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BeautifulWorld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63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3.24 22:02
조회
418
추천
12
글자
9쪽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DUMMY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5)


“이 개 같은 자식아!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얼굴을 들이미니?”

“미안하다.”

“하? 미안? 미안이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레몬은 분노에 차며 남은 왼 손으로 검을 뽑아 발로에게 겨누었다. 피부가 살짝 벌어지며 피가 흘러 내린다.

“하지만, 넌 내게 있어 과거다.”

“뭐,뭐?”

“너에겐 너의 삶이 있듯이, 나에겐 나의 삶이 있다.”

발로는 굳은 눈동자로, 레몬을 바라보았다. 고통스럽다. 한 때다마 지켜주고 싶다는 감정이 일었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난 내 모든 것을 던져서 너를 지켰다.”

“그런 게 중요해? 결과는 이 모양이라고!”

“네가 알던 나는 그 때에 이미 죽었다. 페르간트를 사랑하고, 그 자연을 사랑했던 발로 페르간트는, 탄가를 불지르며 스스로를 불지르며 없엤다.”

“궤변이야!”

“너의 의견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나? 냉정하게 말해볼까? 너는 족장의 자식이었다. 너의 아버지와 내가 온 몸을 바쳐서 주위의 위험을 없엤다면, 너는 최소한 너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네가 하지 못한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시, 싫어...!”

히스테릭한 고함과 함께 레몬은 미친듯이 검을 휘두른다. 발로는 그 검을 받아내었다. 맨손으로.

피가 흐르는 주먹을 움켜쥐며, 발로는 레몬을 한치의 흐트러짐 업이 바라보았다.

“지금의 널 만든 건 너 자신이지, 내가 아니다.”

“바, 발로... 이러지 마!”

“현실을 직시해! 그리고 이해해라. 이 세상은, 네가 살고, 숨쉬고, 느끼는 이 세상은! 너 스스로가 움직인다는 것을 말이야.”


깨어진다. 꿈 속에서 늘상 그리워했던 그 풍경이 깨저여 나간다. 발로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었던 거군. 손바닥에 남아있는 상처의 아픔이 알싸하게 느껴진다.

그래, 이 세상은... 결국, 나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거다. 발로는 ‘이해했다.’


“오늘은 참, 일이 많네요.”

“난 심히 당황스럽군, 여긴 어디지?”

“이렇게 침착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신은 새침스런 표정이 되어 그를 맞았다. 발로는 머리를 북북 긁으며, 신이 앉아 있는 테이블의 마주보는 위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 하시는 거에요?”

“기다리는 거지. 곧 올 테니까.”

“어머? 후후후.”

신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발로는 너무 태연했다. 신에 대한 경외감도, 공손함도 안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는지도 모른다.

“그럼, 기다려 볼까요?”







대체 어떻게 안 걸까? 어렸을 때에는 검보다는 마법에 끌렸었다. 그래서 루리안은 마법사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해봤었다. 하지만, 결과는 꽝. 실낱같은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붙잡은 게 검이었다. 그런데, 저기 보이는 또다른 자신은 바로 그 마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대체, 당신은 누구죠...?”

“...”

말이 없었다. 대신 다른 루리안은 검을 치켜 올렸다. 서로의 검을 교환하면서 루리안은 생리적인 불쾌감을 느꼈다.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사람이 아니, 어쩌면 속까지 똑같을지 모르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이 못내 불쾌했다.

“큭!”

더더군다나, 다른 루리안은 미묘하게 루리안보다 강했다. 그 미묘함이 자꾸만 루리안을 처지게 만들었다.

자신이 꿈꿔왔던 완벽한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자, 심리적인 좌절감이 몸을 휩쓸었다. 왜 나는 저렇게 되지 못한 걸까. 루리안은 온 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저기 보이는 또 다른 나는 황제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동생과의 반목도 없었을 지도 모르고, 아버지와 척을 지지도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 때문에 율리스를 혼자 내버려 두지도 않았을 지도 모르고, 세인을 그렇게 떠나보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체 왜! 나는 왜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일까...아니, 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일까.

열등감마저 느껴진다. 완벽한 자신을 바라본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포기해버리고 싶다. 어께 위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이제는 쉬고 싶었다.

그저 검을 놓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몸에 익은 습관으로 검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손가락에 느껴지는 검의 감촉이 느껴졌다. 마법을 포기하고 한껏 실망하고 있던 나에게, 아버지가 처음으로 검을 가져다 주었었지. 희한하게 답답한 마음이 검을 휘두룰 때면 사라져서, 정말 밥먹고 휘두르기만 했었던 것 같았다.

손바닥이 몇 번이나 까졌었는지... 어머니는 화내면서 말리고, 아버지는 그저 담담하게 그냥 하게 두라고 했었었. 14살 때 쯤이었나, 아버지랑 대련을 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진 게 너무나 분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 뒤로 아버지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었는데...

20살에, 집을 나갔었으니까.


내 삶은 어떻게 보면, 검과 함께 시작해서 지금까지 함께 온 걸지도 모르겠다. 손바닥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휘둘러 온 검은, 나에게 소중한 인연들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발로, 세인, 세리에...

루리안은 그녀 앞에 선 완벽한 자신을 바라보았다. 왜 나는 후회하고 있는 걸까.

후회... 그건 나 자신을 사랑하기에, 그렇기에... 나 스스로를 너무나 좋아하고 잘 되기를 바라기에, 그렇기에... 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그런 후회없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10년 전의 나는 15년 전의 나를 후회하고, 3년 전의 나는, 5년 전의 나를 후회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나를 바꿨을 것이다.

이런 후회가 없이...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을까.

‘완벽’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40여년간 살아왔던 생이 부정될 수 있을까.

나는-


루리안의 검이 새하얗게 타올랐다. 완벽한 루리안은 온 몸으로 마력을 뿜어냈다. 루리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마법을 베어 넘긴다. 찔러들어오는 라그나쉬크를 받아친다.

다르다. 지금의 나는, 방금 전의 나와는 또 다르다. 지금의 나는 지금이기에 나일 수 있는 것이다.


무신의 춤이라고 한다면 옳은 말일까. 원초적인 강함. 그 진면목이 루리안의 검을 타고 흘러나온다. 라헤 사헤 나헤, 이런 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결국은 검술은 검술일 뿐일 진데.

최초의 <초월자>갈라스 대제가 창안했다는 3가지의 검술이... ‘하나’가 되어 루리안의 손에서 펼쳐진다.

‘완벽한’ 루리안은 따라하지 못한다. 왜? 그건 바로 이전의 내가 있었기에 찾을 수 있는 지금의 나만이 쓸 수 있는 힘이었으니까. 후회가 있었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나만의 힘이니까.


천둥이 몰아치듯, 루리안의 검에서 섬광이 뻗어나온다. 단순히 파괴적인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 영롱한 빛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불완전한’루리안의 검이 ‘완벽한’ 루리안을 베었다. 빛이 되어 사라지는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며, 루리안은 검을 집어 넣었다.

“어떻게... 이길 수 있는 거냐!”

공간을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루리안은 조용히 반문한다.

“‘나’를 이기는 건 결국 ‘나’가 아닌가요?”

“헛소리는 집어치워! 모든 가능성을 이루어낸 자신을 어떻게 불완전한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거야!”

“내 강함은... 후회가 있었기에 만들 수 있었던 강함입니다. 이전의 나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나로서 오롯이 강한 겁니다. 가능성? 그것을 아무리 채운다 한들... 지금의 나는 될 수 없어요.”


“여어, 왔나? 얼마 안걸렸군 그래.”

“당신.”

“어서 와요. 루리안.”

“다시 뵙네요. 후후.”

“자, 이제 내려가 보셔야 할 테지요? 발로.”

“그렇군, 차 잘 마셨소.”

“당신들이 <초월자>가 되리라는 건,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가요?”

“하지만, 당신들은 참... 멋지네요.”

“어머?”

“신인 내입장에서 말 하기엔 뭐하지만, 참 부러운 사람들이에요 당신들은...”

신은 두 사람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해하는 자>”

신은 발로를 바라보며 확실한 말씨로 새겨두라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신의 고개는 루리안을 향해 돌아갔다.

“그리고...<빛나는 자>여.”



발로와 루리안은 눈을 떴다. 두 사람의 앞에는, 두 사람의 제자이자, 자식과도 같은 두 사람이 얼굴에 미소를 띄고 서 있었다.

“세인, 세리에....”

네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작가의말

지못미 세인...주인공이 루리안이 된 거 같아요 ㅜㅜ
이 화는 이 소설을 통해 제가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모쪼록... '지금'을 소중히 여기세요.

p.s 댓글 달아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eautifulWorl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5 후기- BeautifulWorld를 끝내며... +6 12.03.25 596 5 1쪽
84 16화. 그 아름다운 세상은... +1 12.03.25 606 15 8쪽
83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1 12.03.25 410 7 7쪽
»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4 419 12 9쪽
81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1 12.03.24 532 11 9쪽
80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479 7 8쪽
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45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8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3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2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69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5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5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6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1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0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57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4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3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7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2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5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8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0 6 8쪽
58 외전. 그 탄생 12.01.11 435 6 6쪽
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7 6 7쪽
56 11화. 그 격변은... 12.01.10 680 8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