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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5.27 09: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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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8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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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01,732

작성
21.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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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DUMMY

로운의 말대로 호텔은 비상사태에 잘 대비했다. 특히 유능한 능력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위험해질 일이 없었다.


이게 돈의 힘이구나...


고층에 위치한 로비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간간이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호텔에서 인간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정원을 가로질러 뛰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채 다가오지도 못하고 총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지배인의 말로는 개발중인 마력탄이라고 했다. 마나를 마법으로 압축시켜 쏘면 대상이 맞는 순간 응축된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면서 공격을 한다는 것이었다.


단점으로는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마나를 가진 사람은 사용하기도 어렵고 데미지가 그렇게 세지 않아 하급 몬스터가 아니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 말처럼 성인 남성의 골반 높이 정도의 작은 몬스터들에게만 총을 쏘고 있었다.


“개미떼들이... 지긋지긋하게 들어오고 있네.”


우리를 따라 왔던 벌들이 특수한 케이스였는지 이번 마법진에서는 개미가 그렇게 많다고 했다. 무법지대 쪽에서는 거의 학살에 가까운 떼죽음이 일어났다고 했다.


하긴 그쪽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뭐하십니까.”


로비를 바라보고 있자니 로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운은 없어 보이지만 어디 아픈 곳은 없어 보이는 로운이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몸은 좀 괜찮아요?”

“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상처가 나았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음... 좀. 나쁜 짓을 당한 기분이랄까요?”

“나쁜 짓?”

“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그런 기분이에요.”

“첸 씨도 많이 걱정했어요. 첸 씨한테 뭐 들은 건 없어요?”


로운이 입을 다물고 눈동자를 한 바퀴 돌렸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가 쓰러졌을 때 그 모습을 보던 첸의 눈빛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 생각하니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아났다.


“두 사람은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요?”

“음... 첸은 로아 누나와 함께 무술을 배우던 남자였어요.”

“아. 로아 씨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웠다고 했지.”

“네. 어렸을 때 유학 중인 누나를 보기 위해 종종 중국으로 따라왔었는데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이 저에게 무술을 가르쳐줬어요.”


아. 그래서 몸놀림이 남달랐던 건가.


“물론 두 사람에게 얻어터지기만 했지만요.”


머릿속에서 로운과 첸이 싸우는 모습이 각각 떠올랐다. 첸이 마음먹고 때린다면 로운도 힘들 수 있겠다.


“첸 씨는 로운 씨를 무척 아끼는 것 같던데요.”


내가 더 묻지 않아도 그는 나의 단순한 호기심을 알아챘을 것이다. 부담이 된다면 대답해주지 않겠지만.


“누나도 그랬지만 첸도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아오다보니 또래 남자 친구가 저밖에 없어요. 누나는 라이벌이지만 저는 친구 정도인 거죠. 그에 대한 집착이에요.”


누가 대체 친구에게 집착이라고 표현한단 말인가. 하지만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가 내뱉는 한 단어, 한 단어에 가시가 돋쳐있었다.


“그렇구나...”


우리는 그 뒤로 말없이 비가 내리는 밖을 바라봤다.


“소원은... N층으로 갔을까요.”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나였다.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

“...”

“로운 씨 지금 바빠요?”

“아뇨. 한가해서 지금 지혁 씨랑 창밖 구경하고 있어요.”

“그럼 저랑 어디 좀 같이 갈래요?”

“어디요? 이런 상황에요?”

“위험한 짓은 하지 않을게요.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요. 여기 조리실 빌릴 수 있나요?”

“뭐... 잘 말씀드리면... 되긴 하죠?”

“그럼 같이 가요.”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고 조리실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


호텔의 조리실은 임시 거처의 조리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각종 식자재부터 도구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쓴 물건은 한 곳에만 잘 모아달래요.”


중국어로 조리사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로운이 말했다.


“그런데 이걸로 뭘 만들라고 그래요?”

“밀크티요.”


우리 눈앞에 있는 얼그레이 찻잎 조금과 우유, 물, 냄비와 두 개의 머그잔이 놓여있었다.


“냄비에 물과 찻잎을 넣고 끓입니다.”


나는 요리 방송을 하는 느낌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로운에게 설명했다.


“차가 우러나올 동안 우유를 데울 거예요. 아. 설탕, 설탕.”


조리대 이곳저곳을 뒤지며 설탕으로 보이는 통을 찾았다.


윽. 짜. 이건 소금이다. 확실하다. 내 미각이 정신을 놓은 게 아닌 이상. 소금이 확실하다.


밀려오는 짠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뒤져서 설탕을 찾아냈다.


설탕을 가지고 돌아오자 마침 딱 좋게 우려진 차와 따뜻한 우유가 있었다.


“그럼 잔을 꺼내서 차를 따르고 우유와 설탕을 취향껏 넣으면!”


[검술의 밀크티를 완성하였습니다.]


[이름 : 검술의 밀크티

나이 : 5초

특성 : 물

완성도 : 양호

효과 :

30분간 근력이 25만큼 상승합니다.

30분간 민첩이 12만큼 상승합니다.

20분간 행운이 20만큼 상승합니다.

40분간 마법의 효과를 받습니다. ]


[깨우친 바리스타가 레시피를 온전히 이해하고 만든 검술의 밀크티입니다. ]


[특별한 재료를 추가하여 해당 음료의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다. 그래 이거지.


최소한 음료를 만들 거면 불은 있어야지.


“이게 뭡니까.”

“제 새로운 레시피입니다. 이걸... 쓰고 싶은 곳이 있어요.”


+++


오류의 탑.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위험한 짓은 안한다면서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왔잖아요.”


로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기운이 없어보였는데 이렇게라도 웃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사실 지금 그 누구도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소원이 어떤 위험에 처해 있을지 모르는 데 어떻게 웃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래 씨의 말대로 지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도 마법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로운을 데리고 탑 안으로 들어갔다. 탑은 이전과 똑같이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석판 앞에 서서 손을 올리자 노란색의 실빛이 흘러나오면서 화면이 나타났다.


“이건 왜요?”

“그냥 잘 있나 확인하려고요.”


경로는 이전에 우리가 설정했던 대로 대한민국 3층으로 되어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거 마셔요.”


나는 로운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머그잔에서 보온병으로 옮겨 담은 밀크티를 건넸다.


“이게 대체 뭐에요.”

“음. 그냥 마시면 평범한 밀크티고요. 저를 생각하면서 마시면 재밌을 거예요.”


나부터 먼저 보온병의 뚜껑을 열어 밀크티를 마셨다. 은은한 얼그레이의 향과 고소한 우유맛 그리고 딱 적당한 단맛이 느껴졌다.


밀크티를 모두 마시자 눈앞에 안내창이 나타났다.


[30분간 근력이 25만큼 상승합니다.

30분간 민첩이 12만큼 상승합니다.

20분간 행운이 20만큼 상승합니다.

40분간 마법의 효과를 받습니다. ]


다 마신 보온병을 내려두고 가져온 칼을 챙겼다. 경비원 중에서 칼을 쓰는 능력자에게 관리하는 법을 배워왔다. 아직 어설프지만 이전에 피 범벅이 되어 있던 모습보다는 한결 보기 좋았다.


칼을 들고 한 걸음 물러서서 탑을 마주봤다.


탑을 가로지르는 노란색 선이 나타났다.


“신님 한 번만 도와달라고요.”


이걸 기도라고 할 수 있을까? 신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니 비슷하지 않을까.


소년은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려는 짓을 알고 있을 거다.


이전에 황혼의 건물에서 도망칠 때 다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 것처럼 양 팔과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대체 뭐 하시려고요.”


옆에서 당황한 로운이 재차 물었지만 답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서 저의 첫 번째 개발품인 밀크티 맛을 봐달라고요.”


로운은 보온병의 뚜껑을 딴 채로 입도 대지 않고 있었다. 나의 재촉에 그제야 입을 대고는 한 번에 들이켰다.


뜨거울 텐데.


“잠깐... 이게 뭐야.”


아마 그에게도 내가 보는 것과 같은 것이 보일 것이다. 나는 검을 최대한 뒤를 뺐다가 노란색 선을 따라 한 번에 그었다.


이 밀크티가 주는 마법의 효과라는 건 단순히 검의 궤도를 알려주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기껏 생각한 것은 벽 한 면이 무너지는 수준이었는데 칼을 타고 흘러나간 마나가 그대로 탑을 가로로 갈라버렸다.


놀랍도록 깔끔하게 가로로 베인 탑은 잠시 허공에 떠 있는 가 싶더니 그대로 무너졌다.


탑의 위쪽에 이어져 있던 일부분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1층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곳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이게...이게 무슨!!”

“어... 저도 이 정도가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누가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이지 않아요?”


입구가 있던 자리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서 2층이라고 불릴 수 있는 탑이 내려앉아 있었다.


당연히 문은 없었다.


“당신은... 정말...”

“탑이 남아있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진 쉬에를 놓쳤어요. 그러니 그가 다시 탑을 조작할 수 없도록 해야 해요.”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더니 단정한 입꼬리의 끝을 말아 올렸다.


“정말 당신은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별말씀을요.”

“칭찬 아니에요.”


우리는 그렇게 무너진 탑을 뒤로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 밀크티를 이용한 검술과 관련된 능력자의 교육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마법진은 5일 만에 해제되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먼저 호텔을 떠난 첸에게 볼일이 있다며 갖은 인상을 쓰고 석과 함께 무법지대에 다녀온 로운이 고개를 저었다.


석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은 걸 보니 상당히 끔찍한 관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럼 오늘 저녁 비행기로 돌아갑시다.”


+++


거의 일주일 만에 밟아본 한국 땅이 몇 개월 만에 본 것 마냥 낯설고 반가웠다.


이번 일로 어지간히도 실망한했는지 한국에 도착한 뒤로도 미혜가 나에게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서 나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미혜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한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로운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저. 로운 씨.”

“네?”


로운은 며칠 사이에 기력을 많이 되찾았다. 아픈 곳은 없었지만 단번에 너무 빠른 회복을 한 탓에 체력을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혹시 검 하나만 더 구해줄 수 있어요?”

“검이요?”

“네. 이왕이면 화염 능력자가 쓸 수 있는 걸로요.”

“...”


로운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또 무슨 꿍꿍이야?’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알아볼게요. 화염에 특화된 검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안 되면 그냥 검이라도 괜찮죠?”

“네.”


소원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탑의 어딘가에서 살아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라고.


이미 N층에서 탈출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방법은 알 수 없어도. 탑을 오르다보면 소원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누구보다 탑에 빨리 오르기 위해서 가장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힘을 키우는 게 좋다고 판단됐다.


작가의말

드디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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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신입(1) 22.01.06 1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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