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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크리파 - Apocry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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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작품등록일 :
2020.03.23 22:18
최근연재일 :
2020.05.16 23:0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62
추천수 :
0
글자수 :
140,881

작성
20.05.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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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er 5-15. 오빠.

DUMMY

15


지유는 문 앞에 서서 어깨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하얀 얼굴에서 땀이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른손에 레비를 들고 이어폰을 연결해서 귀에 꽂고 있었다.


지유는 하얀 안개 속에서 지희를 발견했다. 지희는 바닥에 주저앉아있고 한 여자가 지희의 이마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지유에게는 지희의 뒷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지희의 맞은편에 서있는 여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입술이 기분 나쁠 정도로 빨간 여자였다.


“오빠!!”


움직인다.


지유가 지희에게 가져다준 것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로디아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 순간의 틈.


지희는 로디아가 움찔하면서 지유에게 시선을 돌린 틈을 놓치지 않고 튕기는 것처럼 일어섰다. 그걸 눈치 챈 로디아가 권총을 쐈지만 일어나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탄환을 피했다. 로디아는 왼손의 나이프를 돌리며 허리를 숙이더니 또 순식간에 지희의 앞에 나타나면서 나이프를 휘둘렀다.


그 순간, 지희는 발을 뒤로 디디면서 오른팔을 당기고 그대로 상체 전부를 돌리면서 카드로 나이프를 쳐올렸다. 지금까지 로디아와 부딪히며 보여준 어떤 것보다 빠른, 눈에 거의 비치지도 않는 움직임이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카드는 스페이드7. 지유가 가져다준 또 한 가지, 지희의 마법카드였다.


“아···.”


지유는 지희의 손에서 카드가 반짝이자 놀라며 재킷 위로 속주머니를 눌렀다. 주머니에는 카드주머니 밖에 없었다. 늦지 않았다는 안도에 작게 한숨이 나왔다.


부서진 카드가 돌아왔다. 거기에 충격의 흔적이 사라지면서 움직임이 원래대로, 아니, 그보다 더 빨라졌다. 카드를 휘두르는 지희의 몸 주위에서 주위의 안개와는 다른 새하얀 마력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몇 번 큰 움직임으로 맞붙었던 두 사람은 다시 거리를 벌렸다. 이번에 물러선 것은 로디아였다. 지희는 허리를 펴면서 로디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눈동자 속에서 빛이 흐르면서 공기 중에 하얗게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다르네, 너.”

“이제 그만해. 당신은 날 이길 수 없어. 여길 나가야 해.”

“조금 빨라진 것 가지고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 동생 앞에서 폼 잡는 것도 정도껏 하는 게 좋아.”


로디아는 나이프를 돌리면서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라지지 못했다.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의 틈. 그 사이에 지희는 이미 로디아의 앞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스피드가 빨라지는 스페이드6, 순간가속.


나이프와 권총의 앞으로 은빛 선이 두 개 그어졌다. 그 직후 나이프와 권총은 비스듬히 잘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희는 몸을 낮게 숙이면서 팔꿈치로 로디아의 옆구리를 쳐서 균형을 무너트린 뒤 파고들면서 로디아의 배에 카드 한 장을 댔다. 스페이드3. 마력증폭. 그리고는 살짝 공중에 뛰면서 온 몸을 완전히 한 바퀴 돌리며 로디아의 배에, 마력증폭카드의 위에 뒤돌려차기를 꽂아 넣고 바닥에 미끄러지며 착지한다. 쾅소리와 함께 튕겨나간 로디아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멀리 떨어져있는 초공간엔진에 힘껏 부딪히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손이 조금 올라갔지만 로디아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아···.”


지희는 손을 내리면서 숨을 내쉬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카드는 점점 투명해지더니 사라졌다.


“오빠!!”


뒤에서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서자 지유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지유는 달려온 그대로 지희의 가슴에 몸을 던졌다. 지희는 지유를 받아 안으면서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오빠··· 오빠아··· 오···.”


오빠다. 정말 오빠다.


따스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으니 결국 지금까지 겨우 참아온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안도에, 반가움에, 기쁨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며 지희의 가슴이 흠뻑 젖어들었다. 지희는 미소 지으면서 그런 지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얼마나 걱정했을까 싶어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이렇게 무사한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엔진소리도, 배의 떨림도, 안개도, 다른 것은 지워졌다. 둘은 잠깐 동안 그렇게 서로를 안고 앉아있었다.


“지유야?”


하지만 시간이 급하다. 둘만의 시간은 길게 가지 않았다. 지희가 부르자 울음을 그친 지유가 가슴에서 얼굴을 뗐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는 손수건을 꺼냈지만 아직 손이 떨려서 제대로 눈물이 닦이지 않았다. 지희는 빙긋 웃고는 손수건을 가져와서 지유의 눈을 닦아주었다.


그때 문 쪽에서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둘은 일어서면서 그쪽을 돌아보았다. 문에 금빛 머리칼에 하얀 얼굴의 소녀―베르타가 서있었다. 베르타는 지희와 지유를 보고는 둘에게 달려왔다.


“···둘 다 괜찮아?”

“응. 베르타, 넌?”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이야기할 게 많아. 그보다 저기···.”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났다. 귀를 통해 머릿속을 직접 두드리는 것 같은 무거운 소리였다. 거기에 엄청난 충격이 사방에서 밀려오는 것처럼 셋을 눌러왔다. 엔진소리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커지고 배 전체에서 부서지고 우그러지는 비명 같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초공간엔진의 표면에 흐르던 빛이 모두 한꺼번에 빛을 발하면서 표면에 그려진 무늬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가운데 그려진 세로로 긴 타원의 빛이 강해지더니 순간 엔진 주변의 공간이 뭔가를 뭉개는 것처럼 하얗게 일그러졌다. 빛은 둥글게 퍼져 나오면서 공간을 먹어 들어갔고 옆에 쓰러져있던 두 사람의 모습도 순식간에 빛 안으로 휩쓸려 지워져버렸다.


누가 말할 것도 없이 셋은 동시에 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초공간엔진이 공간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듯 발을 디디는 감각이 거의 없었다.


“···잠깐만···! ···이쪽이야!”


계단을 뛰어 올라와서 아까 내려왔던 쪽으로 가려는 지희를 베르타가 불러 세웠다. 베르타는 반대편 복도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내가 내려온 길이야. 갑판까지 바로 가는 계단이 있어.”


베르타가 앞에서 달리고 지유를 가운데 두고 지희가 뒤를 따랐다. 복도는 그나마 켜져 있던 붉은 전등이 대부분 꺼져있어서 무척 어두운데다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지유가 어디에 부딪힐 때마다 지희가 잡아주면서 셋은 계속 달렸다.


복도가 끝나는 것처럼 완전히 캄캄해지자 베르타는 손으로 더듬어서 조금 전에 들어온 문을 찾아 열었다. 문을 열자 바깥에서 차가운 바람이 엄청난 기세로 불어 들어오면서 긴 머리칼이 어지럽게 날렸다.


문 뒤는 전함의 바깥이었다. 좁은 발판에 발을 디디자 하늘과 바다가 내다보였다. 바다는 거센 파도가 치면서 심하게 요동치고 있고 하늘에서는 안개가 곳곳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모이고 흩어지며 기묘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하늘이 아니었다.


발판에서부터 전함의 바깥벽을 따라 갑판까지 계단이 이어지고 있었다. 옆에 난간이 있긴 하지만 다른 것은 없는 보통 철재 계단이라 조금만 잘못하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았다. 셋은 난간을 꽉 잡고 바람에 몸을 지탱해가며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갑판에 올라섰지만 배가 좌우로 기울면서 달리기 힘든 것은 똑같았다. 거기다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면서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셋은 손으로 눈 주위를 막으면서 유니콘이 세워져있던 착륙장으로 달렸다.


“아···.”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착륙장은 텅 비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하늘을 올려다봐도 아무 것도 없었다.


“늦은 것 같네.”


지희가 말했다. 마지막에 유니콘을 타고 전함에서 빠져나가는 것까지가 유카리가 세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니콘은 없다. 초공간엔진이 폭주하면서 차원의 벽을 넘어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는 거라면 연락을 할 방법도 없었다. 잠깐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미안해.”


베르타가 지희를 보며 말했다.


“···내가 가라고 했어. 우리가 너무 늦게 나오면 기다리지 말고 가라고···.”

“아니야. 그게 맞아. 다 못 빠져나가면 안 되잖아. 미안한 건 나야. 넌 내려오지 않았어도 됐어. ···걱정해 준 거지?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지희는 베르타에게 미소를 짓고 지유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안. 이렇게 돼서.”

“으응.”


지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지희에게 다가가 지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눈을 감고, 바람사이로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가 지희의 귀에만 작게 들렸다. 난 오빠가 있으면 어디라도 갈 거니까, 라고.


그때 치직하고 무선의 잡음이 들렸다. 셋은 깜짝 놀라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베르타는 고글의 통신기를 조절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안개가 서서히 붉은 기운을 띠면서 분홍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리나? 들리면 ···답하게! 들리···?“

“···기술관님?”


통신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분명히 머펫의 목소리였다.


― 다들 무사···가? 지유양을 바꿔···게!


베르타는 고글 귀에 손을 대고 지유를 돌아보았다. 지유가 꼭 쥐고 있는 노트북도. 베르타는 고글을 벗어 지유에게 건넸다. 지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받아들고 이어폰을 뽑고는 고글을 썼다.


“팀장님?”

― 지유양 시간··· ···네! 그 배의··· 오른쪽 앞···! 미리ㄴ··· 조종차량··· 레비아··· 추진···! ···············게!


마지막 말은 잡음에 완전히 묻혀 조금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유는 머펫이 전하려고 했던 말을 모두 이해했다. 순간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마음속에 차오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지유는 고글을 벗으면서 지희와 베르타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나갈 수 있어! 미리네를 타면 돼! 여기서···!!”


그때 엄청난 파도가 전함의 옆을 후려쳤다. 무거운 충격과 함께 전함이 옆으로 크게 기울면서 머리 위로 바닷물이 쏟아져 내렸다. 지유는 옆으로 미끄러졌지만 지희가 갑판의 요철을 잡으면서 지유의 팔을 당겨 안았다. 베르타는 바닥에 오른손을 박아 넣고 몸을 고정시켰다. 오른손이 붉은 금속으로 변해있었다.


“미리네라니? 무슨 말이야?”

“일단 가자 오빠! 가서 이야기해 줄게! 응?”


지희는 베르타를 보았고 베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이번에는 전면 갑판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지유는 달리면서 레비에게 이어폰을 꽂고 본체 옆의 작은 커버를 열어서 스위치를 올렸다. 지금까지의 대기모드가 해제되면서 모니터 뒤에 가동을 알리는 작은 빛이 켜졌다.


“레비?”

“응. 들었어. 미리네를 해킹하는 거야?”


대기모드는 레비의 AI만이 켜져 있는 상태다. 그래서 소리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레비의 목소리는 긴장이 섞인 한편으로 분명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래. 조종프로그램을 해킹해서 움직여야 돼. 주추진기관 해킹보다 훨씬 어려울 거야. 방식은 똑같이 할 거니까 그 순서대로 준비해줘.”

“Yes,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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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ilogue. 잘 부탁해. (1권 끝) +1 20.05.16 16 0 15쪽
29 Chapter 5-16. 아포크리파. 20.05.16 17 0 14쪽
» Chapter 5-15. 오빠. 20.05.16 14 0 11쪽
27 Chapter 5-14. 재밌었어. 20.05.16 14 0 11쪽
26 Chapter 5-11. 됐니, 명탐정? 20.05.16 14 0 11쪽
25 Chapter 5-10. 빚 갚으러 왔다. 20.05.16 28 0 13쪽
24 Chapter 5-9. 끝까지 바보네. 20.05.16 16 0 9쪽
23 Chapter 5-7. 정말 대단해. 20.05.16 12 0 14쪽
22 Chapter 5-5. 부탁할 게 있어. 20.05.16 31 0 6쪽
21 Chapter 5-1. 전투 개시. 20.05.16 16 0 10쪽
20 Chapter 4-9. 구해줄게. 20.05.16 16 0 18쪽
19 Chapter 4-7. 나도 너 좋아해. 20.05.16 12 0 9쪽
18 Chapter 4-5. 프로토 타입. 20.05.16 13 0 13쪽
17 Chapter 4-4. Leviathan Ver 7.02 20.04.19 16 0 8쪽
16 Chapter 4-3. 반한 거 아니야? 20.04.19 14 0 5쪽
15 Chapter 4-2. 건강해서 좋네. 20.04.19 18 0 10쪽
14 Chapter 4-1.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20.04.19 11 0 7쪽
13 Chapter 3-6. 그 녀석을 깨워. 20.04.19 18 0 9쪽
12 Chapter 3-5. 뭐가 들었죠? 20.04.19 14 0 9쪽
11 Chapter 3-4. 모시러 왔습니다. 20.04.08 13 0 14쪽
10 Chapter 3-3. 흥미 없어. 20.04.08 15 0 10쪽
9 Chapter 3-1. Breath of Earth. 20.04.08 14 0 13쪽
8 Chapter 2-5. 버려진 성서. 20.04.08 13 0 8쪽
7 Chapter 2-4. Extreme Charge 20.04.08 11 0 10쪽
6 Chapter 2-3. Build Up 20.04.08 18 0 7쪽
5 Chapter 2-2. 기다릴게. 20.04.03 22 0 12쪽
4 Chapter 2-1. 어웨이크닝. +1 20.04.03 41 0 13쪽
3 Chapter 1-2. 신경쓰지 마세요. 20.04.03 20 0 11쪽
2 Chapter 1-1. 오랜만이야. 20.04.03 24 0 12쪽
1 Prologue. 준비 됐나요? 20.03.23 62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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