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크리파 - Apocrypha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지나스
작품등록일 :
2020.03.23 22:18
최근연재일 :
2020.05.16 23:0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86
추천수 :
0
글자수 :
140,881

작성
20.04.19 10:15
조회
14
추천
0
글자
9쪽

Chapter 3-5. 뭐가 들었죠?

DUMMY

5


“뭐하는 거야?”


조종실에 들어선 남자가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계단 아래, 함장이 쓰러져 있는 계기판 옆에 로디아가 기대서서 금속가방 같은 것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가방을 통통 두드려보던 로디아는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가방인데, 뭔지 모르겠지만 무척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 안에 뭐가 든 건지 궁금하네. 잘 끝냈어, 에이텐?”

“잘 끝내고 뭐고 한 것도 없지만.”


에이텐이라고 불린 남자 뒤에는 머펫이 서있었다. 에이텐은 뒤를 돌아보고는 머펫이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벽과 계기판이 이어지는 구석에 야구모자를 쓴 남자 하나가 푹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자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점퍼의 오른쪽 어깨가 찢어져 있고 피에 물들어있었다.


“로디아. 저건 뭐야?”

“이 가방을 들고 여기로 들어온 남자. 그 외에는 몰라. 궁금하면 뒤에 계신 분한테 물어봐. 나보다 잘 아실 테니까.”

“머펫씨. 저 사람, 당신 부하입니까?”

“아닐세. 동행인일 뿐이네.”


머펫은 레인지에게서 눈을 돌려 에이텐을 쳐다보았다. 에이텐은 머펫의 눈을 똑바로 보고는 피식 웃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죽인 거야?”

“아니, 기절한 거야. 저 나이에 기술자일리는 없고.”


로디아는 빨간 입술을 움직여 웃었다.


“그런데도 조종실에 들어올 권한이 있다는 건, 아포크리파 관련자라는 말이지. 쓸 만할 것 같아서 남겨뒀어.”

“그렇지. 예상 밖의 수확인데. 그리고 그 가방을 저 남자가 가지고 있었다는 거군.”


에이텐은 계단을 내려가 로디아가 들고 있던 가방을 손에 들었다. 직사각형 금속가방으로 손잡이 아래에 작은 육각구멍이 하나 있는 것 말고는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열쇠 구멍인가. 저 남자가 가지고 있는 거 아냐?”

“주머니나 목걸이를 뒤져봤는데 아무 것도 없었어.”

“흐음··· ···뭐, 상관없지. 연구실에서 강제로 뜯어보면 되니까. 다른 부분은 어때?”


에이텐은 가방을 계기판 위에 내려놓고 숫자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화면에는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숫자가 가득 채워져 있고 가장 아래의 한 줄에만 연결(Connect)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순조로워. 조금 더 있으면 조종차량을 분리할 수 있어.”

“역시 대단해.”


에이텐은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머펫이 말했다. 머펫은 그대로 계단 위에 지팡이를 짚고 서있었다. 내려다보는 눈에는 객실에서는 보이지 않던, 감추고 있었던 날카로움이 담겨 있었다.


“별 거 없어요.”


로디아가 후후 작게 소리 내어 웃고 말했다.


“이걸 분리해서 가져가고, 아포크리파에 연락해서 승객들을 찾아내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

“지금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자네들의 배지? 대구에서 발견되었다는 공간파동. 그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닌가?”

“흐음. 잘 아시네요. 역시 아포크리파와 연결이 되어있군요? 그 외에 무슨 말을 하던가요?”

“내가 여기서 탈출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 텐가? 그 가방을 돌려달라고 하면?”

“예?”


머펫의 뜬금없는 말에 로디아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거기에 대답한 것은 에이텐이었다.


“쉽게 따라와 주신 것치고는 이상한 질문이군요. 여기 들어와서 우리 계획을 알아낸 다음 탈출할 계획이셨습니까? 하하하. 나갈 수 있으면 나가보시죠. 그 문은 이미 완전히 잠겼고 다른 출구는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여기 전면 유리는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습니다.”

“자네가 아까 보여준 강화능력을 사용해서 유리를 깨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네만.”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정중하게 깨드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리가··· ···없지. 콜록.”


이번엔 머펫이 아니었다. 레인지가 어느새 일어서서 벽에 기대 서있었다. 속을 다쳤는지 기침을 하자 입가에 가는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레인지는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한 번 흔들고는 오른손으로 모자를 고치면서 고개를 들었다.


“어머. 일어났어? 상당한 충격이었을 텐데.”


로디아가 빈정거림에 놀람이 약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레인지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고는 피식 웃었다.


“덕분에 정신이 들었어.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말이지.”

“흐흠? 그래서 뭘 할 건데, 용감한 오빠?”


레인지는 오른팔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그러자 손끝에서 빨간 빛이 새어나오더니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며 길쭉한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화(Build Up)."

“아아, 역시 할 줄 아는 구나? 좀 전엔 왜 안 했어?”

“아무리··· 여기가 반차원이라고 해도 실공간에서는 처음···이라서 말이지.”


길게 나타난 빛이 사라지자 그것은 한 자루의 총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에 윗부분만 빨간색이고 긴 총인데도 탄창을 꽂는 곳과 어깨에 받치는 부분이 없었다. 레인지는 천천히 총을 들어 한 손으로 에이텐을 겨냥했다.


“어이, 어이. 진짜 할 생각이야? 총 끝이 떨리고 있는데?”

“그건 해봐···야 알겠지.”

“하아. 죽는 방법도 가지가지군. 강화(Build Up).”


에이텐의 오른손이 하얀 빛에 싸였다. 하지만 레인지와는 다르게 검은 선이 손끝에서부터 팔꿈치까지를 감쌌는데도 실체가 나타나지 않고 옅은 빛이 새어나오는 그대로였다. 그걸 본 레인지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먼저 움직인 것은 레인지였다. 레인지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두 손으로 총을 들고는 그대로 에이텐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빠르다 해도 상처를 입고 기절해 있었던 몸으로는 한계가 있다. 에이텐은 오른손으로 레인지의 총을 손쉽게 쳐냈고 레인지는 팔이 저릿해지는 충격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직후 이번엔 에이텐이 레인지를 노리고 움직였다. 로디아에게 당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팔이 열리며 방어가 허술해진 레인지의 가슴에 에이텐의 오른주먹이 날아들어왔다. 레인지는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 주먹이 스쳐지나가면서 점퍼가 길게 찢어졌다.


레인지는 뒤로 넘어지려는 몸을 받치고는 뒤로 휙 뛰어서 계기판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에이텐이 내려놓은 가방을 낚아채고 다시 옆으로 뛰었다.


그 순간, 레인지가 떨어지는 지점에 그 동작을 예측한 것처럼 에이텐이 끼어들었다. 주먹이 하얗게 빛나면서 다시 한 번 레인지를 향해 똑바로 뻗어왔다. 레인지는 총을 놔버리고 두 손으로 가방을 들면서 그대로 에이텐의 공격을 받았다. 무거운 금속성이 울리고 레인지는 가방을 안는 것 같은 자세로 뒤로 튕겨나가 엄청난 기세로 조종실 전면 유리에 부딪혔다. 전면유리는 가루가 되어 터지는 것처럼 깨져나갔고 레인지도 그대로 밖으로 안개를 뚫고 날아가 바다에 빠져버렸다. 첨벙하는 소리가 안개 사이로 들려왔다.


“아··· 이런.”


잠깐 동안 구멍이 나버린 유리와 자신의 주먹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던 에이텐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계단 위의 머펫은 가만히 서서 구멍 밖을 보고 있었다.


“저 남자가 깨있는 걸 알고 있었던 거군요. 그래서 내 능력이 어쩌고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해서 지시를 한 거고. 이거 한 방 먹었는데요, 머펫씨.”

“가방을 빼내려고 한 거야. 저기 뭐가 들었죠?”


머펫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한대로 레인지가 움직여주었고 다행히 레비아탄을 여기서 빼냈다. 이제 충격을 받은 레인지가 뒤의 차량까지 무사히 헤엄쳐 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걸 받은 지유가 방법을 생각해 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지유와 레비아탄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아무도 말이 없는 잠깐이 지나가고 조종차량의 뒤에서 철컹하고 금속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로디아는 숫자로 가득 차있던 화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은 깨끗해져 있고 완료(Complete)라는 글자만 아래에 작게 적혀있었다.


“분리했어. 갈까?”

“그래, 가자. ···머펫씨.”


에이텐이 머펫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승객들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제발 이뤄졌으면 좋겠군요.”


머펫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크리파 - Apocrypha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Epilogue. 잘 부탁해. (1권 끝) +1 20.05.16 16 0 15쪽
29 Chapter 5-16. 아포크리파. 20.05.16 17 0 14쪽
28 Chapter 5-15. 오빠. 20.05.16 15 0 11쪽
27 Chapter 5-14. 재밌었어. 20.05.16 14 0 11쪽
26 Chapter 5-11. 됐니, 명탐정? 20.05.16 15 0 11쪽
25 Chapter 5-10. 빚 갚으러 왔다. 20.05.16 28 0 13쪽
24 Chapter 5-9. 끝까지 바보네. 20.05.16 16 0 9쪽
23 Chapter 5-7. 정말 대단해. 20.05.16 13 0 14쪽
22 Chapter 5-5. 부탁할 게 있어. 20.05.16 33 0 6쪽
21 Chapter 5-1. 전투 개시. 20.05.16 16 0 10쪽
20 Chapter 4-9. 구해줄게. 20.05.16 16 0 18쪽
19 Chapter 4-7. 나도 너 좋아해. 20.05.16 13 0 9쪽
18 Chapter 4-5. 프로토 타입. 20.05.16 13 0 13쪽
17 Chapter 4-4. Leviathan Ver 7.02 20.04.19 16 0 8쪽
16 Chapter 4-3. 반한 거 아니야? 20.04.19 14 0 5쪽
15 Chapter 4-2. 건강해서 좋네. 20.04.19 19 0 10쪽
14 Chapter 4-1.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20.04.19 12 0 7쪽
13 Chapter 3-6. 그 녀석을 깨워. 20.04.19 18 0 9쪽
» Chapter 3-5. 뭐가 들었죠? 20.04.19 15 0 9쪽
11 Chapter 3-4. 모시러 왔습니다. 20.04.08 16 0 14쪽
10 Chapter 3-3. 흥미 없어. 20.04.08 18 0 10쪽
9 Chapter 3-1. Breath of Earth. 20.04.08 15 0 13쪽
8 Chapter 2-5. 버려진 성서. 20.04.08 13 0 8쪽
7 Chapter 2-4. Extreme Charge 20.04.08 11 0 10쪽
6 Chapter 2-3. Build Up 20.04.08 18 0 7쪽
5 Chapter 2-2. 기다릴게. 20.04.03 24 0 12쪽
4 Chapter 2-1. 어웨이크닝. +1 20.04.03 42 0 13쪽
3 Chapter 1-2. 신경쓰지 마세요. 20.04.03 20 0 11쪽
2 Chapter 1-1. 오랜만이야. 20.04.03 26 0 12쪽
1 Prologue. 준비 됐나요? 20.03.23 65 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