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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5.27 09: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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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78
추천수 :
267
글자수 :
1,101,732

작성
21.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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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각자의 목표(1)

DUMMY

잡다한 물건을 치우고 파티션으로 자리를 구분해 놓은 사무실의 한 편에서 로운과 석이 심란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하얀 플라스틱 책상 위에는 여러 장의 지원서가 정신없이 흩어져 있었다.


30장으로 줄인 지원자들을 하루에 10명 씩 3일에 거쳐 면접을 보기로 했다.


“하아...”


책상 위로 떨어진 로운의 짙은 한숨에 흩어져있는 지원서가 힘없이 밀려났다. 옆에 앉은 석도 팔짱을 끼고 말없이 지원서를 바라봤다.


“어렵네요.”

“흠.”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겠죠.”

“...”


석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두 사람이 가장 크게 본 것은 탑을 오르기 위한 이유 즉 열정과 관련된 부분이었고, 다른 하나는 능력의 종류와 스탯이었다.


탑을 오르는 이유는 종류와 상관없이 간절함을 위주로 보려 했다. 다만, 그 뜻이 현재 팀원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제외시켰다.


나름의 여러 기준을 두고 간신히 줄인 30명의 지원자들은 두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왠지 탑을 올라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라는 느낌이었죠?”

“맞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세계의 유능한 능력자들이 탑을 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마법진만 조심하면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지원 사유에는 열성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적혀있는 자들도 막상 물어보니 그 뜻이 깊지 않다고 느껴졌다.


“소지원씨는 왜 탑에 오르고 싶으신가요?”

“저는 사람들을 많이 구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데는 탑보다는 마법진이 좋지 않나요?”

“어...”


“신미향씨는 왜 탑에 오르고 싶으신가요?”

“저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비능력자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 이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어...”


“구세홍씨는 왜 탑에 오르고 싶으신가요?”

“남자로 태어나 한 번쯤은 자신이 도전하지 못한 곳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시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도전이죠?”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25개의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을 들은 로운과 석은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졌다.


“우리가 까다로운 건가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신중한 것이 당연하다.”


팀을 나누기로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팀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팀원의 목숨은 같은 팀원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좋은 팀원들을 만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머리로는 알았지만 로운은 사람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이 두 명도... 아니다 싶으면 다시 모집해야겠죠?”

“걱정마라. 지원자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이 면접을 보는 도중에도 로아가 사무실 한 쪽에 있는 프린트를 통해서 지원서를 뽑아내고 있었다.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으니 급할 것은 없었다. 다만 실망스러움에 멘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로운의 시선이 남은 두 장의 지원서로 향했다. 마지막 지원자는 쌍둥이였다.


“누나. 양승우 지원자부터 불러줄래?”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힘내.”


이틀간의 면접 내용을 같은 사무실에서 듣고, 집에 돌아가서는 남동생의 한숨을 들은 로아가 안쓰럽다는 듯이 로운의 어깨를 두어번 쳐주고는 문 쪽으로 향했다.


파티션 너머로 로아가 양승우의 이름을 불렀다.


이름 : 양승우

나이 : 19세

능력 : 치유 Lv. 4

능력 발현 시기 : 8개월 전

스탯

- 체력 Lv.2

- 근력 Lv.2

- 방어 Lv.2

- 민첩 Lv.1

- 마력 Lv.6

- 행운 Lv.2


지원서에는 스탯도 적혀있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았다.


‘이럴 때 지혁 씨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의 능력이라면 지원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하고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문이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로운의 안내와 함께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이 나타나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두 사람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카락 아래의 짙은 쌍꺼풀이 내려앉은 두 눈은 크고 맑았으며,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것인지 뽀얀 양 볼은 말랑말랑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승우 씨. 먼저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시는 길 어렵지는 않았나요?”

“네. 찾기 쉬웠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바로 질문 들어가겠습니다.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습니까?”

“승주가 하자고 해서요.”

“네?”

“아. 제 쌍둥이 누나에요.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운의 고개가 천천히 석을 향했다. 정면의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은 여전히 진지했다.


오히려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은 것은 로운이었다. 자신들이 뽑은 30장의 지원서 중에서 유일하게 미성년자인 지원자들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양승우씨는 왜 탑에 오르고 싶으신가요?”

“승주가 오르자고 해서요.”


양승우는 바른 자세로 앉아서 두 사람의 시선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아니라면 그가 진지하게 면접에 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로운이 석을 바라보자 그의 입이 열렸다.


“그럼 양승우 씨가 이 면접에서 통과하게 되었을 경우, 양승주 씨가 탈락하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석의 질문에 남학생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승주는 저보다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거든요.”

“그렇군요. 승우 씨가 승주 씨를 무척 신뢰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본인에 대해서는 더 할 얘기가 없으신가요?”

“음...”


남학생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면접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하는 고민이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그가 입을 열었다.


“저 뒤에서 하는 일은 곧잘 합니다.”

“뒤에서 하는 일이요?”

“네. 싸움은 잘 못하는 편이지만 치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발표는 잘 하지 못하지만 발표에 필요한 내용을 찾아 정리하는 일은 잘 합니다.


뒤에서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곧잘 하는 편입니다.”

“그렇군요. 치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각 팀에는 방패가 되어 주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알고 계신가요?”

“네.”

“만약에 큰 싸움으로 인해 방패가 되어 주는 사람과 양승주 씨가 동시에 치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먼저 살리시겠습니까.”


석의 질문에 남학생은 잠시 놀라는 듯싶더니 그런 상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듯이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앞선 질문보다도 더 긴 시간을 말이 없던 남학생이 결정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때의 상황에 가장 중요한 사람을 살리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주시겠어요?”

“팀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사람이 많은 만큼 많은 수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후방의 딜러가 중요한 싸움일 수도 있고, 전방의 탱커가 중요한 싸움 일 수도 있다는 의미죠. 상황에 따라서 우리팀에 우선적으로 중요한 사람을 먼저 살리겠습니다.”


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그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로운은 단 번에 그가 저 남학생을 마음에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들어보니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오래 고민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로운이 웃으며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 석 대신에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마음의 준비요... 만약 승주를 포기하는 상황이 왔을 때... 승주가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슬플 것 같았거든요.”


면접장에 들어서고 처음으로 본 남학생의 미소는 어딘가 슬퍼보였다. 로운은 그제야 그가 긴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좋습니다. 저희 회사에 지원해주시고 면접을 위해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남학생은 왔을 때와 같이 목례로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아의 안내에 따라 밖으로 향했다.


“어때요?”

“마음에는 들어. 다만 누나에 대한 신뢰가 너무 두터워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군.”

“그렇죠? 혹시라도 다른 팀이 되거나 한다면 반발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양승우 씨는 양승주 씨까지 면접을 본 다음에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동감이다.”

“누나. 양승주 씨 들어와 달라고 해줘.”


그렇게 말하고 로운은 자신의 손에 남아있는 마지막 지원서를 바라봤다.


이름 : 양승주

나이 : 19세

능력 : 전력 Lv. 2

능력 발현 시기 : 8개월 전

스탯

- 체력 Lv.4

- 근력 Lv.4

- 방어 Lv.2

- 민첩 Lv.4

- 마력 Lv.9

- 행운 Lv.3


앞선 양승우의 스탯도 그렇고 양승주도 그렇고 능력이 발현된 지 8개월 만에 이뤄낼 수 있는 스탯이 아니었다.


그 부분이 조금 신경 쓰였다. 거짓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함께 탑을 오를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스탯이야 자신이 올려주면 될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지원서를 보며 고민에 빠져있던 사이 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나타났다. 교복의 생김새로 보아 앞선 남학생과 같은 학교로 보였다.


여학생은 앞선 자신의 동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짙은 쌍꺼풀의 큰 눈이나 뽀얀 피부, 말랑말랑해 보이는 양 볼은 같았지만 눈빛이 남달랐다.


앞선 양승우는 부드럽고 느긋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얼빠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누나인 양승주는 조금 더 단호했다.


“담요 필요하신가요?”

“아뇨. 괜찮습니다.”


동생과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은 자신의 앞에 있는 두 남자를 관찰하고 있었다.


양승우도 바른 자세라고 생각했던 로운은 양승주를 보고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자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번 의자에 앉은 여학생은 그 뒤로 한 번도 자세를 무너트린 적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승주 씨. 먼저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시는 길 어렵지는 않았나요?”

“네. 교통편이 잘 되어있어서 쉽게 올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요?”

“뉴스에서 함께할 능력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로운컴퍼니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재정 상태, 단기간 내에 탑을 오를 수 있었던 실력, 신생 회사라는 점에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계시는 군요. 그럼 탑은 왜 오르려고 하십니까?”


여학생의 대답은 한 칭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최대한 많은 돈을 벌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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