다.


손건용(孫建龍)은 사형 문광의 명을 받고 무노인을 만나기 위해 마당을 가로 질렀다. 옆에서 장대인이 안내를 하고 어린 사제가 뒤를 따랐다. 그 때까지도 세 사람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공력을 끌어올려 기척을 죽이고 있었다. 장대인이 기별을 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려 하였다. 건용이 장대인의 팔을 잡고 제지했다. 세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장대인의 귓속으로 파고드는 소리가 있었다.


아주 낮았지만 간간히 들리는 교성(嬌聲)과 흐트러진 호흡소리였다. 건용과 장대인의 인상이 구겨졌다.

[대위(大衛) 이놈. 왜 얼굴이 그 모양이냐?]

얼굴이 상기 된 채 싱글거리고 있는 사제에게 건용이 전음을 날렸다. 건용 역시 짓궂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장대인 어찌된 일인지......]

웃음을 급히 거둔 건용이 장대인에게 물었다. 장대인도 난감했다. 그가 정말 하루 새에 새 장가라도 간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이 곳에 여인이라고는 그의 손녀인 효기밖에 없었다.


대위의 행동은 전광석화 같았다. 건용이 말릴 틈도 없이 건물 옆으로 돌아가서는 창문 밑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을 손 짓으로 부르고는 손가락으로 창호지를 뚫었다. 건용은 차마 체면 때문에 말은 못했지만 이렇게 알아서 행동해 주는 사제가 고마웠다. 통문에 적힌 범인을 잡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시기였다. 다소간(?)의 무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야 했다.


이 곳 사정에 밝은 장대인이 제일 먼저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의 몸이 굳어지며 얼굴은 식은 땀으로 가득했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힘없이 털썩 주저 앉는 것을 건용이 받았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의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 나왔다.

"어찌, 어찌 이럴 수가. 친손녀한테 무슨 짓을......"

건용과 대위의 시선이 교차했다. 바로 방안으로 뛰어들며 검을 뽑았다.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놀란 효기가 비명을 질러댄 것은 그 때였다.


작가의말

글을 올릴때마다 가끔씩 드는 생각이
천강이 어디갔지?......입니다.;;;;;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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