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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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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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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4,577

작성
11.09.0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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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8쪽

주유강호-귀주이편[제2-1화]

DUMMY

멀리서 우뚝 솟은 서하루의 모습이 보였다. 떠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머리위에서 위압적인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청성의 위세를 그대로 대변하며, 그들의 성정까지 같이 나타내 주는 것 같아 오한이 들었다. 그 전각의 꼭대기에는 여전히 사람을 속속들이 꿰뚫는 눈이 있어 천강 자신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까발려질 것만 같은 불안함과 더불어 모멸감까지 느껴야 했다. 무례하고 강제적인 힘이었다. 물론 여타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천강의 처지가 그런 병적인 망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정백련의 통문이 돌았다 해도 이미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특별히 책임감과 기억력이 뛰어난 자들을 제외한 조직의 말단에서는 다른 통문들에 섞여 천강의 존재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당장 큰 사건이 터져서 주목을 끌지 않는 한 성문을 지키는 자들의 타성(惰性)은 천강과 효기가 성안으로 들어가는 데 충분한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성문을 통과하는 행렬에 몸을 숨겼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산을 내려오기 전에 준비해둔 나뭇단을 등에 졌다. 식량과 생필품을 사기위해 나무를 해서 파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천강 말고도 몇 사람이 더 보일 정도였다. 때는 겨울이라 수요도 많았다.


늦은 오후 거리는 인파로 넘쳐났다. 오후가 되어야 문을 여는 저자는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되었다. 천강은 짊어진 나뭇단을 처리하기 위해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객잔의 점소이 하나가 그를 불러 세웠다. 천강은 나무를 넘기고 동전 몇 문을 손에 쥐었다. 그는 효기를 돌아보고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효기는 킥킥거리며 받아들었다.


"이제 뭐해요?"

"따라와."

천강이 앞장을 섰다. 좁은 골목을 몇 번 돌아 허름한 관제묘로 효기를 안내했다. 이곳의 지리는 웅묘파의 수금 일을 하면서 현지인 못지않게 익숙해 있었다. 외벽은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고 안에는 변변하게 앉을 곳조차 없었다. 사방이 거미줄과 건물에서 떨어진 잔해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은 오래전에 없어졌고, 영웅과 그의 아들, 그리고 심복의 위패가 모셔져야 할 제단 위에는 먼지만 가득했다. 천강은 아무데나 대충 걸터앉았다. 산중 도피생활에 익숙해진 효기도 별다른 불평 없이 천강을 따랐다.


"밤이 되길 기다렸다 대모진으로 가야해."

"거기 뭐가 있는데요?"

"흐흐흐"

천강은 말없이 짓궂은 웃음만 흘렸다. 효기가 보챘다. 못이기는 척 입을 열었다. 일찍이 산속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녀에게 이곳에서 벌어진 살변과 당문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두 설명해 준 터였다.

"내가 청성파 서하루의 이권다툼에 말려서 죽다 살아난 건 알고 있지? 나를 못 죽여서 안달인 화산파 놈도 있었고 말야."

효기가 눈을 반짝였다. 가능하면 손에 넣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조만간 결판이 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움직였다.


"청성의 대라신공 비급이야, 내 인생을 바꿔 줄 만한 대단한 무공이 적힌 책이지."

"헤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사실 그랬다. 천하제일의 무공 비급을 얻는다 해도 그것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그 무공에 통달한 선대의 사사가 없이는 어지간한 재능으로는 극의를 터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를 익힌 자들은 대체적으로 문재가 뛰어나지 못했다. 당연히 무공을 문자로 풀어내는 것이 원활할 리 없었다. 설령 무공에 담긴 오묘함을 문자로 풀어낸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의 학식이 받쳐주지 못하면 공염불에 불과했다. 두 가지 조건이 만족하더라도 자신의 목숨 줄인 무공의 전모를 문서로 남기는 위험천만한 일은 썩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비급의 역할은 해당 무공의 대의와 요점정도를 기술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밀하고 섬세한 초식의 실용적인 운용법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지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각고의 노력과 인세를 벗어난 무림 조사급의 재능으로 비급의 무공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해도 다음에는 더 큰 장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강호는 철저하게 문파중심의 계통이 잡혀 있었다. 대라신공 같은 청성의 절정무공을 익힌다 하더라도 청성파에서 그 인물을 받아 줄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자파의 무공을 무단으로 훔쳐갔다며 전 백도무림에 추살령이 떨어지기 십상이었다. 강호를 등지고 초야에 묻혀 살지 않는 한, 가슴을 펴고 대륙을 활보하며 목숨을 부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약 대라신공과는 달리 과거에 멸문한 문파의 무공이라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대대적인 추살령은 없겠지만 그 무공을 가지고 뿌리 없는 낭인이 강호에서 이름을 떨치기에는 기존 세력의 텃세가 너무나 강했다. 어설픈 능력으로는 시기와 질투만 사다 횡사할 가능성이 십중팔구였다. 결국 무림을 뒤엎을 만한 개세의 신공을 익히기 전에는 어중간한 비급으로 수련을 해봐야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게 현실이었다.


"대체 뭘 믿고 인생까지 걸만하다는 거예요?"

"이 책이 정확하게 어떤 경위로 나한테 들어왔는지는 몰라, 다만 내가 서하루주의 공격에 정신을 잃고 난 후에 수중에 들어왔다는 것은 확실해."

천강이 대라신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취금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는 단순히 우연에 의해 곽근창의 품안에서 천강에게 비급이 옮겨간 것이 아닌 곽근창이 천강에게 은밀히 전해줬다는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했다. 곽근창은 그날 종지행과 같이 삶을 마감했다. 천강이 입을 열지 않는 한 대라신공의 행방은 미궁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현재 드러난 사실만을 봤을 때, 청성의 비급에 화산파가 관련되어 있는 것 하나. 주화입마에 빠진 곽근창이 어째서 나에게 비밀리에 비급을 넘겼는지가 둘. 마지막으로 곽근창의 상태로 유추해 봤을 때 그 비급에 무언가 세공이 가해지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어."

"확실한건 첫 번째뿐이네요."

"아쉽지만 정신을 잃고 있어서 진상을 알 길이 없었지. 비급을 제대로 살펴 볼 시간도 없었고 말야. 뭐, 본다고 딱히 뭘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지만……."

효기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천강은 머리를 한두 번 긁적였다.

"하여튼, 내 의심이 맞는다면 천하의 대라신공에 누가 장난을 쳤을까 하는 걸 생각했을 때, 결코 가볍지 않은 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데 까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야."

"거기에 목을 들이밀겠다고요?"


천강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태라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숨죽인 채 맞이하는 불안한 죽음밖에 없다. 자신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 중 유일하게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이 책에 의지하여 하나하나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비급을 입수한 후에는 묘상대사를 찾아 비급의 진위와 상태를 판별해야 한다. 그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드넓은 대륙에서 그를 찾기란 소위 불가의 연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막연한 일이었다. 효기를 살리기 위한 부도강의 비밀도 시급히 해결해야 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조만간 해가 질 것이다. 완전히 어둠이 깔리고 인적이 없어지면 그들은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그 때까지는 체력을 온존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영야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네요.
선선하고 기분좋은 날씨처럼 천강들도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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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주유강호-운남편[제5화] +2 12.12.26 2,130 20 12쪽
62 주유강호-운남편[제4화] +2 12.12.17 1,937 25 12쪽
61 주유강호-운남편[제3화] +2 12.12.11 1,783 19 13쪽
60 주유강호-운남편[제2화] +1 12.12.05 1,859 21 13쪽
59 주유강호-운남편[제1화] +2 12.12.01 2,138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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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주유강호-귀주이편[제9화] +3 12.11.22 1,789 16 13쪽
56 주유강호-귀주이편[제8화] +3 12.11.15 2,118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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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주유강호-귀주이편[제6-1화] +5 11.10.11 2,239 36 8쪽
51 주유강호-귀주이편[제5-2화] +3 11.10.07 2,408 44 7쪽
50 주유강호-귀주이편[제5-1화] +5 11.09.30 2,418 22 8쪽
49 주유강호-귀주이편[제4-2화] +2 11.09.28 2,314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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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주유강호-귀주이편[제3-2화] +4 11.09.21 2,647 25 8쪽
46 주유강호-귀주이편[제3-1화] +3 11.09.16 2,451 24 8쪽
45 주유강호-귀주이편[제2-2화] +7 11.09.10 3,031 40 8쪽
» 주유강호-귀주이편[제2-1화] +4 11.09.06 2,758 30 8쪽
43 주유강호-귀주이편[제1-2화] +6 11.09.02 2,764 26 7쪽
42 주유강호-귀주이편[제1-1화] +3 11.08.23 2,813 30 7쪽
41 ============================== +3 11.08.09 2,473 10 1쪽
40 주유강호-사천편[제21화][完] +3 11.08.07 2,874 23 12쪽
39 주유강호-사천편[제20-2화] +4 11.08.02 2,824 22 8쪽
38 주유강호-사천편[제20-1화] +4 11.07.30 3,112 3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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