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크리파 - Apocrypha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지나스
작품등록일 :
2020.03.23 22:18
최근연재일 :
2020.05.16 23:0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67
추천수 :
0
글자수 :
140,881

작성
20.04.08 21:27
조회
15
추천
0
글자
10쪽

Chapter 3-3. 흥미 없어.

DUMMY

2


미리네의 조종실에는 모두 세 명이 탑승한다. 보통의 여객기에서 기장과 부기장에 해당하는 차장와 부차장이 있고 그 외에 BOE 안에서의 좌표를 계산하고 방향을 예측하는 조향사造向士가 한 명 있었다. 조종석의 전면은 특수 재질의 유리로 되어있어 앞을 넓게 볼 수 있게 되어있고 그 아래에 차장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부차장과 조향사가 앉아있었다. 제어기는 열차의 모양을 따라 U자 형으로 설치되어 있고 조종실 가운데에 따로 하나가 더 있었다.


그들이 미리네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뭔가를 발견한 것은 약 5분 전이었다. 미리네가 달려가는 정면은 안개가 옅긴 하지만 그래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물체를 발견한 것은 조향사였다. 방향을 계산하는 중에 레이더에 상당히 큰 질량을 가진 물체가 나타났던 것이다.


“차장님. 어떻게 할까요.”


부차장이 물었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계기판을 들여다보며 생각하고 있던 차장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만날 리도 없고 BOE에 다른 것이 들어올 리도 없으니, 역시 배나 비행기의 잔해인가?”


BOE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때 행방불명 되어버린 비행기와 배들. 그 흔적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BOE 안에서 수색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인데 미리네가 개통된 지 이 년 뒤, 그러니까 작년겨울에 BOE를 지나던 미리네 중 하나가 드디어 한 여객선의 잔해를 발견했다. 차장이 말하는 건 이것이었다.


“지난 번 배에는 생존자가 없었지. 50년을 배 안에서 살기란 힘들 걸세. 이번에도 아무도 없겠군.”

“그렇겠죠. 조금 더 접근한 다음에 속력을 늦추겠습니다.”

“중계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지? 거기서 한국에 연락하지.”

“알겠습니다.”


BOE의 안으로 들어서면 외부와의 통신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안개의 형태를 하고 있는 덕분에 BOE도 농도가 옅은 곳이 있고 몇 군데 완전히 하늘이 보이면서 밖으로 트여 있는 곳도 있었다. 미리네는 그 중계지점들의 중계기를 징검다리처럼 거치며 이동하는데 각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한국과 미국으로 각각 연락을 취하도록 되어있었다.


“로디아. 어떻게 생각하나.”


차장이 조향사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조향사는 여자였다. 붉은색이 도는 갈색 머리칼에 입술이 새빨갛다. 튀는 색이지만 레이더를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에 찬 표정에 빨간 색이 잘 어울렸다. 자판을 두드리며 화면에 올라가는 숫자를 보고 있던 로디아는 차장의 말에 손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았다.


“그때 사라진 것들 중에 하나겠죠. 크기로 봐서는 배가 맞을 것 같네요. 길이가 200미터를 넘습니다.”

“200미터? 여객선인가.”

“아마도.”


로디아는 생긋 웃고는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 나타나는 수치는 순조로웠다.


“이제 속력을 늦추겠습니다.”

“그래. 방송해서 승객들에게도 알리게.”


3


미리네의 조종차량은 객실차량과 내부구조가 완전히 다르고 조종실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조종차량 안으로 들어가는 것부터가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게 되어있었다.


1번 차량으로 이어지는 자동문이 등 뒤로 닫히고, 레인지는 몇 걸음 더 걸어서 조종차량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섰다. 객실의 문과 생긴 건 똑같은데 손잡이 옆에 판독기가 달려있는 것이 달랐다. 물론 겉모습은 같아도 재질이 객실 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문이었다.


레인지는 가방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꿔 들고 오른손바닥을 판독기에 댔다. 위에서부터 연녹색선이 내려오면서 손이 잠깐 까맣게 보였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레인지 하운드. 접근 등급 A. 확인했습니다.”


문이 열렸다.


문 뒤는 좁은 복도였다. 성인남자 한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복도가 똑바로 조종실까지 이어져 있었다. 복도의 양쪽 벽에는 수많은 빛의 선이 어지럽게 얽히면서 차량의 아래에 있는 제어 컴퓨터로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들어오는 것은 두 번째다. 하지만 그때는 가동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연결선에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레인지는 눈만 움직여 주위를 살펴보면서 조종실로 걸어갔다.


조종실 문도 좀 전에 열고 들어온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레인지가 다시 판독기에 손을 대려는 순간 조종실 안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차내 방송을 하려는 것 같았다. 레인지는 잠깐 손을 멈췄다.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열차의 진로 상에 파악되지 않은 물체가 나타나 속력을 줄이고 있는 중입니다. BOE 사건 때 사라졌던 여객선 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고 다시 속력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도착 시각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승객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레인지는 방송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라고 할까. 뭔가가 열차의 앞에 나타나서 속력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조종실로 온 거니까.


“그냥 여객선이라면 괜찮겠지만···.”


지금 대구에서 모두가 찾고 있는 것. 그 무언가가 나타난 거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BOE 안이라 통신을 할 수 없어 아직 대구에서 뭔가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확인해두는 것이 맞을 것이다. 레인지는 비스듬히 쓰고 있던 야구모자를 똑바로 눌러쓰고 다시 손바닥을 판독기에 댔다.


그때, 조종실 안에서 바람이 새는 것 같은 소리가 두 번 들렸다. 보통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을, 설령 들렸다 해도 바로 무시해버릴 정도의 소리였지만 레인지는 그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알고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레인지는 몸에 힘을 주면서 살짝 허리를 숙였다.


“레인지 하운드. 접근 등급 A. 확인했습니다.”


문이 느리게 열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레인지에게 자동문은 정말 느리게 느껴졌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조종실 안이 눈에 들어왔다.


“······!!”


문을 열면 짧은 계단을 내려가야 조종실이었다. 그래서 레인지가 서있는 곳에서 아래가 내려다보였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계기판 위에 엎드려 있는 차장과 부차장이었다. 두 사람 다 꿈틀거리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붉은 덩어리가 되어버린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계기판을 물들이면서 바닥에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어머.”


적갈색 머리칼의 여자가 소음기가 붙은 권총을 들고 서있었다. 바람 소리의 정체는 이것이었던 것이다. 여자의 제복에는 조향사를 나타내는 마크가 달려있었다. 여자는 레인지가 들어오자 놀란 것 같았지만 곧 빨간 입술을 끌어올리며 미소 지었다.


“여기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었네? 온다면 당연히 그 머펫이라는 사람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생각지도 못했던 머펫의 이름에 레인지는 깜짝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동시에 자동문이 닫히고 잠금 장치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늦었어요. 당신은 여기서 못 나가.”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순간 레인지는 몸이 확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레인지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면서 들고 있던 가방을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휘둘렀다. 둔탁한 금속성이 울리고 다음 순간 가방은 여자가 든 권총과 나이프의 십자가 사이에 막혀있었다. 나이프 뒤로 보이는 여자의 눈이 생긋 웃었다.


“내 이름은 로디아. 당신은?”

“치잇···!”


레인지는 손목에 힘을 줘서 가방을 돌리며 로디아의 나이프를 튕겨냈다. 로디아는 그대로 뒤로 떨어져서 계단 아래의 바닥에 내려섰다. 레인지는 닫힌 문을 등지는 자세로 로디아를 향해 서서 한 걸음씩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여유네. 이 상황에서 이름이라니.”

“후후후. 당신 아포크리파 소속이지? 이름 정도는 알아둬도 괜찮을 것 같아서. 어때? 내 이름도 말했잖아?”

“먼저 대시해 오는 여자한테는 흥미 없어.”


바닥을 차는 소리가 울린 것과 동시에 로디아는 레인지의 앞에 떠있었다. 아무리 미리네의 조종실이 2층 구조라고는 해도 결국엔 열차의 조종실일 뿐이다. 넓이는 한정되어있고 그래서 움직임도 순식간이었다. 나이프의 빛이 눈가에 하얗게 빛나는 순간 레인지는 가방으로 나이프를 막으며 계단 아래로 뛰어내렸다. 가방과 나이프가 부딪히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흐음? 재미있는 가방을 들고 있네?”


계단 위에 내려선 로디아는 가볍게 방향을 바꿔 다시 레인지에게 날아들었다. 레인지는 가방을 오른손에 들고 몸을 왼쪽으로 크게 돌렸다. 저쪽은 나이프에 권총, 이쪽은 맨손이다. 덕분에 지켜야 할 물건을 방어구로 써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지만 물리력과 마력방어장치가 되어있는 보호가방이니만큼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공격할 무기가 없다.


금속성이 연속으로 울리면서 나이프와 가방이 만나 하얀 불꽃이 튄다. 레인지는 가방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나이프를 튕겨냈지만 바닥에 발이 거의 닿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으로 나이프를 휘두르는 로디아에게 조금씩 밀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눈으로 쫓아가기도 힘든 빠르기에다 막을 때마다 점점 공격에 무게가 더해지면서 결국 레인지는 한 번의 찌르기를 막는 순간 자세가 흐트러지고 말았다.


“짜안.”


충격으로 두 팔이 튕겨나가 완전히 옆으로 벌어져 버렸다. 그 가운데로 순식간에 파고든 로디아는 레인지에게 총구를 겨누며 무척이나 즐겁다는 듯 미소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크리파 - Apocrypha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Epilogue. 잘 부탁해. (1권 끝) +1 20.05.16 16 0 15쪽
29 Chapter 5-16. 아포크리파. 20.05.16 17 0 14쪽
28 Chapter 5-15. 오빠. 20.05.16 14 0 11쪽
27 Chapter 5-14. 재밌었어. 20.05.16 14 0 11쪽
26 Chapter 5-11. 됐니, 명탐정? 20.05.16 14 0 11쪽
25 Chapter 5-10. 빚 갚으러 왔다. 20.05.16 28 0 13쪽
24 Chapter 5-9. 끝까지 바보네. 20.05.16 16 0 9쪽
23 Chapter 5-7. 정말 대단해. 20.05.16 12 0 14쪽
22 Chapter 5-5. 부탁할 게 있어. 20.05.16 32 0 6쪽
21 Chapter 5-1. 전투 개시. 20.05.16 16 0 10쪽
20 Chapter 4-9. 구해줄게. 20.05.16 16 0 18쪽
19 Chapter 4-7. 나도 너 좋아해. 20.05.16 12 0 9쪽
18 Chapter 4-5. 프로토 타입. 20.05.16 13 0 13쪽
17 Chapter 4-4. Leviathan Ver 7.02 20.04.19 16 0 8쪽
16 Chapter 4-3. 반한 거 아니야? 20.04.19 14 0 5쪽
15 Chapter 4-2. 건강해서 좋네. 20.04.19 19 0 10쪽
14 Chapter 4-1.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20.04.19 11 0 7쪽
13 Chapter 3-6. 그 녀석을 깨워. 20.04.19 18 0 9쪽
12 Chapter 3-5. 뭐가 들었죠? 20.04.19 14 0 9쪽
11 Chapter 3-4. 모시러 왔습니다. 20.04.08 14 0 14쪽
» Chapter 3-3. 흥미 없어. 20.04.08 16 0 10쪽
9 Chapter 3-1. Breath of Earth. 20.04.08 14 0 13쪽
8 Chapter 2-5. 버려진 성서. 20.04.08 13 0 8쪽
7 Chapter 2-4. Extreme Charge 20.04.08 11 0 10쪽
6 Chapter 2-3. Build Up 20.04.08 18 0 7쪽
5 Chapter 2-2. 기다릴게. 20.04.03 22 0 12쪽
4 Chapter 2-1. 어웨이크닝. +1 20.04.03 42 0 13쪽
3 Chapter 1-2. 신경쓰지 마세요. 20.04.03 20 0 11쪽
2 Chapter 1-1. 오랜만이야. 20.04.03 24 0 12쪽
1 Prologue. 준비 됐나요? 20.03.23 62 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