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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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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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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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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각성자 정진영 - [1]

DUMMY

정진영은 제 앞에 마주 앉은 김극을 바라봤다. 자신보다 머리 두 개쯤 더 크고 좌우 넓이로는 비교하기도 민망할 지경인 저 UFC 출신 각성자를 말이다.


저 남자와 같이 활동한 지도 이미 반년이 넘었다. 덕분에 이젠 저 남자를 보기만 해도 움츠러들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앞에서 태연하기는 어려웠다.


이쪽이 34세라 연상이란 이유로 당당하게 대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진 히키코모리였던 놈이 어디서 감히······.


“요샌 좀 어때요. 할 만해?”


김극의 물음에 정진영이 말을 흐렸다.


“예, 뭐······.”


그러자 김극이 눈살을 찌푸렸는데, 그것만으로도 정진영은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말하는 거 봐선 전혀 괜찮은 거 같지 않은데, 뭐 문제 있어요? 혹시 성문영 그 양아치 새끼가 시비라도 거나? 그 새끼 나한테도 툭하면 기분 나쁘게 말해서 신경 툭툭 건드리거든······.”

“아뇨, 아니에요. 다 너무 좋아요, 정말.”


허겁지겁 말하긴 했지만, 의외로 빈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정진영은 지금 자신이 속한 헌터팀이 진심으로 좋다.


우선 벌이부터가 좋다. 저 김극과 활동하면서 정진영은 태어나서 자신이 벌어들이리라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거금을 벌어들이고 있지 않은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수 아들을 먹여 살려야 해서 자기네 노후 자금이 축날 거라며 울상이던 부모님들, 두 분은 이젠 자신이 벌어들이는 돈 덕에 생존할 수 있다. 그 사실은 정진영에게 뿌듯함과 비틀린 승리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이 와중에 팀 내 동료들도 맘에 든다.


우선 팀에 백담비가 있다는 사실부터가 큰 위안이다. 원래는 기껏 어느 헌터팀에 들어가도 말주변 없는 자신 혼자 왕따가 되리라 걱정했는데 이 팀에는 자기만큼 말 없는 백담비가 있어서 너무나도 든든하다. 팀에 합죽이 하나보단 둘이 있는 게 덜 눈치 보이고 맘이 편하니까.


워낙 사람이 좋아서 굳이 눈치 볼 필요가 없는 임형택 씨의 존재도 위안이요, 성문영이랑 이종호가 이쪽을 만만히 보고 놀려대는 게 짜증 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참아넘길 만하다.


다른 헌터팀에서 활동했다면 그 둘은 애교로 보일 만큼 더 끔찍한 놈들이 가득했으리란 것을 안다. 지금까지 활동하며 다른 헌터팀을 보면서 파악했건대, 다른 팀엔 진짜배기 양아치들이 가득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런 양아치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종류인 줄 알았던, 눈앞의 신체강화자가 예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인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위안이다.


“힘든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이런 말 하면 눈치 보여서 말하기 어려운 거 아는데, 그래도 꼭 말해.”

“예······.”

“그리고 슬슬 은퇴해야겠다 싶으면 그것도 꼭 말해요. 퇴직금 줄 돈 미리 준비해야 하니까 말이야.”


김극의 말에 정진영은 눈을 크게 떴다.


“퇴직금 주시겠다고요? 왜······?”

“아, 팀에서 떠나라고 우회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고!”

“그게 아니라, 우리한테 퇴직금을 준다면 김극 씨가 사비를 써서 주셔야 할 거 같은데 그게 이해가 안 돼서요. 엄연히 따지자면 우린 김극 씨가 고용한 인원도 아니잖아요? 굳이 돈을 쓰셔야 하는 건가······”


정진영의 물음에 김극이 한숨 쉬었다.


“팀에서 한 명 죽으니까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이러죠. 내가 진준이 유족들한테 부조금을 세간의 기준보다 많이 내긴 했는데 죽은 본인한테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돈 잔뜩 번 보람도 없이 한 명 죽으니까 영 맘이 안 좋아.

게다가 요샌 상황이 갈수록 위험해지잖아요? 그놈의 베헤모스 때문에 말이야. 당분간 쭉 위험할 것 같은데, 더 위험해지기 전에 벌어둔 돈 충분하면 이만 은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애.”

“하기야, 다른 헌터들 얘기 들어보면 적당히 돈 벌었을 때 은퇴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괜히 꾸역꾸역 계속 활동하다간 언젠간 죽으니까······.”

“그치? 그러니까 우리 팀에서도 누가 은퇴할 결심이 섰을 때 바로 은퇴할 수 있도록 퇴직금을 내가 주면 좋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부조금 내는 것보단 퇴직금 주는 쪽이 돈도 덜 들 거 같기도 하고······.”


정진영은 눈을 껌벅였다. 생긴 것만 봐서는 이쪽을 공장에 처박아놓고는 월급은 절반쯤 뺏어가게 생겼는데, 실제로는 아예 낼 필요도 없는 부조금이며 퇴직금을 주겠다고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생긴 것만 봤을 때는 이 정도로 사람이 좋을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이 정도로 주변 사람을 챙기려 들 줄은 몰랐다.


학원 원장만 봐도 이쪽과 비슷한 심정인 듯했다. 김극이 헌터 데뷔하면 입 싹 씻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건만 그가 데뷔하고서도 학원을 꾸준히 홍보해주거나 일부러 집에서 먼 학원 헬스장에 출석해가며 학원과 자신 사이의 연결을 과시해주는 것이 고마워 죽겠다고 말한 것을 언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슬슬 은퇴할 맘 있으신가?”


김극의 질문에 정진영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래요? 돈 꽤 벌지 않았나?”

“그래도······”

“하기야 쌀값 라면값 빼곤 모든 물건 가격이 실시간으로 오르고 있는데 통장에 0 좀 많다고 안심이 안 되긴 하겠다. 현재 부모님이랑 사는 아파트는 월세랬지 아마? 서울 아파트는 너무 비싸서 못 사겠지만 인천 아파트는 좋은 걸로 한 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격 더 오르기 전에 한 채 사둬요.”


저 남자가 딱히 놀라운 조언을 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정진영은 그 말을 듣고서 눈을 껌벅였다.


가슴에 무언가가 차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 감각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감동? 감격?


어느 쪽이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속되게 이르자면 기분이 째졌다. 퇴직금을 주겠단 말을 들었을 때보다도 훨씬 더.


현재 부모님과 사는 아파트가 월세란 것까지 다 기억해주다니? 이쪽은 그걸 대체 언제 말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부모마저 이쪽이 한 말을 매번 기억 못 해서 생일날에 이쪽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굴비를 구워놓곤 ‘너 이거 좋아하지?’ 하며 으스대지 않던가. 부모보다 저 남자 쪽이 이쪽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 같다······.


“아무튼 오늘도 고생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거라니 쭉 힘냅시다. 인천 만세.”

“예, 인천 만세······!”


김극은 정진영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만 가보라고 했다. 정진영은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집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방금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생각했다.


정말이지, 그날 암석 정령과의 일전에서 영상을 촬영한 것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짓이 아닐까 싶다. 그때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으면 감히 김극에게 팀에 끼워달란 말도 못 했을 것이요, 그랬다면 지금 자신은 이토록 행복하지 못했을 테니까······.


집에 와서는 헌트웹에 접속했다.


정진영의 계정은 헌트웹에 나름의 존재감이 있는 바였다. 그 유명한 김극 팀의 짐꾼이란 게 알려진 까닭이다.



5my지저스 :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다 ㅎㄷㄷ 김극 형 오늘로 나흘 연속으로 출동했는데 그 와중에 팀원 아무도 안 다친 거 실화냐?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출할 겸, 그리고 자신이 김극 팀의 일원임을 과시할 겸 평소처럼 김극 칭송 글을 올렸더니 바로 댓글이 달렸다.



Ⓐ syberMagneto : 너 김극 팀 짐꾼인 거 같은데 맞지? 거기 있는 얼레기 요새 어떤 거 같냐. 남자들끼리 있을 때 막 그년 뒷담하고 그러나?



팀의 ‘말 없는’ 동지로서 차마 그녀에 대한 좋지 않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5my지저스 : 백담비 씨 말하는 거 같은데, 전혀······. 애초에 그 사람이 김극 형 다음으로 활약하는데?


Ⓐ syberMagneto : 굳. 그런데 구라치는 거 아니지?


5my지저스 : 거짓말 전혀 아님. 예전 같으면 얼음 능력 줘도 안 가졌겠지만 담비 씨 보니까 얼음 능력도 충분히 괜찮은 거 같거든? 그래서 나 이번 겨울에 일부러 얇게 입고 다니면서 얼음 능력 각성하려고 노력해볼까 생각 중


Ⓐ syberMagneto : ?


5my지저스 : 추위 느끼는 게 얼음 능력의 각성 트리거라잖아. 나도 추위 제대로 느껴서 얼음 능력 각성 시도해 보려는 거임. 얼음 능력이 딴 능력들보다야 안 좋아도 각성 안 한 것보단 훨씬 나은 거 같아서


Ⓐ syberMagneto : 열등한 비각성자로서 각성자의 우월함을 깨우친 건 갸륵하다만 그런 이상한 짓은 절대 하지 말아라. 집 구하기 너무 힘들어진다······.



얼음 능력에라도 각성하고 싶단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정진영이 지난 반년 사냥에 참여하며 느낀 바가 있었으니, 각성자가 괜히 큰돈을 받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정말이지 팀의 두 각성자를 제외한 인원들은 전부 짐꾼에 불과했다. 베테랑이라던 장병곤마저 팀의 두 각성자에 비하면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전혀 으스대질 못하는 상황 아닌가.


팀의 김극을, 백담비를 떠올렸다. 겉모습만 봐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특별해 보이는 그들.


자신도 그들처럼 각성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되면 얼마 전까진 삼십 대 히키코모리에 불과했던 이쪽도 그들처럼 특별해질 수 있지 않을까?


김극이야 각성자들 사이에서도 특출난 모양이니 각성한들 그처럼 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종호나 성문영 따위보단 훨씬 우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베테랑인 장병곤보다도······.


사실 예전부터 각성자에 대한 관심이 꽤 있었다. 학원 다닐 적 김극을 가끔 흘긋거린 이유가 그것이었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각성자를 실제로 보니 너무나 신기하고도 부러웠더랬다.


‘요새도 새로 각성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모양이니까. 나도 어쩌면······.’


문득 인터넷에 ‘각성하는 법’을 쳐봤다. 거기 나온 내용을 읽어내렸다.


얼음 능력자, 춥다고 느끼면 각성한다. 각성 조건이 어처구니없이 쉬운 데다 하필이면 게이트가 열렸을 때 한국이 겨울이었던지라 한국에는 유독 얼음 능력자가 많다.


화염 능력자, 온몸이 불에 휩싸이면 불타는 감각 속에서 각성한다. 얼음 능력과 비슷한 조건인 것 같으면서도 훨씬 어려운 조건이다. 일부러 조건을 맞추겠다고 불에 뛰어들었다간 각성하긴커녕 그 전에 불타 죽을 확률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더욱.


신체강화자, 신체를 단련하거나 격투기를 수련하는 과정에서 각성한다는데 이쪽은 헬스장에서 아무리 운동해도 몸이 여전한 걸 봐선 포기해야 하지 싶다.


역장 날붙이 능력자, 칼을 휘두르다 보면 각성한다는 이유로 요새 진검으로 검도 수련시키는 곳이 많다던가? 언젠가 검도 도장에 등록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역장 외골격 능력자······.


정진영으로서는 오히려 이쪽에 각성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 저 능력의 각성 트리거라는데, 이쪽도 압박감이며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자신 있으니까.


하지만 각성하기 위해선 그 트리거만 만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자질이 훨씬 중요하다던가?


그래서 조건을 꾸준히 만족한다고 아무나 각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들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이야 한국에 널렸어도 그 강력한 역장 외골격 능력에 각성한 사람은 극소수 아닌가······.


자신이 각성한 상황을 망상하던 중이었다.


스마트폰이 울렸다.


바로 보니 헌터 소집을 알리는 신호였다. 또 게이트가 열렸단 것이었다.


심지어 게이트 규모는 대형인 것 같다고, 가능한 많은 헌터들이 출동하길 바란다고 알리고 있었다.


이런 사태에 그 김극이 가만있을 리 없다. 정진영은 곧바로 컴퓨터를 끈 뒤 소총과 탄약을 챙겨서는 출동할 준비를 했다.


*******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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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S급 헌터 강준치 - [3] +160 24.07.02 14,548 9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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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S급 헌터 강준치 - [1] +105 24.06.29 16,345 94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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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대한각성연대 김극 - [3] +148 24.06.26 17,396 92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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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B급 헌터 나이토 상 - [3] +107 24.06.12 20,341 1,0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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