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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미학

웹소설 > 자유연재 > BL, 로맨스

쓰다A
작품등록일 :
2020.05.16 20:45
최근연재일 :
2020.11.10 23:35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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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수 :
110,014

작성
20.05.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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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09. 납치 아니고, 야반도주.

DUMMY

“우, 우왁! 이번엔 뭐예요? 뭐! 뭔데요!”


“마-중-도 나오고, 아주 예뻐.”


미학이 빠르게 절제를 안아드는 동작과 다르게 느릿하게 ‘마중’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검은 세단 위에 올랐다.


찰칵, 절제와 미학이 앉은 차의 문이 닫히자마자 세현이 세단의 운전석에 달려가 앉았다.


“출발하겠습니다.”


“뭐, 뭐야!”


차에 빠르게 시동이 걸렸고, 이내 차는 빠르게 길을 달렸다.

절제가 자신을 안아든 미학을 밀치며 문을 열려했지만, 세현이 한 발 더 빠르게 문을 잠갔다.


“이거 납친 거 아세요?!”


“납치 아니고, 야반도주.”


“예?”


“우리는, 지금, 야-반-주-도 중입니다.”


차문의 잠금장치에 손을 가져다대는 절제의 허리를 잡은 미학이 문에서부터 멀어지도록 절제를 끌어당겨 자신의 바로 옆에 앉혔다.


“수고를 덜 수 있게 마-중 나와 줘서 다행이었습니다.”


미학이 ‘야반도주’라는 단어와 ‘마중’이란 말을 늘려 말 할 때마다 세현이 어깨를 움찔 거리며 몸에 힘을 주었다.


절제가 밤에 집에서 도망가려고 한 것이 저 이상한 사장을 열 받게 한 것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소원대로 꺼지게 하겠다면서 집에서 양말만 신겨져서 밖으로 쫓겨났을 만한 일이었다.


실제로 작년에 반짝이는 은색 양복만 입어서 은 갈치라고 놀림 받는 세현 보다 두 살 위의 형이 그러했다.

그 당시에 은 갈치는 도망을 가려던 것이 아니라 정원의 꽃을 몰래 꺽어서 여자친구에게 줄 꽃다발을 만들던 것이 발각되어 그런 것이긴 했지만, 부탁하면 될 것을 도둑마냥 몰래 들어와서 일을 행하려 했다는 것에 미학이 더욱 화를 내었었다.


그런 것을 전적들을 보았을 때에 절제에게만은 굉장히 너그러운 미학이었다.

적응되지 않고 소름이 돋는 것을 넘어서 토 할 것 같게.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지금도 도망 온 거 아니었어요? 또 어디로 도주를 한다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휴-가 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절제가 입을 떡 벌리고 미학을 보았다.

갑자기 자기들만의 사건에 휘말리게 하고선 사람을 무슨 감옥에 수용하듯이 가둬 둔 것도 모자라서, 납치로 행해지는 휴가라니.

어울리지도 않는 단어들이다.

납치와 휴가.

휴가는 자기들이나 휴가지. 어디 절제 자신에게나 해당되는 것인가.


“휴가는 또 무슨 휴가예요?! 전 그냥 집으로 가겠습니다!”


“안 될 텐데.”


“제가 집에 가겠다는데 뭐가 안 된다는 거예요?”


“힘 좀 쓰나?”


“예?”


“달리기는 빨라요?”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내려 주세요.”


“빵집에서 뒤쫓아 오던 사람들 기억합니까?”


“그건 또 갑자기 왜요? 저 내리겠습니다.”


“집에 돈 좀 많습니까? 아니면 친분 있는 사람들 중에 경, 검 있으십니까?”


“도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저 내려주십시오.”


계속해서 어긋나는 둘의 대화에 세현이 손에 땀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속력을 높였다.

물론, 높인 속력을 눈치 챘다고 해서 속력을 낮추지는 않았다.


저 한절제가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서 미학과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화가 치미는 것을 참지 못 하고, 이 속도면 해볼만하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뛰어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날로 세현은 미학에게 끌려가 오토바이 뒤에 짐짝처럼 매달린 채로 고속도로위를 미친 듯이 달리는 형벌에 처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것만큼은 사양이었다.

그러다가 비위가 약한 자신이 중간에 치밀어오는 토끼를 참지 못하고 구토를 시전하기까지 하면...끔찍했다.


“상관이 있지. 크지. 지금 우리 집에 곧 놈들이 들이 닥칠 것이고, 그 전에 도망 못가면 절제씨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괜찮겠죠. 생각해보니까. 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미학의 미간이 좁혀졌다.


“상관이 없다라....”


절제가 다시 운전석에 있는 세현에게로 천천히 손을 뻗어 차를 어서 멈추라고 말하려던 찰나에, 미학이 절제의 어깨를 잡아 다시 뒷좌석 등받이에 등을 정착시키며 씨익 웃었다.


“이래도?”


미학의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에 가득 들어찬 사진에 절제는 온 몸을 굳혔다.

화면 안에는 절제 자신이 있었다.

저번에 검은 남자들이 들이닥쳤을 때, 미학의 어깨에 매달려 도망 아닌 도망을 하던 절제의 사진, 그리고 작년 여름 친구들과 바다에 갔을 때에 김상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이어서 눈에 들어왔다.


‘네 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해?’


사진 밑에는 살벌한 기운이 느껴지는 문장이 있었다.

문장자체로는 살벌하다 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운이 그러했고, 그 문장 바로 아래에 또 이어진 사진에는 절제의 친구이자 웬수 김상윤이 홀로 등장했다.

상윤이 어떤 사무실 소파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그 사진은 문자 내용의 살벌함을 더욱 더해주고 있었다.


“뭐....”


“저도 상관없다고 하고 싶은데...이 사람들은 아닌가 봐요?”


"세...세상에...이건 뭐예요?!“

"글-쎄, 뭐겠습니까."

미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고, 세현이 어깨에 힘을 주었다.

'뭐긴 뭐겠어. 널 확 엮어내려고 그 때 사진 찍어간 놈을 일부러 잡아놓고도 놔 줬구만! 진짜 저 녀석 뭐가 예쁘다고 이 난리야.'

미학이 두려운 나머지 차마 절제에게 전할 수 없는 사실을 혼자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이정도로 놀라다니, 앞으로 얼마나 놀라 까무러치실라고....

세현이 작게 한숨을 내뱉었고, 그를 놓칠리 없는 미학이 눈만 들어 백밀러로 비치는 세현의 눈과 시선을 교환했다. 세현은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상윤이는 또 무슨...."

"잡혀갔나보죠. 그 날. 피하게 해드렸다고 해드렸는데...제 이름을 부르면서 제 쪽을 쫒아가던걸 저 쪽에서 붙잡았다고 들었습니다."

절제가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미학을 올려보았다.

"하, 하...김상윤...."

김상윤 이 녀석이 결국은 제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사건에 뛰어들었구나. 딱 보면 심상찮구나, 우선 피하자, 할 만한 상황이란 것을 알았을 텐데. 하도 너랑 있으면 일이 터지니, 사건을 들러붙는 안타까운 녀석이다 했더만은...알고 보니 네가 사건을 쫓아간 거구나.

그렇다면 상윤과 찍은 사진은 필시 김상윤 놈이 넘긴 것이렷다.

‘감히 네 놈이 스스로 뛰어든 일에 아무리 자기 목숨 부지한다지만 내 사진까지 넘겨?!’

요즘은 왜 이러는지, 한 놈을 납치를 하질 않나, 게임 아닌 게임을 강요하질 않나, 자기 마음에 안드는 선택을 했다고 억지를 부리질 않나, 사람을 얇은 종잇조각 취급을 하질 않나, 개 취급을 하질 않나...이 한 사람으로 모자라서, 원래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녀석이긴 했지만...친구라는 녀석은 제 스스로 위험이 빤하게 예상 되는 일에 아주 풍덩 뛰어들어서는 자기 살자고 지 친구를 팔아넘기질 않나, 아주 가지가지 돌은 가지들이다.

그제야 미학이 물어왔던, 돈 많으냐, 검.경에 친분 있냐, 힘세냐, 잘 뛰냐 하는 질문의 내용들이 이해가 간 절제였다.

돈으로 도피든, 압박이든 어쨌든 절제를 미학 쪽 사람으로 완전히 오해하고있는 사람들과 오해를 해결 가능하겠느냐, 검.경에 친분 있어서 잘 보호받고 피할 수 있겠냐, 힘으로 그 놈들을 쫓아낼 수 있겠냐, 다리라도 빨라서 어디로든 튈 수 있겠냐. 그 말이었다.

"그-러-니-까...내려드려요? 내리려면 지금 내리고."

절제가 속으로 거칠게 쌍시옷 욕을 중얼거렸다. 머릿속에서는 그래도 정말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데 괜찮지 않을까, 지금이 기회다, 하는 생각과 치사해도 돈도 주는데 이쪽에 붙어서 그냥 있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이 증폭했다.

"세현씨, 잠깐 차 좀 세우...."

"잠, 잠깐! 아니, 생각을 좀 해보고요."

묘하게 평소보다 빠른 것 같은 미학의 대화 속도에 절제가 다급히 미학을 막았고 미학이 슬며시 입가에 웃음을 걸쳤다. 그 안타까운 상황을 애써 외면하며 운전하던 세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이 더 답답해지는 심정에 두 눈에 힘을 주었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허술할 수 있을까.

제 딴에는 그래도 잘 해나간다고 생각하겠지, 뭘 고민하나, 자신이 돌아가면 무슨 일이 예상 될 지를 먼저 물어보거나, 직접적으로 사장이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거나, 아무튼 현재 상황을 스스로 파악하고 결정을 하든 말든 하는 거지.

잡히면 오해라고 말을 하던가, 그 놈들을 비폭력으로 설득할 자신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도대체 지금까지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왔대?! 이름도 절제, 좌우명도 평정심, 사실은 그냥 멍한 거 아니야?! 평정심 유지하는 것도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아니, 김상윤이랬나? 그런 놈이랑 계속 친구인걸 보면...아주 마음이 바다 같으시네, 태평양 나셨다.

세현은 괜스레 바보같이 느껴지는 절제를 속으로 연신 씹었다.

'아오, 저 빙구.'

"이-제 좀 있으면 고속도로 들어갑니다."

미학이 재촉했고, 절제가 조금 전보다 더 침착하지 못 한 모양새로 두 눈을 굴렸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 어디로 가는 건데요. 아니, 이걸 왜 지금 알려주세요?"

"저-도, 그제 알아서요.“

절제가 나름 똑똑하게 질문했다 생각하며 가슴을 펴는데, 미학이 문자 받은 날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들한테서 도망치는데 연락은 어떻게 받으신 거고요.“

"저도...알고 싶군요....“

미학이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상윤의 얼굴을 힐끗 보며 말 했고, 절제가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상윤이 금사빠치고는 열렬히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기는하지만, 그렇다고 제 목숨 걸 정도의 일을 하는 녀석은 아니었다. 제 친구도 파는데 어련할까.

상윤이 겁을 먹고 미학의 번호와 절제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 사진을 그 놈들에게 넘긴 것의 50%는, 아니 어쩌면 80-90%의 확률로 미학이 잡았다가 놓아준 그 놈 때문일 테니 미학의 탓도 있었다. 하지만 짐짓 모르는 척, 난감한 척, 연기한 미학이었다.

"도대체...전에 무슨 일을 하신 거예요?“

이쯤 되니, 이전에는 기세나 기운에 눌려 괜스레 피어오르는 두려움에 물어보지 못 했던 것을 물어보자 결심한 절제가 조심스레 물음을 내뱉었다.

절제의 물음이 끝나자, 세현이 급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아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차가 멈추었다.

"뭐지?“

급정거에 몸이 앞으로 나가 앞좌석에 얼굴을 부딪칠 뻔 한 절제의 어깨를, 끌어안아 제 쪽으로 당기며 다치지 않게 절제의 철과상을 막아낸 미학이, 날 선 목소리로 세현을 향해 물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곧 고속도로입니다.“

세현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미학은 뒤에 있음에도 제 앞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속으로 그렇게도 절제에게 바보네 빙구네 멍하네 모지리네 욕을 했으면서 막상 절제에게서 제대로 된 질문이 나오자, 미학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 할 수가 없어 외려 자신이 더 놀랐다.

"어...감사...한데...제가 무슨 종이인형인 줄 아세요?!“

미학에게 안긴 자세가 된 절제가 차가 멈추고 나서도 여전히 꽉, 자신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 안고서, 나머지 한 팔을 들어 등을 토닥거리는 미학의 손을 확 떼어내었다. 지난번, 미학의 강아지와의 비교나 잡아먹겠다는 선언 아닌 선언의 영향인지, 자신이 정말 미학의 반려동물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건 뭐, 놀란 반려동물 진정시켜주는 거야, 뭐야.’

"다칠 뻔 했습니다.“

미학이 허공에 들린 자신의 손을 가만 바라보다가, 천천히 내려 자세를 바로하고는 딱딱한 음성으로 말 했다.

"아, 아무튼 도대체 전에 하신 일이 뭔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는 거예요?! 어디 사체라도 쓰신 거 아니죠?!“

놀랄만한 상황에서도 질문 했던 것을 잊지 않은 절제가 한 가지를 더 더해 물었고 세현이 헉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사체를 쓴 게 아니라 쓰도록 할 것 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전 직장 부하라고 소개하던 후배들도, 미학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도 그런 느낌을 물씬 주긴 했지만, 절제는 사람의 외적인 부분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평가를 기정사실화 해,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편협한 사고를 넘어서 민폐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사채를 끌어 썼든, 쓰도록 빌려주든 둘 중의 하나라면,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얽히지 말고 튀어야지.

굳은 결심을 한 절제가 슬금슬금 엉덩이 걸음으로 문에 다가갔다.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한 건지, 둘 다 엮여봐야 피곤하고 힘들고 종국에는 파탄 날 만한 일이거늘.

절제는 어딘가 음지의 세계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은 가졌으면서 왜 이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 했을까, 자신의 지난 과거가 한탄스러웠다.

"사채....“

중얼거리던 미학이 이내 픽 웃었다.

"그래-보입니까?“

"예? 아, 아니....“

"그런 것만 아니면 괜찮은 겁니까?“

'아니야!‘

세현이 운전석에 앉아 양손의 주먹을 꽈악 쥐면서, 차마 외칠 수 없는 말을 외치는 시늉을 했다.

'저 빙구. 그런 거 아니어도 안 된다고! 도망쳐 빙구야!‘

하지만 세현의 마음 속 외침은 아무리 텔레파시를 보내어도, 절제에게 닿을 수 없는 것이었는지, 절제는 그저 혼란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닙니다. 출발하시죠.“

세현이 다시 매끄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한 절제 네 놈은 앞으로 빙구다. 빙구로 부르겠다.‘


*


"휴게소에서 요기 좀 하고 가죠.“

미학이 어느새 잠들어서 차창에 머리를 붙이고 있는, 절제의 머리를 자신의 큰 손으로 받치며 조심스럽게 어깨를 토닥였다.

"으...우...어....“

무거워 보이는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려 깜박이는 절제를 본 미학은 다시 한 번 더 어깨를 토닥거리며 절제를 제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래...착하지, 일어나야지....“

차를 주차시키고 있던 세현이 백미러에 비친 뒷좌석의 사정을 보곤 화다다, 시선을 빠르게 돌렸다. 나오려는 한숨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앞으로 저런 걸 또 봐야한다는 거지....‘

절제가 멍하게 풀린 눈을 하고 몇 번을 더 깜박거리더니, 다시 잠에 들 것처럼 축 늘어져 두 눈을 감았다. 미학이 그런 절제를 안아들고서 그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깨울 때 안 일어나면, 안아서 데려다 줄 겁니다?“

세현이 두 손을 들어 오소소 소름이 돋아난 양팔을 거세게 문질렀다.

주차를 끝마쳐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아마 뒤에 주차 된 차와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을 것이다.

"주차 끝났으니, 먼저 나가있겠습니다!“

절제가 제발 깨어나길 바라며 일부러 큰 소리로 말 한 세현은, 급하게 차 밖으로 나갔다.

미학이 두 눈이 세현의 뒤를 탐탁지 않음을 가득 담아 쫓았다.

금세 다시 들려오는 절제의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지만.

그리고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나 미학과 눈을 마주친 절제가 왁 하고 벌떡 일어나다가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며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뒷좌석 위에 올라 무릎을 굽힌 자세로 몸을 웅크린 절제가 양 손으로 머리를 마구 비볐다.

"아야...뭐, 뭐예요?!“

"휴게소 왔습니다.“

"아, 아....“

"내리죠.“

미학이 그런 절제를 생태관찰을 하는 것만 같은 시선으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그 깔끔한 태도에, 물론 전혀 깔끔하다고 할 수 없는 시선이었지만 지금까지와 비교했을 때 치덕거리지 않는 그 태도에, 오히려 절제는 묘하게 허전함을 느끼었다.

"뭐야, 뭐 화났나?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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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파티 원 모집은 아찔하게. 20.06.13 37 1 14쪽
12 12. 휴게소에서 광란의 파티를. 20.05.31 29 0 15쪽
11 11. 빙구와 미미의 죽음의 레이스. 20.05.29 29 1 14쪽
10 10. 오구오구오구 = 오, 우리 빙구(×3). 20.05.27 23 0 14쪽
» 09. 납치 아니고, 야반도주. 20.05.24 26 1 16쪽
8 08. 그러니까, 위험하게, 누가 그렇게 사랑스러우래요? 2 20.05.22 25 0 13쪽
7 07. 그러니까, 위험하게, 누가 그렇게 사랑스러우래요? 1 20.05.17 27 0 15쪽
6 06. 먹이고, 재우고, 포동포동 살찌워서 잡아먹을 거냐고요. 20.05.17 30 1 11쪽
5 05. 친근해지려고. 20.05.16 41 0 12쪽
4 04. 사람은 오래 만나봐야 아는 거라더니. 20.05.16 61 0 15쪽
3 03. 일 하느라 그랬다고요? 20.05.16 46 0 14쪽
2 02. 미안합니다. 20.05.16 31 1 13쪽
1 01. 만남과 만남. +1 20.05.16 90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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