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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80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17 08:12
조회
179
추천
18
글자
9쪽

지옥의 살수(殺手),

DUMMY

***


천 리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여기에 비술이 개입되면 바로 축지법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염라전의 사자와 지옥의 차사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거리의 척도란 상관이 없는 듯했다.

동시에 움직였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다.


쓱-삭!

호조는 어둠과 어둠 사이를 관통했다.

저승사자는 도깨비불처럼 요선정의 문 앞에 등장했다.

“흐흐! 내가 이겼다.”

“낄낄! 글쎄, 착각하고 계시군.”

둘이 승리를 장담했으니까 아마 동시였을 것이다.

소년 도깨비를 붙잡고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얼굴을 마주 대한 그들은 그만 멍청해지고 말았다.


“뭐야? 이건.”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엉뚱하게도 허수아비인 것이었다.

“허허! 어이가 없군.”

호조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지옥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살수라 자존심이 대단했다.

그런 자신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 도깨비가 있었다.

그런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지 멍청해지고 말았다.

“불벼락을 맞고도 죽지 않았더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군.”

저승사자의 얼굴도 호조만큼 구겨지긴 마찬가지였다.


천년이나 한 차례도 실수하지 않았던 그였다.

인간의 물론이고 마귀까지도 잡아가던 수완가였다.

피라미보다 못한 허수아비에 속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분명했다.

그의 눈을 속일 수 있는 귀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혼란이 왔던지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너무, 그래. 이건 오랜만에 외출한 까닭에 생긴 일이야.”

호조는 정신을 차렸는지 손에 들린 허수아비를 쳐다봤다.

허수아비는 요사스럽게 생겨 처먹었다.


얼굴 생김새가 꼭 저승사자의 못된 흉상을 닮았다.

흑백으로 분리된 눈동자는 짝짝이로 그려져 있었다.

호조는 왠지 모르게 피실 웃고 말았다.

“재미있게도 그렸군.”

호조가 허수아비를 눈높이까지 들고 능글거렸다.

저승사자도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하하하! 네놈은 오늘 네놈은 재수 옴 붙었다.”

호조는 저승사자의 웃음에 허수아비를 뒤집어 보았다.


맙소사.

허수아비의 반대편에도 호조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저승사자의 얼굴처럼 못생기게 그렸다.

더군다나 혀를 빼문 모습에는 핏빛까지 비쳤다.

이건 틀림없이 매타작을 당한 꼴이었다.

“좋다. 허수아비에 흔적이 남겼으니 다행이다.”

호조는 흥분했다.

하지만 그는 지옥에서 파견 나온 사자답게 행동했다.

허수아비에서 꼬마의 흔적을 찾은 듯싶어 보였다.


“다시 시작할까?”

저승사자는 능글거리던 웃음을 멈췄다.

“놈이 흔적을 남겼다면 저승사자인 내가 유리하다.”

저승사자가 꼬마 도깨비의 흔적을 추적을 시작했다.

치-직!

그의 몸은 벌써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호조.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자가 오늘의 승리자다.”

저승사자가 사라지자 호조는 여유 있게 피실 웃었다.

“허수아비를 들고 있는 내가 너보다 유리하단 말이다.”


호조는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하고 있었다.

요선정의 빛을 얼싸안고 오행검진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푸-삿!

하지만 꼬마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찾지 못했다.

그러자 호조가 허수아비의 목을 비틀기 시작했다.

꼬마의 과거에 집중해서 저주를 걸기 시작했다.

쭝얼쭝얼!

그러자 이무기의 형상이 떠오르며 꼬마의 영상과 겹쳤다.


호조는 옳지 싶었다.

섭선을 휘둘러 둘을 허수아비에 싸잡아 버렸다.

마녀는 그런 순간을 기다린 듯싶었다.

허수아비에 칼을 꽂으면서 미래를 작살 내버렸다.

그러자 허수아비가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펄떡펄떡!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과거의 일생을 조각내는 일이었다.

미래의 영혼도 파괴한다는 요력까지 동원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꼬마의 영상이 희미하게 비칠 뿐이었다.


여기에 화가 난 마녀가 도력으로 바람을 불러드렸다.

호조는 먹구름을 생성시킨 다음이다.

저승사자는 날벼락을 준비시키며 주절거리듯이 말했다.

“잡지 못하면 없애버린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구름 사이를 비쳐든 달빛이 허수아비를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주술을 외우면서 날벼락을 내려쳤다.

섬광이 몰려들었다.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게 허수아비에 떨어졌던 것이었다.


번-쩍!

꽈-꽝!

허수아비가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아득한 먼 곳에서 비명이 아련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아악!”

마녀가 저승사자에게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호조에는 잘했다는 듯이 머리를 끄떡였다.

“호호호! 삼생의 연까지 태우고 박살 냈으니 죽었겠지,”

호조가 징그럽게 비소를 날리면서 대답했다.


“아마도····!”

“저승사자 녀석의 영혼을 데려가야 하지 않겠어요?”

저승사자가 한동안 우물거리다가 대답했다.

“염병, 삼생의 혼이 없는데 무슨 수로 혼백을 데려가나.”

저승사자가 찢어진 허수아비를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허공으로 흩어졌던 잔해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금방 예전의 모습으로 환원하는 것이었다.


“어라, 허수아비가 제법일세.”

마녀와 호조가 저승사자의 허수아비를 살펴볼 때였다.

갑자기 허수아비가 대소를 터뜨린 것이었다.

“푸-하하하! 나만 죽은 것이 억울하니 같이 죽읍시다.”

허수아비의 말소리가 끝나기 무섭다.

천지사방을 깨뜨리는 굉음이 진동했다.


꽈-광!

사방의 공기가 갈라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어서 강한 빛이 사물을 쪼개 놓았다.

허수아비를 들고 있던 저승사자는 전신이 찢어졌다.

“커-억!”

호조와 마녀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로 날아가 버렸다.


“아-악!”

“우-억!”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다에서 용왕이 모습을 드러내며 고함쳤다.

“어떤 개자식이 아들에게 천벌을 내렸는지 죽이겠다.”

용왕이 길길이 날뛰었다.

허수아비의 영상을 품에 안고서 발을 동동 굴렀다.

구름을 불러 구만리를 날아다니며 수색에 나서고 있었다.


후-득!

소낙비와 함께 요선정으로 떨어져 내리는 사람이 보였다.

물론 그는 바로 천마였다.

호박(琥珀)을 전신에 발라 미라처럼 변해버린 검지가

천마가 허수아비의 핏물을 입으로 받아 삼킨 것이었다.

“푸-하하! 네놈들을 천벌로 다스렸으니 속이 시원하다.”


***


“하하하! 이젠 요선정을 넘보는 놈은 없을 것이다.”

삼선은 이별 앞에서 마지막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천마가 삼선의 등을 토닥였다.

“언젠가는 행복한 날이 오겠지.”

“꼭 가셔야만 해요?”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하겠지.”

천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운명을 탓하기보다는 정면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그의 뒤로는 무지하게 함박눈까지 펑펑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는지 기억이 없다.

수정별궁이 저만큼 까마득히 멀리 보였다.

저곳으로 가야만 하는 천마였다.

죽음의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


도솔천 다리에서 짧은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휙!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눈보라 속이었다.

천마를 눈여겨보는 자가 있었다.

바로 저승사자도 죽일 수 있다고 알려진 악마들이었다.

추사(追死)와 유혼(幽魂),

지옥의 살수들이었다.

그들이 섬광을 타고 등장했다.

지옥까지 추적하는 악마들다웠다.

진기가 충만한 휘파람 소리는 짧고 굵게 끊어졌다.


차갑기 그지없는 소리가 얼마나 강한지 몰랐다.

계곡의 능선을 따라서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소리가 미치는 곳은 어김없이 부서지고 깨져 버렸다.

바위가 갈라지고 나무가 베어졌다.

휘날리는 눈보라도 양쪽으로 갈라질 정도였다.

그렇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백설 위에서 그림자가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파람 소리로 바람도 잦아들 무렵이었다.


도검이 달빛에 번뜩이는 순간에 해당했다.

유백색의 그림자가 일렁거리며 등장했다.

“놈이 도솔천에 등장했으니까 단단히 준비하라.”

백설이 펑펑 쏟아지는 산성에서 싸늘한 음성이 터졌다.

“추사는 서둘러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라.”

폭설로 인해서 시야가 흐렸다.

저만큼 멀리다.


백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누구든 저놈을 반드시 죽여라.”

살수들은 촌각을 다투는 듯싶었다.

움직임은 은밀했다.

눈길조차 깜박거릴 정도의 시간대에 불과했다.

설원에 신형이 잠깐 보였다가 둔덕으로 사라졌다.

눈보라가 일어나고 난 뒤였다.

백색 복장을 갖춰 입은 신형 하나가 번뜩거렸다.


신법이 얼마나 빠른지 날아들면서 신호를 보내왔다.

“놈이 등장했다. 유혼(幽魂)은 서둘러 놈을 척살하라!”

살수들이 사라진 방향 쪽이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희디흰 설원에서다.

천마가 동장군처럼 바람을 타고 등장했다.

두둥실 떠오른 쪽빛 달을 벗 삼은 듯싶었다.

도솔천의 다리 쪽으로 눈보라를 헤치고 달려왔다.

추위로 인해 모자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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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번개 공자, +5 22.06.22 93 8 9쪽
39 추사(追死), +7 22.06.21 105 11 9쪽
38 답설무흔(踏雪無痕), +12 22.06.20 135 15 9쪽
» 지옥의 살수(殺手), +18 22.06.17 180 18 9쪽
36 도깨비 도사 +10 22.06.16 176 14 9쪽
35 허수아비, +11 22.06.15 175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8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3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7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29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6 18 9쪽
28 걸귀(乞鬼), +17 22.06.07 296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9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60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4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8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7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8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5 26 9쪽
14 오행검진(五行劍陣), +15 22.05.21 627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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