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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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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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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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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유강호-운남편[제5화]

DUMMY

사방가(四方街:사거리, 지역 유통 경제의 중심지)에는 여느 때와 같이 각자에서 몰려든 마방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화려한 머리장식을 한 말과 노새들이 광장에 가득했다. 그 사이를 무거운 등짐을 지고 요령 좋게 빠져나가는 짐꾼들과 그 짐을 받아 자신들의 말에게 싣는 마바리꾼들 그리고, 행여 착오라도 날까 지켜보며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는 마가두(마방의 우두머리)들로 인해 주위는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활력으로 넘쳐났다. 천강을 비롯한 네 사람은 한쪽에서 부지런히 출발 채비를 하는 마방을 향했다. 사람들은 짐이 제대로 실렸는지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단리가 한걸음 앞서 나가 마가두를 찾았다.

“석형, 물건은 잘 실어놓았소?”

“하하 여부가 있겠나. 누구 부탁인데.”

검게 탄 얼굴과 많은 주름은 오랜 풍파를 생각나게 했다. 그는 대답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아유. 귀여워라. 원숭이가 다 있네.”

효기가 들뜬 목소리로 원숭이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려 했다. 석 마가두가 그 모습을 보고 한마디 거들었다.

“귀엽기만 한 녀석이 아니라오 소저. 그 녀석이 없으면 이 마방이 움직이질 못해.”

“네? 그렇게 대단한가요? 이 원숭이가.”

“그렇다네. 녀석이 제일 앞에 서서 경계도 서고, 마점(마방이 상행 중 쉬거나 거래를 하는 곳)에 들러서는 물이나 건초가 잘못된 것이 없는지 살핀다네.”

“헤에. 대단하네요.”


“아마 이런 녀석을 피마온(避馬瘟)이라고 할 거다. 손오공이 필마온(弼馬溫)이란 벼슬을 받은 것도 이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해.”

“헤헤 대협께서는 잘 아시는군요. 마방과 면식이 있으신가 봅니다.”

천강은 마가두의 말에 웅묘파에서 수금원 일을 할 때를 생각했다. 소금을 사려고 많은 마방들이 사천으로 모여들었고 개중에는 웅묘파까지 직접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 주로 적수하를 이용하는 그가 마방과 동행하는 일은 없었지만, 기회만 되면 제법 그들과 많은 얘기를 했었다. 그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어떤 연극보다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자자 이럴 게 아니라 서로 인사나 나누시지요. 앞으로 같이 하게 될 사람들이니 말이오.”

단리가 마가두에게 천강과 취금, 효기를 소개했다. 석 마가두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앞으로의 여정을 설명했다. 우선은 곤명으로 간다고 했다. 운남의 성도이기도 한 그곳에서 남부에서 올라오는 마방과 만나 소금을 차로 교환할 예정이다. 이후 대리를 거쳐 여강에서 차를 처분한다. 이전에는 대리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단가와 점창의 첨예한 대립으로 말미암아 대리에 직접 들르는 일은 어지간해선 없다고 했다.


단리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향땅이 점점 황폐해 간다는 사실에 즐거울 사람은 없었다. 천강일행이 마방과 행동을 같이하는 이유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운남이 비록 사도맹의 세력하에 떨어졌다고는 하나 그 기간이 길지 않았다. 그 말은 아직도 정백련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도처에 있다는 말이었고, 정백련에서 통문까지 돌 정도로 혈안이 되어 찾는 천강과 두 여인이 아무런 근심 없이 활보하기엔 그리 적절하지 못하다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함부로 공격하기 곤란한 대규모 마방속에 섞여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술도 편하게 운반할 수 있으니 그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방의 마바리꾼 중 일부도 소통지단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있어 혹여 있을지 모르는 습격에 대비하였다. 아직도 사도맹의 인사들은 주위를 경계해야 할 처지에 있는 셈이었다.


마방이 사방가를 빠져나와 곤명으로 가는 여로에 올랐다. 말들의 목에 달린 종들이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경쾌하게 울리는 사이로 피마온 역의 원숭이가 바쁘게 말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천강은 실로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그것도 지인의 경사를 맞아 동행하는 유유자적할 수 있는 마음 편한 여행길이었다. 네 사람은 주위의 풍광을 감상하며 마방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저녁이 되면 마방은 마점을 찾아 투숙했고 네 사람은 따로 객잔을 찾았다. 그곳에서 짐을 푼 다음 천강은 지단에 있을 때와 같이 연공을 계속하였고, 다른 이들도 각자의 일을 하였다. 하지만, 항상 객잔이 있지만은 않았다. 그럴 때는 하는 수없이 마점에 묵었고 효기와 취금은 때아닌 잔소리를 천강에게 들어야만 했다.


마방은 오랜 기간을 외지로 떠돌아야 하며 항상 도적떼와 날씨, 그리고 상품의 안전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 덕분에 생활의 사소한 일에도 금기가 많았는데 그 중 식사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천강일행이 객잔에 머무를 때야 구애될 것이 없었으나 함께 마점에 투숙할 때에는 가능한 그 금기를 같이 지켜주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관습에 따라 길을 떠나지 않고 하루를 더 묵을 것이다.


금기 중에 그렇게 대단할 것은 없었다. 도중에 짐이 쏟아질 것을 우려하여 식탁에 놓인 밥통과 음식 접시를 옮겨서는 안 된다거나, 짐이 산골짜기에 떨어지면 안 되기에 국자를 국그릇에 잠가놓는 것을 금하는 것 등이었다. 그 외에 재물이 들어오지 않거나 잃는다며 양손으로 문틀을 잡거나 문지방에 쪼그려 앉아도 안되었다. 사소한 것이었지만 그 때문에 무심코 금기를 범하기 쉽기도 했다. 두 여인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그 외의 내색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순조롭게 곤명을 향해 나아갔다. 너무 순조로워서 불안할 지경이었다. 덕분에 효기는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주로 재잘거리는 것은 자기였다. 사내 둘은 계속해서 수다를 떨 만큼 말 수가 많지 않았다. 취금은 가끔 사색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그녀는 공연히 주위의 풀만 괴롭히다 이내 말을 닫아 버렸다. 대신 마가두가 부르는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자기 같은 빈털터리 남자에게 정 주지 말고 좋은 남자 찾아가라는 마방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였다. 며칠째 계속 듣다 보니 이제는 무심코 따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날이 저물었다.

곤명이 가까워서인지 객잔 찾기가 수월했다.


천강은 짐을 풀고 바로 일과를 시작했다. 계속된 여행은 적당한 자극이 되어 연공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공을 일주천 시키자 점점 감각이 예민해졌다. 자신을 둘러싼 공간이 점점 넓어졌다. 미세한 공간의 흐름 속에서 문득 이질적인 존재를 느꼈다. 따뜻하고 활발한 기의 흐름이었다. 익숙한 느낌, 효기였다. 정겨운 기세 속에 어두운 탁기가 천강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무노인이 자신의 손녀에게 남겨둔 주박이었다. 단리의 혼례가 끝나면 바로 호남으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갑자기 조급함이 덮쳐왔다. 아랫배가 저려온다.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천강의 기는 효기를 그대로 인정한 채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효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입을 뾰족하게 내밀고 눈썹을 모았다. 항의의 표시였다. 천강은 빙긋 웃었다.

“왜?”

“흐음. 요즘 계속 한가했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생각난 게 있어요. 도수객잔에서 대형이 하려던 말.”

“흠. 뭐였더라.”

“옛날 정인 이야기.”

“응? 아아 그 얘기. 별로 대단할 건 없는데. 그리고 정인 같은 거 아니야.”

“해줘요. 말을 꺼내놓은 게 언젠데 여태 잠자코 있으면 어떡해요.”


효기의 채근에 천강은 잠시 주저하다 정신을 집중했다. 이미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그 흔적 찾기도 애매해진 것을 효기에게 전달해 주려면 여기저기 흩어지고 색이 바랜 편린들을 하나로 모아야 했다. 그는 아련한 기억들을 하나씩 들추며 기억을 정리했다.


그 일은 천강이 세상에 첫발을 내 딛은 지, 정확하게는 세상 속으로 떠밀려난,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편모슬하에서 자란 천강은 유복이란 말과는 연이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그래도 항상 아들을 생각하는 자상한 엄마가 있어 행복했다. 라는 뻔한 설정마저 그에게는 온정을 보내지 않았다. 청루에서 일을 하던 그의 모친은 천강의 임신과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몸을 파는 일에 원치않는 임신이란 숙명 같은 것일지라도 그녀는 결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갖은 약물과 방법을 동원하여 천강을 떼려 했지만, 그는 십 개월을 꽉 채우고 건강한 남아로 태어났다. 그녀로서는 안락하고 화려한 이곳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것이 전부 천강의 잘못인 것 같았다. 모든 원망이 그에게 쏟아졌다. 제대로 된 양육이 될 리 없었다. 배가 고픈 천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댔고, 보다 못한 이웃의 아낙이 천강에게 젖을 물렸다.


몸을 풀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시 이전일을 시작했다. 다만, 청루로 돌아갈 수는 없어, 흘러든 곳이 하오문이 운영하는 사창가였다. 그곳에서의 취급은 가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일에서 오는 압박을 천강을 괴롭히면서 풀었다. 그렇게 근근이 유년시절을 버텨나가던 천강에게 일종의 해방이 찾아왔다. 일반의 눈을 봤을 때는 불행의 시작일 지언정 그는 지금도 해방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모친이 한 정체 모를 사내와 눈이 맞아 천강을 버리고 달아났다. 텅 빈 방에 혼자 남은 천강은 며칠을 그대로 앉아 기다렸다. 먹을 것이 떨어졌다. 더는 체력이 고갈되기 전에 식량을 구해야 한다는 판단에 그는 바로 집을 나와 들과 산을 헤맸다. 평소에도 자주 이렇게 허기를 해결했기에 어렵지 않게 끼니를 때울 수 있었다. 고단한 몸을 끌고 방바닥에 쓰러지면 그대로 다음날 아침까지 곯아떨어졌다.


얼마 안 있어 집주인이 찾아왔다. 이제는 집세를 받을 가망이 없는 것을 알자 바로 천강을 내쫓았다. 옷가지나 가재도구를 챙길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천강은 정처 없이 걸었다. 다행이라고 할지 모친의 학대 때문에 그는 노숙에 익숙했다. 산으로 들어가 땅을 파고 그에 들어가 덤불과 나뭇잎 등을 모아 덮었다. 늑대 같은 산짐승의 야습이 우려되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만큼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다.


날이 밝았다. 굳은 몸을 간신히 추스르고 난 후, 먹을 만한 열매나 풀을 찾았다. 아직 어린 나이, 익숙하다고는 하나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에는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먹음직한 버섯을 뜯어 먹은 것이 사달이었다. 온몸이 저리고 눈앞이 몽롱해졌다. 그리고 의식이 끊어졌다.


효기 옆으로 취금이 와서 앉았다. 천강의 말소리에 그녀도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천강의 숙소로 온 것이다.

“나한텐 이런 얘기도 안 해주더니, 쳇.”

“안 물어봤잖아.”

“아, 네. 나는 그저 몸만 취하면 된다 이거지?”

여행에 오른 뒤로 부쩍 취금의 투정이 잦아졌다. 단리 등이 있을 때에는 자제하는 편이었으나 셋만 남게 되면 여지없이 천강에게 부딪혀 왔다. 그럴 때 효기는 요령껏 화제를 돌리거나 자리를 피했다.

“자자 그러지 말고. 이제부터 같이 들으면 되잖아.”

“흐음~ 어디 주 선생의 일대기를 들어보실까요? 재미없으면 알아서 해.”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효기가 천강을 보다 혀를 살짝 내밀었다.


“맨입으론 안 되겠는데. 차라도 내와 봐.”

효기가 차를 가지러 바로 일어섰다.

“어렸을 때 얘기라니. 별일이네? 한 번도 입에 올린 적 없었잖아?”

“그게, 왜 일이 이렇게 꼬였는지 생각하다 문득 떠올라서 말야. 기매에게 잠깐 언급만 했었는데 꽤 궁금했었나 봐.”

잠시 후 객잔의 점소이에게서 차를 받아 든 효기가 들어왔다. 천강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대를 하는 두 여인의 눈빛은 비슷한 듯 어딘가 차이를 보였다. 특히 취금은 바둑을 두고 나서 복기를 하는 자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작가의말

>>운남편 5화(완전판) 보기


멘붕 끝.. 해탈(?)의 경지로 나갑니다.

추운 겨울 건강에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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