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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크리파 - Apocry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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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작품등록일 :
2020.03.23 22:18
최근연재일 :
2020.05.16 23:0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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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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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881

작성
20.04.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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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Chapter 2-4. Extreme Charge

DUMMY

4


“베르타!!”


···아···?


바로 위에서 들린 충격소리와 연이어 들린 벽이 부서지는 소리. 그 순간, 그 가운데, 지금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베르타는 깜짝 놀라 눈을 뜨면서 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 베르타의 앞에서 지희가 무릎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베르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한 건지 셔츠의 오른팔이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지희···야?”

“하아··· 다행이다. 괜찮아?”


베르타가 일어나자 일단 안심했는지 지희는 땀방울이 흐르는 얼굴로 웃었다. 베르타는 그제야 깨끗하게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일어섰다.


“···너, 어떻게 여기···?”

“하아. 나도 궁금해. 그보다 지금은 저게 더 문제 같은데.”

“···뭐?”


베르타를 공격했던 괴물은 지금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안쪽의 부서진 벽을 등지고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좀 전엔 몰랐는데 멀리서 보니 먼젓번 괴물과 모양은 같아도 2미터는 더 긴 것 같았다. 바깥껍질도 보라색보다 흑적색에 가까운 빛을 띠고 있었다. 이쪽이 경찰에게 기생한 본체였던 것이다.


“···너, 저걸 날려버린 거야?”

“아, 뭐···. 네가 위험하길레, 조금.”


지희는 베르타를 보며 살짝 웃고는 괴물에게 고개를 돌렸다.


괴물은 천천히 움직였다. 바닥에 발톱 끝을 박아 넣고 도약 준비를 끝낸 괴물은 지희와 베르타에게 머리를 돌렸다. 네 개의 녹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각각 흔들리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점액 사이로 죽은 괴물에게는 없던 커다란 송곳니가 삐져나와 있었다.


“바로 공격 안 한다는 건 경계해주는 걸까. 영광이네.”

“···바보.”

“응? 뭐? 저건 그냥 공격하면 되는 거야?”


기생 당한 경찰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인간으로서의 기운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걸 저 한 마리가 혼자서 고스란히 다 빨아들였다면 먼젓번 녀석보다 훨씬 강적이었다. 쳐서 날려버릴 수는 있겠지만 벽에 박히는 정도로는 죽지 않을 것이다. 껍질 채로 몸을 부숴버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만, 그러려면.


“···저 껍질을 뚫어야 해.”

“난 네가 마력을 모을 동안 시간을 끌면 되는 거네.”

“······.”

“응? 그런 거 아닌가?”

“···맞아. ···1분이면 되지만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면 저 녀석이 알아챌 거야.”

“알았어.”


지희는 허리를 펴고 팔을 내리면서 양손을 가볍게 펼쳤다. 그러자 아무 것도 없던 오른손가락 사이에 카드 한 장이 휙 나타났다. 트럼프만한 크기의 카드로 앞뒤로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카드였다.


“···그 카드···?”


지희는 카드를 눈앞에 들어 보였다.


“마력증폭카드야. 내 카드는 지금 미국에서 오는 중이라 임시카드를 가지고 왔어. 걱정 마. 몇 번 쓰는 걸로는 충분하니까.”


베르타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조 건너편의 헹커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헹커의 옆에는 벌써 세 개의 마법진이 떠올라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오늘을 포함해 같은 녀석과 몇 번 싸우는 동안 그 나름의 방법이 생긴 것이다.


“···마력탄이 세 개 날아올 거야. 맞지 않도록 조심해.”

“알았어. 시작하자.”

“···응.”


지희는 허리를 약간 굽혀 자세를 취하고 베르타는 그 뒤로 가서 섰다. 그리고 베르타는, 지금까지 보고 있었으면서도 다른 생각에 그냥 넘겼던 사실을 깨달았다. 빨갛게 젖어있는 지희의 오른팔이었다.


“···지···!”


지희는 낮게 몸을 숙인 뒤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동시에 지금까지 이쪽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괴물도 바닥을 울리면서 크게 도약했다.


뛰어오른 괴물의 아래에 도달한 지희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바닥을 차면서 직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괴물은 떨어지면서 앞발을 크게 휘둘렀고 갈고리 같은 발톱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바닥을 쳐서 부숴버렸다.


예상했던 공격 방식. 하지만 그 힘은 지희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발톱이 바닥에 박히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부숴버린 것이다. 괴물은 크게 휘둘렀던 팔을 다시 뒤로 당기면서 온 몸을 날려서 지희에게 돌진해 들어왔다. 지희는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크게 돌려 미끄러지며 자세를 바싹 낮췄다. 그 순간 지희의 뒤에서 날아온 마력탄 한 발이 아슬아슬하게 위를 비껴지나가며 괴물의 머리에 명중했다. 폭발음과 함께 파란 불꽃이 튀면서 괴물은 휘청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지희는 괴물의 눈이 잠깐 자기에게서 떨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괴물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훌쩍 뛰어 괴물의 옆으로 돌면서 괴물의 껍질에 있는 홈에 손가락을 걸고 위로 몸을 던져 올린다. 다음 순간 지희는 괴물보다 몇 미터 더 높은 곳에 떠있었다.


공중에 떠오른 몸을 펼치면서 자세를 잡는다. 순간 머리를 위로 쳐들고 있는 괴물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방(Open).”


괴물의 등에 내려선다. 지희는 두 장의 마력증폭카드 중 한 장을 괴물의 등에 던졌다. 카드는 껍질과 껍질 사이에 꽂혔고 동시에 괴물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재는 재로(Ash to Ash)."


오른손바닥에서 옅은 빛이 새어나온다. 지희는 그대로 카드를 향해 마력을 담은 손바닥을 내리쳤다. 손바닥이 카드에 닿는 순간 묵직한 충격성과 함께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오른팔의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왔지만 마력은 줄이지 않았다.


괴물은 위에서 내리누르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다리가 꺾이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지희는 괴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옆에서 날아오는 빛줄기를 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직후 두 발 째의 마탄이 몸부림치는 괴물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이번에도 파란 불꽃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면서 괴물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마력을 끌어올린데다 폭음과 함께 눈앞에 빛이 번쩍이니 머릿속이 빙글 도는 것 같았다. 거기에 충격으로 바닥이 떨리면서 발목에 힘이 빠져나가 지희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


그래서 피하지 못했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괴물이 몸부림치며 휘두른 꼬리가 지희의 바로 앞까지 날아와 있었다. 커다란 꼬리는 제대로 방어 자세를 취하지도 못한 지희의 배를 무지막지하게 후려 갈겼다. 딱딱한 껍질을 통한 충격이 전신을 꿰뚫는 것처럼 지나간다. 시야가 붉어졌다가 하얗게 변하고 지희는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큰 충격에 제대로 숨도 쉴 수 없었다.


“아···하···크흑···큭···!”


쓰러진 지희의 위로 휘잉 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꼬리가 지나갔다. 지희는 아픔에 진정되지 않는 몸을 힘겹게 억누르면서 겨우 한쪽 눈을 뜨고 괴물을 쳐다보았다. 괴물은 지희에게 등을 돌리고 있고 그 앞에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있는 베르타가 있었다. 똑바로 괴물을 쳐다보고 있지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움직이면 지금까지 모은 마력이 흩어져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둘까봐···?”


지희는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손가락 사이에 다시 마력증폭카드가 나타났다. 지희는 자꾸 흐릿해지는 눈으로 괴물을 향해 카드를 겨냥했다.


방법은 있다.


그 순간, 수조 건너편에서 헹커가 발사한 마지막 마력탄이 길게 빛의 꼬리를 끌며 쏘아져 왔다. 조금 전에 지희가 내리누르면서 약해진 다리 관절을 노리는 듯 이번에는 궤도가 직선이 아니라 포물선이었다. 위로 날아올라간 마력탄은 천장 가까이에서 굽으면서 아래로, 괴물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마력탄이 아래로 휘는 순간 지희는 온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몸을 힘껏 돌리면서 손가락에 끼우고 있던 카드를 던지고 그대로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똑바로 날아간 카드는 괴물의 위에서 떨어져 내려온 마법탄과 부딪혔다. 카드는 빛 속으로 녹아드는 것처럼 사라졌고 마력탄은 일순 작아지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폭발하는 것처럼 크게 타오르며 그대로 괴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불꽃이 수직으로 솟아오르면서 괴물은 고개를 쳐들고 길게 괴성을 토해냈다.


여기까지, 1분.


울부짖는 괴물의 뒤로 쓰러져 있는 지희가 보인다. 괴물을 쳐다보는 베르타의 빨간 눈동자는 그 자체로 베어버릴 것 같은 살기를 띠고 있었다.


“···한계 돌파(Extreme Charge)."


오른팔의 장갑에서 빛이 새어나오면서 맞물려있던 금속판이 팔에서 공간을 두고 살짝 떨어져 나왔다. 하얀 빛은 순식간에 주홍색으로 물들고 동시에 열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장갑의 벌어진 틈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괴물의 눈이 다시 베르타를 향했다. 베르타는 왼발을 앞으로 디디면서 몸을 낮게 숙였다.


“···부서져.”


달려 들어간다. 가운데서 미끄러지는 베르타를 노리고 두 개의 발톱이 양쪽에서 떨어져 왔다. 베르타는 한 번의 몸놀림으로 그 둘을 모두 피해내고 돌진하는 기세에 가속을 붙여 순식간에 괴물의 앞에 도달했다.


눈빛이 싸늘하게 빛나고, 베르타는 주홍빛에 물든 주먹으로 오른쪽 아래에서 비스듬히 쳐올리는 것처럼 괴물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폭음과 괴성이 뒤섞이며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주먹이 꽂히는 순간 껍질은 한 번에 우그러들었고 주먹에서 뿜어져 나간 주홍빛은 그대로 껍질을 뚫어버렸다. 괴물의 머릿속을 헤집으며 쏘아져나간 빛은 다시 윗껍질을 뚫고나와 뒤의 벽에 부딪히며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았다. 엄청난 열기에 껍질이 안쪽으로 녹아들어가면서 체액이 물처럼 변해 아래로 쏟아진다. 마구 휘청거리며 서있던 괴물은 다리 하나가 크게 꺾이면서 부러지더니 곧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마지막으로 발톱 끝이 몇 번 더 흔들리고는 서서히 눈동자의 빛이 사라지고, 그렇게 괴물은 생명활동을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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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 5-16. 아포크리파. 20.05.16 17 0 14쪽
28 Chapter 5-15. 오빠. 20.05.16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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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hapter 5-10. 빚 갚으러 왔다. 20.05.16 28 0 13쪽
24 Chapter 5-9. 끝까지 바보네. 20.05.16 17 0 9쪽
23 Chapter 5-7. 정말 대단해. 20.05.16 1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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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hapter 4-5. 프로토 타입. 20.05.16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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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hapter 3-6. 그 녀석을 깨워. 20.04.19 1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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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hapter 3-4. 모시러 왔습니다. 20.04.08 16 0 14쪽
10 Chapter 3-3. 흥미 없어. 20.04.08 18 0 10쪽
9 Chapter 3-1. Breath of Earth. 20.04.08 15 0 13쪽
8 Chapter 2-5. 버려진 성서. 20.04.08 13 0 8쪽
» Chapter 2-4. Extreme Charge 20.04.08 12 0 10쪽
6 Chapter 2-3. Build Up 20.04.08 18 0 7쪽
5 Chapter 2-2. 기다릴게. 20.04.03 24 0 12쪽
4 Chapter 2-1. 어웨이크닝. +1 20.04.03 42 0 13쪽
3 Chapter 1-2. 신경쓰지 마세요. 20.04.03 20 0 11쪽
2 Chapter 1-1. 오랜만이야. 20.04.03 26 0 12쪽
1 Prologue. 준비 됐나요? 20.03.23 6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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