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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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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0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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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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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각자의 목표(6)

DUMMY

“시장...조사요?”


나를 돌아보는 고서우의 표정에 불신이 깃들었다.


“선배님도 혹시... 저 사람들하고 같은 부류에요?”


녀석의 손가락이 카메라를 들고 멘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을 향했다. 앞서 고서우가 했던 말들을 생각해보면 왜 저런 표정으로 날 보는 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히 하나는 알겠다. 이 녀석은 나를 본 적이 없다. 이전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이면 우리를 알거라고 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그럼 무슨 시장 조사를 하시려고요?”

“음...”


오늘 이제 두 번째 보는 애한테 우리 영업 비밀에 대해서 말해줘야 하나.


“곤란하면 말씀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런 거만 아니면 되니까요.”


녀석이 탑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혼자서 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아. 죄송해요. 그래도 선배님이 하시겠다고 하면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네요.”


고서우는 혼자서 작게 몇 마디 더 읊조리더니 이내 누가 봐도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정정하고 있다. 뭐하는 애지?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고요.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봅시다.”


황금 같은 주말을 이상한 조원들에게서 벗어나서 겨우 혼자 있을 수 있게 됐는데 또 다시 학교 사람과 만나고 싶지는 않다.


일단 탑 주변에 뭐가 있나 좀 볼까.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은 운이 좋았다. 이렇게 대놓고 넓은 공간에 탑이 내려앉았으니 말이다.


이웃한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번화가 한 가운데 탑이 자리하는 바람에 꽤 다수의 빌딩이 무너져서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피해가 상당했다고 들었다.


뭐... 우리도 경기장의 한 면이 통으로 무너지면서 원래의 용도로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피해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주변에 상가로 쓸 만한 건물이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지만...”


[컨테이너, 카페용]


핸드폰을 꺼내서 메모장에 적었다.


“오... 카페 차리시려고 시장 조사를 하시는 거였구나.”


옆을 보니 고개만 내밀고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고서우가 있었다.


“이런 거였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괜히 오해할 뻔했잖아요.”

“너. 뭐야?”

“네?”

“왜 남의 핸드폰을 마음대로 보냐고.”

“아... 어. 죄송합니다.”


말은 죄송하다고 하고 있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다. 마치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화를 내니 사과를 하는 모습.


사소한 것에는 곧잘 사과를 하며 정정을 하던 녀석이 이런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 쎄한데?


“됐습니다.”

“그나저나 카페라니. 구경꾼들한테 팔려고요?”

“아뇨. 능력자들한테 팔 겁니다.”

“능력자들한테요?”

“네.”


대충 답을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녀석한테서 벗어났다. 하지만 종종걸음으로 곧잘 따라오는 녀석.


“뭔데요? 뭘 능력자한테 팔려는 거예요? 뭐에요? 카페? 그럼 커피를 파는 건가. 아니면 먹는 걸 파는 거예요? 하긴 탑에 들어가면 능력에 따라서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까요.”


녀석은 나를 종종 따라다니며 정신이 나갈 것 같을 정도로 빠르게 말을 했다. 그래. 저번에 봤을 때도 마치 스위치가 켜지듯이 말이 많아졌었다.


“그만. 그만 따라와요. 왜 자꾸 따라와요?”


갑자기 멈추자 나를 따라오던 고서우가 내 어깨에 코를 부딪쳤다.


“아이고. 죄송해요. 갑자기 멈추실 줄 몰랐어요.”

“왜 자꾸 따라 오냐고요.”

“어...”


묘한 얼굴로 묘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지만 반짝이는 눈을 보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저. 심심하거든요. 방해 안 되도록 할 테니까 구경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안돼요.”


후배님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고 도망치듯이 걸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우리의 후배님.


“왜 자꾸 따라오는 거예요!”

“그야 선배님이 도망가시니까요!”

“도망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커피 사드릴게요! 저도 껴주세요!”

“아오 정말. 알았어요. 대신 그냥 지켜만 보세요.”

“물론이죠.”


고서우가 상큼하게 웃어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모습이 악마 같아 보인다.


“그런데 여기 장사하려면 관리소 허가 필요하지 않아요? 아무나 막 못 할 텐데. 아무리 푸드 트럭이라고 해도.”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냥 여유롭게 미래 계획이나 세우려고 나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에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뛰시는 거 보니까 관리자들이 잡으러 와도 잘 도망치실 것 같아요.”


이걸 지금 위로라고 하고 있는 건가?


“그런 거 아닙니다.”


고서우는 무시하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가장 좋아 보이는 자리는 탑 앞이겠지? 하지만 저기는 유명한 능력자가 오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게 된다. 게이트 바로 앞이면 이상하게 보일 거고... 차라리 저쯤이면 괜찮으려나?


탑 앞에는 이미 약속을 하고 온 파티뿐만 아니라 기존의 파티에 들어가기 위해서 파티를 모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이제 막 능력을 받아서 연습을 위해 탑에 오르려는 자들.


저 사람들에게는 내 커피가 정말 간절할 수 있다. 겸사겸사 입소문이 나기도 쉬울 테니까.


“저기는 초보 능력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거 참. 그냥 지켜보기만 하기로 했잖아요?”

“아. 말도 하면 안 되는 거였나요? 으음... 어렵네요.”

“그러니까 그냥 가시라고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진짜 가만히 있을 게요.”


녀석이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으로 다시 한 번 다짐을 받고 다시 탑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데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하... 정말 왜 저러는 거야. 아냐. 무시하자. 무시해.


자자. 위치는 저쯤으로 한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뭘 파냐인데. 지금 레시피로는 그렇게 큰 이득을 보기 어렵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레시피로는 부족하다.


[추가 레시피 개발 필수, 어떤 게 필요할까.]


메모를 남기고 있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턱 바로 아래에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머리통하나가 불쑥 튀어나와서 나와 함께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우드 계열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저랑. 지금. 장.난.하.십.니까.”


최대한 화를 참아가며 이를 악물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무구한 표정.


“네?”

“남의 핸드폰 화면 함부로 보지 마시라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아. 아까는 왜 보냐고 물어보셨...”


얼굴 옆으로 오른손 검지를 세워 내 말을 정정해준다.


“그럼 다시 말씀드릴게요. 보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금방 시무룩해져서 바닥을 내려다본다. 불쌍해 보이지만 아주 잠깐 이 녀석과 함께한 결과 저것조차 의도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저한테 용건이 뭐에요.”

“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늘 이제 두 번째 보는 사람을 저렇게 뻔뻔하게 따라다니면서 방해한다니.


“눈치 챘어요?”

“말이나 해요.”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는 수줍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설마...


“동아리 들어와 주세요.”


그래.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이 녀석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는데.


“동아리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오신 겁니까.”

“네... 탑 견학을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못 가거든요.”

“그럼 파티에 가입하면 되잖아요.”

“그게...”


녀석이 다시 한 번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렸다.


“다들 저를 싫어해요.”

“흠... 하긴 그렇게 따라다니면 싫어하긴 하겠네요.”

“너무해요.”


녀석이 진짜 상처받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차. 미혜에게 하던 말버릇을 그대로 쓰고 말았다.


“아닙니다. 왜 싫어하는 것 같은데요?”

“그... 제가 좀 답답하대요.”

“답답이요?”

“네. 용통성이 없어 보인대요.”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하다. 저기서 카메라를 들고 설치고 있는 능력자들을 대하는 그의 자세만 봐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 저 능력자들의 스탯이면 1층도 겨우 오를 것 같았지만 그건 내가 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거지.


“탑을 유흥거리로 쓰는 게 싫었던 거죠?”

“네...”


잘못해서 혼나는 아이처럼 다소곳하게 손을 모으고 눈도 못 마주치는 모습이 조금은 불쌍해보인다. 아냐. 여기서 속으면 안돼.


“그럴 수 있어요.”

“선배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금방 기운을 되찾은 녀석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마치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달라는 모습 같다.


“아뇨. 저는 방송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어째서...”


충격을 받은 모습. 속은 알 수 없지만 표정이 감정에는 솔직해보였다. 아니. 어쩌면 연기를 잘 하는 건가.


“아직 탑에 대해서 알려진 게 많이 없으니까요. 저런 사람들을 통해서 공략이나, 탑의 상황, 탑을 오를 수 있는 스펙에 대한 정보가 더 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퍼질 거예요.”


물론 저런 스펙으로는 2층 이상의 탑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파티를 잘 만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음...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제가 용통성이 없던 게 맞나 봐요.”

“아뇨. 저는 그렇게 까지 말하지 않았는데...”

“역시 저는 갈 길이 멀었네요. 좀 더 분발하겠습니다!”


녀석이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열정 스포츠맨 같은 의지를 불태웠다.


“그래도 저 사람들 파티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왜요.”

“뭐랄까... 믿음이 안 간다고 할 까요?”


그건 내가 보는 당신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오늘 두 번째 만난 사이였다. 저기 파티들은 초면일 테니까 당연히 믿음이 안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알아가는 거지.


흠... 나는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다. 얼굴 옆으로 문자들이 나타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름 : 고서우

나이 : 24 세

특성 : 풍운

특성 레벨 : Lv. 3

스탯

- 체력 Lv.5

- 근력 Lv.2

- 방어 Lv.2

- 민첩 Lv.4

- 마력 Lv.1

- 행운 Lv.1


특수 스킬

- 용오름 Lv.3

- 잠금 상태

- 잠금 상태

- 잠금 상태 ]


풍운? 내가 아는 그 풍운이 맞나? 스킬이 용오름인걸 보면 맞는 것도 같고.


“왜... 그렇게 보세요?”

“아. 죄송합니다.”


내가 너무 뚫어져라 바라봤는지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돌린 뺨이 살짝 상기되어있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나 보네.


그나저나 탑은 오르고 싶어 하면서 파티를 모집하는 사람들은 믿지 못하고. 그렇다고 스탯이 혼자 탑에 오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럼 파티를 직접 만드시는 건 어때요.”

“네! 그래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몇 명이 있다고 했죠? 몇 명이나 모았어요? 3~4명 정도만 돼도 1층은 노려볼 수 있지 않겠어요?”

“한 명이에요!”

“예?”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우리가 보통 말하는 몇 명이라는 말은 2명 이상의 무리에 쓰이는 말이 아닌가?


“한 명인데 몇 명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뭐. 명은 명이잖아요?”


해맑게 웃어 보이는 모습에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 이래봬도 꽤 잘 싸운다고요!”


내 표정에서 불신의 감정을 본 것인지 녀석이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임마. 너 이미 늦었어.


“무슨 능력인데요?”

“저. 검을 써요!”


그렇게 말한 녀석이 양손으로 칼을 쥔 자세로 보이지 않은 검을 휘둘렀다.


검술이라고? 분명 풍운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네! 검도 학원에서 7년째 배우고 있거든요!”


그래. 검을 쓴다고 했지 능력이 검술이라고는 한 적이 없다. 이 녀석 화법을 따라갈 수가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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