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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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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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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3.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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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13화. 그 남자2

DUMMY

13화. 그 남자2(3)


“...그래서 그 자가 이곳까지 오고 있다는 군요.”

“싸그리 죽어 버렸다구요? 그 많은 사람들이...”

세리에는 할 말을 잃었다. 루리안이 담담히 이야기 해주는 내용을 믿기란 어려웠다. 몇 번이나 통합을 하자고 이야기를 건냈었지만, 그 쪽은 번번이 거절했었다. 그들 스스로의 힘을 믿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런데 그런 그들이 순식간에 전멸했다고 한다. 정말 간신히 이곳까지 도망처온 생존자가 전해온 소식은, 그렇게 피에스의 수뇌부를 침묵으로 몰고갔다.

“설사, 그 자가 누구든 얼마나 강하던 간에, 우리에게 승산은 있어요.”

그 침묵을 깨고 루리안이 조곤조곤 말했다. 루리안의 제비꽃 빛깔의 눈망울에 세리에의 모습이 담겼다. 세리에는 그녀의 시선에 반응하여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자가 인간인 이상, 저에게 그 자를 무찌를 수단은 있습니다.”

“SSW...”

발음도 힘든 그 단어를 읊으며, 나이가 지긋한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그렇길 비네.”

“상황은 나아질 기미조차 안 보이니...”

탄식과도 같은 수뇌부들의 한탄에 세리에는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우리는 이 도시의 얼굴이자, 남은 사람들의 희망입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가 이렇게 낙담만 하고 있다면 우리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뭐가 되겠습니까?”

“후후후 젊은 처자에게 한 방 먹었군 그래.”

“이래서 젊은이들이 있어야 하는 게야.”

노인네들이란... 세리에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SSW, 도대체 그 무기가 왜 우리에게 주어진 건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 그리고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던 고대인들이 멸망할 이유는 또 뭔가. 그들이 남긴 조그마한 무기들도 엄청난 힘을 내고 있어.”

“특히나, 하늘이 붉게 물든 후로부터는 유달리, 그 무기들의 힘이 강력해졌어.”

“이 두 사건에는 연결고리가 있을 게야.”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하나에요. 모든 힘들 다해서 그 자를 막는 것.”


결전의 날이 밝았다. 그 자의 이동 속도와 경로를 분석하면, 이제 한 시간 정도 후에 그 남자가 도착할 것이다. 세리에는 갑옷의 조임쇠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루네르파를 마른 걸레로 닦았다. 그 옆에선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의 루티아가 연신 세리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리에는 그런 루티아의 시선이 신경쓰여, 쓴웃음을 지으며 루티아를 돌아 봤다.

“루티아? 더 자야지?”

“응...”

“왜 그러니?”

“엄마, 돌아오는 거지?”

“그럼 당연하지. 언제 루티아가 불렀을 때 엄마가 없었던 적이 있었니?”

“아니.”

“엄마는 루티아가 결혼해서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아도, 언제나 루티아가 부르면 달려올 거란다.”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볼을 부풀리며 악을 쓰듯 말하는 루티아가 너무 귀여워서 세리에는 풋하고 웃으며 루티아의 볼을 쓸었다.

“그럼, 엄마 다녀올게.”

“응, 빨리 와야돼.”

“당연하지.”


바람에, 휘날리는 옷자락과 먼지로 뒤덮여진 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그런 추레한 용모의 남자의 뒤편에는 수천 수만의 괴물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번쩍이는 갑옷과, 날카로운 검, 길다란 창으로 무장한 용맹하게 보이는 병사들이 무리지어 서 있었다. 세리에는 그 선두를 맡았다.

새하얀 백마에 올라탄,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전쟁의 여신 마냥 신성하게 보였다. 세리에는 말에서 내려 검을 뽑았다. 그런 그녀의 뒤편에는 이 절망적인 싸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한 치의 떨림 없이 활을 겨누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세리에는 묵묵히 손잡이에 힘을 실었다. 만약 감당할 수 없다면 뒤로 물러날 것이다. 그게 현명하다. 지금은 명예를 위한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는 것이다.

세리에는 몸을 바르게 하고 검을 비스듬히 쥐며 상대방의 틈을 노렸다. 언제나 검을 쥘 때면 정갈해야할 정신이, 지금은 어쩨서인지 흔들리고 있다. 저 남자에게 검을 겨누는 걸, 몸이 거부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한 자라는 소리일까. 세리에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잡스러운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세리에는 선공을 가했다. 이제는 완숙의 경지에 이른 아클리스의 레아. 그 매끄럽고도 용맹스런 검격은, 8년 전의 것을 몇 단계 뛰어넘어 그녀만의 색을 보이고 있었다.

코 앞에서 휘둘러지는 검술에 남자는 허리를 뒤로 숙이며 검을 피했다. 그리고 세리에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리며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마주하는 두 검의 울림이 청명하다. 세리에는 루네르파가 상대방의 검에 흠집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단순한 힘겨루기라면 아무래도 여자인 세리에 쪽이 불리했다. 세리에는 비스듬하게 검을 흘려보내며, 레아의 흐름에 따라 휘어지듯이 남자의 가슴을 노렸다.

나긋나긋한 평소의 검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다가온 그 찌르기에 남자는 움찔하며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방심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섬뜩한 일격이었다.

남자는 처음으로 다른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 몸이 둔한 것일까. 머리의 명령에 몸은 둔하게 반응한다. 검격의 날카로움은 너무 무뎌져서, 스스로가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죠."

모르겠다. 왜일까.

세리에는 자세를 다잡았다. 이유야 모르지만 차라리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여야만 하는 적이라면 빠르면 빠를 수록 좋으리라.

SSW는 4자루의 검을 지칭한다. 그 검에는 각기 2가지씩의 '기술'이 담겨 있다. 그 위력은 '경이롭다'라는 말이 너무나 적합한 것이다. 다수의 적을 노리는 기술에서, 단 한 대상을 노리는 기술까지. 8개의 기술에는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 한 대상, 특이 인간과 같이 치명적인 급소를 지닌 대상으로 한 적을 상대로 가장 강력한 기술을 꼽는다면, 그건 루네르파의 기술일 것이다. 'Absolute Strike' '절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최강의 대인 기술이다. 모든 물리적 요건을 넘어서 내지르는 일격. 그 일격이 세리에의 손에서 펼쳐진다.

류프레시아의 'Gale Buster' 라그나쉬크의 'Blaze Tempest'와 같은 화려함은 없다. 화려함을 부를 이유도 없으며, 그렇게 되면 이 기술의 의미가 퇴색된다.

지나가던 아이가, 막대기로 툭 찌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세리에의 손에서 일어난다.

Skill1 Absolute Strike

남자와 세리에는 최소한 1미터는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1초도, 아니 '시간'과는 '무관'하게. 세리에의 검은 남자의 몸을 뚫었다.

섬뜩한 파육음이 울린다. 세리에는 처음에는 안도했다. 하지만, 곧 떨리는 손에 당황하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리고 루네르파가 그녀가 노렸던 심장에서 벗어나 남자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럴 리는 없었다. 피한다는 게 무의미한 일격이다. 차라리 같은SSW급의 기술로 되받아쳤다면 신빙성이 있다. 이건 명백히 자신의 탓이었다. 기술을 펼치는 순간 목표를 심장에서 옆구리로 바꾼 것이다.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도대체... 왜!"

세리에의 떨리는 눈망울이 피가 베어나오는 옆구리를 지나, 남자의 얼굴로 향했다. 먼지와 때로 범벅이 된 얼굴. 먼지가 껴서 회색으로 보인느 하얀 수염. 걸레 처럼 더러운 하얀 머리카락. 모르는 사람이다. 세리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세리에는 남자의 이마를 봤다. 자신처럼 넓지 않다. 마치 '그이'처럼 단단하고 멋지게 생겼다. 그 이마를 타고 흐르는 높지는 않지만, 너무나 익숙해 보이는 평범한 콧날. 수염에 감쳐진, 여자처럼 붉은 입술.

세리에의 동공이 커졌다. 그녀의 손에 쥔 검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검에서 손을 놓은 채 뒤로 뒷걸음질 친다.

믿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리에의 양 손이 입가로 모아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녀는 황폐한 모래밭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소리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몇 번을 봐도, 그는, 이 남자는...

"세인!"


8년 만에 돌아온 그는,

적이 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아마 다음 화에서, 제가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할 때 넣고 싶었던 장면이 나올듯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2 알테마웨폰
    작성일
    12.03.12 10:19
    No. 1

    음 제목을 미루어볼때 세인이 승래해서 모든 인간들이 다 죽어버려 깨끗한 세상이 된다는 이야기군요. [농답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과일주
    작성일
    12.03.13 02:47
    No. 2

    그렇죠 쿨하게 싹쓸어버리고 인간이 없는 아름다운세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로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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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8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3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3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69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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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5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6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1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1 6 8쪽
» 13화. 그 남자2 +2 12.03.12 458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5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3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8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2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6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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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7 6 7쪽
56 11화. 그 격변은... 12.01.10 680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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