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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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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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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주유강호-귀주이편[제7-1화]

DUMMY

곡자백은 기가 막혔다. 비연이 사라진 것을 알아챘을 때, 해는 이미 서쪽 하늘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그의 경거망동을 막아야 했다. 운남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나마 실낱같은 평화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는 것이 적수하를 통한 물자 반입이었다. 이들의 습격에 청성이 관여된 것을 안다면 사태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곡자백은 청성에 몸을 담고 있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서하루의 장로였다. 그에게 있어서 분쟁 따위는 서하루의 매상을 급감시키는 귀찮은 역병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정파의 대의 따위가 밥까지 먹여 주지 않는 다는 것은 소싯적에 체득한 터였다.


그는 상문호를 불렀다. 손불여도 부를까 생각했지만 지금 시간이라면 술에 절어 침상에 엎어져 있을 것이 뻔했다. 촌급을 다투는 일에 장애만 될 뿐이었다. 지단의 인사들도 배제했다. 비연들을 더 이상 구설에 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그들이지만, 거기에 땅속 깊이 구덩이를 파게 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서하루의 인물들로만 일행을 꾸린 후 급하게 달려갔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비연과 다른 제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장 검을 들어 그들의 목을 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명가의 물을 먹었다는 것들이 한낱 뱃놈들에게 옷가지마저 빼앗기고 조롱을 당했다. 무엇보다 검사라는 것들이 검을 빼앗겼다. 점창파처럼 '검을 빼앗긴 자는 죽음'이라는 규정은 없었지만, 강호상의 소문은 그들을 죽음보다 더한 수치로 몰아넣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가 교룡방이었다고 한 제자가 변명했다. 그래봐야 조금 센 뱃놈들일 뿐이다. 청성이 그런 군소문파에게 수모를 당한 것이다. 당장 조카와 그 떨거지들을 요절내고 싶었지만 부상을 당해 정신을 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증오가 교룡방을 향했다. 피는 진한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적수오웅과 청성제자들이 수모를 당한 모래톱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말을 달려 한식경 거리였다. 곡자백은 그곳으로 가기 전 비연의 혈도를 풀려했다.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지켜보던 제자중 하나가 말을 했다.

'대리 단가 놈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두 그에게 당했습니다.'

곡자백의 표정이 굳어졌다. 단가라니. 점창과 피터지게 싸우고 있어야 할 단가 나부랭이가 왜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다시 자세히 얘기해 보거라"

"배를 끌던 변고가 교룡방 놈들의 우두머리 같았습니다. 놈들은 이상한 밧줄로 진법을 만들어 공격해 왔습니다."

"밧줄로 진을? 고망진이겠군."

"단가 놈은 그들과는 따로 움직이는 걸로 봐서 교룡방 소속 같지는 않았습니다."

"단가가 교룡방 밑에 들어갈 리는 없지. 그래 주천강과 계집은 있더냐?"

제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곡자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나도 건진 게 없다. 적수오웅의 몰락과 웃음거리가 된 청성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나."

상문호가 재촉했다.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곡자백은 자신을 따라온 자 두엇을 골라 비연 일행에 대한 수습을 맡겼다. 다시 두 명의 장로를 필두로 한 먼지구름이 관도를 메웠다.


사건이 벌어진 모래톱으로 갔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빈 화물선 한척과 갑판 위를 굴러다니는 술동이의 파편들뿐이었다. 진한 주향이 그들의 코를 자극했다. 보고를 받기로는 두 척이 움직인다 했다. 남은 한척은 여전히 상류를 거슬러 운남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서둘러야 했다.


길은 낭떠러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폭이 좁아 말이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을 다스리며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그들을 따라잡았다. 발 아래로 흐르는 격한 너울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배와 거리가 있었기에 그들을 저지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곡자백은 배를 앞질러 계속해서 나아갔다. 적당한 모래톱이 눈앞에 들어왔다.


곡자백과 상문호 그리고 서하루 소속의 청성문도들은 화물선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굽이쳐 돌아오는 물길 저쪽에서 변고의 외침이 들렸다. 그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멈춰라!"

상문호의 호통에 교룡방도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그 눈빛 속에는 피곤함과 지겨움이 가득 녹아있었다.


변고 이노는 그들을 알아보았다. 서하루의 두 장로였다. 제자들의 복수라도 하러 온 것일까? 좋게 지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지레 짐작으로 팽개칠 수는 없었다.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만면에 웃음을 띠며 사람들을 응대하러 앞에 나섰다.

"나리께서 몸소 오시다니 무슨 일입니까요?"

상문호가 콧방귀를 꼈다. 곡자백이 그에게 물었다.

"긴말 않겠네. 단가 성을 가진 자를 내 놓게."


'결국 못난 제자의 복수인가? 단 호법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속셈이군.'

이노는 단리의 부재를 알렸다. 상문호가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았다.

"어디서 수작질이냐? 어서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느닷없는 죄인 취급에 이노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고망진으로 이들에게 대항한 들 잘돼야 졸개들의 피 맛을 보는 정도일 것이다. 서하루의 두 장로를 상대로 승산은 없어보였다. 공연한 희생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노는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성질도 급하십니다. 누구를 찾으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에 단가 성을 가진 자는 없습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어이 이중에 단가 놈 있으면 앞으로 나와! 나리들이 찾으신다."

대답이 없었다.


곡자백은 이노의 저자세에 다시 생각을 바꿨다. 이들을 죽인들 떨어진 명예가 다시 회복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비록 교룡방이라는 방파가 신분을 속이고 있다고 한들 중요한 교역을 담당하는 화물선임에는 분명했다. 게다가 시비는 이쪽에서 먼저 걸지 않았는가.

"단가의 행방을 말하게. 서로 피를 봐야 좋을 것이 없지 않겠는가?"


단리는 이미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다. 별다른 사고가 없는 한 이들이 단리를 따라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단가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리의 애제자들과 한판 드잡이 질 후 떠나간 놈이 있었죠. 아마 겁을 집어먹고 달아났나 봅니다. 헤헤."


곡자백 이하 청성은 참담함과 노여움에 가슴이 끓었다. 상문호가 발작하려는 것을 곡자백이 막았다. 그는 이노에게 물었다.

"그래 어디로 갔는지는 아는가?"

"운남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만, 더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요."


너무 막연했다. 여기 있는 자들을 잡아 고문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린다. 정말 운남으로 말을 달렸다면 지금 쫓아가봤자 따라잡기는 힘든 일이다. 주천강을 수색하느라 전서응(傳書鷹)이 모두 동원 되는 바람에 따로 챙겨오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서하루의 뇌옥에 모조리 처넣고 싶었지만 그러자면 상문호가 뒤에 남아야 한다. 비연의 말로 유추해 보자면 그자의 무공수위는 자신과 백중세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권을 섞지 않아 장담할 수 없었지만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날 것이라 여겼다.


지금은 무인으로서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빠르고 확실하게 단리를 잡아 이번 일에 책임을 물어야 했다. 서하루와 청성의 실추된 명예를 되살려야 한다. 한번 얕보이면 오늘의 웃음이 내일의 칼로 돌아오는 것이 강호였다. 결국 교룡방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했다. 그는 상문호를 재촉하며 다시 말을 몰았다.

남은 이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노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교룡방의 섬부하나가 왔다. 단리의 행선지를 밝힌 이노의 행동이 불만인 모양이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단 호법은 잘 해낼 거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 지금 옮기고 있는 술이란 것을 명심해라. 이미 3할 이상을 잃었다. 더 이상은 없다. 알겠는가?"

다소 엉뚱한 말에 그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노는 술의 운송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줄까 하다가 포기했다. 짧은 시간에 이 근육질 인간들을 이해시킬 자신은 솔직히 없었다. 그는 다시 배에 올라 목청을 돋우었다. 섬부들은 서둘러 밧줄을 잡고 길을 재촉했다.


작가의말

샘플북 작업이 일단락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정상적인 연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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