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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70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3.02 00:12
조회
574
추천
9
글자
8쪽

12화. 그 여자2

DUMMY

“요리가 많이 늘었는데요.”

“정말, 이젠 먹을만해졌어.”

“험, 두 분 그냥 조용히 들어주시면 안될까요?”

애들이 보고 있는데, 망신스럽게. 두 사람이 이럴 땐 정말 원망스럽다. 애들 앞에선 체면 정도는 지켜줘야 될 거 아니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루티아와 율리스는 서로의 음식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루티아. 안 먹니?”

“응, 먹어요.”

“말만 하지 말고.”

“웅, 하지만 아침은 먹기 싫단 말이야.”

“그럼 점심믄 먹기 좋니?”

루티아의 눈이 밝게 반짝인다. 뻔하지 뭐.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점심에 많이 먹을테니까, 그만 먹어도 돼나요?”

“양치기 소녀 아가씨. 너희 엄마 표정을 봐라. 저게 믿는 표정인가. 그냥 깨끗하게 단념하고 맛있게 먹어.”

“으응, 하지만...”

“한 3일동안 굶어 보면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해질텐데... 한 번 굶어 볼래?”

내가 웃으며 한마디를 던지자, 루티아는 금새 시무룩해져서 계란을 끄적인다. 이렇게 제대로 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건데. 하기야, 저 어린애한테 그걸 알아달라는 건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태양이 가려지고 나서 한 1년동안은 먹을게 너무나 궁했었다. 덕분에, 한창 배가 불러 있었던 나는 곤욕을 치러야 됐다.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식량을 양보해 줬고, 얼마나 미안했었는지.

특히, 이 모습을 루리안하고 발로한테 보이는 것은 너무나 염치가 없었다. 두 사람한텐, 특히 이 아이의 좋은 면,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우리, 루티아는 엄마처럼 미인이 되고 싶지?”

“음, 네.”

“하지만 이렇게 안 먹다가는 여기, 발로 아저씨처럼 되 버려요.”

“아니, 당신.”

발로는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객관적으로 봐도 발로는 잘생겼다. 단지, 남자로 한정한다면.

“윽!”

그리고 루티아의 표정이 굳는 걸보자, 발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실 것을 들이켰다. 나는 그런 발로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발로는 씨익 웃어 주었다.

루리안은 정말 마법사 같다. 저 고집쟁이도 루리안의 말만 들으면 꼬박꼬박 잘 먹고, 잘 입고, 잘 잔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조금 분한 것도 사실이지만, 감탄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리에, 뭘 그렇게 빤히 보나요?”

“아니요.”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에 시선을 주었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을 말했다.

“그런데, 왜 말을 놓지 않는 거세요? 루티아하고 율리스한테는 놓으시면서...”

“어머, 질투하는 거에요?”

“네, 저 질투하는 걸지도 몰라요.”

“후후, 글쎄요...”

루리안 답지 않게 말꼬리를 흐린다. 그녀의 눈이 허공을 바라본다. 그거이 누구를 바라보는 눈빛인지, 난 이해할 수 있었다.

“자, 자.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지치도록 놀아줘야지. 자 두 꼬맹이들 뭐 하고 싶냐.”

“응, 율리스 뭐 하고 싶어?”

“글쎄..”

라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율리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게, 확실히 하고 싶은 게 있기는 하는 것 같나 보다. 루리안은 그런 율리스를 슥 바라보더니, 율리스의 상기된 뺨에 입술을 맞추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단다. 하고 싶은 걸 말하렴.”

“정말로요?”

“그래. 오늘은 우리 가족들을 위해 있을 거니까.”

율리스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후, 힘들다. 애들 놀아주는 건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검을 쥐고 싸우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심적으로 지치는 것 같았다. 타락한 마음으로 순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 걸지도.

공놀이, 카드게임, 모래 성 쌓기, 말타기(목뼈가 부러져라 태워준 발로에게 묵념) 정말 온갖 놀이는 다 한 것 같다. 노곤한 몸으로 지쳐 잠든, 루티아의 옆에 앉아 있자니, 루리안이 율리스의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율리스가 부러웠나봐요.”

“네?”

“잠 자기 전에 옆에 있어 주는 거.”

“...”

루리안이 아픈 표정을 짓는다. 다정다감한 그녀의 성격에, 애를 떨어뜨려 두는 건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몇번은 두 애를 같이 재웠는데, 편해하지를 않더라구요, 저 녀석.”

“세리에.”

“네.”

“술 한 잔 할래요?”

“네.”


루리안은 곤히 잠들어 있는 발로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술 창고에서 술을 꺼내왔다. 루리안이 마시자고 하는 건 꽤 드문 일인데. 아무래도 심란한 것 같았다.

“희망, 그 단어를 언제나 마음에 품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루리안의 가느다란 손이 잔을 기울였다.

“요즘은 조금 그 단어가 멀게 느껴져요.”

“어머? 정말요? 하지만, 전 바로 제 옆에 있다고 느끼는 걸요.”

“그런가요.”

“루리안이 항상 말씀하셨잖아요. 희망은 찾는 게 아니고 만드는 거라고.”

“그랬었군요.”

“그래서 전 만들고 있어요. 항상 바라고 있거든요. 세인과, 루티아와, 다 같이 만나서, 바다에 가는 꿈을 항상 꾸고 있는 걸요.”

“후후. 고마워요.”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건 너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이지, 못 만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전 언제나 믿어요. 그 사람은, 돌아올 거라고.”

그래 난 믿는다. 믿었다.



하지만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




라이돌리아 공화국 잔존병력 집결소.

“퉷, 제기랄. 이게 사는 거야?”

“그래도 숨 쉬는 데까진 쉬어 봐야지.”

“저 병신 새끼 때문에! 그냥, 제국으로 갔으면 됐잖아!”

“어이, 입조심하라고. 그러다간 영영 세상하고 안녕할 수도 있어.”

잔뜩 우그러지고 피묻는 갑옷을 입은 병사 둘은, 무너진 성벽의 잔해에 기대어 독한 술을 나누어 마시고 있었다.

“저 빌어먹을 하늘은, 여전히 붉구나...”

“하늘이 파라지 않다는 게 이렇게 역겨운 걸지는 몰랐는데 말이야.”

투두둑, 성벽에서 돌이 무너지느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황급히 일어나서 창을 집어들고 경계태세를 취했다.

“누, 누구냐?”

“어떻게 여기까지.”

“빨리 호각을 불어!”

“잠깐만...”

“왜 그래?”

“괴물이 아닌 것 같아.”

“뭐?”

“사람...인 것 같은데?”

“뭐야? 생존자라도 된다는 거야?”

“감염자는 아닌 것 같아보여.”

그들은 소리가 난 곳으로 다가갔다. 한 남자가 성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질이 제대로 되지 않은 치렁치렁한 백발, 듬성듬성 삐죽이 솟아 있는 수염. 하지만, 대조적으로 옷은 방금 만든 것 같은 새것처럼 매끄러운 광택을 뿜어내고 있었다.

“너희들인가...”

“뭐라고 한거요?”

“목이 말라...”

“응?”

남자의 검은 불연듯 움직였다. 그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병사는 검이 움직였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커, 커헉!”

피거품이 솟아오르는 입가를 닦지도 못한 채, 병사는 땅 바닥으로 몸을 뉘였다.

“아니야, 부족해.”

“델리! 히이익! 너, 너 뭐야?!”

“나?.... 글쎄...모르겠군.”

남자의 검은 다시 한 번 움직인다. 정확하고 깔끔한 찌르기는 여지 없이 또 하나의 생명을 앗아간다. 검을 타고 흐르는 피. 하지만, 검에 피는 묻지 않는다. 마치, 서로가 섞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검은 피를 밀어낸다.

“너는 아나?”

남자는 피가흐르는 검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양날검이 아닌 외날검의 형태를 가진 검은, 남자의 손에 의해 땅으로 휘둘러진다.

땅은 ‘무엇인가’에 의해 깊게 베어진다. 먼지가 자욱이 휘날리는 폐허에서, 남자는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이 말라....”


작가의말

우와아 댓글이 달렸어 ㅜㅜ 이게 얼마만인가요.
"목이 말라..." 는 내가 하고 싶은 대사일지도...댓글에 갈증이 납니다.ㅜㅜ

솔직히 저 분이 누구인지는 다 아실 테지요. 후훗.
여튼, 끝을 향해 달려 봅니다.

p.s ot를 가기 때문에, 적어도 이틀은 못올릴듯 ㅠㅠ. 아니, 웬오티가 2박 3일이나 한답디까. 맥주 한캔 이상 안 먹어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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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1 12.03.24 532 11 9쪽
80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479 7 8쪽
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45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8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3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3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69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5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5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6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1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1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57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5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3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8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2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6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8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0 6 8쪽
58 외전. 그 탄생 12.01.11 435 6 6쪽
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7 6 7쪽
56 11화. 그 격변은... 12.01.10 680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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