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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69,948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3.23 22:55
조회
478
추천
7
글자
8쪽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DUMMY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3)


엄청난 숫자였다. 참 징하게도 쏟아져 나온다 싶었다. 이 공간을 만들면서 한 가지 설정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공간의 생성자가 ‘이해할 수 없는’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물론, 이 조건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닌 자가 이 조건에 간섭한다면 이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적어도 이 공간 내에 남아있는 자들 중에서 세인을 뛰어넘을 자는 없다.

류프레시아는 쉬지 않고 적의 몸을 갈랐다. 진공의 칼날에 잘려나간 몸을 재생하느라 라이칸슬로프들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벰파이어들은 익숙하지 않은 ‘독립마법-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마법’을 사용하느라 힘에 겨워했다.

총을 쓸 수 없다. 앞의 두 괴물이 사라진 뒤로는 부담없이 쓸 수 있을 줄 알았던 무기들이 이 공간 안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원시적인 방법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수십만, 적은 둘. 하지만, 그 둘이라는 숫자를 뛰어넘기엔 그 무게가 너무 버거웠다.

남자의 무기에 휩쓸리면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아무리 태연한 척하려 하여도, 과학문명이 개척되고 평등의식이 자리잡은 하디스의 주민으로서는 목숨을 버려가며 싸울만한 충성의식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은 밀렸다.


세리에는 미친듯이 검을 움직였다. 주변이, 사방이 온통 적이었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달려든다. 대인용 기술이 대부분인 루네르파로서는 이런 싸움이 버거울 수 박에 없었다.

물론, 그것이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싸움이었다면 말이다. 루네르파의 두 번째 기술은 주위의 라이칸들을, 벰파이어들을 환영의 늪에 빠트렸다.

덕분에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푸는 격으로 군사들은 자신들 스스로 자멸하고 있었다.


세리에와 세인은 강했다. 하디스의 입장에서 보면 참 터무니없이 강했다. 이 둘의 육체는 SSW에 의해서 개량되고 보안되어져서, 인간을 한참 뛰어넘는 반응속도와 내구력 그리고 지구력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둘이 ‘인간’이라는 한계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몸이 물에 젖은 것처럼 무겁다. 정말로 눈을 뜰 힘 조차 부족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검을 쥔 손이 떨렸다. 검을 잡으면서 힘들었던 일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이렇게 한계까지 힘을 짜 낸 것은 처음이 아닌 가 싶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분명히 힘든데, 숨을 쉬기도 가슴이 뻐근하고 아픈데, 참 이상하게도 즐겁다. 숨을 쉬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다.

왜, 이런 긴박한 순간에, 한계에 다다른 순간에 이걸, 이 기쁨을 느끼게 된 걸까. 하지만, 뭐 어때. 그런 것 따위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이 기분에 취하고 싶다.

희한하다. 분명히 움직이지도 못해야할 몸이 어쩌면 이렇게 잘 움직여주는 걸까. 그러니까, 더욱 즐겁다. 대체 얼마만일까. 검을 휘두르는 것에서 즐겁다는 걸 느낀 것이.

‘저의 제자가 되어주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군, 그 때였나. 그 때가, 어쩌면 내 인생에서 제일 즐거웠을 때가 아니었을까. 그 어처구니 없을만큼 정중한 말이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때쯤인가 루리안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지.


“세인은 왜 사나요?”

“예?”

“후후, 좀 뜬금없지요?”

“네...”

루리안이 만드는 요리를 군침을 흘리며 바라보던 세인은 이 급작스런 질문에 뭐라 답하기가 애매해졌다. 허기진 상태라서 머리가 더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뭐라고 한 마디만 해보세요.”

끙, 저렇게까지 채근하는데 뭐라고 하긴 해야 될 거 같은데.

나는 왜 살까? 내가 철학자도 아니고, 이런 걸 생각하면서 살 리가 없잖아. 그래도 생각해본다.


성공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 받아서 가문을 더욱 부흥시키는 거.

행복해지기 위해서? 루리안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가진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40년 후에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문구도 떠오른다. 성공과 행복이라, 솔직히 고백하건데, 성공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런데, 지금 나는... 행복하지 않은 걸까? 존경할만한 사람한테, 내가 제일 원하는 걸 배우고, 나날이 성장해가는 지금의 이 순간을 나는 행복하다고 여기지 않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의외로 너무나 쉽게 답이 나왔다.


루리안은 스프를 느긋하게 저으며 세인에게 답이 나왔냐고 물었다. 그러자 세인은 픽 웃으며 말한다.

“살아가니까 살지요.”

“예? 너무 수동적인 것 아니에요?”

“후후후, 그런가요? 하지만 전 정말로 살기 위해서 사는 걸요. 그것에 굳이 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사는 게 즐거운데요.”

“하지만, 언젠가는 불행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에 사는 게 즐거운 거죠.”

“예?”

“행복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루리안의 얼굴이 당혹해서, 환한 미소로 변했다.

“세인은, 멋진 사람이네요.”


피식.

세인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멋진 사람이라니, 내가? 왠지 낯간지럽다. 그렇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살아가는 게 즐겁다. 산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감사하다. 그렇기에 세인은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세인의 마음은, 결국 세계의 시스템에 간섭한다.


세인은 아득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무엇인가가 그를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엄청난 속도로 세인의 의식은 허공으로 치솟았다. 하늘을 보고, 우주를 보고, 그리고 그 너머를 바라본다.

아름다운 정원 꽃밭, 그곳에 놓인 아름다운 탁자 위에서는 그녀가 웃고 있었다.

“어서 와요.”

“또 만났군요.”

“다시 만날 것 같았어요.”

“이런, 신이시라면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요.”

청금색의 눈동자가 세인을 스친다.

“그게, <아카식 레코드>에 종속된 사람이라면 말이죠.”

“저는... 그걸 뛰어넘은 건가요.”

“예, 세인은 5번 째로 <초월자>가 되었어요.”

“<초월자>라... 그런데 그 <아카식 레코드>라는 거 말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세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매게 역할을 하는 거지요?”

“그렇죠.”

“그렇지만,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한 거라고는 세상 사는게 참 좋구나. 정도인데 말이죠. <아카식 레코드>를 뛰어넘는 생각을 했다고는 하기가 어렵지 않나요?”

“후후, 착각하셨네요.”

“예?”

“<아카식 레코드>에서 벗어나는 게 꼭 순리에 벗어나는 역발상일 필요는 없어요. ‘자신의 신념을 확실하게 이 세상에 전달할 수 있을 것.’ 이것이 유일한 조건 인 걸요.”

“...너무 간단한 거 아닙니까?”

“글쎄요. 그랬더라면, 제가 제 피조물에게 말을 높여주지는 않겠죠?”

그러고 보니 말투도 변했다.

“자, 이제는 내려가 보셔야 할 때 인거 같네요. 웬만하면 차 한잔 하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다음 기회에 뵙죠.”

“안녕히 가세요, <살아가는 자>여”


세인은 눈을 떴다. 눈앞에 수많은 적들이 보인다. 검을 든다. 더 이상 힘들지 않다. 그는 이 세상이 주는 제약에서 벗어나 있다. 세인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작가의말

연참연참!
...이러면 안되는데...
여튼 달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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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4 417 12 9쪽
81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1 12.03.24 531 11 9쪽
»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479 7 8쪽
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44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8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3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2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67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5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4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4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19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0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57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4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0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7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2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5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6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26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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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3 6 7쪽
56 11화. 그 격변은... 12.01.10 679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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