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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크리파 - Apocry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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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작품등록일 :
2020.03.23 22:18
최근연재일 :
2020.05.16 23:0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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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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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40,881

작성
20.04.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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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Chapter 3-6. 그 녀석을 깨워.

DUMMY

6


지유는 옷이 꾹꾹 당기는 느낌에 눈을 떴다. 무릎에 앉아있는 하나가 점퍼옷깃을 당기고 있었다.


“언니, 자?”

“아니야.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생각에 잠겨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자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마침 생각 정리도 거의 끝난 참이었다. 지유는 하나의 어깨를 안고 토닥토닥 두드리며 정리한 생각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 구조대라는 건 누굴 말하는 걸까.


눈을 뜨기 전에 생각하고 있었던 의문. 코트의 남자가 객실을 나가기 전, 분명히 구조대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남자의 말을 믿는다고 가정하면 대체 구조대라는 건 누구를 말하는 걸까.


이곳은 BOE. 들어오면 통신이 두절되고 방향을 확인할 수 없으며 대부분의 전기기구가 먹통이 되어버리는 정체불명의 지역이다. 그래서 그 안을 달릴 수 있는 미리네가 대단한 것이고.


미리네는 확실히 정해진 노선이 없다. BOE에는 몇 군데 안개가 없고 하늘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중계장치가 하나씩 떠있었다. 미리네는 이 중계장치를 기준으로 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BOE의 안이니만큼 중계장치까지의 루트는 방향을 계산할 때마다 달랐다. 출발지와 도착지는 대구와 샌프란시스코로 같지만 가는 길은 모든 미리네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네의 소요 시간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오차를 정해두고 있었다.


조종차량을 떼어내면 남는 객실차량만으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 4번 차량 뒤에 추진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가동시킬 방법도 없는데다 또 무턱대고 가동해버리면 50년 전의 비행기와 배들처럼 행방불명 되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역시 구조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조대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 구조대는 우선 BOE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조종차량 없이 버려진 미리네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과 장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구조대가 정말 있는 걸까. BOE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거기다 수색까지? 미리네가 실용화된 기간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가능성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구조대에게 연락을 한다는 남자의 말은 거짓말일 확률이 훨씬 높았다. 더구나 단순하게 생각해도 BOE 안에서 외부로의 통신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무슨 수로 구조대에게 연락을 한다는 걸까.


“후우···.”


남아있는 것은, 정말 실낱같은 희망 하나뿐이었다. 그건 코트의 남자가 열차 밖에서 왔다는 것.


남자가 이 열차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차의 진로를 막고 있는 물체는 남자와 그 일당들의 것임이 분명했다. 여객선으로 추정된다고 했으니 대강 크기는 알 것 같다. 비행기가 제자리에 가만히 떠있을 수는 없으니 배인 것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배일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머펫의 말을 생각해보면 커다란 군함이 이쪽을 향해 포신을 돌리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출격 준비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떠오르는 것이 모두 군함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다른 배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 배의 종류가 아니다. 그게 뭐건 간에 BOE의 안에 들어온 배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미리네를 BOE 안에서 찾아냈다는 것이고 거기다 찾은 뒤에 여기까지 왔다는 의미였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미리네를 BOE 한가운데서 강탈하려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장비라면 그런 장비를 가진 구조대가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이 경우에는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하아··· 어디까지 희망을 걸어야 되는 거야.”


지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BOE 구조대. 비슷한 단어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구조대의 존재를 확신하는 것이 아니라 추리로 예측을 하고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그때 열차의 앞에서 철컥하고 금속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지유를 포함해 객실 안의 승객들 모두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문은 잠금장치가 빨간 빛을 내며 완전히 잠겨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조종차량이 천천히 1번 차량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머펫이 조종차량에는 독립된 추진기관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사용하지 않고 천천히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저··· 정말 가지고 가버렸어.”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예?”

“구조대라니··· BOE 안에 구조대가 있을 리가 없잖아!”


웅성거리면서도 소리를 줄이고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객실 안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잔뜩 겁먹은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던 하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지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지유는 하나를 당겨 안으면서 눈을 감았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객실 뒤쪽에서 쿵하고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유는 하나를 안은 채로 고개를 좌석 옆으로 내밀고 뒤를 돌아보았다. 복도 끝의 자동문이 열려있고 그 앞에 흠뻑 젖은 레인지가 쓰러져있었다. 모자가 앞에 구르고 있고 오른쪽 어깨가 빨갛게 물들어있다. 옆에는 레비아탄이 들어있는 가방이 떨어져 있었다. 문 옆에 앉아있던 사람 몇 명이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레인지씨!”


지유는 하나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 레인지에게 달려갔다. 하나를 내려놓고 계속 이름을 부르며 몸을 흔들자 레인지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빛이 풀려있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입을 열자 입 안에서 피가 주룩 흘러나왔다.


“아··· 미안···. 머펫씨는 지···키지 못했어···.”

“괜찮으세요? 어디를 어떻게 다친 거예요?”


지유는 옆사람의 도움으로 레인지를 돌려서 바닥에 눕혔다. 레인지는 천장을 보며 몇 번 크게 기침을 하고는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


“아가씨. 이 사람 누구야? 왜 이렇게 된 거야?”


레인지를 눕히는 것을 도와준 퉁퉁한 풍채의 중년남자가 물었다. 지유는 레인지를 걱정스런 눈으로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제 일행이에요. 아까 열차가 느려질 때 이유를 확인하러 조종실로 갔었어요.”

“지유···양··· ···나 괜찮으니까···.”

“레인지씨?”


레인지는 천천히 왼손을 움직여 점퍼 속주머니에 넣어서는 뭔가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색 직사각형이었다.


“마력으로 충격을 받은 거니까··· 좀 쉬면···. 그보다 이거···.”


레인지는 그 검은 사각형을 들어서 지유의 손바닥에 떨어트리는 것처럼 넘겨주었다. 그것은 카드를 넣기 위해 만들어진 지갑이었다. 지유는 지갑과 레인지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카드에 시선이 멈춰버렸다.


“이거···?”

“할아버지 지갑이다!”


지유의 어깨 뒤에서 하나가 말했다. 그랬다. 머펫의 지갑이었다. 그리고 지갑의 가장 위, 투명한 케이스 뒤에 꽂혀있는 카드는 레비아탄의 최고관리자를 선언할 때 사용하는 락 해제 카드였다. 머펫은 이 지갑을 조종실에서 에이텐과 로디아가 보지 않는 사이에 레인지에게 던져주었던 것이다.


“레인지씨.”

“이거··· ···이 가방 속에 들어있는 컴퓨터하고 관련··· 있는 거지? ···이걸 열어서··· 그 녀석을 깨워···.”


봉인을 푸는 열쇠는 목에 걸고 있다. 레비아탄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최고관리자를 선언하는 카드도 이렇게 받았다. 머펫이 레인지에게 이 카드를 주었다는 것은 레비아탄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와 같은 의미였다.


지유는 지갑을 두 손 사이에 끼우고 기도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감은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걸로 알았다. 머펫은 모든 것을 눈치 채고 자신과 레비아탄에게 희망을 걸었다는 것을. 하지만, 레비아탄은 초고성능 컴퓨터일 뿐 통신기나 무기가 아니다. 여기서 레비아탄을 깨운다고 해도 그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BOE처럼 먹먹한 안개가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생각해. 방법이 있을 거야. 생각···.”


어깨가 흔들렸다. 감은 눈가로 번져 나온 눈물 한 방울이 무릎 위로 톡 떨어졌다. 지금, 누구보다 보고 싶은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가 흐르는 것처럼 새어나왔다.


“지희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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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ilogue. 잘 부탁해. (1권 끝) +1 20.05.16 16 0 15쪽
29 Chapter 5-16. 아포크리파. 20.05.16 17 0 14쪽
28 Chapter 5-15. 오빠. 20.05.16 15 0 11쪽
27 Chapter 5-14. 재밌었어. 20.05.16 14 0 11쪽
26 Chapter 5-11. 됐니, 명탐정? 20.05.16 15 0 11쪽
25 Chapter 5-10. 빚 갚으러 왔다. 20.05.16 28 0 13쪽
24 Chapter 5-9. 끝까지 바보네. 20.05.16 17 0 9쪽
23 Chapter 5-7. 정말 대단해. 20.05.16 13 0 14쪽
22 Chapter 5-5. 부탁할 게 있어. 20.05.16 33 0 6쪽
21 Chapter 5-1. 전투 개시. 20.05.16 16 0 10쪽
20 Chapter 4-9. 구해줄게. 20.05.16 16 0 18쪽
19 Chapter 4-7. 나도 너 좋아해. 20.05.16 13 0 9쪽
18 Chapter 4-5. 프로토 타입. 20.05.16 13 0 13쪽
17 Chapter 4-4. Leviathan Ver 7.02 20.04.19 16 0 8쪽
16 Chapter 4-3. 반한 거 아니야? 20.04.19 14 0 5쪽
15 Chapter 4-2. 건강해서 좋네. 20.04.19 19 0 10쪽
14 Chapter 4-1.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20.04.19 12 0 7쪽
» Chapter 3-6. 그 녀석을 깨워. 20.04.19 19 0 9쪽
12 Chapter 3-5. 뭐가 들었죠? 20.04.19 15 0 9쪽
11 Chapter 3-4. 모시러 왔습니다. 20.04.08 16 0 14쪽
10 Chapter 3-3. 흥미 없어. 20.04.08 18 0 10쪽
9 Chapter 3-1. Breath of Earth. 20.04.08 15 0 13쪽
8 Chapter 2-5. 버려진 성서. 20.04.08 13 0 8쪽
7 Chapter 2-4. Extreme Charge 20.04.08 12 0 10쪽
6 Chapter 2-3. Build Up 20.04.08 18 0 7쪽
5 Chapter 2-2. 기다릴게. 20.04.03 24 0 12쪽
4 Chapter 2-1. 어웨이크닝. +1 20.04.03 42 0 13쪽
3 Chapter 1-2. 신경쓰지 마세요. 20.04.03 20 0 11쪽
2 Chapter 1-1. 오랜만이야. 20.04.03 26 0 12쪽
1 Prologue. 준비 됐나요? 20.03.23 6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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