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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76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07 00:23
조회
295
추천
18
글자
9쪽

걸귀(乞鬼),

DUMMY

***


천마도 그랬지만 걸귀의 공격은 일방적이었다.

번개처럼 공격하는 주먹질은 서로가 피할 수도 없었다.

살기까지 짙어서 부닥치는 모든 물체가 부서지고 깨졌다.

남아나는 물체가 없을 지경이다.

천마가 귀영무형 신법을 펼치며 급습했다.

걸귀가 한방에 고꾸라졌다.

순식간에 넘어졌으며 나중에는 설설 기게 되었다.

그래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공격했다.

허공으로 뛰어오르면 하반신이 강타했다.

천마도 그렇지만 걸귀도 어렵사리 견뎌냈다.

“개자식! 명줄 하나는 정말 끈질기구나.”

걸귀가 질렸는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말았다.

천마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걸귀가 움찔 놀라며 물렀다가 다가왔다.

천마는 걸귀의 가슴에 꽂힌 악마지도를 힘껏 비틀었다.


찌-꺽!

걸귀의 가슴에서 이상한 소리가 진동했다.

“이놈아, 공격이 겨우 이거더냐?”

천마가 말없이 씩 웃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신호였다.

천마와 걸귀가 달라붙어 싸웠다.

손속이 얼마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허공 가득히 주먹질의 그림자만 촘촘하게 들어찼다.


싸움에 이골이 난 걸귀,

불굴의 투지를 지닌 천마,

걸귀도 그렇지만 천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관솔이 촘촘하게 박힌 주먹이다.

서로가 그냥 마구 갈겨댔다.

힘에서 밀린 걸귀였다.

전신을 감싸고 호신하던 마기가 갈라졌다.

충격이 고스란히 백팔개의 혈도로 전해졌다.


걸귀가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이번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천마가 불현듯 허리를 곱게 폈다.

뼛골이 이완되는 소리가 진동했다.

와드득!

키가 한자쯤 불쑥 커졌다.

천마는 옳지 싶었다.

뒤늦게 여의주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전신을 불태울 것처럼 뜨겁던 기운이다.

붉고 푸른 혈관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검붉게 변했다.

모발이 허공으로 곤두섰다.

구릿빛 살결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온몸의 근육들이 떨리면서 괴물처럼 변해갔다.

그가 관솔이 듬성듬성 박힌 손을 거칠게 쳐들었다.

걸귀의 가슴에 박힌 악마지도를 비틀다가 힘껏 뽑았다.


“피-식!”

걸귀의 가슴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터졌다.

그리고·····,

두 번의 칼질에 걸귀의 입에서 신음이 터지고 말았다.

“허-억!”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걸귀,

천마가 공격하려고 멈칫하는 순간에 해당했다.

구경하던 삼선이 득달같이 걸귀에게 달라붙었다.


날카로운 이빨로 목덜미에 박아놓고 마기를 뽑아 마셨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삼선의 꽁무니에서 탐스러운 꼬리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마력이 높아졌는지 꼬리가 셋에서 넷으로 변모했다.

동시에 삼선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변화하고 있었다.

“단기를 완성했느니 불여우도 나를 죽이지 못한다.”

삼선이 울부짖는 순간이다.

걸귀가 살려고 도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투명해진 신체로 도망치는데 바로 천마의 목걸이였다.

이런·····,

천마는 대체로 만족했다.

악귀인 걸귀를 물리치고 여의주의 신통력을 흡수했다.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진기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다.

삼선을 끼고 진탕 술을 퍼마시며 즐겼다.

정말 얼마 만에 맛보는 행복인지 몰랐다.


새벽녘에서야 겨우 잠들었다가 눈을 떴다.

아직까진 한밤중이라서 실내는 어둡다.

하지만 익숙해진 살인습관이 몸에 깃든 탓이다.

번개처럼 천정에 뛰어올라 습관적으로 벽면을 더듬었다.

익숙한 칼날이 손에 잡히자 기어코 눈을 뜨게 만들었다.

방안의 풍경은 눈을 감았었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술에 취해서 잠이 들었던 삼선은 꿈꾸는 듯싶었다.

행복한 표정이 얼굴에 역력하게 드러나 있었다.


천마는 본능적으로 머리맡을 더듬기 시작했다.

차갑지만 딱딱한 물체가 만져졌다.

그것은 천마가 평생을 지니고 있었던 악마지도였다.

오랫동안 칼질을 가다듬은 탓인지도 몰랐다.

몽롱했던 의식이 되살아나면서 감각을 일깨우고 있었다.

천마는 곧바로 사방팔방에서 전해지는 살기를 감지했다.

-암살자위치-천라지망, 안전거리-이십, 살기농도-전무, 무위 능력-감지 불능, 척살확률-불투명, 위험지수-구할, 퇴로방향-남쪽, 탈출확률-젠장.-


천마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위험지수가 높다면 상대방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또한, 살아날 확률도 그만큼 적다는 것을 뜻했다.

추적자와의 거리가 바싹 좁혀졌다면 피할 여유도 없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려면 별수가 없었다.

탈출할 방향과 거리를 재차 확보해야 안전했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살기지수를 높이면 들킬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건 쉽게 판단할 일도 아니었다.

‘젠장! 방심이 결국엔 암살자들이 불러드렸구나.“

천마의 부리부리한 눈동자에 암울함이 깃들고 있었다.

살아남으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면 그만이었다.

숲속으로 퇴로를 정했을 때부터 상처 정도는 각오했었다.

악귀인 걸귀를 물리쳤기에 자신감도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삼선이 마음에 걸렸다.

꿈속에 헤매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천마는 살기를 일으키며 마음을 싸잡기 시작했다.

‘좋다. 네놈들이 누군지는 모르나 오늘 몽땅 죽여주마’

천마는 검기를 연성한 무림인이다.

살기지수의 농도만으로도 적의 기도를 알아냈다.

그들이 연성한 무공의 종류까지 소상하게 파악한 뒤였다.

그렇다면·····,

천마가 신형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흑의 사내들이 번개처럼 천마를 향해 덮쳐들었다.


창-창-!

어둠 속에서 검과 도가 마주치면서 검광이 번뜩거렸다.

“그런 허접스러운 공격에 급살을 당할 정도는 아니다.”

천마가 벼락처럼 소리치면서 상대들을 훑어보았다.

모두가 흉악하게 생긴 악귀들이다.

오랫동안 방랑하며 살았는지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

일견하기에 생김새도 야차처럼 험상이 궂었다.

“네놈들은 어디에 사는 요귀들이냐?”


천마의 질문에 흑의 요괴가 말했다.

“흐흐흐! 저승으로 직행하면 염라대왕이 알려줄 것이다.”

“호! 그런가? 관작을 봐야만 눈물을 흘릴 놈들이구나.”

일차적인 공격과 기세 싸움에서 천마가 밀리지 않았다.

천마가 하얗게 웃는 얼굴로 공격을 감행했다.

“뒈져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다.

요괴들이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천마가 사내답게 악다구니를 쳤다.

“네놈들의 실력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더냐?”

우렁차고 맑은 호통에 귀청이 찢어질 듯이 울렸다.

움찔거리는 사내들에게 악마지도가 휘둘러지고 있었다.

창-창!

악마지도가 어둠 속에서 섬광이 비치며 허공을 갈랐다.

천마가 살수들을 향해 섬광처럼 쇄도해 들어갔다.

“커-억!”


답답한 신음과 함께 핏물이 허공으로 튀었다.

핏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가운데였다.

창-창!

검이 조각나면서 검편(劍片)이 사방으로 날려가 버렸다.

“아-악!”

악마지도가 수평으로 한 바퀴 ‘휭’하고 허공을 갈랐다.

효수된 모가지들이 바닥에 도르르 구르고 말았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그동안 깝죽거리며 까불고 있었어.”


천마의 무공초식은 그만큼 무섭도록 빨랐다,

신형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살수들은 공격다운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말았다.

모두 바닥에 누워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이놈들 걸귀를 죽인 기념이니 나를 원망하지 말아라.”

천마는 주위에 분포됐던 살기를 감지했다.

악마지도에 묻은 핏물을 흩뿌리고 나서였다.

갑자기 살기가 짙어지는 가운데에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삼선의 비명에 천마의 굵직한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쩌다 저들에게 붙잡혔는지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흐흐흐! 천마야. 너의 애첩이 미녀임을 인정하겠다. 살리고 싶다면 조용히 모가지를 늘어뜨리고 앞으로 나서라.”

천마는 월동관문의 옆에 붙어서서 밖을 주시했다.

햇살을 등지고 머릿결을 늘어뜨린 흑의 사내는 악마였다.

그의 손에 들려진 귀도가 빛을 뿌리는 아래였다,


삼선이 소복을 걸친 상태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달빛에 흐트러진 머릿결이 휘날리는 순간이다.

삼선의 아름다운 눈이 어둠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원스럽고 커다란 눈매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수정처럼 해맑은 눈물이 눈매에 매달린 상태였다.

“흐흐! 기어코 요녀를 죽이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마?”

“비겁한 새끼. 네놈들이 원하는 모가지는 여기에 있다.”

천마가 월동관문으로 신형을 드러냈다.


“삼선은 서열도 낮은 요녀이니 놔주지 못할까?”

흑의 악마가 뱁새처럼 생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흐흐흐! 네놈이 생명처럼 아낀다는 악마지도를 버려라.”

“악마가 협박이나 일삼다니 개가 웃을 일이로다.”

천마가 악마지도를 버릴 듯이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삼선이 울상을 지으면서 말했다.

“안됩니다. 나는 죽어도 좋으니 무기를 버리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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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3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7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29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6 18 9쪽
» 걸귀(乞鬼), +17 22.06.07 296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9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60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4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8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6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8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5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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