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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66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3.13 22:30
조회
1,150
추천
6
글자
8쪽

13화. 그 남자2

DUMMY

13화. 그 남자 2(4)


남자는 처음으로 돌아서고 싶어졌다. 왜 그러는 건지는 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옆구리를 파고든 검을 뽑아 땅에 꼽고, 그는 물끄러미 주저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아프다. 너무나 아프다.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남자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며 검을 꼽아 넣었다. 그리고 남자는 돌아섰다. 비로소 주변이 보인다. 자신에게 활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 쓰러져 있는 저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

아프다. 상처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아니다. 가슴이, 가슴이 아렸다. 누군가가 잡아 쥐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나의 목표는 강해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애써 맘을 다 잡는다.

하지만 생각의 또 한 편에서는 이런 자신에게 묻는다. 왜 강해지려고 하는가?, 왜 그래야 하는가. 대답이 궁하다. 할 말이 없다. 그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이기기 위해서 강해져야 하는 것일까.

남자의 얼음장 같던 표정에 금이 간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처의 치료다. 남자는 애써 그 생각을 외면하며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자꾸만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녹색의 머리카락은, 그 선명한 푸른 눈동자에 맺힌 눈물은, 굳게 닫은 남자의 눈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돼는 일이..."

루리안은 힘 없이 중얼 거리며 의자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이, 그 남자라니. 인류를 괴멸시키고 있는 괴물들과 한패라니. 믿을 수 없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루리안은 크게 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지도자라는 자리는 끝없이 그녀를 시험하며 그녀의 마음을 좀먹어갔다. 지금도 '세인'이라는 한 사람을 적으로 간주해 놓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루리안은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알잖아."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처연한 음성에 루리안은 눈을 뜬다. 그녀의 눈동자에 몇 년 만의 것인지 모를 액체가 담겨서 철렁였다.

"우리의 입장이라는 게... 참 엿같네요."

루리안의 입에서 처음으로 들려오는 욕설에, 발로는 그저 침묵으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루리안, 저에요."

방을 두드리는 소리에, 루리안은 눈가에서 눈물을 감추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세요."

그 몇시간 사이에 중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세리에의 안색은 파리해져 있었다. 그녀는 루리안 앞에 털썩 무릎을 꿀었다.

"루리안."

"..."

"루리안! 세인은 살려주세요."

"듣지 않은 걸로 할 게요."

"루리안!"

"세리에.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세요. 당신만 바라보고 있는 자가 물경 수만이에요. 그들을 버리고 자신만을 위하겠다는 겁니까?"

"하지만, 세인이에요. 세인이라구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사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래야 하니까요."

"그냥 루티아랑, 세인이랑 떨어져서 살게요. 평생 이 세상을 떠 돌아도 좋으니까요. 제발! 제발!"

"제가 그 괴인을 상대하겠어요. 피곤할테니, 들어가 쉬세요."

"루리안!"

세리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바짓자락을 잡는 세리에의 손길을 애써 외면하며 루리안은 무표정하게 방을 걸어 나선다. 축객령이라도 내리면 된다. 밖의 호위들에게 부탁해서 끌어내도 된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집무실을 빠져나온 루리안은 몇걸음 걸어가다가 벽에 기대어 주저 앉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세인은 이성을 잃었다. 무슨 마법에 지배되는 것인지, 아니면 제정신임에도, 그 생각이 바뀐 것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라의 주인으로써, 남은 사람들의 수장으로써, 그녀는 위험요소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제압해서 가둬둘 여력도 없었고, 설사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몇 명의 희생을 불러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인은 너무 강해져 버렸다. 더 이상 그녀의 품 안에 가둬둘 수 있는 어린아이가 아닌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절망적이지만 않았더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세인을 지켰을 텐데, 모든 것을 거록 목숨만은 지켜줬을 텐데.

"엄마..."

루리안의 뿌연 눈망울레 율리스가 비쳤다. 루리안은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그게 참 힘들다.

"율리스, 여기까지 어쩐 일이니?"

"그게, 제가 만든거, 드릴려고..."

율리스가 내미는 엉성한 샌드위치를 받아들자, 루리안은 그만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그마한 아이의 품에 얼굴을 묻고, 루리안은 그만 울어버렸다.

냉혹한 아버지 밑에서, 상처받은 동생이 내뱉은 가슴아픈 말에도 울지 않았다.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자신으로 인해서 황제가 되겠다는 꿈을 접은 동생을 봤을 때도 울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울고 싶어졌다.

어께에 진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


"엄마."

세리에는 자신의 몸을 흔드는 딸의 손길을 무시했다. 루티아를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자꾸만 그가 생각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어쩨서, 그런 일을 하고 다니는 걸까. 그 사람은. 어째서, 어째서 하늘은 이 빌어먹을 상황을 만들어낸 걸까.

"엄마, 먹어."

"..."

"왜 그래, 엄마."

세리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저 힘없는 손길로 루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작고 가녀린 아이가 세리에의 눈에 들어왔다.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 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그 대상이 세인이라면 자신이 없다.

루리안이 세인을 죽인다. 생각하기도 싫다.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 장면을 보고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세리에는 왕국의 공작가에서 자라난 영양이다. 그녀는 어릴 적보다 보고 듣고 배웠다. 자신의 일의 책임은 자신이 지는 거라고. 세인을 책임 져야 하는 건, 루리안이 아니다, 발로도 아니다. 그녀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세리에의 눈동자에 서글프지만 강한 의지가 떠오른다.

"루티아..."

"응..."

"미안하다."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 온다. 남자는 눈을 떴다. 상처는 거의 멎어 있었다. 다소 걸리적 거리기는 하겠지만, 싸우는 데 큰 무리는 없으리라. 남자는 점점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며 걸음을 옮겼다.

제도 피에스.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의 도시. 호수 위에 세워진 그 아름다운 모습은, 이러한 절망의 현실 속에서도 스러지지 않았다.

남자의 시야에 어제의 그 병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뒤편에 선 괴물들도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자지 못했다. 하루라는 시간을 생각 속에서 보냈다.

남자의 앞을 한 여자가 막아섰다. 어제 본 얼굴은 아니다. 어제의 여자보다 훨씬 눈에 띈다 새벽 빛을 받아 번쩍이는 금발이 눈에 익다. 남자는 검을 뽑았다.

차라리 잘됐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덜 힘들 것 같았다.


"세인."

루리안은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숨을 몰아쉬고, 라그나쉬크의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루리안을 재치고 한 인영이 앞으로 뛰쳐나간다.


작가의말

쓰다보니... 제가 말했던 장면은 다음화로 넘어가 버렸네요.
필 꽂혀서 다음화까지 이미 썼다는 것은 비밀.(그것도 일요일에)

-여러분... 인간을 없에 버리고 싶으신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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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2 과일주
    작성일
    12.03.14 01:43
    No. 1

    이제 몰살의 시간입니까? 갑자기 토돌님이 생각이 나는건...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운도실력
    작성일
    12.03.14 07:30
    No. 2

    모두 죽는거다 으하하하하~!
    라는 결과는 개인적으로 별로군요 ㅎㅎ
    해피엔딩을 바라지만 상황은 이미 악화일로 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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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45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8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3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3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69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5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5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6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1 6 7쪽
»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1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57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4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3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7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2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5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8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0 6 8쪽
58 외전. 그 탄생 12.01.11 435 6 6쪽
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7 6 7쪽
56 11화. 그 격변은... 12.01.10 680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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