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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크리파 - Apocry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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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스
작품등록일 :
2020.03.23 22:18
최근연재일 :
2020.05.16 23:0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87
추천수 :
0
글자수 :
140,881

작성
20.05.1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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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Chapter 5-9. 끝까지 바보네.

DUMMY

8


“···알고 있었어.”


지희가 머리 뒤로 손을 대는 것을 보고 있던 헹커는 베르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빨간 눈동자가 헹커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눈매가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뭐? 알고 있었다니. 내가 이럴 거라는 걸 말이야?”

“···평소 모습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늘, 창고에서 이상한 점이 두 가지 있었어. 우선 연락하자마자 바로 나타난 것. 우리가 수색해야 할 곳은 20군데가 넘었어. 당신이 계획대로 처음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고 대기했다면 그렇게 빨리 올 수 없었어. 당신은 처음부터 그 창고에 뭔가 있다는 걸 알고 근처에 있었던 거야. 이건 정말 추측인데, 그 경찰, 당신이 죽이고 이형한테 기생시킨 거 아니야? 그리고 두 번째. 아마, 머리가 나빠서 자기가 한 말도 기억 못하고 있겠지만.”


헹커의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카나타 언니 말을 전달하면서 아직 언니가 창고가 비어있는 것은 모르고 있다고 했던 거 기억해? 그때 나나 지희는 당신에게 창고가 비어있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했어. 언니가 모르는 것은 당연해. 그런데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그 창고가 이상 없다고 나온 건 당신이 결과를 조작했기 때문이지?”


헹커는 잠깐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졌군. 확실히 그래. 내 실수야. 인정하지. 하지만 말이지.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도 상황을 봐서 하는 게 좋아.”

“···이것 때문에 바보 취급한 게 아냐.”

“뭐야?”

“···이건 조금만 방심하면 알기 힘든 실수야. 그 외의 부분에서 당신은 훌륭했어. ···당신이 정말 머리가 나쁘다는 증거는 창고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어. 생각해봐. 지희는 내려오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봤을 거고 고글 상태도 이상해. 그런데도 피하지 않고 굳이 여기로 내렸어. 왜 그랬을까?”


그때, 머리 뒤로 돌린 지희의 두 손 사이에는 백지카드가 한 장 끼워져 있었다. 베르타가 마지막 말을 끝내는 것과 함께 둘의 시선이 교차하고 지금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쿠로네의 엔진이 폭발하는 것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희는 쿠로네에서 뛰어내리면서 오른손의 카드를 바닥에 꽂았고 쿠로네는 헹커의 등을 향해 튀어나갔다. 울려 퍼지는 총소리. 하지만 바닥에 꽂은 카드가 순식간에 커지면서 지희를 가리고 탄환을 막았다. 탄환이 연속으로 꽂히자 휘청거리던 카드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유리벽이 깨지는 것처럼 하얗게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미 카드의 뒤에 지희는 없었다.


헹커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쿠로네를 가까스로 피했다. 베르타는 지희와 쿠로네에게 남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순간 뒤에 서있는 남자에게 휙 다가가 남자의 총을 잡고 방아쇠에 걸려있는 남자의 손가락을 당겨 옆의 남자에게 쏴버렸다. 남자는 보호구 가운데에 십여 발의 탄환을 맞고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베르타는 잡고 있던 총과 함께 뒤의 남자를 밀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쿠로네는 남자들이 흐트러진 틈을 파고들어 베르타의 앞에서 몸을 눕혀 회전하면서 뒷바퀴를 베르타의 앞으로 댔다. 베르타는 다시 고글을 쓰면서 훌쩍 뛰어 쿠로네에게 올라탔다. 왼손으로 핸들을 잡자 모니터에 접속(Connected)이라는 글자가 떠오르며 고글에 다시 마력 게이지가 나타났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도 채 되지 않았다.


마력이 모이자 베르타의 오른손에 다시 빛이 돌아왔다. 스로틀을 당기자 쿠로네는 속력을 높이며 다시 앞으로 튀어나갔다. 베르타는 또 한 명의 남자의 옆을 지나치면서 남자의 배를 깊숙이 쳐올렸다. 남자는 공중에서 몸이 회전하며 날아가 또 다른 남자에게 처박혔고 둘은 엉키면서 갑판 끝으로 굴러가 버렸다.


베르타는 남자들에게 눈을 돌리지 않고 주먹을 휘두른 직후 바로 몸을 돌리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펼쳤다. 손바닥에서 큰 빛의 원이 만들어지고 그 순간 나머지 남자들이 쏜 탄환이 원에 부딪히며 새파란 불꽃이 튀었다.


“···쿠로네!”


베르타가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쿠로네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탄환이 몇 발 스치기도 전에 정면의 남자에게 다가간 쿠로네는 앞바퀴를 들어 올리며 그대로 남자의 몸을 들이받아 버렸다. 그리고는 그 힘을 줄이지 않고 몸을 기울이면서 앞바퀴를 옆으로 휘둘러 또 한 명의 남자를 날려버렸다.


이 사이에 베르타는 남은 한 사람에게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쾅하고 커다란 충격음이 울렸다. 베르타는 주먹을 휘두른 자세로, 맞은 남자는 허리가 깊숙이 꺾인 자세로 멈춰있었다. 베르타가 손을 떼고 몸을 돌리자 남자는 허물어지는 것처럼 풀썩 쓰러졌다.


이것으로, 열 명.


베르타는 천천히 헹커에게 눈을 돌렸다.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차가운 얼굴에서 눈동자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출격 전에 발진덱에서 쿠로네를 세팅했다고 한 건 이것을 위한 준비였다. 중계기가 없어도 브레이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쿠로네에게 임시 제어장치를 달아두었던 것이다. 지희에게는 먼저 이렇게 될 거라며 부탁해두었다. 지희는 말없이 베르타의 눈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를 믿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다 끝난 것처럼 굴지 마. 난 아직···.”


헹커의 위로 세 개의 마력탄이 떠올랐다. 하지만 베르타는 그걸 보고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끝까지 바보네.”


팍하고 가벼운 소리가 났다. 헹커는 천천히 눈이 풀리면서 앞으로 푹 쓰러졌다. 그 뒤에는 나이프를 든 카나타가 서있었다. 손잡이로 목 뒤를 찍어 기절시킨 것이다. 카나타는 헹커가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 베르타를 보았다.


“왜 이걸 말 안 한 거야?”

“···헹커가 먼저 눈치를 채버리면 아닌 척 할 수가 있어.”

“하아···. 그렇게 위험한 행동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설교는 돌아가서 할 테니까 각오해 둬. 그보다···.”


그때 카나타의 뒤, 안개 속에서 가쁜 숨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베르타는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는 카나타의 손짓에 몸을 풀었다.


뛰어온 것은 긴 검은머리에 날씬한 소녀였다. 노트북 같은 것을 옆에 끼고 있었다. 소녀는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불안한 눈으로 베르타를 쳐다보았다.


“오빠는··· 오빠는 어디 있어요? 네?”

“···오빠···?”

“이 애가 민지유야. 지희 여동생.”


카나타가 말했다. 싸우는 동안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베르타의 얼굴에 처음으로 놀람의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9


“조용해졌군.”


전함 안의 한 방에서, 머펫과 로디아는 철제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다. 차원의 벽을 넘어 이동이 가능한 초공간항행함이지만 함 내는 무척 낡았다는 느낌이 들만큼 아무 것도 없었다. 50년 전에 사라졌을 때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머펫과 로디아가 있는 좁은 방도 반쯤 찌그러진 철제 책상과 의자 두 개를 빼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군요.”


잠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로디아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 갑판 쪽에서 들리던 쿵쿵 울리는 소리가 잠잠해져 있었다. 어느 쪽이 됐건 결말이 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긴 쪽은.


“흐음. 역시 다르다는 거군요.”


로디아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면서 의자에서 일어섰다.


“나름대로 이름 있는 용병들이고 최신 장비까지 지급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당해버렸네요. 과연 아포크리파. 일부러 전력을 흩어놨는데도 이 정도로군요. 대단해요.”

“포기하게. 이제 끝났어.”

“어머. 누가 끝이라고 하던가요? 강화(Build Up)."


로디아의 오른손에 작은 권총이 나타났다. 로디아는 머펫을 보며 새빨간 미소를 짓고는 머펫의 다리에다 총을 쏴버렸다. 총성이 좁은 방에 커다랗고 울리고 머펫은 비명을 지르며 의자채로 옆으로 쓰러졌다. 탄환이 관통한 오른쪽 허벅지가 대번에 빨갛게 물들었다.


“가장 중요한 게 남아있어요.”


로디아는 문 옆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 배를 통째로 날려버릴 거예요. 여기 타고 있는 모두와 함께. 초공간엔진을 폭주시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로디아는 문을 열고는 천장의 전등을 향해 다시 총을 쐈다. 방은 완전히 어둠에 잠겨버렸다.


“자아, 거기 얌전히 누워서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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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ilogue. 잘 부탁해. (1권 끝) +1 20.05.16 16 0 15쪽
29 Chapter 5-16. 아포크리파. 20.05.16 17 0 14쪽
28 Chapter 5-15. 오빠. 20.05.16 15 0 11쪽
27 Chapter 5-14. 재밌었어. 20.05.16 14 0 11쪽
26 Chapter 5-11. 됐니, 명탐정? 20.05.16 15 0 11쪽
25 Chapter 5-10. 빚 갚으러 왔다. 20.05.16 28 0 13쪽
» Chapter 5-9. 끝까지 바보네. 20.05.16 17 0 9쪽
23 Chapter 5-7. 정말 대단해. 20.05.16 13 0 14쪽
22 Chapter 5-5. 부탁할 게 있어. 20.05.16 33 0 6쪽
21 Chapter 5-1. 전투 개시. 20.05.16 16 0 10쪽
20 Chapter 4-9. 구해줄게. 20.05.16 16 0 18쪽
19 Chapter 4-7. 나도 너 좋아해. 20.05.16 13 0 9쪽
18 Chapter 4-5. 프로토 타입. 20.05.16 13 0 13쪽
17 Chapter 4-4. Leviathan Ver 7.02 20.04.19 16 0 8쪽
16 Chapter 4-3. 반한 거 아니야? 20.04.19 14 0 5쪽
15 Chapter 4-2. 건강해서 좋네. 20.04.19 19 0 10쪽
14 Chapter 4-1.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20.04.19 12 0 7쪽
13 Chapter 3-6. 그 녀석을 깨워. 20.04.19 18 0 9쪽
12 Chapter 3-5. 뭐가 들었죠? 20.04.19 15 0 9쪽
11 Chapter 3-4. 모시러 왔습니다. 20.04.08 16 0 14쪽
10 Chapter 3-3. 흥미 없어. 20.04.08 18 0 10쪽
9 Chapter 3-1. Breath of Earth. 20.04.08 15 0 13쪽
8 Chapter 2-5. 버려진 성서. 20.04.08 13 0 8쪽
7 Chapter 2-4. Extreme Charge 20.04.08 11 0 10쪽
6 Chapter 2-3. Build Up 20.04.08 18 0 7쪽
5 Chapter 2-2. 기다릴게. 20.04.03 24 0 12쪽
4 Chapter 2-1. 어웨이크닝. +1 20.04.03 42 0 13쪽
3 Chapter 1-2. 신경쓰지 마세요. 20.04.03 20 0 11쪽
2 Chapter 1-1. 오랜만이야. 20.04.03 26 0 12쪽
1 Prologue. 준비 됐나요? 20.03.23 6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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