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78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16 08:28
조회
175
추천
14
글자
9쪽

도깨비 도사

DUMMY

***


저승사자가 사력을 일으켰는지 뇌동치는 물결이 있었다.

우르릉!

번개가 스친 순간에 염라대왕의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물론 법당에서 치성드리던 여인이 아기를 낳고 있었다.

해산하다가 그만 벼락을 맞아 쓰러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악!

한없는 세월이 흐른 듯 정경이 그새 변했다.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아름다운 산천과 꽃도 보였다.

천하제일 미부였던 여인의 영상이 사라짐과 동시였다.

이번에는 여인이 벼락을 맞고 쓰러진 자리였다.

잡풀만 무성하게 자란 무덤이 보였다.

그러더니 어딘가에서 울음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응애응애!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요동쳤다.

꽈르릉!

호조는 화들짝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이 울음소리는 또 뭐냐?”

무덤 속 어둠이 짙은 곳이었다.

갓난아기가 천진난만하게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뭐긴, 바로 그놈의 탄생과 얽힌 우화다.”

호조는 뜨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냐? 무덤에서 태어났다면 지옥행인데 환생이라니···”

물론 이런 사실들은 환상일 수도 있었다.

연속성 없이 끊긴 단편적인 사실이었지만 보기는 보았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추풍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이것이 전부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마녀도 모든 사실을 봤지만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소년과 얽힌 삼생의 인연을 한순간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몰랐다.

“호호호! 과거가 신비한 무인이라니 정말 맘에 들었다.”

저승사자가 도력을 거두자 호조는 마녀를 힐끔 쳐다봤다.


빨려 들것만 같은 붉은 시선····,

마녀의 시선에 요기가 담겼다.

지금 마녀의 동공에서는 허수아비가 비치고 있었다.

시뻘건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허수아비가 타들었다.

호조는 소름이 돋는지 얼른 입을 열었다.

“좋다. 이번에는 마녀가 비밀을 털어놓을 차례외다.”

마녀는 소년의 과거를 쳐다보다 화들짝 놀라는 것이었다.


“응? 뭐라 했지?”

“이무기의 정보를 털어놓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오라! 협박하다니 저승사자답지 않구나?”

“협박이 아니라 지옥에서 흑신이 온단 말이다.”

흑신(黑神)

그는 죽음의 사자다.

얼굴만 쳐다보면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저승사자가 마녀에게 말했다.

“증거를 확보치 못하면 죽기 때문에 부탁을 한 것이다.”


“호호호! 그렇다면 별수가 없지.”

마녀가 보름달을 가리키며 입김을 살짝 불었다.

푸-우!

그녀의 입김에는 붉은 광채가 섞였다.

요술을 부리려고 피를 뿜었던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우선 첫째로 비친 형상은 성운을 가르는 유성이었다.

그것이 달빛에 어렸는데 중년 유생의 모습이 비쳤다.

“앗! 저놈이 바로 추풍이란 놈이다.”

호조는 그림자를 쳐다보고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조용히 해라. 호조.”

저승사자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 마녀를 쳐다봤다.

몸동작 하나만으로도 능히 달빛을 품은 여인,

그런 여인의 표정이 변했고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유성이 남긴 빛 때문에 놀랐을까?

밤을 지배하는 마녀였다.

달빛의 요정이라 불리는 마녀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었다.

“마녀가 꾀를 부리고 있군.”

호조는 호수에 어린 그림자 형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늘의 별자리가 금방이라도 우수수 떨어질 듯이 보였다.

거기서 다른 정경이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곳은 뜻밖에도 어둠이 짙은 뇌옥(牢獄)이었다.

“어라! 저들은 지옥에서 추방당한 마령들이 아닌가?”

석실에는 무시무시한 괴인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모두가 사람처럼 비쳤지만 하나같이 괴물처럼 생겼다.

난쟁이로부터 시작해서 꺽다리와 뚱뚱이도 보였다.

홀쭉이 곁에는 백골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한곳을 주시했다.


허공을 가르는 유성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리쳤다.

“그가 등장했으니 모두가 힘을 합쳐 비술을 펼쳐라!”

괴인들은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각방에 서려 있던 천기가 한곳으로 모이는가 싶었다.

빛나는 섬광 하나가 유성을 따라서 사라졌다.


푸-릉!

빛이 허공을 갈랐을 때였다.

마녀는 호조를 힐끔 쳐다보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저긴 악마들도 잡아 둔다는 청옥이다.”

마녀는 도력을 더욱 발휘했다.

“저들은 운명을 바꾸려고 비술을 펼쳤단 말이다.”

마녀는 한동안 주술을 외우며 보름달로 자리를 이동했다.


잠시 뒤,

빛이 머물러 있는 공간이다.

허수아비의 저주를 받은 꼬마의 모습이 비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허공을 날던 빛이 여인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여인의 공허한 눈동자가 한동안 허공에 머물고 있었다.


“이게 전부다.”

마녀는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떤 다음에 번뜩 움직였다.

정말 우물(尤物)이 따로 없었다.

공간을 이동하는 모습조차도 아름다움이 넘쳐흘렀다.

버들가지처럼 가느다란 허리가 야들야들하다.

펑퍼짐한 엉덩이를 받치는 다리도 늘씬했다.

“저런, 송장을 봤으니 재수가 더럽게도 없게 생겼군.”

호조는 꼬마의 심장까지 쳐다보고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꼭 염라대왕의 신음처럼 들리는군.”


저승사자는 호조와는 달리 고개를 갸웃했다.

“거참 이상하다. 현실에서 염을 했으니 죽은 놈인데····.”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여의주가 사라졌고 사채가 지옥에 들었단 말이다”.

“그거야 법력이 움직인 탓이겠지.”

“아니야 틀림없이 뭔가가 이상해.”

저승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놈은 사천왕급을 넘어서는 천신이 됐다는 표시다.”

“제기랄! 그럴 리가 없다.”


“무덤에서 태어났다면 죽었을 터인데 살았단 말이다.”

“그러니까? 네놈의 말은 누군가의 도왔단 말이지?”

“그렇다. 요력이 아주 높아야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호조는 저승사자가 마녀를 쳐다보자 놀라고 말았다.

“설마····?”

호조는 마녀가 배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저놈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은 우리 셋뿐이다.”

“그거야 그렇지만····.”

“너와 나는 각각 지옥과 염라귀전에서 파견됐단 말이다.”


“그럼, 마녀가 도왔단 말이냐?”

“나는 녀석의 삼생에서 아무것도 집어내지 못했다.”

호조는 자신이 마녀를 얕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몰래 천신이 되기 위해서 속였단 말이지?”

“요녀가 우리보다 먼저 허수아비로 속였다면····?”

“염라대왕께서 이를 알면 진노해 불로주를 또 찾겠군.”

마녀는 그들의 말을 엿들으며 중얼거렸다.

‘호호호! 멍청한 놈들. 내가 허수아비를 만들었단 말이다.’

마녀가 호조와 저승사자를 무시하고 요선정을 쳐다봤다.


신비한 빛무리가 요선정 처마에서 휘감기고 있었다.

게다가 노을빛에서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마녀가 가만히 살펴보니 요녀가 보였다.

바로 요선정을 관리하는 삼선이다.

호조와 저승사자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음률이 얼마나 진하고 감미로운지 몰랐다.

꼬마를 쳐다보고는 호조와 저승사자는 안색이 변했다.


‘좋지 않군.’

마녀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게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귓가를 살포시 울리는 선율에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마녀였다.

‘아무래도 서두르는 것이 좋겠구나!’

마녀가 교소를 터뜨리고 요선정으로 날아가며 소리쳤다.

“공연히 일을 망치지 말고 각자 조용히들 일을 마쳐라!”

호조가 꼬마의 관상을 살피는 저승사자에게 말했다.


“어떠냐? 저놈을 상대로 우리도 한 수 펼쳐야 하겠지?”

“뭐냐? 저놈의 명줄을 따는 것으로 내기하자는 뜻이냐?”

“그렇다. 먼저 녀석을 처단하는 것으로 승부를 정하자.”

저승사자 마녀의 발걸음을 살피면서 조용히 말했다.

“호조, 난 천년이 넘도록 한 번도 패해본 적이 없었다.”

저승사자는 자신의 임무를 철저하게 지키고 싶었다.

그것이 그가 천년이 넘도록 해온 일이기 때문이었다.

“난 무식하고 싸움밖에는 모르는 무적의 전사란 말이다.”


“마녀가 움직였으니 그런 것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방도를 모색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호조의 말뜻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만했다.

“좋다. 너의 심정을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

둘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은 쓰렸다.

추풍을 잡으려고 염라귀전의 살수도 희생당했다.

더군다나 염라대왕님의 생사도 점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좋다. 저놈을 죽여서 우리의 승부를 결정짓기로 하자.”

호조와 저승사자는 얼굴을 마주 대하고 대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낄낄낄!

사람을 죽이는 일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웃음에 높낮이가 없는 저음이다.

하지만 진기가 꽉 들어차서 귀청이 째질 듯했다.

특히 호조의 눈동자는 더부룩한 머릿결에 가려졌다.

그래도 혼백도 빼버린 듯 백치로서 오싹할 정도였다.

푸-릉!

둘은 꼬마 도깨비 도사를 향해서 몸들을 날리고 있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요괴인간(妖怪人間)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 감사합니다.. 22.06.14 116 0 -
공지 연재시간 공지 22.05.18 116 0 -
41 인형설삼(人形雪蔘) +10 22.06.23 120 12 9쪽
40 번개 공자, +5 22.06.22 93 8 9쪽
39 추사(追死), +7 22.06.21 105 11 9쪽
38 답설무흔(踏雪無痕), +12 22.06.20 135 15 9쪽
37 지옥의 살수(殺手), +18 22.06.17 179 18 9쪽
» 도깨비 도사 +10 22.06.16 175 14 9쪽
35 허수아비, +11 22.06.15 175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8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3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7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29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6 18 9쪽
28 걸귀(乞鬼), +17 22.06.07 296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9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60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4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8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7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8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5 26 9쪽
14 오행검진(五行劍陣), +15 22.05.21 626 2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